[말이랑 놀자 50] 노래선물



  일산 식구들과 함께 혼례잔치에 갑니다. 어른과 아이 모두 일곱 식구입니다. 혼례를 올리는 곳에서 나눠 주는 종이를 받아 자리에 앉습니다. ‘노래선물’이라는 차례가 있기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아하 하고 깨닫습니다. 다른 곳에서 으레 부르는 ‘축가’를 가리키는군요. 노래선물을 세 번 받습니다. 부르는 사람은 마음을 들려줍니다. 듣는 사람은 마음을 받습니다. 따사로운 빛이 흐릅니다. 4347.7.1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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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49] 긴다리



  일산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달리다가 커다란 냇물 옆을 지나갑니다. 커다란 냇물을 가로지르는 다리도 있습니다. 나는 네 살 작은아이한테, 저기 ‘한가람’ 있네, 저기 ‘긴다리’ 있네,  하고 말합니다. 이 아이한테 무슨 ‘대교’라는 말을 한들 알아들을 수 없고, 처음 보는 커다란 냇물은 ‘가람’이라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렇지요. 아이한테는 ‘숲’이지 ‘삼림’이 아닙니다. ‘나무’이지 ‘수목’이 아니에요. 어른들이 아이와 보드랍고 쉽게 나눌 말을 헤아려 처음부터 아름답게 빛나는 삶을 가꿀 수 있기를 꿈꿉니다. 4347.7.1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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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48] 노래돌이와 노래순이



  아이들하고 살면서 아이들을 부르는 이름을 곧잘 새로 짓습니다. 아이들을 가리키거나 부르는 이름을 왜 이렇게 자꾸 새롭게 지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아무래도 내 마음속에 늘 아이들 넋과 빛을 담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곰곰이 헤아리면, 예전부터 나는 늘 나한테도 여러 가지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글을 쓰는 나를 가리켜 ‘글돌이’라 했고, 사진을 찍는 나를 두고 ‘사진돌이’라 했습니다. 살림과 집일을 도맡는 나를 보며 ‘살림돌이’라고도 하며, 빨래를 즐기니 ‘빨래돌이’라고도 하다가는, 자전거를 즐기니 ‘자전거돌이’라고도 했어요. 아이들이 일곱 살과 네 살로 지내는 2014년 여름 한복판입니다. 이 아이들은 아침저녁으로 내내 노래를 부릅니다. 무엇이든 아이들 입에서는 노래가 됩니다. 악기를 입에 물기도 하지만, 악기가 없어도 언제나 노래입니다. 그래, 아이들은 누구나 ‘노래아이’이지 싶어요. ‘노래돌이’와 ‘노래순이’가 되어 스스로 삶을 빛내는구나 싶습니다. 노래를 즐기며 삶을 빛내기에 ‘노래빛’이고, 시골에서 맑게 웃으며 노래를 부르니 ‘노래숲’으로 나아갑니다. 4347.7.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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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47] 아이한테 주는 이름


  우리 집 두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사름벼리’와 ‘산들보라’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두 이름은 아이 어머니가 지었다 할 만하고, 어버이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길을 밝히려고 생각한 끝에 나온 이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 나이가 어리기에,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이름을 씁니다. 이 아이들은 앞으로 무럭무럭 자라서 스스로 제 이름을 찾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버이한테서 받은 이름을 오래오래 써도 즐겁고, 아이가 스스로 삶을 찾으면서 빚은 이름을 새롭게 써도 기쁩니다. 이름은 스스로 어떤 삶으로 나아가려 하는가를 들려주는 노래이거든요. 큰아이 ‘사름벼리’는 ‘사름 + 벼리’라는 얼거리입니다. ‘사름’은 시골 들에서 볍씨를 키워 싹을 틔운 뒤 논에 심고 나서 이레쯤 지나 뿌리를 튼튼히 내리면서 잎사귀에서 맑고 밝게 흐르는 빛을 가리킵니다. ‘벼리’는 시골 바다에서 고기를 낚으면서 살림을 가꾸려 할 적에 쓰는 그물을 이루는 코 가운데 하나를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사름벼리’는 들살림과 바다살림이 어우러진 이름이요, 아름답게 살아갈 시골빛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어요. ‘산들보라’는 ‘산들 + 보라’예요. ‘산들’은 산들바람을 가리키지만, ‘메(산)’와 ‘들’을 가리킨다고도 할 만해요. 산들바람이란 지구별에서 모든 목숨한테 가장 싱그러우면서 시원하고 포근한 바람입니다. ‘보라’는 마음속을 보라는 뜻, 곧 우리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가를 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보라’는 눈보라나 꽃보라 같은 데에서 쓰는 ‘보라’를 가리킨다고도 할 만해요. 다시 말하자면 ‘산들보라’는 사람이 오롯이 서는 길을 밝히는 삶빛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남 고흥 시골자락에서 살아가는 우리 네 식구가 아이한테 선물한 두 가지 이름은 참말 우리들 삶노래입니다. 4347.7.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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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46] 달걀꽃



  학자들은 ‘망초’나 ‘개망초’라는 풀한테 한자를 덧씌우려고 합니다. 그러나 망초는 망초일 뿐이고 개망초는 개망초일 뿐입니다. 망초나 개망초는 꽃이 비슷하게 생깁니다. 둘은 줄기와 잎사귀에서 다르고, 꽃이 피는 철이 다릅니다. 알아보는 사람은 줄기가 오르고 잎이 돋을 적에 알아보지만, 못 알아보는 사람은 꽃이 피어도 못 알아봐요. 그러나, 이 들풀을 가리켜 ‘달걀꽃’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이웃들이 있어요. 흰자와 노른자가 있는 달걀처럼 생겼구나 싶어서 달걀꽃이라 합니다. 더 헤아린다면 ‘새알꽃’이라고도 할 만해요. 웬만한 새가 낳는 알은 흰자와 노른자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어떤 분은 ‘달걀’이나 ‘닭알’이라는 한국말을 안 쓰고, 구태여 ‘계란(鷄卵) 후라이(fry) 꽃’이라든지 ‘계란꽃’ 같은 이름을 붙이곤 해요. 한국말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인데, 둘레에서 이렇게 엉뚱하구나 싶은 이름으로 잘못 붙이는 사람이 있다면, 똑똑하게 알려주고 바르게 이끌 수 있으면 얼마나 예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망초와 개망초를 두고 ‘달걀꽃’이라는 이름뿐 아니라 고장마다 새로우면서 남다르게 이름을 붙일 수 있어도 즐거우리라 느껴요. 망초나 개망초는 나물로 먹어도 맛있고, 짜서 물로 마시거나 기름에 튀겨서 먹어도 맛있습니다. 4347.7.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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