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33] 혼놀이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이 있어요. 혼자 노는 사람이 있어요. 혼자 책을 읽는 사람이 있어요. 혼자 영화를 보거나, 혼자 나들이를 다니거나, 혼자 배우는 사람이 있어요. 여럿이 밥을 먹을 수 있고, 함께 놀 수 있으며, 다 같이 나들이를 다닐 수 있어요. 혼자 밥을 먹기에 ‘혼밥’이라 하지요. 혼자 놀면 ‘혼놀이’가 되고, 혼자 책을 읽어 ‘혼책’이에요. 그러면 여럿이 밥을 먹거나 놀거나 책을 읽으면 ‘함밥’이나 ‘함놀이’나 ‘함책’이라 해 볼 수 있을까요? ‘혼잣말’이나 ‘혼잣손’이라는 낱말처럼 예전에는 ‘혼자’를 다 붙였는데 ‘혼’만 떼어서 ‘혼밥’이나 ‘혼마실’처럼 써도 재미있어요. 한 글자만 붙일 적에는 ‘홀’을 써서 ‘홀몸’이나 ‘홀소리’처럼 썼지요. 그러니 예전 말투라면 ‘홀밥·홀놀이·홀책·홀마실’처럼 써야 알맞고, ‘함께밥(같이밥)·함께놀이(같이놀이)·함께책(같이책)·함께마실(같이마실)’ 같은 새 낱말을 지을 수 있는 셈이에요. 다시 말해서 ‘혼잣밥·혼잣놀이·혼잣책·혼잣마실’처럼 쓸 만한 말이었는데 요즈음 ‘혼밥·혼놀이·혼책·혼마실’ 같은 재미난 새말이 태어났어요. 2016.9.2.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