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63] 텃씨
고장마다 날씨가 달라요. 땅하고 냇물하고 멧줄기도 모두 다르고요. 그래서 고장마다 오랜 옛날부터 심어서 가꾸고 갈무리한 씨앗이 있습니다. 이 씨앗은 천 해나 만 해를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되었다고 해요. 그 고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몸에 맞는 씨앗이면서, 그 고장 날씨나 철하고 어울리는 씨앗이랍니다. 누구나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땅에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씨앗을 심으며 살았기에, 예전에는 이 오랜 씨앗을 두고 다른 이름을 안 붙였어요. 오늘날에 이르러 다국적기업이나 농협에서 씨앗을 다스리다 보니, ‘토종(土種) 씨앗’ 같은 이름을 따로 붙입니다. 그런데 ‘토종’이란 ‘흙/땅/터(土) + 씨앗/씨(種)’ 얼거리예요. 한자말 ‘토종’은 바로 씨앗을 가리킵니다. ‘토종 씨앗’이나 ‘토종 종자(種子)’라고 하면 얄궂은 겹말이에요. 곰곰이 생각하면 어느 한 곳에 눌러앉는 새를 가리키는 ‘텃새’ 같은 말이 있어요. ‘텃(터 + ㅅ) + 새’라는 얼개를 헤아려 ‘텃 + 씨’나 ‘텃 + 사람’ 같은 새 낱말을 지을 만해요. 오랜 옛날부터 한 곳에 심어서 돌보거나 갈무리한 씨앗이기에 ‘텃씨’요, 오랜 옛날부터 한 곳에 보금자리를 이루어 살아온 사람이기에 ‘텃사람’입니다. 텃사람이 쓰는 말이라면 ‘텃말’이 될 테지요? 어느 고장에서 오래된 집이나 마을이라면 ‘텃집·텃마을’이 될 테고요. 2017.8.19.흙.ㅅㄴㄹ
[텃씨]
: 어느 한 고장이나 마을이나 나라에서 오랫동안 나는 씨앗
* 들깨 텃씨를 얻어서 텃밭에 뿌렸어요
* 텃씨는 씨앗을 받아서 이듬해에 심을 수 있지요
* 이 땅을 가꾸며 텃씨를 지켜 온 할아버지
[텃사람]
: 어느 한 고장이나 마을이나 나라에서 오랫동안 산 사람
* 텃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텃힘을 부리지는 않아
* 우리 마을 텃사람인 할머니를 만나서 텃말을 들었어요
[텃말]
: 어느 한 고장이나 마을이나 나라에서 오랫동안 쓰는 말
* 너는 제주 텃말을 쓰고, 나는 담양 텃말을 쓰지
* 할머니가 쓰는 텃말은 구수하고 감칠맛 나요
[텃집]
: 어느 한 고장이나 마을이나 나라에서 오랫동안 살림을 이어온 집 (‘전통 가옥’이라고 할 수 있다)
* 이 멋진 텃집은 자그마치 오백 해가 되었다는구나
* 아름다운 텃집이 모인 포근한 마을입니다
[텃꽃]
: 어느 한 고장이나 마을이나 나라에서 오랫동안 자란 꽃
* 흰민들레는 우리 텃꽃입니다
* 이 작은 제비꽃도 봄바람 타고 피는 텃꽃이야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한국말사전 새로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