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62] 칼추위

바람이 몹시 매서워서 마치 살점이 에일 듯할 때가 있습니다. 몹시 매섭게 부는 바람에는 나뭇잎이 날다가 얼굴을 스치면 참말 얼굴이 죽 긁히면서 피가 날 수 있어요. 몹시 매섭거나 모질게 바람이 불 적에는 ‘칼바람’이 분다고 해요. 칼바람이라는 낱말은 사람들을 몹시 괴롭히거나 힘들게 하는 일을 나타낼 적에 쓰기도 해요. 어느 일터에서 수많은 일꾼을 갑자기 내쫓는 일을 가리켜 칼바람이라 하고, 너그러이 봐주는 마음이 없이 몰아치는 일을 두고도 칼바람이라 해요. 바람은 겨울에 추위를 이끌고 드세게 불 적에도 매섭습니다. 겨울에 몹시 차면서 맵구나 싶은 날씨라면 ‘칼추위’라는 이름을 써 볼 만합니다. 여름에는? 더운 여름에는 살을 에일 듯한 바람이 아니겠지요. 더위를 씻어 주는 바람일 테니까요. 그런데 여름에는 햇볕이 너무 따가울 수 있어요. 찜통하고는 다르게 햇볕이 그야말로 따갑게 내리쬐며 바람 한 점이 없는 날씨일 적에는 햇볕이 우리 살갗을 날카롭게 찌른다고 여길 만하기에, 이때에 ‘칼더위’라는 이름을 써 보면 어떠할까 싶습니다. 칼은 날이 서기에 베기 좋아요. 거꾸로 보면 베이기 쉽지요. 누가 마음이 너무 날카롭다면 ‘칼마음’일 수 있습니다. 무시무시하게 ‘칼눈’으로 노려볼 수 있을 테고요. 2017.9.12.불.ㅅㄴㄹ


[칼추위]

: 몹시 매섭거나 모진 추위. 몹시 차면서 매운 추위

 * 이런 칼추위에 나들이를 가야 할까

 * 칼추위에 나무까지 얼었어

[칼더위]

: 몹시 매섭거나 모진 더위. 몹시 더우면서 매운 더위

 * 올여름은 날마다 칼더위로구나

 * 칼더위에 진땀을 흘리며 자전거를 탔지

[칼마음]

: 몹시 매섭거나 모진 마음. 차갑거나 무섭기만 한 마음 

 * 이웃한테까지 너무 칼마음으로 구네

 * 그렇게 칼마음이면 동무를 못 사귄다

[칼눈]

: 몹시 매섭거나 모질게 보는 눈. 차갑거나 무섭게 보는 눈 (노려보는 눈)

 * 네가 칼눈을 뜨니 너무 무섭다

 * 저이가 크게 잘못했어도 칼눈으로 보지 말아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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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64] 속닥말

옆에서 속닥이면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합니다. 뭔지 궁금하거든요. 설마 우리 뒷이야기를 하지는 않나 하고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남이 속닥말을 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을 수 있어요. 때로는 여기저기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또렷하게 들리지는 않으나 우리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춘 수군말입니다. 반가운 벗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어요. 우리 도란말은 서로 아끼는 말이요, 서로 북돋우는 말입니다. 서로 즐거운 말이면서, 서로 웃음짓는 말이에요. 우리가 도란거리는 곁에서 다른 동무들도 속삭입니다. 이따금 웃음을 짓습니다. 사이좋게 어깨를 겯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없을 만한 자그마한 목소리로 가만히 기쁨과 사랑을 주고받습니다. 따사로운 바람이 흐르는 속삭임말이에요. 오붓하면서 넉넉하게 피어나는 속삭임말이기도 합니다. 때하고 곳에 따라 달라지는 말이기에, 술렁이는 사람들은 술렁말을 해요. 북새통을 이루는 곳, 이른바 북적거리는 곳에서는 북적말이 흐르고, 수선거리는 곳에서는 수선말이 흐릅니다. 가까이에서 귓속말을 나누기도 하고, 곁에서 곁말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앞에서는 앞말을 하고 뒤에서는 뒷말을 해요. 노래를 하듯이 노래말(노랫말)을 나누기도 하지요. 2017.9.10.해.ㅅㄴㄹ


[속닥말]

: 남이 알아듣지 못하게 작은 목소리로 자꾸 나누는 말

 * 너희끼리만 속닥말을 하더구나

 * 옆에서 속닥말을 하더라도 쳐다보지 말자

[수군말]

: 낮은 목소리로 자꾸 나누는 말

 * 곳곳에서 수군말이 들리는 듯해

 * 앞에 나서지 못하면서 수군말만 일삼네

[도란말]

: 여러 사람이 자그마한 목소리로 즐겁거나 따스하게 나누는 말

 * 어제 주고받던 도란말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 할머니는 아이들하고 도란말을 나누며 웃어요

[속삭임말]

1. 자그마한 목소리로 가만히 나누는 말

 * 언제나 즐거운 속삭임말

 * 나한테 속삭임말로 알려주더라

2. 따스하거나 사랑스럽게 가만히 나누는 말

 * 바닷가에서 둘이 나눈 속삭임말

 * 아이한테 아침저녁으로 속삭임말을 들려줍니다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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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65] 살피종이

책을 읽다가 사이에 넣는 종이나 표를 ‘책갈피’라고 흔히 말합니다. 사이에 넣기에 ‘갈피’라는 낱말을 쓸 수 있는데, 나중에 책을 읽으며 알아보기 좋도록 꽂는 종이나 표라면 ‘책살피’라는 이름이 알맞아요. 땅이나 물건 사이를 가리는 구실을 하는 ‘살피’예요. 이 같은 말뜻과 쓰임새를 헤아린다면, 책 사이에 꽂거나 붙이기도 하지만, 책상맡이나 벽이나 셈틀이나 냉장고에도 붙이는 종이를 놓고 ‘살피종이’라는 이름을 지을 만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를 ‘포스트잇(Post-it)’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처음에는 ‘포스트 스틱 노트(Post-stick note)’라고 했다가 줄였어요. 처음 지은 이름은 ‘알림 붙임 종이’쯤 될 테고, 우리도 ‘알림종이’ 같은 말은 더러 씁니다. 어느 모로 보면 ‘알림붙임종이’ 같은 긴 이름을 써도 돼요. 이를 ‘살피종이’라든지 ‘쪽살피·살피쪽’처럼 써 볼 만합니다. 빛깔을 넣은 종이일 적에는 ‘빛살피종이·살피빛종이’나 ‘쫓빛살피·빛살피쪽’처럼 쓸 만할 테고요. 어쩌면 ‘알붙쪽(알리려고 붙이는 쪽종이)’이나 ‘알붙종이’처럼 재미나게 줄여서 써 볼 수 있어요. 2017.9.10.해.ㅅㄴㄹ


[살피종이] (≒ 쪽살피·살피쪽·알붙쪽·알붙종이)

: 알아보기 좋도록, 또는 나중에 알아보거나 살필 수 있도록 살짝 붙이는 작은 종이

 * 살피종이를 붙인 데를 읽어 보렴

 * 나중에 살피려고 살피종이를 붙였어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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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63] 텃씨


고장마다 날씨가 달라요. 땅하고 냇물하고 멧줄기도 모두 다르고요. 그래서 고장마다 오랜 옛날부터 심어서 가꾸고 갈무리한 씨앗이 있습니다. 이 씨앗은 천 해나 만 해를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되었다고 해요. 그 고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몸에 맞는 씨앗이면서, 그 고장 날씨나 철하고 어울리는 씨앗이랍니다. 누구나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땅에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씨앗을 심으며 살았기에, 예전에는 이 오랜 씨앗을 두고 다른 이름을 안 붙였어요. 오늘날에 이르러 다국적기업이나 농협에서 씨앗을 다스리다 보니, ‘토종(土種) 씨앗’ 같은 이름을 따로 붙입니다. 그런데 ‘토종’이란 ‘흙/땅/터(土) + 씨앗/씨(種)’ 얼거리예요. 한자말 ‘토종’은 바로 씨앗을 가리킵니다. ‘토종 씨앗’이나 ‘토종 종자(種子)’라고 하면 얄궂은 겹말이에요. 곰곰이 생각하면 어느 한 곳에 눌러앉는 새를 가리키는 ‘텃새’ 같은 말이 있어요. ‘텃(터 + ㅅ) + 새’라는 얼개를 헤아려 ‘텃 + 씨’나 ‘텃 + 사람’ 같은 새 낱말을 지을 만해요. 오랜 옛날부터 한 곳에 심어서 돌보거나 갈무리한 씨앗이기에 ‘텃씨’요, 오랜 옛날부터 한 곳에 보금자리를 이루어 살아온 사람이기에 ‘텃사람’입니다. 텃사람이 쓰는 말이라면 ‘텃말’이 될 테지요? 어느 고장에서 오래된 집이나 마을이라면 ‘텃집·텃마을’이 될 테고요. 2017.8.19.흙.ㅅㄴㄹ



[텃씨]

: 어느 한 고장이나 마을이나 나라에서 오랫동안 나는 씨앗

 * 들깨 텃씨를 얻어서 텃밭에 뿌렸어요

 * 텃씨는 씨앗을 받아서 이듬해에 심을 수 있지요

 * 이 땅을 가꾸며 텃씨를 지켜 온 할아버지

[텃사람]

: 어느 한 고장이나 마을이나 나라에서 오랫동안 산 사람

 * 텃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텃힘을 부리지는 않아

 * 우리 마을 텃사람인 할머니를 만나서 텃말을 들었어요

[텃말]

: 어느 한 고장이나 마을이나 나라에서 오랫동안 쓰는 말

 * 너는 제주 텃말을 쓰고, 나는 담양 텃말을 쓰지

 * 할머니가 쓰는 텃말은 구수하고 감칠맛 나요

[텃집]

: 어느 한 고장이나 마을이나 나라에서 오랫동안 살림을 이어온 집 (‘전통 가옥’이라고 할 수 있다)

 * 이 멋진 텃집은 자그마치 오백 해가 되었다는구나

 * 아름다운 텃집이 모인 포근한 마을입니다

[텃꽃]

: 어느 한 고장이나 마을이나 나라에서 오랫동안 자란 꽃

 * 흰민들레는 우리 텃꽃입니다

 * 이 작은 제비꽃도 봄바람 타고 피는 텃꽃이야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한국말사전 새로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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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61] 제살깎기

어쩐지 우리한테 못마땅하구나 싶은 사람이 있어서 괴롭힙니다. 우리를 둘러싼 다른 사람이 아무리 착하거나 참답거나 사랑스럽거나 곱게 살더라도 우리 눈에 못마땅하다면 그만 괴롭힙니다. 때로는 미워하거나 싫어합니다. 때로는 따돌리거나 들볶습니다. 우리 곁에 있던 아무개는 우리가 괴롭힐 적마다 괴롭지요. 그런데 왜 괴롭힘을 받는지 알 길이 없어요. 저를 괴롭히는 사람한테 나쁜 일을 한 적이 없어도 자꾸 괴롭히거든요. 어쩌면 누가 우리를 괴롭힌 일을 잊거나 털지 못한 채 그만 다른 사람을 괴롭힐는지 몰라요. 우리가 괴롭게 지내던 나날을 자꾸 마음에 담으면서 다른 사람을 괴롭힐 수 있을 테고요. 이러다가 우리 스스로 우리를 괴롭히는 일까지 하고 맙니다. ‘제살깎기’입니다. 장사를 하는데 제값을 받지 않고 이웃장사하고 다툼을 하듯이 값을 후려치는 일이 있는데, 이때에도 제살깎기예요. 서로 제값을 받으면서 즐겁게 장사를 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우리 손님을 이웃장사한테 안 빼앗기려고 하면서 그만 서로 괴롭습니다. 내가 나를 괴롭히기에 제살깎기예요. 어깨동무하는 마음을 잃기에, 스스로 사랑하려는 마음인 ‘제사랑’을 잊기에, 우리가 스스로 몸하고 마음에 생채기를 입힙니다. 2017.7.30.해.ㅅㄴㄹ


[제살깎기]

: 나를 스스로 괴롭히는 짓. 내가 나한테 도움이 안 되거나 나쁘게 되도록 하는 짓

 * 두 가게가 서로 제살깎기를 한다

 * 스스로 싫다면서 자꾸 제살깎기를 하네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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