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생각하기. 핑크색 임산부 자리


예전에는 ‘서울지하철’이라 했는데 ‘서울메트로’로 이름을 바꾼 곳이 있다. 이름을 바꾼다면 더 헤아려서 ‘지하철·전철·메트로’를 모두 넘어설 만한, 이를테면 ‘씽씽이’라든지 ‘날쌘이’ 같은 이름을 지을 수 있다. 어쩌면 ‘서울두더지’라 하면서 땅밑에서 마음껏 빠르게 다니는 탈거리라는 뜻을 나타내어도 좋겠지.


핑크색 자리를 임산부 자리로

우리의 배려가 멋진 하루 만들어줄 거예요


‘서울두더지’는 사람들이 앉는 자리 가운데 한 곳을 “임산부 지정석”으로 둔다고 한다. 그런데 알림말에서는 “임산부 자리”로 쓴다. 한국말 ‘자리’가 ‘지정석’을 가리키는 셈이니, 처음부터 이 말을 쓰면 더 좋겠다.


그나저나 ‘배려’가 ‘하루를 만들어줄 거’라고 적는 글은 아귀가 안 맞는다. 번역 말씨이다. ‘우리가 마음을 쓰’기에 ‘하루가 멋지다’쯤으로 글결을 손질해야 아귀가 맞는다.


배롱빛 자리를 아기 엄마한테

우리 사랑이 멋진 하루를 지어요


배롱꽃 자리를 아기 엄마한테

사랑스레 마음쓰는 멋진 하루


요새는 서울에도 배롱나무를 심어 배롱꽃을 누린다. ‘핑크’나 ‘분홍’보다 ‘배롱빛’이나 ‘배롱꽃’이라 하면 어떨까. ‘아기 엄마’한테 “사랑스레 마음쓰는” 이웃님이 늘면 좋겠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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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생각하기. 노 재팬


일본이란 이웃나라가 하는 짓이 싫다고 하는 물결이 드세다. 모든 일본사람이 짓궂을 수는 없으리라. 이 땅에서 살아가는 한국사람 가운데에도 안 아름답거나 안 사랑스러운 길을 가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니까.


NO JAPAN


누가 먼저 외친 “노 재팬”인지는 모른다. 아마 거의 모든 곳에서 여러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한꺼번에 터져나온 “노 재팬”이지 싶다.


싫어! 일본

가! 일본

꺼져! 일본

아냐! 일본

멈춰! 일본


일본 우두머리 이름이 ‘아베’라고 한다. 이이 이름을 함께 넣어 “노 재팬 노 아베”를 쓰기도 한다. ‘아’라는 소리를 살펴서 다음처럼 말할 수 있겠다.


아냐! 일본, 아냐! 아베

아니! 일본, 아니! 아베


얄궂거나 짓궂은 일본하고 그곳 우두머리를 지청구하면서 한글을 나란히 적으면 어떨까? 아니, 한국말을 먼저 큼직하게, 이러고서 영어를 나란히 적으면 어떨까? 한글을 쓰는 이 나라를 가벼이 보지 말라는 뜻을 당차게 나타내 보면 좋겠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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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70] 맛책


들으면 들을수록 감칠맛이 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즐겁게 웃음이 피어나는 이야기가 있고, 슬픔이나 아픔을 가슴으로 함께 느끼는 이야기가 있어요. 즐거운 이야기를 들으면 웃음으로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를 들으면 눈물로 곱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책 하나에 깃들곤 해요. 우리 삶에 쓴맛이나 단맛이 있다면, 책 가운데에도 쓴맛이 흐르거나 단맛이 흐르는 책이 있어요. 때로는 신맛이나 매운맛을 알려주는 책이 있고, 짠맛을 보여주는 책이 있습니다. 시큼하거나 달콤한 맛을 베푸는 책도 있고요. 숱한 이야기에 숱한 맛이 서려요. 숱한 이야기가 깃든 책에도 숱한 맛이 감돕니다. 맛이 있어서 ‘맛밥’이요, 맛밥을 누릴 수 있는 곳이기에 ‘맛집’이며, 맛집에서 맛밥을 짓는 ‘맛님’이 있다면, 맛말을 들려주거나 맛글을 쓰는 맛스러운(또는 멋스러운) 글님이 있어서 우리는 ‘맛책’을 손에 쥐어 읽을 수 있습니다. 맛있는 책하고는 다른 결이 될 텐데, 멋있는 ‘멋책’도 있을 테지요. 꿈을 들려주는 ‘꿈책’이나 길을 알려주는 ‘길책(길잡이책)’도 있을 테고요. 맛스럽고 멋스러운 삶을 책 하나가 들려준다면, 이러한 책은 바로 ‘삶책’이 됩니다. 2017.10.1.해.ㅅㄴㄹ


[맛책]

: 줄거리나 이야기가 좋은 책 (줄거리나 이야기를 맛에 빗대어 좋은 느낌을 나타낸다)

 * 네가 선물한 책 읽으며 좋았어. 훌륭한 맛책이더라

 * 쓸쓸하거나 힘들 적에는 맛책을 읽으며 기운을 차려요

[맛밥]

: 맛이 있는 밥 (다른 밥하고 견주어 한결 맛이 있는 밥을 나타낸다)

 * 할아버지가 차리는 맛밥을 아침저녁으로 먹습니다

 * 즐겁게 노래하는 마음으로 지으면 모두 맛밥이야

[맛집]

: 밥이 맛이 있다고 알려진 곳 (밥집에서만 쓰며, 밥집에서 차려서 내놓는 먹을거리가 맛이 있어서 이름이 난 곳을 나타낸다)

 * 오늘처럼 즐거운 날에는 맛집에 가서 배불리 먹자

 * 맛집에 가도 좋고 집에 가서 된장국을 끓여도 좋아

[맛말]

: 듣기에 좋은 말 (주고받거나 쓰는 말을 맛에 빗대어 좋은 느낌을 나타낸다)

 * 이 한 마디에 모두 웃음바다이니 맛말을 한 셈이로구나

 * 딱딱하게만 말하지 말고 때로는 맛말도 해 보렴

[맛님]

1. 밥을 맛이 있게 짓는 사람

 * 오늘은 아버지가 맛님이 되어 닭볶음밥을 차렸어요

 * 이 밥집에는 굴국밥을 잘하는 맛님이 있지

2. 좋은 기운이나 느낌을 받도록 하거나 이끄는 사람

 * 기운을 북돋아 준다며 노래하는 아이들은 맛님입니다

 * 나한테 상냥한 손길을 베푸는 네가 맛님이란다


(숲노래/최종규 . 새로 쓰는 한국말사전/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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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66] 갈무리막대

  저는 글을 쓸 적에 ‘새롬 데이타맨 프로 98’ 글판을 아직 씁니다. 새롬 풀그림은 1990년대에 처음 나왔다가 2000년대를 넘어서며 인터넷이 퍼질 즈음 조용히 사라졌는데요, 인터넷 아닌 피시통신에 들어가도록 돕는 풀그림에 딸린 글판이나 이 풀그림이 쓰는 말이 훌륭해서 여태 써요. 피시통신이 사람들 사이에 퍼지던 무렵 ‘새롬’하고 ‘이야기’라는 풀그림이 있었어요. 두 회사는 피시통신 화면이나 글을 긁어서 건사할 적에 ‘카피(copy)’나 ‘복사(複寫)’라는 말을 안 썼어요. ‘갈무리’라는 시골말을 썼지요. 저는 도시에서 나고 자랐기에 시골말 ‘갈무리’를 알 턱이 없었으나, 곡식을 잘 쟁이거나 간수하는 일을 나타내던 ‘갈무리’란 낱말이 셈틀을 쓸 적에도 고스란히 입에 붙어요. 한국말사전도 ‘갈무리 3’에 셈틀로 다루는 자료를 건사하는 일을 가리킨다고 뜻풀이를 올립니다. 이런 새 쓰임새를 헤아려 본다면, 수많은 글이나 그림이나 움직그림을 담는 자그마한 막대기를 놓고서 ‘갈무리막대’란 이름을 새롭게 지을 만해요. 화면을 긁어서 건사하면 ‘바탕갈무리(화면갈무리)’라 할 만하고, 누리그물에서 글을 옮겨서 건사할 적에는 ‘글갈무리’라 할 만해요. 시골말이 누리말로 새삼스레 거듭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7.9.20.물.ㅅㄴㄹ


[갈무리막대]

: 셈틀이나 누리그물에서 다루는 자료를 담는 막대

 * 이 갈무리막대에 담은 글을 종이에 뽑으렴

 * 갈무리막대에 따로 옮겼으니 걱정하지 마

[바탕갈무리]

: 셈틀로 누리그물에 들어갈 적에 화면에 보이는 모습을 통째로 긁어서 담는 일

 * 이 누리신문에 나온 글은 바탕갈무리를 할게

 * 여기 이 대목은 바탕갈무리를 하고 싶다

[글갈무리]

: 셈틀로 누리그물에 들어갈 적에 화면으로 읽는 글을 통째로 긁어서 담는 일

 * 두고두고 읽으려고 글갈무리를 해 놓았지

 * 나중에 읽을 생각으로 글갈무리를 한다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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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67] 억지웃음

이루고 싶은 꿈을 마음에 품으면서 살면 하루가 즐겁습니다. 꿈을 헤아리면서 즐겁게 걸어갈 길을 헤아리면 살림을 짓는 동안 웃음이 가득 번집니다. 꿈을 미처 품지 못한다면, 꿈을 잊거나 잃는다면, 이때에는 그만 하루가 괴로울 뿐 아니라 웃음도 짓지 못하기 일쑤예요. 그런데 바깥에서 일을 하며 여러 사람을 마주하는 동안 괴로운 얼굴빛을 할 수 없곤 해요. 스스로 즐겁지 못하더라도 여러 손님을 맞이하면서 얼굴에 웃음을 지어야 할 때가 있어요. 억지로 웃음을 지어요. 억지웃음입니다. 다른 사람 눈치를 볼 적에는 해야 할 말을 못 하기도 해요. 안 반갑고 안 달가워도 그만 달콤하다 싶은 말을 해야 하지요. 입에 발린 말이라고도 할 텐데, 억지스레 말을 해야 하니 억지말을 합니다. 쓰고 싶지 않으나 억지로 써야 하기에 억지글입니다. 하고 싶지 않아도 억지로 해내야 하니 억지짓입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감정노동’이라고 해서 마음팔이를 하는 일거리가 많다고 들썩입니다. 괴로움을 감추고 웃음을 짓느라 억지웃음이 되어야 하고, 싫어도 상냥하게 말을 해야 하느라 억지말이 되어야 하지요. 앞으로 억지글이나 억지짓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을까요? 하늘웃음이나 꽃웃음이 될 수 있을까요? 꽃말이나 꽃글이나 꽃짓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2017.9.14.나무.ㅅㄴㄹ


[억지웃음]

: 웃고 싶지 않으나 힘을 들여서 지어야 하는 웃음 (억지로 지어야 하는 웃음)

 * 하루 내내 억지웃음을 지었더니 너무 힘들어

 * 싫을 적에는 억지웃음을 안 지어도 돼

[억지말]

: 하고 싶지 않으나 힘을 들여서 해야 하는 말

 * 보기 좋다는 네 말은 억지말로 들린다 

 * 손님 앞에서만 웃으며 억지말을 하는구나

[억지글]

: 쓰고 싶지 않으나 힘을 들여서 써야 하는 글

 * 줄거리도 없이 억지글을 썼으니 재미없지

 * 쥐어짜듯이 억지글을 쓰지 말고 차분히 생각하렴

[억지짓]

: 이루거나 하거나 될 만하지 않으나 힘을 지나치게 들여서 이루어지거나 해내거나 되도록 하는 짓 (안 될 만한데 지나치게 몰아붙여서 되도록 하려는 힘든 짓)

 * 자꾸 억지짓을 하면 나도 그만둘 생각이야

 * 억지짓을 하기보다는 부드럽게 다가서 봐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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