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70] 맛책
들으면 들을수록 감칠맛이 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즐겁게 웃음이 피어나는 이야기가 있고, 슬픔이나 아픔을 가슴으로 함께 느끼는 이야기가 있어요. 즐거운 이야기를 들으면 웃음으로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를 들으면 눈물로 곱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책 하나에 깃들곤 해요. 우리 삶에 쓴맛이나 단맛이 있다면, 책 가운데에도 쓴맛이 흐르거나 단맛이 흐르는 책이 있어요. 때로는 신맛이나 매운맛을 알려주는 책이 있고, 짠맛을 보여주는 책이 있습니다. 시큼하거나 달콤한 맛을 베푸는 책도 있고요. 숱한 이야기에 숱한 맛이 서려요. 숱한 이야기가 깃든 책에도 숱한 맛이 감돕니다. 맛이 있어서 ‘맛밥’이요, 맛밥을 누릴 수 있는 곳이기에 ‘맛집’이며, 맛집에서 맛밥을 짓는 ‘맛님’이 있다면, 맛말을 들려주거나 맛글을 쓰는 맛스러운(또는 멋스러운) 글님이 있어서 우리는 ‘맛책’을 손에 쥐어 읽을 수 있습니다. 맛있는 책하고는 다른 결이 될 텐데, 멋있는 ‘멋책’도 있을 테지요. 꿈을 들려주는 ‘꿈책’이나 길을 알려주는 ‘길책(길잡이책)’도 있을 테고요. 맛스럽고 멋스러운 삶을 책 하나가 들려준다면, 이러한 책은 바로 ‘삶책’이 됩니다. 2017.10.1.해.ㅅㄴㄹ
[맛책]
: 줄거리나 이야기가 좋은 책 (줄거리나 이야기를 맛에 빗대어 좋은 느낌을 나타낸다)
* 네가 선물한 책 읽으며 좋았어. 훌륭한 맛책이더라
* 쓸쓸하거나 힘들 적에는 맛책을 읽으며 기운을 차려요
[맛밥]
: 맛이 있는 밥 (다른 밥하고 견주어 한결 맛이 있는 밥을 나타낸다)
* 할아버지가 차리는 맛밥을 아침저녁으로 먹습니다
* 즐겁게 노래하는 마음으로 지으면 모두 맛밥이야
[맛집]
: 밥이 맛이 있다고 알려진 곳 (밥집에서만 쓰며, 밥집에서 차려서 내놓는 먹을거리가 맛이 있어서 이름이 난 곳을 나타낸다)
* 오늘처럼 즐거운 날에는 맛집에 가서 배불리 먹자
* 맛집에 가도 좋고 집에 가서 된장국을 끓여도 좋아
[맛말]
: 듣기에 좋은 말 (주고받거나 쓰는 말을 맛에 빗대어 좋은 느낌을 나타낸다)
* 이 한 마디에 모두 웃음바다이니 맛말을 한 셈이로구나
* 딱딱하게만 말하지 말고 때로는 맛말도 해 보렴
[맛님]
1. 밥을 맛이 있게 짓는 사람
* 오늘은 아버지가 맛님이 되어 닭볶음밥을 차렸어요
* 이 밥집에는 굴국밥을 잘하는 맛님이 있지
2. 좋은 기운이나 느낌을 받도록 하거나 이끄는 사람
* 기운을 북돋아 준다며 노래하는 아이들은 맛님입니다
* 나한테 상냥한 손길을 베푸는 네가 맛님이란다
(숲노래/최종규 . 새로 쓰는 한국말사전/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