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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수준대로 : 누구나 그이 눈높이(수준)대로 잘한다. 그리고 누구나 그이 눈높이대로 못한다. 언뜻 보면 잘하는 듯도 하고 못하는 듯도 하지만,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모습이다. 늘 그이 눈높이대로 할 뿐이다. 그러니 누구나 하는, ‘우리 눈높이대로 하면서 나아가는 삶’을 보다가 옆에서 북치거나 장구치거나 할 까닭은 없다. 더 잘하지도 않도 더 못하지도 않으니까. 2019.9.27.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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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장 또는 자격증 : 졸업장을 따니까 다른 졸업장을 따려고 학교에 더 들어간다. 자격증을 따니까 새로운 자격증을 따려고 학원에 더 들어간다. 졸업장으로 돈을 벌거나 이름을 얻기에, 새로운 졸업장을 얻어서 돈이나 이름을 더 얻으려고 한다. 자격증으로 돈이며 이름을 누리기에, 새로운 자격증을 보태어 돈이며 이름이며 더 보태려고 한다. 이러한 길, 졸업장 길이나 자격증 길은 나쁘지 않다. 그저 졸업장이나 자격증으로 여기에 있는 모습일 뿐이다. 졸업장이나 자격증을 코앞에 둔 자리에서 생각해 볼 노릇이다. 배우려고 학교에 다녔는가? 일을 하려고 솜씨를 갈고닦았는가? 졸업장을 밝히면서 살기에 잘 배운 티가 나는가? 자격증을 드러내며 일하기에 솜씨가 빛나는가? 아이들이 슬기롭게 배우기를 바라면서 학교에 넣는가, 아니면 아이가 졸업장을 거머쥐어 이 졸업장 힘으로 돈이랑 이름을 얻기를 바라는가? 아이들이 솜씨좋게 제 길을 찾기를 바라면서 자격증을 따라 이끄는가, 아니면 아이가 자격증을 내세우며 이 자격증 힘으로 돈하고 이름을 가볍게 거두기를 바라는가? 학교를 잘 다녀야 하지 않는다. 연수모임이나 배움마당을 잘 마쳐야 하지 않는다. 예배나 기도를 잘 해야 하지 않는다. 격식이나 예의를 차려야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새해에 하는 절도 대단히 엉성하지만, 마음으로 절을 하기에 아이들한테서 절을 받는 할머니랑 할아버지는 함박웃음을 짓고 기쁨을 스스로 일으킨다. 아이가 빈틈없이 절을 하거나, 아이가 띄어쓰기하고 맞춤법을 빈틈없이 맞추어 글월을 적어야 할머니 할아버지가 반길까? 격식하고 예의를 차린 아이를 마주하기에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함박웃음을 피울까? 온통 졸업장 판에 자격증 물결로 이 나라를 뒤덮는다면, 고작 대학 졸업장하고 기술 자격증으로 일자리하고 돈벌이를 가른다면, 우리 스스로 배우거나 익히거나 살아내거나 살림하거나 사랑하는 길하고는 차츰 등지는 셈이다. 빼어난 스승 곁에 있었기에 춤을 잘 추거나 노래를 잘 부르거나 명상을 잘 하지 않는다.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익혀서 스스로 살아내고 스스로 살림을 짓는 걸음으로 스스로 사랑하니 무엇이든 스스로 즐겁게 하는 동안 어느새 솜씨가 꽃으로 피어난다. 아이한테 졸업장이 아닌 마음을 두 손에 담도록 이야기하면 된다. 아이한테 책읽기 느낌글을 쓰라 시키지 말고, 꽃하고 말을 섞도록 가만히 보듬으면서 나무랑 풀벌레하고도 도란도란 수다꽃을 피우도록 북돋우면 된다. “임무 완수”나 “행사를 무사히 종료”하는 일이란 없다. 아니, 이렇게 하기를 바라면 언제까지나 쳇바퀴를 돌면 되겠지. 쳇바퀴 아닌 삶을 바라고 사랑을 꿈꾼다면, 모든 격식하고 예의를 오롯이 ‘꿈’하고 ‘사랑’으로 나아가도록 바꾸어 주면 된다. 격식은 격식일 뿐, 꿈이 아니다. 예의는 예의에서 맴돌 뿐, 사랑이 아니다. 아이가 꿈을 스스로 그리고 사랑을 스스로 펴기를 바라는가? 꿈이기에 비로소 ‘격식다운 격식’이 되고, 사랑이기에 바야흐로 ‘예의다운 예의’가 된다. ‘꿈·사랑’이라는 낱말은 모든 격식하고 예의가 밑바탕에 있다. 밑바탕에 다 있는 꿈하고 사랑을 등진 채, 겉껍데기인 졸업장과 자격증과 격식과 예의에 매달리는 오늘이라면, 이 오늘이 얼마나 따분할까. 따분한 오늘이 좋다면 따분하게 살면 되지. 새로우면서 싱그럽게 춤추고 노래하여 스스로 웃음꽃이 되기를 꿈꾼다면, 스스로 사랑을 길어올려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면 되지. 돈을 움켜쥔 이도 하늘나라 문턱에조차 못 가지만, 졸업장하고 자격증을 거머쥔 이는 하늘나라 문턱은커녕 문턱이 어디에 있는지마저 못 보고, 툭하면 아무 데에서나 걸려넘어진다. 2019.9.2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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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 : 학교에 도시락을 싸서 오지 않은 지 제법 된다. 학교에서 청소를 스스로 하지 않은 지 꽤 된다,. 아파트가 빠르게 늘고 퍼지면서 청소기를, 게다가 로봇 청소기를 쓰는 집이 늘어났고, 빗자루나 걸레를 손에 쥐고서 삶자리를 치우는 일이 자취를 감춘다. 이른바 ‘용역’이란 이름으로 맡긴다. 교사는 학교에서 교과서 진도를 알맞게 펴는 전문가로 서되, 밥살림이나 집살림이나 옷살림처럼 살림을 이야기할 수 없는 자리가 된다. 스스로 할 줄 모르는데, 스스로 생각하거나 알아보거나 살필 수 없고, 가르치거나 시키거나 이야기할 수조차 없다. 모든 일이 ‘용역’으로 굴러간다면, 이제 교사라는 자리도 용역일 뿐 아닐까. 교과서나 교재나 수업만 하고 그치는 교사로 있겠다면, 교사는 앞으로 교육공무원이나 교육전문가라는 이름을 벗고 ‘교육 용역’ 이름이 되어야지 싶다. 어쩌면 진작부터 교사도 용역 가운데 하나일는지 모른다. 2019.10.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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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인디고 아이들 : 언제부터인가 ‘크리스털 아이들’이나 ‘인디고 아이들’ 같은 이름이 불거졌고, 이 이름으로 아이들을 묶곤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이 이름은 얼마나 어울릴까? 숱한 아이들을 크리스탈이나 인디고라는 이름으로 묶어도 될까? 아이들은 다 다르지 않은가? 다 다르면서 새로운 아이들한테는 모두 다르면서 새로운 이름을 붙여야 어울릴 텐데, 고작 한두 가지 이름으로 뭉뚱그려도 되는가? 이렇게 얼렁뚱땅 이름을 붙이면서 교육학이니 무슨무슨 학문이니 하고 시끄러운 어른들 모습은 아닌가? 모든 아이들은 크리스털 기운도 있고 인디고 기운도 있다. 이밖에 숱한 기운이 두루 있다. 아직 이름을 붙이지 못한 기운이 끝없이 있다. 어른들이 이 다 다르면서 새로운 아이들한테 몇 가지 이름을 뭉뚱그려서 붙이는 까닭을 헤아려 보자니, ‘아이들 빛결을 내리누르거나 묶으면서 그 몇 가지 이름 밖으로는 아무 빛결이 없기라도 하다는 듯’이 길들이려는 꿍꿍이는 없을까? 이때에 온누리 아이들은 어른이 무슨 이름을 붙이건 대수로이 여기지 않고, 구태여 따지지도 않는다. 그 이름이 제 것이 아닌 줄 아니까. 그 이름이란, 모두 어른이 어른 스스로 묶고 누르고 옭아매면서 스스로 길들려고 하는 굴레인 줄 아니까. 2019.9.3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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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먼저 : 아이들 뜻·생각·느낌·사랑·마음을 먼저 듣고, 곰곰이 헤아려서, 어른으로서 무엇을 새로 깨달았는가 돌아보고서 차근차근 ‘말씀’이 되도록 가다듬을 노릇이지 싶다. 어른이 아이들한테 뭘 먼저 말하거나 시키기 앞서, 어른은 아이들한테서 먼저 말을 듣고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듣고서,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적에 아름답거나 즐거울까를 그려 보아야지 싶다. 2019.9.3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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