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이선균이 누구야? : 이선균이 누구야? 나는 이선균이란 이름을 처음 들을 뿐 아니라, 이이가 나왔다는 그림(영화)을 하나조차 본 적이 없다. 꽃님(배우) 이름은 아예 모르며 살아간다. 집에 보임틀(텔레비전)을 안 들여놓을 뿐 아니라,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볼 만하지 않고 봐서도 안 될 만한 그림(영화)은 쳐다보지도 않으니, 웬만한 꽃님 이름은 다 모른다. 김혜수나 이영애 같은 이름은 떠오르지만, 이이가 나온 그림을 우리 아이들한테는 하나도 안 보여주었다. 뭘 보여줄 수 있는가? 엊그제 우리 집 네 사람이 둘러앉아 〈호그 파더〉를 보았다. 이레쯤 앞서는 〈디스크 월드 : 마법의 색〉을 보았다. 좀더 앞서는 〈엘리멘털〉을 함께 보았고, 〈빌리 엘리어트〉를 새삼스레 다시 보았고, 〈부에나비스타쇼설클럽〉은 노래만 다시 들었다. 〈바다노래 Song of the Sea〉도 새롭게 다시 보았지. 꽃님으로 일하면서 돈을 벌기에 나쁘지 않다. 알림그림(광고)을 잔뜩 찍는대서 나쁠 일도 없다. 그러나 어린이 곁에서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할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영화·광고)이 아니라면, 그런 짓을 왜 하지? 푸른별을 사랑으로 북돋우고 돌보는 일에 이바지하는 그림(영화·광고)을 찍지 않는다면, 그런 이는 쳐다볼 까닭도, 이름을 알 일도 없다. 말밥에 오르면서 구렁텅이로 치닫는 이들을 보라. 이런 치는 하나같이 서울 한복판에서 번쩍번쩍하는 자랑을 한다. 말밥에 오르지 않고 한결같이 푸르게 빛나는 이들을 보라. 이런 사람은 다들 시골이나 멧골이나 바닷가나 숲에서 고즈넉이 풀꽃나무를 품으면서 하늘빛을 머금는다. 서울 한복판에 10억이든 100억이든 값비싼 집을 거느린들 삶이 아름다울 턱이 없다. 시골에서 한 채에 100만 원이든 1000만 원이든 조그맣고 조촐한 보금자리를 푸르게 일구는 사람은 아무런 말썽을 안 일으킨다. 돈을 벌었거나 이름을 날렸다면, 부디 서울을 떠나서 시골에서 호미랑 낫이랑 삽이랑 쟁기를 쥐고서, 다른 쇳덩이(자동차)는 부리지 않으면서, 나무를 품고 들꽃을 사랑할 수 있기를 빈다. 나무를 등지고 들꽃을 멀리하니까 엉뚱한 곳에서 바보짓을 일삼을 수밖에 없다. 2023.10.21.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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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정복 : ‘내 것’이 아직 아니니, 나로서는 어느 것도 쓸 수 없다. ‘네 것’이라면 네가 쓰겠지. 너한테서 빼앗는대서 내가 쓸 수는 없다. 내가 너한테서 빼앗으면 ‘내 소유’라는 이름으로 둘 수 있더라도, 껍데기(허울·겉)를 곁에 둘 뿐이니, 이 껍데기로는 제값·속값을 못한다. 제값도 속값도 못하는 껍데기는 내 것이 되지 않는다. 거꾸로 ‘내 소유’가 아닌 ‘네 소유’가 되도록 내 것을 너한테 빼앗겼다고 하더라도, 이 또한 ‘정복’이 아닌 ‘강탈·강압’일 뿐이니, 너는 나한테서 빼앗은 그 껍데기(허울·겉)만 붙잡고서 나대는 셈이다. 우리가 저마다 ‘내 것’으로 삼는다고 할 적에는, 우리 손아귀에 거머쥐도록 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온마음을 다해서 지켜보고 가꾸어서 늘 새롭게 빛나도록 돌보는 길을 간다는 뜻이다. 거머쥐거나 빼앗으면서 무릎을 꿇려 보았자 껍데기일 뿐이다.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하고, 살림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사랑을 돌볼 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할 적에는 ‘우리 것(내 것)’을 오롯이 누리고 편다. 1997.8.14.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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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1997년 한여름.

군대에서 이런 쪽글을 남겼구나.

삶죽음 사이를 날마다 오가면서

안 미치고 제넋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고 생각하던

어느 날

중대장과 행보관 꼬락서니를 보고서

남긴 글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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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 : 어머니다움, 아버지다움, 어버이다움이 무엇일까를 헤아릴 수 있다면, 우리는 슬기롭고 즐겁게 하루를 맞이하겠지. 싱그러운 물살처럼, 이 가을날 가랑잎처럼. 다가올 겨울날 하늘빛처럼. 머잖아 새로 찾아들 봄꽃처럼. 그리고 후끈후끈 골고루 덮는 뙤약볕처럼. 빛나는 넋을 스스로 알아보며 노래하듯 말을 할 줄 알기에 슬기이다. 2023.10.1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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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칸 : 노래를 목청껏 외치면서 짜증을 훅훅 털어낸다고 하는 곳이 많다. 나는 이곳을 1990년 중학교 3학년 무렵에 처음 가 보았다. 동무가 같이 가 보자고 한 해 가까이 보챈 끝에 들어갔는데, 엄청난 소리에 귀가 멍멍했다. 고등학교 적에 몇 걸음을 더 해야 했지만 노래는 안 부르고 귀를 막으면서 ‘언제 이 녀석들이 다 놀고서 나가자고 하려나’ 하고 기다리기만 했다. 고등학교를 마친 1994년부터는 좋든 싫든 노래 몇 가락은 뽑을 줄 알아야 했기에, 노래칸에 있는 노래 가운데 내가 좋아할 만한 노래를 찾아내어 외우기도 했다. 그렇지만 막상 애써 부르고 싶은 노래가 노래칸에는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 두 아이를 낳으면서 노래칸에 갈 일은 없다시피 하고, 시골로 터전을 옮기면서 조용히 바람노래하고 풀노래하고 새노래를 듣는다. 밤에는 별노래를 듣는다. 우리는 누구나 저마다 다른 노래빛이다. 우리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을 줄 알면 굳이 꽉 막히고 캄캄한 곳에 들어박혀서 소리를 지르지 않으리라. 노래는 놀이하는 사람한테서 스스럼없이 웃음눈물로 흘러나온다. 새가 어떻게 노래하는가? 벌레가 어떻게 노래하지? 바람하고 별은 어떻게 노래하나? 오늘날에는 ‘노래’가 아닌 ‘소리장사꾼’만 있다고 느낀다. 귀를 열고서 노래를 들어야 스스로 귀를 틔울 텐데. 2022.10.1.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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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 : 혼자 아이를 돌보느라 ‘경력단절’이라 여기는 분이 무척 많은 줄 아는데, 아이를 돌보았대서 ‘경력단절’은 터럭만큼도 안 된다. 오롯이 아이하고 열 해나 스무 해를 살아낸 분을 보라. 미움이나 짜증이나 설움이 아닌, 오직 사랑이란 마음으로 아이하고 열 해에 스무 해에 서른 해에 마흔 해를 살아온 분을 보라. ‘아이돌봄’을 해온 분은, 아이 곁에서 살아온 나날이 늘면 늘수록 솜씨꾼(멀티플레이어·베테랑)으로 거듭난다. 한꺼번에 몇 가지 일쯤 우습지 않게 해내는 솜씨를 보라. 온갖 일을 도맡으면서 지치지 않는 어마어마한 기운을 보라. ‘독박육아·경력단절’이란 있을 수 없다. 아이 곁에서 살아가는 나날은 ‘어디에도 없는 새 경력을 놀랍게 이루어 빛나는 길’이다. 그동안 일구고 쌓아온 모든 살림살이를 아기한테 새롭게 맞추어서 어린이하고 함께 나아가는 어깨동무를 처음부터 다시 익힌 이분, 그러니까 ‘아줌마’는 어떤 일을 맡겨도 훌륭히 해낼 만하다. 그래서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회의원·시도지사군수·장관·부장·팀장·교육감 같은 일자리는 ‘선거 없이 아줌마한테 맡길 일’이라고 본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대통령을 맡아야 한다면, ‘여러 아이를 스무 해쯤 돌본 아줌마’가 어울린다. 여러 아이를 스무 해쯤 돌본 아줌마는 일을 어마어마하게 잘할 줄 아는데, 고르게 아름답게 깔끔하게 사랑스럽게 눈부시게 잘한다. 우리나라가 흔들리거나 망가지려 한다면, ‘아줌마 대통령’이나 ‘아줌마 국회의원’이나 ‘아줌마 시도지사’가 아닌 ‘얄딱구리한 정치모리배’가 돈과 이름과 힘을 거머쥔 탓이라고 여길 만하다. 그리고 ‘군대를 다녀온 돈·이름·힘이 없는 아저씨’는 집안일을 잘할 줄 안다. 집안일은 ‘군대를 다녀온 아저씨’한테 맡기자. 사납고 슬픈 사슬터(감옥)인 군대인데, 이 군대에서 스스로 살림하면서 살아남은 아저씨한테는 ‘오직 사랑으로 보금자리를 일구고 싶다’는 꿈이 싹트게 마련이다. 2010.10.14.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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