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기계 : 사람이 하던 일을 맡아서 하도록 짜서 기름·땔감으로 돌리는 틀을 으레 ‘기계’라 한다. 스스로 생각을 일으켜서 일을 하거나 놀이를 할 줄 모르는 채, 남이 시키는 대로 따라갈 뿐 아니라, 나라가 시키는 대로 넋빈이로 뒹구는 몸짓일 적에도 똑같이 ‘기계’라 한다. 예전에는 ‘허수아비’라 했지만, 어느새 ‘기계·거수기·로봇’ 같은 새말로 가리킨다. 단추만 누르면 된다고 여기지만, 단추만 눌러도 되도록 길든 채 삶·살림·사랑·숲을 잊고 잃은 몸뚱이라면, 어찌 우리가 스스로 사람일 수 있을까? 2005.9.20.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시골에 무슨 얼어죽을 복싱대회인가?

시골 할매 할배더러

읍내 체육관으로 나와서

복싱 구경을 하라고 외치는

면사무소 공무원은

그저 군수 심부름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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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풀죽임물 : 풀을 죽이려고 뿌리는 물은, 풀을 비롯한 뭇목숨을 모조리 죽이는 구실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풀죽임물’이 아닌 ‘농약’이라는 한자말 이름을 붙인다. ‘약국’이란 약가게일 텐데, 아프거나 앓을 적에 몸에 넣는 ‘약’은 참말로 돌봄빛이나 살림빛 구실일까? 모든 약은 거꾸로 살림길 아닌 죽음길(+ 죽임길)로 몰아붙이는 구실이지 않을까? 풀죽임물을 뿌린 땅에는 맨발이나 맨손으로 못 다닌다. 풀죽임물이 맨몸에 닿으면 살갗이 타들 뿐 아니라 자칫 목숨을 잃을 만하다. 그런데 사람들이 먹는 모든 낟알이며 남새이며 열매이며 과일에 이 풀죽임물이 듬뿍 스민다. ‘살림길 아닌 죽임길인 약’을 아무렇지 않게 자주 많이 먹는 서울살이(도시생활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살림물 아닌 죽임물인 농약’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시골살이로 굳어버렸지 싶다. ‘마약’만 죽임구렁이지 않다. 모든 ‘약’이 죽음수렁이다. 예부터 굳이 ‘약초’라 하지 않았고, 모든 약초는 낱낱이 짚고 보면 그저 ‘잡초’이고, 우리말로는 수수하게 ‘풀’이다. 우리말 이름 ‘풀’은 ‘풀다’를 밑뜻으로 품는다. 모든 찌꺼기를 풀어주는 노릇인 ‘풀’이고, 모든 숨빛을 품는 ‘풀’이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을 ‘푸른별(지구)’이라 한다. 푸른별이란, 사랑을 품고 풀꽃나무를 품어서, 사람들이 서로서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살림을 풀어가는 즐거운 터전일 수 있다. 남들이 아닌 우리 스스로 ‘약·농약·마약·약초’라고 하는 꺼풀스러운 이름을 벗어던지면서 ‘풀을 품는 푸른살림’으로 거듭나려 할 적에 비로소 싱그럽게 깨어나고 거듭나고 날개돋이를 하리라. 2023.9.2.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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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밑에 붙이는 사진은,

요 몇 해 사이에

새롭게 나온,

'죽임물(농약)'을 허벌나게 뿌려대어

모든 거미와 새와 개구리에다가

사람까지 싹 죽여버릴 수 있는

'농약대포'이다.


"농약을 없애자!" 하고 목소리를 내려고

길거리에 나올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이 나라는 그저 썩었다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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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 갑질 : ‘주호민·한수자 갑질’이 불거진 지 한 달이 지난다. 지난 한 달을 돌아보니 ‘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는 ‘주호민·한수자 갑질’ 이야기를 글로 안 다뤘다. 이 세 곳만 ‘주호민·한수자 갑질’이 아닌 ‘장애아 인권’을 다루는 척을 한다. 그런데 ‘주호민·한수자’가 그들 아이를 넣은 어린배움터(초등학교)에는 다른 ‘별아이(장애아)’가 여럿 있다. 다른 별아이는 여태 그 배움터를 잘 다니다가, 그들 ‘주호민·한수자’가 부린 막짓 탓에 배움살이(학교생활)가 엉망진창이 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는 ‘주호민·한수자 갑질’ 탓에 어느 배움터 여러 별아이(장애아)를 비롯한 모든 아이들이 시달리고 들볶이고 괴로운 삶을 안 들여다볼 뿐 아니라, 등지고 등돌리는 셈이다. 모든 아이는 고르게 배울 수 있어야 하고, 즐겁게 놀 수 있어야 한다. ‘주호민·한수자’ 집안 아이만 걱정없이 배움살이를 해야 하는가? 왜 ‘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는 ‘다른 별아이랑 모든 아이들’이 누릴 ‘인권’은 아예 안 쳐다볼 뿐 아니라, 그 배움터 ‘여러 별아이 어버이’가 외치는 눈물어린 목소리에 귀를 닫을까? 적잖은 분들은 ‘조선·중앙·동아’ 세 곳이 사라져야 우리네 글길이 숨통을 트리라 여기는데, ‘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는 ‘주호민·한수자 갑질’을 글로 안 쓸 뿐 아니라, ‘학교폭력 이재영·이다영 쌍둥이자매 갑질’도 여태 글로 안 쓴다. 또한 ‘문재인 정권 태양광패널 부정부패와 막삽질’ 이야기도 아예 글을 안 쓴다. ‘햇볕판(태양광패널)’은 ‘기울기 5°’가 넘는 곳에 놓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온나라 멧자락에 햇볕판이 마구 때려박혔다. 못(호수)하고 바다에까지 때려박혔다. ‘해상국립공원’에 햇볕판을 때려박아도 될까? 왜 길(고속도로)에 지붕으로 햇볕판을 안 놓을까? 가파른 멧자락이나 해상국립공원 바다에 때려박는 햇볕판은 걱정없고, 길에 지붕으로 햇볕판을 놓으면 걱정거리가 있을까? 말썽은 누가 부려도 말썽이다. ‘조선·중앙·동아’나 박근혜가 저지르는 짓만 말썽일 수 없다. ‘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나 문재인이 저질러도 말썽은 늘 똑같이 말썽이다. 우리 집 아이가 설거지를 하다가 그릇을 깨건, 낯모르는 사람이 설거지를 하다가 접시를 깨건, 똑같이 ‘깨뜨린’ 일이다. 이웃집 아재 ‘역주행’이건, ‘이근 대위 역주행’이건, 똑같이 길에서 하지 말아야 할 몹쓸짓이다. ‘내로남불’이라는 멍청짓을 멈출 줄 알아야 한다. ‘내로남불’로는 어깨동무(평화·평등)를 터럭만큼도 이룰 수 없다. 202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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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른 책 : 책집에 있는 책은 그 책집지기가 고른 책이다. 펴냄터에서 찍어낸 책은 펴낸이랑 엮은이가 고른 책이다. 우리가 손에 쥐는 책은, 우리 마음을 이어서 앞으로 아이들한테 물려줄 만한가 아닌가 하고 헤아리는 책이다. 돈을 벌거나 이름을 얻거나 힘을 펴려는 뜻으로 ‘고른 책’이 있다. 마음을 나누거나 사랑을 짓거나 살림을 일구려는 길에 ‘고른 책’이 있다. 고르는 손길은, 고르는 삶길이다. 골라서 읽는 눈길은, 골라서 나아가려는 꿈길이다. 좋거나 나쁘다고 할 책은 없다. 돈바라기를 하려 책은 돈을 바랄 뿐이고, 이름바라기를 하려는 책은 이름을 바랄 뿐이다. 겉으로 번드레하게 보이면서 돈을 잘 벌고 싶기에 풀죽임물(농약)을 잔뜩 뿌릴 뿐 아니라, 갖은 덧죽임물(화학첨가물)을 바르는 우리 민낯이다. 우리가 껍데기 아닌 알맹이를 바라보려 한다면, 글바치나 책바치가 ‘돈·이름·힘’에 휘둘릴까? 글바치나 책바치부터 엉큼하기에 엉큼책을 내놓곤 하지만, 누구보다 우리 스스로 엉큼길을 슬금슬금 나아가니까 글바치나 책바치가 엉큼책을 써내고 팔아치울 수 있다. 책을 고르려 할 적에는, 우리 마음을 먼저 들여다볼 노릇이다. 무슨 뜻이고, 무슨 하루이고, 무슨 꿈인지, 이 셋을 찬찬히 짚고서 책을 고른다면 엉큼질도 엉터리도 엉망진창도 이 땅에서 말끔히 사라지리라. 200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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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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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순 그림책 《가드를 올리고》 : 지난 2019년 가을, 전주 마을책집 〈잘 익은 언어들〉 지기님이 말씀하셔서 고정순이라는 이름하고 《가드를 올리고》라는 그림책을 처음 만났다. 이날부터 고정순 님 그림책을 찬찬히 보았고, 한 해 동안 이녁 모든 그림책을 천천히 다 읽어내면서 생각을 갈무리해 본다. 《가드를 올리고》를 비롯한 고정순 님 그림책을 보며, 이렇게 그림책을 짓는 분이 우리나라에도 있네 싶어 반가우면서, “가드를 내리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거나 살아 본 적이 없거나 사랑해 본 적이 없나 싶어 아쉬웠다. 짧고 굵게 말하자면, 아이를 낳아서 돌보면 된다. 아이를 낳지 않거나 못한다면, 이웃 아이를 돌보거나 같이 놀면 된다. ‘아이’란 0살부터 10살까지 가리킨다. 다시 말해서 갓 태어난 아기부터 바야흐로 어린이로 넘어서며 철이 들 무렵인 아이까지 두루 “가드를 내리고” 마주해 본다면, 고정순 님은 아마 우리나라에서 빛나는 그림길을 열 만하리라 본다. 내가 보기로는 이우경 님 뒤로 아직 걸어 본 사람도 없고 열어 본 적도 없는 그림길이 태어날 듯하다. 한 가지를 잘 해내는 듯 보이는 사람은 많다. 두 가지를 잘 해내기 어렵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우리는 아무것도 잘 해내야 하지 않는다. 그냥 하면 된다. 잘되거나 안되거나 따질 까닭이 없다. 그저 하면서, 그저 하는 동안 스스로 샘솟는 사랑을 지켜보고, 이 샘솟는 사랑을 그저 가없이 펼쳐 올려서 마음에 날개를 달고서 홀가분히 춤추고 노래하면 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렇게 그림책을 짓는 ‘어른’이 하나도 없다고 느낀다. 다만, 어린이 가운데에는 이렇게 그림꽃을 짓는 멋진 눈빛이 꽤 많더라. “가드를 올리고”란 싸우겠다는 뜻이다. “가드를 올리고”는 싸워서 네놈을 무찌르겠다는 뜻이다. 그러니 제발 “가드를 내리고” 두 팔을 번쩍 들고서 폭 안아 주기를 빈다. 손에 동여맨 ‘글러브’를 벗어던지지 않는다면 풀꽃을 쓰다듬지 못 한다. ‘글러브’를 동여맨 손으로는 아기를 안지 못 한다. ‘사각링’도 ‘가드’도 ‘글러브’도 아닌, 풀꽃나무가 넘실거리는 즐거운 보금자리를 지으면서 마당에 나무를 심고 새를 부르면서 하루를 노니는 살림을 지어 본다면, 그림책이 ‘삶빛으로 환할’ 수 있으리라. 2020.12.7.


이 밑글을 쓴 지 세 해가 되어 간다. 2021∼2023년 사이에 새로 나온 고정순 그림책을 모두 챙겨서 읽어 보니, “가드를 더 올리고” 붓을 쥐었구나 싶다. 싸운대서 나쁠 일은 없다. 다만, ‘싸우는 그림책’은 ‘나쁜놈 좋은놈 갈라치기’를 할 수밖에 없고, 어린이한테도 어른한테도 ‘사랑 아닌 싸움’만 보여준다. 싸움(전쟁)을 보여주는 그림책을 마치 ‘평화 그림책’이라고 속이는 오늘날이다만, 사랑(평화)으로 누리는 삶을 보여주지 않고서 어떻게 사랑(평화)을 알거나 배우거나 물려받거나 나눌까? 싸우기(전쟁)만 하는 줄거리와 얼거리로 어떻게 사랑(평화)을 밝힐 수 있을까? “가드를 더 올리고” 붓을 쥐기에 나쁠 까닭은 없지만, 그린이부터 스스로 마음을 갉고 깎는 길이란, 길드는 굴레일 뿐이다. 202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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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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