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기차에서 (2013.8.17.)

 


  기차에서 그림놀이를 한다. 서울에서 순천까지 오는 네 시간 남짓 한 기찻길에서 아이들이 따분해 하지 않도록 종이 한 장을 주고 크레파스를 꺼낸다. 큰아이는 조금 그리다가 그치고, 작은아이도 조금 끄적거리다가 만다. 작은아이가 끄적거리다가 만 종이를 내가 받아서 이모저모 덧바르면서 새 그림을 그린다. 작은아이가 끄적인 자리는 추임새라 여기면서 우리 아이들 마음속에 깃들 고운 ‘결’을 하나씩 헤아린다. 물결, 바람결, 숨결, 꿈결, 이렇게 네 가지를 바라면서 해와 달과 제비와 사마귀를 차근차근 그려 넣어 마무리짓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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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큰아이 난날 (2013.8.16.)

 


  큰아이 사름벼리가 태어난 날에 맞추어 그림을 그린다. “꽃순이 여섯째 난날”이라는 이름과 날짜를 먼저 적고 나서, 아침에 본 나팔꽃을 그리고, 곁에 무지개를 그린다. 그러고 나서 별을 그리고 제비와 꽃을 그린다. 우리 집을 나타내는 후박나무를 한 그루 그리고서는 하늘과 바다와 땅을 찬찬히 빛깔로 입힌다. 사름벼리야, 이 그림은 네가 누릴 삶을 보여준단다. 올해까지 씩씩하게 큰 결대로 앞으로도 튼튼하게 잘 살아가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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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19 10:56   좋아요 0 | URL
그림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는 저까지 다
눈과 마음에 고운 빛 가득 찹니다~!

숲노래 2013-08-19 15:26   좋아요 0 | URL
아이고, 고맙습니다~~ ^^
 

[아버지 그림놀이] 자전거 아이 (2013.7.27.)

 


  종이를 조그맣게 자른다. 작은아이가 ‘동그라미’를 아직 못 그리는구나 싶어, 동그라미 놀이를 하다가 ‘동’이라는 글씨도 하나 적어 본다. 음, 동그라미로구나. 동그라미를 빛깔 입혀 한참 그리다가 자전거가 떠오른다. 아이들과 늘 타고 움직이니까. 자전거에 앞서 아이를 먼저 그렸으면 자전거 타는 아이 그림이 되었을 테지만, 자전거를 먼저 그렸으니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래, ‘자전거 아이’를 안장에 세운다.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훨훨 날듯 달리는 아이가 된다. 꽃밭을 날아가고 바닷물을 가로지르며 하늘과 숲을 넘나드는 ‘자전거 아이’. 이 그림은 우리 집 부엌 벽에 붙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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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8-01 11:24   좋아요 0 | URL
산들보라의 그림은 아주 역동적인데요!

숲노래 2013-08-01 17:51   좋아요 0 | URL
죽죽 긋는 금들이 아주 힘찹니다~

appletreeje 2013-08-01 19:48   좋아요 0 | URL
언제나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을 만나는 일이 참 즐겁습니다.
그림에 덧 붙여지는 모양과 색깔들을 따라가다 어느덧 완성된, 그림을 보면
"와~!"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숲노래 2013-08-01 23:06   좋아요 0 | URL
언제 한 번 집에서 즐겁게 그림놀이 해 보셔요~~~
 

[아버지 그림놀이] 마음을 담아 (2013.7.24.)

 


  시골에서 사진책도서관 꾸릴 수 있도록 꾸준히 도와주시는 분한테 그림을 그려서 띄우기로 한다. 8절 도화지를 넷으로 자른다. 조그맣게 된 하얀 종이에 하나씩 빛깔을 입힌다. 큰아이도 작은 종이에 그리고 싶단다. 8절 도화지를 또 넷으로 잘라 하나는 작은아이 주고 셋은 큰아이 준다. 밥상을 책상 삼아 둘러앉아서 그림을 그린다. 하나씩 그림을 마무리짓는다. 나는 사진으로만 담아도 즐거운데, 사진으로 안 담아도 내 마음에서 태어나 그린 그림이니 벌써 나로서는 한껏 누린 셈이다. 우체국 일꾼이 씩씩하게 그림을 보내 주시겠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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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25 10:49   좋아요 0 | URL
그림들이 하나같이.. 삶과 꿈과 자연과 빛이 어우러져~
참으로 다 좋습니다~*^^*

숲노래 2013-07-25 11:23   좋아요 0 | URL
서로서로 아름답게 꿈꾸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아버지 그림놀이] 큰나무와 함께 (2013.7.19.)

 


  나무그늘 평상에서 아이들과 그림을 그리며 생각한다. 우리 시골집은 어떻게 즐거운 보금자리가 되는가. 음, 아무래도 이렇게 고운 그늘 드리우는 후박나무 있고, 온갖 풀이 돋으며, 나비와 벌이 찾아들고, 모기떼도 한쪽에 있고, 이럭저럭 함께 어우러져서 즐겁겠지. 별과 꽃이 쏟아지는 하늘을 먼저 그린다. 그런 다음 후박나무 줄기와 가지를 그린다. 차근차근 잎사귀를 넣는다. 사랑열매가 빗물처럼 떨어지는 줄기를 따라 무지개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며 바탕빛을 넣고, 아래쪽에 글씨를 넣는다. 그림을 마무리지으며 가만히 돌아보니, 그림에 넣는 글씨는 바로 아이들 한글 가르치는 글이 되겠구나 싶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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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7-21 09:20   좋아요 0 | URL
그림을 올리고 보니, 날짜를 잘못 적었다.
7월 19일에 그린 그림인데, 종이에 7월 18일이라 적었네... @.@

appletreeje 2013-07-21 10:23   좋아요 0 | URL
그림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하나 하나 따라가며 보니까 더욱 즐겁습니다.^^
세번 째 그림에서 아~참 예쁘다! (별무리와 나무에 입히기 시작한 초록 나뭇잎들
노란 꽃들, 그리고 나비들의 예쁜 색깔에 감탄을.. )하다가
무지개 하늘에 달과 해, 무성한 나뭇잎들, 따스하고 폭신한 땅이 모두 하나가 된,
'나무가 서 있는 아름다운 보금자리' 그림에 절로 마음이 환해지네요~
좋은 그림 보면서, 참 행복한 아침입니다~.

숲노래 2013-07-21 18:59   좋아요 0 | URL
누구나 즐겁게 그림을 그리면서 놀면
참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무슨 파니 무슨 기법이니 따질 까닭 없잖아요.
화가 되느니 만화가 되느니 예술가 되느니 하는 그림 아닌
우리 스스로 삶 즐기는 그림
다 함께 신나게 그리며
서로서로 선물하면 얼마아 예쁠까 싶어요~

Nussbaum 2013-07-21 15:04   좋아요 0 | URL
첫번째 그림에 빛이 들어오니 더 싱그러운 느낌이 듭니다.
그림 옆에 적어둔 ㅎㄲㅅㄱ 요건 "함께살기" 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ㅎ

보고 있으니 밝고 명랑한 느낌이 듭니다.
잘 보고 갑니다. ^^

숲노래 2013-07-21 18:59   좋아요 0 | URL
일부러 그러지는 않았는데
후박나무 그늘에서 그리다 보니
나뭇잎 사이사이
예쁜 빛이 잘 들어오더라구요.

아주 고맙게
'사진'도 잘 찍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