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빙글빙글 날기 (2013.9.15.)

 


  크레용을 새로 장만한다. 작은아이가 크레파스를 꽤 많이 씹어먹는 바람에 쓸 만한 빛깔이 많이 사라졌다. 서울마실 하는 김에 빛깔 많은 크레파스를 사려고 조금 큰 문방구에 들렀는데, 가게 일꾼이 크레파스라 하며 건넨 것을 시골에 돌아와서 뜯으니 크레용이다. 어쩐지 값이 비싸다 했더니 왜 크레파스 아닌 크레용을 주었을까. 아무튼, 새 크레용을 마루에 펼치고 큰아이와 작은아이와 나란히 엎드려 그림을 그린다. 아버지는 오늘 빙글빙글 춤추며 날아가는 물방울을 그린다. 이 물방울 자국을 따라 나비랑 제비랑 꽃이랑 나무랑 빗물이랑 달이랑 별을 올망졸망 집어넣는다. 물방울이 날며 남긴 발자국을 점으로 찍느라 품이 많이 들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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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하늘고래 (2013.9.8.)

 


  다른 두 식구 잠든 결에 대청마루에 종이 펼치고 크레파스통 연다. 큰아이는 아버지 옆에 엎드려 함께 그림을 그린다. 아버지는 고래를 그리기로 한다. 큰아이는 저랑 어머니 모습을 그린 뒤, 아버지처럼 ‘하늘 나는 고래’를 그린다. 아버지는 촘촘하게 별을 그리고 무지개하늘 바르느라 품이 많이 들고, 큰아이는 어느덧 세 번째 그림까지 그린다. 네 손도 참 빨라졌구나. 아버지 손이 오늘은 너무 더디었나? 하기는. 고래가 바닷물 철썩이면서 첨벙 날아오르기까지 오래 걸리잖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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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하얀 빛을 (2013.8.31.)

 


  선물상자를 뜯는다. 겉은 시끌벅적한 그림이 있지만 속은 누런 빛 두꺼운 종이로 되었으니, 그림놀이 하기에 딱 좋다. 큰아이한테 한 장 건네고, 나도 한 장 맡아서 그림을 그린다. 큰아이가 문득 말한다. “어, 이 종이에는 하얀 빛 잘 보여! 노란 빛도 잘 보여!” 그래, 흰종이에 그림을 그리면 흰 크레파스는 거의 안 보이지. 누런종이에 그림을 그리면 흰 크레파스 아주 잘 보인단다. 과자상자이든 무슨 상자이든, 알맞게 잘 잘라서 쓰면, 이때에는 그림에 모든 빛을 새롭게 느끼도록 그릴 수 있어.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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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9-02 08:11   좋아요 0 | URL
골판지 울퉁불퉁한 면이 그림에 오히려 색다른 효과를 주어 좋습니다.

숲노래 2013-09-03 08:02   좋아요 0 | URL
바다를 그릴 적에는
이런 골판종이가
참 좋아요~
 

[아버지 그림놀이] 해 물 흙 풀 (2013.8.3.ㄴ)

 


  우리 집에 붙일 그림을 그린다. 우리 집에 무엇이 있으면 즐거우면서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한다. 맨 처음 네 가지는 해와 물과 흙과 풀. 그리고 사람과 바람과 나무와 숲. 이렇게 여덟 가지를 적는다. 아니, 이렇게 여덟 가지를 커다란 나뭇잎, 우리 집 마당 후박나무에서 여름날 떨어지는 가랑잎을 먼저 바탕에 그리고서 집어넣는다. 꽃과 제비는 우리 집 네 식구마다 하나씩 떠올리며 그리고, 풀포기를 그린 뒤, 무지개빛 빙빙 돌도록 마무리를 짓는다. 좋아 좋아.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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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사랑 피어나는 숲집 (2013.8.3.ㄱ)

 


  선물할 그림을 하나 그린다. 선물받을 분 삶을 가만히 헤아린다. 그분한테 아름다울 삶이란 나한테도 아름다울 삶이리라 여기면서, 내가 마음속으로 바라는 한 가지 “사랑 피어나는 숲집”을 그리기로 한다. 글씨를 적고, 무지개비 내리는 하늘을 그린 뒤, 잎사귀·사마귀·잠자리·거미 나란히 어울리는 밑에 해·달·별이 어우러지는 그림을 그린다. 마지막으로는 무지개 빛살 드리우는 바탕을 채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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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23 22:40   좋아요 0 | URL
'사랑 피어나는 숲집'이란 제목도, 그림도 참 좋습니다!
선물 받으실 분의 삶을 가만히 헤아리시며, 마음빛으로 그리신 그림이니
선물 받으실 분도 정말 기뻐하시리란 생각이 듭니다~^^

숲노래 2013-08-24 00:34   좋아요 0 | URL
어느 집에서나 고운 사랑이 몽실몽실 피어나기를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