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보라 네모 그림에 (2013.11.8.)

 


  작은아이가 네모를 그려 주었다. 누나가 그리는 그림을 으레 보니, 누나가 요즈음 한창 그리는 ‘네모난 몸통 자동차 로봇’ 모양을 흉내내었으리라 느낀다. 다만, 작은아이는 여기까지만 그리고 다른 놀이에 눈길을 돌린다. 그림종이는 또 이대로 하나 사라지는가 하고 생각하다가, 작은아이 그림에 덧그림 해 볼까 생각한다. 네모마다 눈과 코와 입을 그린다. 큰아이가 눈과 입은 늘 웃는 얼굴 되도록 하라 말하기에 웃는 얼굴로 그린다. 가장 큰 네모에는 큰아이가 좋아하는 치마를 입힌다. 머리카락 부슬부슬 그려 넣고, 네모들한테 손발 붙인다. 치마네모한테는 한손에 도라에몽 만화책, 다른 한손에는 호미를 쥐어 준다. 꽃 한 송이씩 넣고, 무지개를 넣어 본다. 제비와 나비를 그린 뒤 바탕을 찬찬히 채운다. 작은아이는 무언가 하나씩 새로 그릴 때마다 곁에서 “오잉?” 하면서 웃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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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느티잎 가을빛 (2013.10.30.)

 


  계룡에서 살아가는 이웃한테 찾아간다. 이 집에 아이 둘 있고, 이 집으로 마실온 다른 이웃 아이 둘이 있다. 아파트에서 네 아이는 어떻게 놀까? 어린 아이들이 아파트에서 마음껏 뛰지 못하면서 놀아야 하는데, 저마다 얼마나 후련하게 놀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며 문방구에 들러 그림종이 다섯 장을 장만한다. 아이 있는 집이라면 으레 크레파스 있으리라 여겼고, 크레파스를 마루에 펼친 뒤 내가 먼저 그림을 그린다. 아이들은 서로 종이를 하나씩 얻어 꼬물꼬물 스스로 나타내고픈 이야기를 종이에 담는다. 아파트 이웃집이지만, 이 집까지 걸어오는 동안 느티잎이 길가에 수북하게 떨어졌다. 가을빛 곱게 입은 느티잎을 떠올리며 조그마한 잎사귀 하나에 얼마나 너른 우주와 넋이 깃들었을까 돌아본다. 가을 느티잎이 별비를 맞는 그림은 다른 이웃집에 선물로 주고, 둥그런 가을잎이 햇살처럼 환하게 가을빛 퍼뜨리는 그림은 계룡 이웃집에 선물로 남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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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나뭇잎과 글줄 (2013.10.27.)

 


  로봇을 그리는 큰아이 곁에 엎드려서 풀잎을 그리고 꽃잎을 그린다. 흰종이에 부러 흰꽃을 그려 본다. 흰종이에 그린 흰꽃을 알아볼 사람은 알아볼 테지. 오늘은 좀 다르게 그리고 싶어, 마당에 있는 후박나무 말고 시골길 한참 거닐며 만난 가을날 붉나무를 그린다. 붉나무 잎이 모두 다른 붉은 빛깔이기에 가지도 잎도 다른 빛으로 그려 본다. 제비꽃을 그리는데 풀잎을 잘못 그렸다. 다음에 다시 잘 그리자고 생각하며 커다랗게 나뭇잎 테두리를 그린다. 그러고 나서 무엇을 그릴까 하다가, 글로 줄을 이어 본다. 글줄이랄까 글띠랄까. 빙글빙글 돌며 글을 하나씩 쓴다. 큰아이가 한글 즐겁게 익혀 나중에 하나씩 읽어 보기를 바라며 글띠를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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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30 07:12   좋아요 0 | URL
이 그림도 새롭고 또 참 좋네요!
붉나무도 흰꽃도 보라제비꽃도 까마중(?)도
색색으로 쓰신 글띠도 다 참 좋습니다~

숲노래 2013-10-31 09:54   좋아요 0 | URL
아, 까마중과 까마중꽃도 있어요~~
appletreeje 님도 그림놀이 함께 즐겨요~

oren 2013-10-31 10:34   좋아요 0 | URL
이맘때 산자락에서 가장 붉게 물드는 나무가 '붉나무'더라구요.

'가을색'으로 칠한 붉나무 그림도 아름답고, 알록달록하게 뿌려놓은 글씨들도 여러 색깔로 물든 풀포기처럼 느껴지네요.

숲노래 2013-11-01 05:55   좋아요 0 | URL
붉나무한테서는 어떤 열매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열매나 꽃이 어떠하든
붉나무는 그 붉은 잎사귀만으로도
참 아름답구나 하고 느껴요.
 

[아버지 그림놀이] 작은아이 안고서 (2013.8.14.)

 


  경북 안동으로 마실을 간 여름날, 작은아이를 씻긴 뒤 옷을 갈아입히며 그림놀이를 한다. 토실토실 궁둥이 작은아이는 아버지 품에 안기려고만 하고, 작은아이를 안은 채 그림을 척척 그린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버이라면 다 똑같을 테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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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25 09:14   좋아요 0 | URL
그림 속에 들어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바람처럼 나무처럼 빛처럼..제 눈과 마음을 환하고
즐겁게 밝혀주는 좋은 아침입니다~
아버지와 보라의 모습도 참 좋습니다~*^^*

숲노래 2013-10-25 09:11   좋아요 0 | URL
찍어 주신 분이 잘 찍어 주시기도 했어요~
어쩌다 얻는 이런 고마운 사진들이 참으로 즐겁습니다~

후애(厚愛) 2013-10-25 16:15   좋아요 0 | URL
아버지와 보라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좋은 추억이 남는 사진이 될 것 같습니다~

숲노래 2013-10-25 18:33   좋아요 0 | URL
사진으로도 있으니,
녀석들
커서,
지 아버지가 여름 내내
선풍기 없이 늘 부채질로
땀을 식혀 준 줄
조금은 알아줄까요? ^^;;;;;
 

[아버지 그림놀이] 별꽃 (2013.10.4.)

 


  빗방울꽃과 나뭇잎꽃에 이어 별꽃을 그린다. 별꽃을 그리며 생각한다. 이 그림 받는 분들 마음속에 별빛이 흐르고 별내음이 감돌며 우리 지구별과 이웃 뭇별 사랑하며 아끼는 넋이 싹튼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고 꿈꾼다. 이와 함께, 우리 도서관 살림살이 나아지면서 달마다 도서관소식지와 1인잡지를 씩씩하게 내놓아 우체국마실 다닐 수 있으면 얼마나 재미날까 하고 꿈꾼다. 내 사랑과 꿈을 담뿍 담으면서 그림을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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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08 15:12   좋아요 0 | URL
달마다 도서관소식지와 1인잡지 내놓으시고
재미나게 우체국마실, 다니시리라 꼭 믿습니다~!!

숲노래 2013-10-08 17:02   좋아요 0 | URL
네, 모두모두 곧 즐겁게 빚고 엮고 나누면서
자전거마실 홀가분하게 되리라 믿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