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종이 살려쓰기 그림 (2013.12.28.)

 


  큰아이가 그림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나서 가위로 오린다. 종이인형을 갖고 놀겠단다. 큰아이한테 “벼리야, 그림종이 그림은 오리지 말아야지. 따로 오리는 종이가 있잖아. 빈 우유곽을 오려서 쓰면 되는데, 왜 그림종이를 오리니.” 하고 이야기한다. 큰아이가 종이인형 자리만 빼고 버리려는 종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 종이가 아깝다고 느낀다. 네 아버지 어릴 적에는 이만 한 종이조각조차 몹시 아끼면서 썼는데. 그래, 끄트머리를 살려서 다른 그림을 그려 볼까? 아이가 종이를 오려 종이인형 만들듯이, 나도 뭔가 오려서 쓸 그림을 만들어 보면 되겠네. 큰아이가 한손에는 연필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호미를 쥔 모습을 그린다. 종이가 작으니 웃몸만 그린다. 그러고는 종이배에 탄 모습으로 한다. 종이배는 하늘을 날고 무지개를 탄다. 별과 달이 반짝반짝 빛나며 우리 아이를 반긴다. 아버지가 쪽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던 큰아이가 ‘제 모습’을 그리니 거들겠다면서 예쁜 빛깔을 입혀 준다. 다 마무리를 짓고는 가위로 잘라, 벽에 붙인 아이들 그림과 사진 사이에 살짝 끼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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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4-01-01 21:39   좋아요 1 | URL
아니.. 정말로 저 그림을 따님이 그린거에요?? 와~ 그림 잘 그리네요.. 게다가 똑똑하기까지.. 자리가 모자라니까 저렇게 반짝거리는 생각을 하는군요~^^

숲노래 2014-01-01 21:57   좋아요 1 | URL
쪽그림은 제가 그렸어요 ^^
그 그림에서 종이배 자리만 큰아이가 빛깔을 입혔습니다 ^^

아이하고 곧잘 그림놀이를 하는데
그런 그림놀이 가운데 하나예요~
 

[아버지 그림놀이] 나 그려 주셔요 (2013.12.22.)

 


  큰아이 사름벼리가 문득 걸상에 앉더니 “나 그려 주셔요.” 하고 말한다. 종이와 연필까지 갖다 준다. 왜 제 모습을 그려 달라는 생각을 했을까. 걸상에 앉은 여섯 살 아이가 살짝살짝 웃음을 띈다. 사각사각 연필 소리를 들으면서 큰아이 앉음새를 그림으로 옮긴다. 다 그리고 보니 살짝 띈 웃음빛을 제대로 못 담았다. 이것 참 미안하네. 큰아이가 그림을 보더니 “아이, 아니잖아!” 하면서 방 한쪽 구석에 돌아앉아 그림을 지우개로 지운다. 입을 지우고 입꼬리 주욱 늘려 웃음입이 되도록 한다. 그러고는 아버지가 안 그린 제 바지 무릎 꽃무늬를 그리고는, 걸상 뒤쪽을 마저 그린다. 제 이름 넉자 ‘사름벼리’도 적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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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2-23 10:43   좋아요 0 | URL
"아이, 아니잖아!" ㅋㅋ
갑자기 어린왕자의 양그림이 떠오르네요~ㅎㅎ
참으로 어여쁜 어린이~사름벼리!~*^^*

숲노래 2013-12-23 11:05   좋아요 0 | URL
그림 함부로 못 그린다니까요 ^^;;;
아이가 보는 눈이 워낙 높아서요 ^^;;;;

후애(厚愛) 2013-12-23 13:59   좋아요 0 | URL
그림은 저보다 사름벼리가 잘 그리는 것 같아요.^^;;;

숲노래 2013-12-23 15:10   좋아요 0 | URL
후애 님은 후애 님 삶빛을 즐겁게 그리시면 되어요~~ ^^
 

[아버지 그림놀이] 사름벼리 날자 (2013.12.17.)

 


  꽤 오래 아이하고 그림놀이를 못 했다. 아이 혼자만 그림놀이를 했다. 아버지가 해야 할 일이 잔뜩 밀리기도 했지만, 좀처럼 아이한테 제대로 곁을 주지 못했다.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이 그득 쌓인 어느 날 저녁,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싶어, 밀린 일을 더 미루기로 하고 접는다. 그러고는 종이를 펼친다. 작은아이가 이래저래 슥슥 금 몇 줄 긋고 던진 종이에다가 나도 덩알아 슥슥 그린다. 큰아이를 헤아리면서 큰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훨훨 나는 이야기를 그려 본다. 구름을 넘고 별과 나란히 하늘을 날도록 그린다. 이 그림을 그리고 아이들과 잠든 날, 새벽까지 하늘 나는 꿈을 꾸었다. 아이더러 하늘 날도록 그림을 그렸는데 왜 내가 하늘을 날았을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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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대잎 사이 무지개눈 (2013.12.1.)

 


  낮에 아이들과 마을 한 바퀴를 천천히 거닐면서 대잎놀이를 즐긴다. 아이들은 처음에 억새잎 훑고는 손바닥에 얹어 후후 날리더니, 이내 대잎을 뜯어 하나씩 입에 물고 논다. 한겨울에도 푸른 잎사귀는 동백나무와 소나무와 후박나무와 잣나무, 여기에 대나무가 있다. 한참 대잎을 갖고 놀았기에 저녁에 아이들이 그림놀이 하는 곁에서 살그마니 대잎을 그려 본다. 먼저 대잎을 죽 그리고는, 대잎 한복판에 별을 하나 그리고 둘레에 말을 하나 적는다. 별 하나 말 하나 죽죽 잇다가는, 대잎을 풀빛이 아닌 무지개빛으로 채운다. 그리고, 겨울 대잎답게 겨울에 소복소복 눈 내리는 모습으로 마무리. 무지개빛 눈송이 그리느라 품이 많이 들었지만, 예쁘게 마무리되었다고 느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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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별제비가 물고 오는 (2013.11.19.)

 


  오늘은 제비를 그린다. 제비를 큼지막하게 그린 다음 제비 깃빛을 그리지 않고 별을 그린다. 별을 그리고 나서 무지개빛을 입힌다. 별제비 또는 무지개제비 된다. 별제비는 나뭇잎을 물고 찾아온다. 어떤 나뭇잎인가? ‘숲집’이라는 나뭇잎이다. 우리 보금자리가 숲이 되어 푸른 바람 싱그러이 불도록 할 나뭇잎을 물고 온다고 할까. 별제비가 숲집 나뭇잎 물고 오는 동안 봄비가 내리는데, 봄비는 ‘삶빛’과 ‘꿈빛’과 ‘책빛’과 ‘말빛’이다. 이 빛비를 맞으며 들판에 꽃이 피어나고 풀이 자란다. 하늘에는 구름이 무지개처럼 흐른다. 큰아이가 옆에서 그림그리기를 거들어 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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