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아이 그림에 마무리 (2014.5.12.)



  큰아이가 그림을 그린다. 작은아이와 나는 별바라기 놀이를 마당에서 한다. 한참 놀다가 들어오니, 큰아이가 그림 하나를 그린 뒤, 바탕에 무언가 더 그리려다가 그만두고 새로 그림을 더 그린다. 큰아이가 그리다가 그친 그림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대로 둘 수도 있지만 살짝 허전하다. 그래서, 하늘에 구름만 있기보다, 아이가 선 땅에 풀이 푸릇푸릇 돋아 싱그러운 바람이 불기를 바라면서 여러 가지 풀을 그려 넣는다. 풀을 그린 뒤 나무를 그릴까 하다가 꽃을 그리기로 한다. 큰아이가 묻는다. “왜 꽃을 그려? 왜 꽃을 많이 그려?” “벼리 마음에 언제나 꽃내음이 맑게 흐르라고.” 꽃을 다 그리고서 구름에 무늬를 입힌다. 구름에 무늬를 다 입히고는 하늘을 알록달록하게 바른다. 온갖 빛이 골고루 어우러진 아름다운 삶이 되기를 바라면서.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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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새봄맞이 제비꽃잔치 (2014.3.30.)

 


  해마다 우리 집 제비꽃이 늘어난다. 우리 집만 우리 마을에서 농약을 안 쓴다. 풀도 웬만해서는 그대로 둔다. 풀을 그대로 두니 뒤꼍 흙이 차츰 살아나고 옆밭 흙도 무척 기름지다. 흙에는 꼭 거름을 주어야 하지 않는다. 풀잎이 흙으로 돌아가고 나뭇잎이 떨어져서 모이면 흙이 살아난다. 밭이라 하더라도 곁에 나무가 있어 나뭇잎이 틈틈이 떨어져 흙을 살릴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게다가 나뭇잎이 떨어진 자리에는 풀이 잘 안 난다. 애써 농약을 쳐야 풀이 덜 돋지 않는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한결 눈부신 제비꽃잔치를 구경하기에, 이 기쁨을 노래하고 싶어 ‘새봄맞이 제비꽃잔치’ 그림을 그린다. 마당 평상에 엎드려서 한참 차근차근 그린다. 우리 집 네 식구에 맞추어 제비꽃을 네 송이 그리고, 두 아이가 평상에 널을 걸쳐 미끄럼놀이 하는 모습을 그린다. 제비꽃 둘레로 돌나물을 그리는데, 큰아이는 돌나물이 나비로 보이는가 보다. 그렇게 보니 또 그렇구나. 두 아이가 노는 둘레로 해님이 맑고 환하게 빛난다. 우리 집은 꽃집이라는 뜻에서 꽃송이를 잔뜩 집어 넣고, 우리 집은 숲집이 된다는 뜻에서 나뭇잎도 곳곳에 그려 넣는다. 다 그리고 나서 두 팔을 치켜든다. 아, 내가 그린 그림이 이렇게 좋구나. 그림 끝에 “우리 숲에서 놀자.”라는 말을 덧붙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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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향기로운 금쪽 (2014.3.25.)

 


  이웃한테 편지를 부치는 김에 조그맣게 그림을 하나 그려 본다. 이웃님은 네 식구인데, 네 식구 가운데 두 사람 이름을 적는다. 작은 종이에 그리기도 했기에 네 식구 이름을 다 넣지 못했지만, 나중에 또 그릴 일이 있으리라 여겨 두 사람 이름만 적기도 했다. 어떤 이야기를 넣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구름 무늬를 알록달록 넣는다. 구름 무늬만 넣으면 밍숭맹숭할 듯해서, 꽃을 빨갛게 그린다. 꽃을 감싸는 푸른 나뭇잎을 그린다. 나뭇잎을 감싸는 파란 별을 그린다. 파란 별이 하늘을 날며 땅에 드리우는 별비를 그린다. 여러모로 엉성하게 그리고 말았구나 하고 느낀다. 다음에는 제대로 큰 종이에 시원스럽게 그려야겠다고 생각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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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바닷가 놀이순이 (2014.3.15.)

 


  바닷가로 나들이를 간다. 큰아이가 작은 나무작대기로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나 그려 주세요.” 하고 말한다. 그래, 그리지. 이렇게 넓은 그림판이 있으니 말이야. 커다란 대나무를 들고 척척 머리카락부터 그린다. 바람에 나부끼는 큰아이 머리카락을 한 올 두 올 그린다. 얼굴과 눈을 그리고, 입과 코를 찍는다. 팔을 척 벌리는 모습으로 그린다. 두 다리도 껑충 뛰는 모습으로 그린다. 바닷가에서도 마당에서도 언제나 훨훨 날고 껑충껑충 뛰는 놀이순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린다. 다 그리고 재미 삼아 뽕뽕뽕을 그려 넣는다. 아이 이름 넉 자를 적는다. 커다랗게 사랑무늬를 넣고, 옆에 제비 한 마리를 넣는다. 그러니까, 아이가 껑충 뛰어 제비와 함께 날아다니며 논다는 뜻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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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피어나는 사랑 (2014.3.7.)



  우리 집 일곱 살 큰아이와 또래인 아이가 있는 이웃한테 찾아간다. 아이들은 저희끼리 잘 어울리면서 논다. 이웃 아이하고 이웃 어머니한테 선물을 하려고 그림을 그린다. 어떤 말빛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그릴까 하고 헤아리다가, 잎과 꽃과 별 세 가지를 가슴에 담으면서, 찬찬히 피어나는 사랑으로 꿈을 꾸는 나날이 되기를 바란다. 별비가 내리고 꽃내음이 퍼지는 무지개가 온 집안에 감돌 수 있기를.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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