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걷는사람 에세이 7
김봄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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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1.12.

다듬읽기 145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김봄

 걷는사람

 2020.8.10.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김봄, 걷는사람, 2020)를 읽는 내내 갸우뚱했습니다. “이낙연 좋아하기”를 하는 왼날개도 있을는지 모르지만, 오른쪽하고 나란히 서면서 새길을 바라보는 왼쪽이라면, 미움도 불길도 싸움도 비아냥도 아닌, 어깨동무를 하면서 말을 섞어 이야기를 펴는 길이라고 여깁니다. ‘저짝’만 안 찍기에 ‘좌파’나 ‘진보’이지 않습니다. 어느 쪽을 찍든, 스스로 이 삶에 사랑을 심기에 왼날개요, 손수 살림짓기를 하면서 순이돌이가 어깨동무를 하기에 왼길이며, 언제나 숲빛으로 푸르게 물들면서 풀꽃나무랑 새를 이웃으로 여기기에 왼사람입니다. 그러면 누가 오른사람·오른길·오른발일까요? 왼손이 새길을 가도록 북돋우면서 든든히 지키고 기다리고 바라볼 줄 아는 넉넉한 품일 적에 오른빛입니다. 왼쪽은 앞장서는 길이고, 오른쪽은 둘러보면서 뒤를 다스리는 보금자리입니다. 왼쪽은 새롭게 달리고 뛰고 놀이한다면, 오른쪽은 꾸준히 일하는 밑동이나 줄기라고 하겠습니다. 사람도 나무도 벌레도 나비도, 왼오른이 나란하기에 숨결입니다. 기울어진 나무는 쓰러져 죽습니다. 기우는 사람도 외곬로 치닫으며 꼰대에 먹통으로 뒹굽니다.


ㅅㄴㄹ


딱 하나 정리하지 못한 게 있었다

→ 딱 하나 추스르지 못했다

→ 딱 하나 치우지 못했다

7쪽


뜨끔했지만, 우선은 대충 얼버무렸다

→ 뜨끔했지만, 얼버무렸다

7쪽


뭔가가 자라고 꽃이 피고

→ 뭔가 자라고 꽃이 피고

9쪽


봄에 배양토를 사다가

→ 봄에 밑흙을 사다가

→ 봄에 까만흙을 사다가

→ 봄에 살림흙을 사다가

9쪽


합가를 강력히 원하고 있었는데

→ 함께살자고 소리를 높이는데

→ 같이살자고 목소리 높이는데

10쪽


그걸 또 결사반대하는 입장이었다

→ 이를 또 싫어한다

→ 이를 또 꺼린다

→ 이를 또 뿌리친다

10쪽


돌봄에 대해 확실한 자기 생각을 가지고 있는

→ 어떻게 돌볼는지 뚜렷하게 생각하는

→ 돌봄길을 스스로 똑똑히 생각하는

→ 돌보는 길을 제 나름대로 생각하는

18쪽


어린 시절 살았던 건물의 옥탑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 어릴 적 살던 곳에 있는 하늘채로 들어갔다

→ 어린날 살던 데에 있는 하늘칸으로 들어갔다

34쪽


사랑을 나눈다는 게 얼마나 책임과 가책을 함께하는 것인지

→ 사랑을 나누려면 얼마나 짊어지고 돌아봐야 하는지

→ 사랑을 나눌 적에 얼마나 짐스럽고 탓해야 하는지

38쪽


아버지의 고단한 삶 속에는

→ 아버지는 고단히 살면서

→ 고단히 살아온 아버지는

48쪽


젊은 시절 농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었다고

→ 젊은날 풀죽임물을 먹고 죽으려 한 적이 있다고

49쪽


각진 턱을 가졌고

→ 모난 턱이고

→ 턱이 뾰족하고

49쪽


짧은 기고문을 썼는데

→ 글을 짧게 썼는데

→ 글을 짧게 실었는데

→ 토막글을 보냈는데

76쪽


이후에도 불편부당한 일은 학교 엔에서건 밖에서건 연일 일어났고

→ 나중에도 어정쩡한 일은 배움터에서건 밖에서건 늘 일어났고

→ 그 뒤로도 배움터에서건 밖에서건 으레 두루뭉술했고

80쪽


고양이 바라를 입양한 것은 내가 등단한 2011년도의 일이다

→ 고양이 바라는 글이름을 낸 2011년에 데려왔다

→ 고양이 바라는 내 글을 선보인 2011년에 맞이했다

92쪽


처음 이식받은 정치적 선입견 때문에

→ 처음 물려받은 외눈길 때문에

→ 처음 이어받은 외곬눈 때문에

104쪽


아주 깊은 호감을 가지고 있었으니

→ 아주 좋아했으니

→ 아주 마음에 들었으니

→ 아주 눈을 반짝였으니

158쪽


글을 쓰기 위해 밀착취재를 하게 될 거라고 전하자

→ 글을 쓰려면 가까이 지내야 한다고 알리자

→ 글을 쓰려고 곁에 붙는다고 얘기하자

→ 글을 쓰자면 지켜봐야 한다고 말하자

164쪽


페이소스라는 단어를 정치인의 입에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 눈물이라는 낱말이 벼슬꾼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다

→ 눈물꽃이라는 말을 감투꾼이 들려줄 줄은 몰랐다

→ 슬픔꽃이라는 낱말을 벼슬아치가 읊을 줄은 물랐다

→ 마음빛이라는 말을 감투잡이가 할 줄은 몰랐다

164쪽


작년 여름, 프랑스에 갈 일정이 있었고

→ 지난여름, 프랑스에 갈 일이 있었고

17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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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 여자 불편해
최영미 지음 / 이미출판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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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1.11.

다듬읽기 118


《난 그 여자 불편해》

 최영미

 이미

 2023.2.21.



  《난 그 여자 불편해》(최영미, 이미, 2023)는 글님을 거북하게 여기는 둘레 목소리에 어떻게 마주했는가를 털어놓는 줄거리입니다. 웃사내질에 응큼질에 노닥질을 일삼는 이 나라 글담 한켠을 밝히고서 글을 실을 자리를 잃었다고 하는데, 이 꾸러미에는 ‘조선일보·농민신문·해럴드경제’에 실은 글을 담았어요. 글담은 틀림없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영미 님도 이 글담을 오래 누려왔고, 오늘도 누립니다. 이쪽도 저쪽도 그쪽도 글담입니다. 이제는 담벼락 아닌 놀이터로 갈아엎을 때라고 느껴요. “비싼 밥집”을 누리는 서울 한복판부터 벗어날 때입니다. 시골에서 아이를 돌보는 글바치는 글꾸러미를 매듭지을 즈음 빨래를 하고 집안일을 하고 밥을 지어서 차리고서 숨을 돌립니다. 이런 시골 글바치더러 “조용히 아이하고 누리는 하루를 글로 담아서 펼쳐 보라”고 묻는 곳은 아직 없어요. ‘브레이크 타임’도 ‘책 파티’도 아닌, 또 여름 날씨를 “재앙에 가까운 더위”라 여기는 눈도 다독여야, 비로소 글빛이 살아날 텐데 싶습니다.


ㅅㄴㄹ


그녀는 우리를 도발해 말을 하게 한다

→ 그이는 우리를 들쑤셔 말을 시킨다

→ 그이는 우리를 건드려 말을 자아낸다

12쪽


재앙에 가까운 더위를 견디느라

→ 너울대는 더위를 견디느라

→ 벼락같은 더위를 견디느라

→ 불벼락 더위를 견디느라

13쪽


브레이크 타임이 있는 식당에 난 가지 않는다

→ 나는 쉴참이 있는 밥집에 가지 않는다

→ 나는 낮에 쉬는 밥집에 가지 않는다

18쪽


문단권력을 비판한 나를 그들은 좋아하지 않으며

→ 그들은 글담을 나무란 나를 좋아하지 않으며

26쪽


문인이며 방랑시인이었던 김시습의 산문을

→ 글바치이며 떠돌이새이던 김시습 삶글을

→ 붓꾼이며 별나그네이던 김시습 글자락을

→ 먹물이며 바람꽃이던 김시습 글줄을

30쪽


고통스러운 과거를 천연덕스럽게 풀어나가는 재능에 나는 반했다

→ 나는 괴로운 어제를 스스럼없이 풀어내는 솜씨에 반했다

39쪽


남성 문인들의 성적인 괴롭힘은 한국 문단의 관행이었다

→ 글쓰는 사내는 우리 글밭에서 추레하게 괴롭혀 왔다

→ 글쓰는 놈들은 우리 글판에서 노닥이며 괴롭혀 왔다

55쪽


갓 등단한 내가

→ 갓 나온 내가

→ 갓 첫선인 내가

55쪽


내 글이 감정보다 이성에 호소하기 바란다

→ 내 글이 마음보다 넋에 부르짖기 바란다

→ 내 글이 느낌보다 빛에 외치기 바란다

57쪽


움직일 수 없는 사실과 진실이 있었다

→ 움직일 수 없는 모습과 참이 있다

→ 움직일 수 없는 겉모습과 참길이 있다

65쪽


살아야겠다는 본능에 충실했다

→ 살아야겠다는 몸짓에 따랐다

→ 살아야겠다는 느낌에 맡겼다

74쪽


얼마 전에 친구들과 책 파티를 했다

→ 얼마 앞서 동무하고 책잔치를 했다

142쪽


나의 하루는 숫자에서 시작해 숫자로 끝난다

→ 나는 하루를 셈으로 열어 셈으로 끝낸다

163쪽


원고를 보내기 전후에 나는 고급 식당에 간다

→ 글을 보내는 앞뒤로 비싼 밥집에 간다

→ 글을 보내는 사이에 값비싼 밥집에 간다

21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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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를 말하기 (리커버) -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위하여
김하나 지음 / 콜라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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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1.8.

다듬읽기 140


《말하기를 말하기》

 김하나

 콜라주

 2020.6.30.



  《말하기를 말하기》(김하나, 콜라주, 2020)를 읽는데, ‘말’을 ‘한다’기보다는, 자꾸 ‘만들’거나 ‘꾸미’거나 ‘씌우’는구나 싶습니다. 말은 그저 하면 됩니다. 말이란, 마음을 담아서 들려주는 소리입니다. 나는 내 마음을 내 나름대로 말로 그리고, 너는 네 마음을 네 나름대로 말로 풀어요. 마음하고 마음을 주고받기에 ‘이야기’라 하지요. ‘이야기 = 잇는 길’입니다. 마음하고 마음을 말이라는 길로 잇기에 ‘이야기’라서, ‘이야기 = 나누는·주고받는·오가는 말과 길’이라 할 만합니다. 그런데 말을 하기보다는 만들거나 꾸미거나 씌우면, 마음이 오가지 않고 오히려 막히거나 막을 테지요. 구태여 멋을 부려서 쓰는 말이란 덧없습니다. 어깨힘을 빼고 마음을 들려주면 됩니다. 멋지거나 예뻐 보이려고 꾸미지 말아요. 마음이란, 꾸미면 꾸밀수록 빛을 잃어요. 투박하고 수수하고 쉽게 말빛을 살리는 사람은, 스스로 마음밭에 사랑씨앗을 심습니다. 여러모로 안타까운 책입니다.


ㅅㄴㄹ


지금 이 순간은 조금 초현실적이다

→ 오늘 이 한때는 조금 꿈같다

→ 오늘 여기는 조금 믿기지 않는다

→ 오늘 이 하루는 조금 거짓같다

15쪽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극소수의 사람 외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 내가 아늑하게 느끼는 몇몇이 아닌 사람들 앞에서

→ 내가 포근하게 느끼는 드문 사람들이 아니라면

17


반장이라는 자리가 주어지자 나의 말하기 패턴은 판이하게 바뀌었다

→ 내 말결은 모둠지기 자리를 맡자 바뀐다

→ 나는 모둠빛지를 맡고서 다르게 말했다

→ 나는 두레지기를 하면서 말씨를 바꾸었다

23


나의 언어생활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 내 말글살이는 새길을 맞는다

→ 내 말살림은 새롭게 나아간다

→ 내 글밭은 새 너울목을 맞는다

27


누구든 말하기의 교사로 삼을 수 있다

→ 누구든 말하기를 가르칠 수 있다

→ 누구든 말하기 길눈으로 삼을 수 있다

→ 누구든 말빛잡이로 삼을 수 있다

44


가장 큰 변화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미리 재단하지 않게 된 것이다

→ 이제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미리 가르지 않는다

→ 어느새 나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미리 끊지 않는다

→ 어느덧 나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넘겨짚지 않는다

50


실질적인 우리집의 가훈이 무엇인지를 저는 세월이 한참 흘러서야 불현듯 깨닫게 됐습니다

→ 저는 우리집 배움말이 무엇인지를 한참 흘러서야 불현듯 깨달았습니다

→ 저는 우리집에서 무엇을 가르쳤는지 한참 흘러서야 불현듯 깨달았습니다

70쪽


대다수가 혼곤히 전멸한 상황에서

→ 다들 꾸벅꾸벅 조는데

→ 거의 꿈나라로 가는데

→ 아홉열은 해롱거리는데

82


국문학을 전공한 나는 구비문학을 공부할 때 그 말소리의 리듬감이 어찌나

→ 나는 우리글밭을 다루며 삶글을 익힐 때 말소리가 어찌나

→ 나는 글꽃밭에서 시골말을 배울 때 말가락이 어찌나

→ 나는 배달글길을 파며 살림글을 들을 때 말빛이 어찌나

202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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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와 함께 떠나는 다문화 속담 여행 - 아시아 여덟 나라 이야기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지음, 김영순 그림 / 대교출판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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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1.6.

다듬읽기 137


《유네스코와 함께 떠나는 다문화 속담 여행》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글

 김영순 그림

 대교북스주니어

 2010.12.20.



  《다문화 속담 여행》(국제이해교육원, 대교북스주니어, 2010)은 우리하고 멀잖은 여덟 이웃나라에서 흔히 주고받는 삶말(속담)을 놓고서 저마다 어떤 삶이 흘러왔는가를 들려줍니다. 이웃겨레하고 이웃살림을 헤아리는 즐거운 징검다리일 수 있을 텐데, 썩 우리말씨를 못 살린 대목은 아쉽습니다. 어린이가 읽기에는 말씨가 어렵기도 합니다. 또한 첫 삶말부터 “편안함을 준다” 같은 옮김말씨가 튀어나와요. 밀은 ‘밀밭’을 짓는다고 하고, 쌀은 ‘무논’을 짓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밭’이나 ‘논’이 아닌 ‘농로’나 ‘늪지대’라 하면 어린이가 어떻게 알아들을까요? 삶말 한 마디에 흐르는 이야기란, 우두머리나 임금님이나 글바치가 아닌, 아이를 낳아 돌보는 수수한 사람들이 손수 가꾸고 돌보고 지은 살림살이에서 비롯한 하루입니다. 이웃말을 헤아리기 앞서 우리말부터 좀 제대로 헤아릴 일입니다.


ㅅㄴㄹ


+


편안함을 준다

→ 아늑하다

→ 포근하다

12


우리 거리에서도 잔치가 열릴 것이다

→ 우리 거리에서도 잔치가 열린다

21


마할라의 주민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장소는

→ 마할라 사람들이 모이는 손꼽히는 곳은

→ 마할라 사람들이 흔히 모이는 데는

22


강의 물은 봄에 늘어나고, 사람의 가치는 노동에 의해 늘어난다

→ 냇물은 봄에 늘어나고, 사람값은 땀방울로 늘어난다

26


도를 깨우치지 못한 승려가 승복을 염색해서 무엇하는가

→ 길을 깨우치지 못한 중이 중옷을 물들여서 무엇하는가

38


밀은 농로 주변에서 잘되고, 쌀은 낮은 늪지대에서 잘된다

→ 밀은 논둑 둘레에서 잘되고, 쌀은 낮은 논에서 잘된다

43


요일별로 색깔을 정해 놓고 옷을 입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 이레에 따라 빛깔을 잡아 놓고 옷을 입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64


작은 일을 하는데 어리석게도 큰 장비나 도구를 사용한다는 뜻입니다

→ 작은 일을 하는데 어리석게도 큰 살림이나 연장을 쓴다는 뜻입니다

86


남부 지역에서는 1년 내내 벼농사가 가능하여 삼모작 농사를 하고, 북부 지역에서는 이모작 농사를 합니다

→ 마녘에서는 한 해 내내 논짓기를 하여 세그루를 짓고, 높녘에서는 두그루를 짓습니다

→ 마녘에서는 한 해 내내 논일을 하여 세그루갈이요, 높녘에서는 그루갈이입니다

114


오히려 바닥에 앉게 되었다

→ 오히려 바닥에 앉는다

134


웃는 집에는 복이 온다

→ 웃는 집은 즐겁다

→ 웃는 집은 기쁘다

226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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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나의 마을
다시마 세이조 지음, 황진희 옮김 / 책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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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1.4.

다듬읽기 136


《그림 속 나의 마을》

 다시마 세이조

 황진희 옮김

 책담

 2022.6.15.



  《그림 속 나의 마을》(다시마 세이조/황진희 옮김, 책담, 2022)은 1992년에 나온 “繪の中のぼくの村”을 옮깁니다. 일본글을 보면 알듯이, 일본은 ‘の’ 없이는 글을 못 쓰는 버릇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일본도 먼 옛날에는 이렇게 글을 안 썼어요. 우리는 ‘우리’나 ‘내’라 할 뿐, ‘나의’라 안 합니다. “그림 속”도 우리말씨가 아니예요. 우리말로는 “그림으로 남은 마을”입니다. 또는 “우리 마을을 그리다”나 “우리 마을 그림”이라 하면 되어요. 이제 사라져서 그림으로만 돌아보는 옛마을 이야기처럼, 우리말과 우리말씨와 우리말결도 사라지는 셈일까요? 조금만 헤아리고 마음을 기울이면 누구나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쓸 수 있습니다. 죽은 낱말을 안 살려도 되어요. 어린이 곁에서 어린이하고 어깨동무로 뛰노는 눈망울로 글자락을 여미면 넉넉합니다. 남이 나를 돕지 않아요. 스스로 일어서고 배우고 나누고 펴면서 빛납니다. 말부터 살려야 마음과 마을도 살아납니다.


ㅅㄴㄹ


#田島征三 #繪の中のぼくの村

1992년


수레에 가득 실린 살림 도구들 사이에

→ 수레에 가득 실은 살림 사이에

9


그렇게 불안하고 두려울 수가 없었다

→ 무척 두려웠다

→ 몹시 두려웠다

10


소리가 전해지지 않는 경우에도 구멍 안에서 물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구멍에서 물살을 느낄 수 있다

→ 소리가 안 들려도 구멍에서 물결을 느낀다

20


오랜 시간 동안 누군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오랫동안 누가 오기를 기다렸다

30


유키히코와 나는 자석처럼 붙어 지냈기 때문에

→ 유키히코와 나는 붙어 지냈기 때문에

35


아이들의 대합창이 시작되었다

→ 아이들은 한목소리로 외친다

→ 아이들이 한꺼번에 소리친다

83


바위 위에서 낚싯줄을 드리웠다

→ 바위에서 낚싯줄을 드리웠다

→ 바위에 앉아 낚싯줄을 드리웠다

129


무엇보다 가장 달라진 것은 산의 모양새였다

→ 무엇보다 멧결이 가장 달라졌다

→ 무엇보다 멧자락이 달라졌다

135


내가 그리는 그림에만 존재하게 되었다

→ 내 그림에만 남았다

→ 내 그림에만 있다

136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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