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기한 박물관에 출근한다 5
사와라 토모 지음, 나민형 옮김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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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9.26.

다듬읽기 45


《나는 신기한 박물관에 출근한다 5》

 사와라 토모

 나민형 옮김

 시리얼

 2021.4.25.



  《나는 신기한 박물관에 출근한다》를 읽다가 자꾸 걸립니다. 옮김말이 영 안 알맞구나 싶고, 잘못 옮겼을 텐데 싶기도 하고, 일본말씨하고 옮김말씨를 그대로 두기 일쑤이거든요. 석걸음을 읽을 무렵 책이름을 찾아보니 더 얄궂군요. “へんなものみっけ”는 어떻게 옮겨야 어울릴까요? 영어로 이 그림꽃을 보는 분들은 “I Found Something Strange”로 옮겼더군요. ‘낯설다·보다’를 바탕으로 보았습니다. ‘신기’하고는 다른 길인 ‘낯설다’입니다. ‘낯선보기’라든지 ‘낯선하루’라든지 ‘낯선길’로 옮길 수 있고, “낯설지만 새로워”나 “낯설기에 즐거워”로 옮겨도 어울립니다.‘식흔·낙우송·적을 두다·귀국자녀’ 같은 일본말씨는 그대로 두어야 할까요? 아니면 우리 나름대로 짚고 헤아리고 살펴서 길을 찾아야 할까요? 여러모로 낯설 수 있는 말마디이기에 오히려 새롭고 재미있다고 여기면서 차근차근 다가서 즐겁게 풀어내거나 옮길 수 있습니다.


ㅅㄴㄹ


#早良朋 #へんなものみっけ #I Found Something Strange


《나는 신기한 박물관에 출근한다 5》(사와라 토모/나민형 옮김, 시리얼, 2021)


오랜만의 휴일에 비라니

→ 오랜만에 쉬는데 비라니

6쪽


이 오니구루미에 난 식흔(食痕)은 쥐군요

→ 이 오니구루미에 난 밥자국은 쥐군요

→ 이 오니구루미를 갉은 자국은 쥐군요

→ 이 오니구루미를 먹은 자국은 쥐군요

12쪽


낙우송이 많은 습지림이 아니었을까요

→ 잎깃나무가 많은 늪숲이 아니었을까요

20쪽


인류학 연구실에 적을 두고

→ 사람밭 배움칸에 깃들고

→ 사람숲 살핌칸에 머무르고

27쪽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거든

→ 사람들이 몰려들거든

→ 사람들이 많이 오거든

42쪽


접수하시는 분들이 친절하네

→ 맞이하는 분이 따뜻하네

→ 받는 분이 사근사근하네

49쪽


귀국자녀라서 어렸을 때 10년 정도 미국과 일본을 오갔어

→ 바깥손이라서 어렸을 때 열 해쯤 미국과 일본을 오갔어

→ 돌림살이라서 어렸을 때 열 해쯤 미국과 일본을 오갔어

11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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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생물 콘서트 - 바다 깊은 곳에서 펄떡이는 생명의 노래를 듣다
프라우케 바구쉐 지음, 배진아 옮김, 김종성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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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9.26.

다듬읽기 41


《바다 생물 콘서트》

 프라우케 바구쉐

 배진아 옮김

 흐름출판

 2021.7.15.



  《바다 생물 콘서트》(프라우케 바구쉐/배진아 옮김, 흐름출판, 2021)를 곰곰이 읽으며 왜 ‘생물 콘서트’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알쏭했습니다. “The Blue Wonder”라면 “파랗게 놀랍다”쯤으로 옮길 만합니다. 빗대는 말이니, 똑같이 빗대는 결로 옮겨서 ‘파란바다’가 어떻게 팔랑팔랑 펄떡펄떡 휘파람처럼 이 파란별을 밝히는지 나누는 이야기밭으로 삼을 만할 테지요. 그러나 처음부터 ‘탈라소필’이라는 말씨를 그대로 둘 뿐 아니라, 옮김말씨가 그닥 알맞아 보이지 않습니다. 글을 옮긴다고 할 적에는, 종이에 찍힌 글씨만 한글로 바꾸는 일이라고 할 수 없어요. 같이 바다에서 헤엄을 치고, 함께 바닷물에 몸을 담그면서, 나란히 바다빛으로 물드는 하루를 살아내면서 ‘바다말씨’를 살리는 길을 들여다보아야지 싶습니다. ‘바다·바당·바랄’은 ‘바람’이며 ‘밭’이며 ‘바탕·바닥’하고 말밑이 같습니다.


ㅅㄴㄹ


#FraukeBagusche #TheBlueWonder



나 자신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아마도 ‘탈라소필thalassophile(바다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단어가 가장 적합할 것이다

→ 나를 한 낱말로 그리자면 아마도 ‘바다사랑’이 가장 어울린다

→ 나는 ‘바다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 나를 ‘바다사랑꾼’으로 볼 수 있다

11쪽


어느 날 스노클링을 마치고 다시 보트로 돌아오던 길에

→ 어느 날 무자맥을 마치고 다시 배로 오던 길에

→ 어느 날 바다자맥을 마치고 배로 돌아오던 길에

12쪽


폐그물에 걸린 바다거북을

→ 헌그물에 걸린 바다거북을

→ 낡그물에 걸린 바다거북을

14쪽


새들의 뛰어난 후각은 안타깝게도 종종 치명적인 덫이 되기도 한다

→ 새는 코가 뛰어나 안타깝게도 이따금 덫에 끔찍히 걸리기도 한다

→ 새는 코가 뛰어나 안타깝게도 곧잘 스스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34쪽


작은 동물성 플랑크톤을 접한 경험이 있다

→ 작은 물톡톡이를 만난 적이 있다

→ 작은 바다톡톡이를 본 적이 있다

38쪽


해파리는 외형뿐만 아니라 그 크기에 따라서도 다양한 종류로 분류된다

→ 해파리는 겉모습뿐만 아니라 크기에 따라서도 여러 갈래가 있다

→ 해파리는 생김새뿐만 아니라 크기로도 여러 가지가 있다

44쪽


이런 대규모 증식의 원인으로는

→ 이렇게 잔뜩 늘어난 까닭은

→ 이처럼 확 퍼진 까닭은

45쪽


계정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 길이 있더라면

→ 이름이 있더라면

60쪽


산호초에 서식하는 물고기는 수천 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 바다꽃바위에 사는 물고기는 여러 즈믄이라고 알라졌지만

80쪽


총 85가지의 서로 다른 소음을 식별해내었다

→ 모두 85가지 서로 다른 소리를 가려내었다

→ 85가지 서로 다른 소리를 읽어내었다

81쪽


암초에 서식하는 또 다른 동물들

→ 숨은바위에 사는 또다른 숨결

→ 숨은돌에 깃든 여러 숨붙이

101쪽


흡혈오징어의 몸통은 거의 전체가 섬광을 방출하는 발광포로 덮여 있고

→ 피빨이오징어 몸통은 거의 다 반짝이는 빛살옷으로 덮고

→ 핏니오징어 몸통은 거의 모두 반짝거리는 빛옷으로 덮고

237쪽


우리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체험하고 있다

→ 우리는 땡별을 온몸으로 느낀다

→ 우리는 찜볕을 그대로 받는다

→ 우리는 불볕을 고스란히 쬔다

314쪽


식용 물고기와 관상어만 매력적인 수입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 밥고기와 곁헤엄이로만 돈을 잘 벌지 않는다

→ 먹는고기와 곁헤엄이로만 잘팔리지 않는다

328쪽


특히 문제가 되는 어획 방법들이 몇 가지 있다

→ 더 골치아픈 낚시가 몇 가지 있다

→ 더 나쁜 고기낚기가 몇 가지 있다

33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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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뱅이 언덕 권정생 할아버지 개똥이네 책방 30
박선미 지음, 김종도 그림 / 보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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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9.23.

다듬읽기 224


《빌뱅이언덕 권정생 할아버지》

 박선미 글

 김종도 그림

 보리

 2016.11.28.



  《빌뱅이언덕 권정생 할아버지》를 읽는데 ‘항꾼에’라는 사투리가 나오기에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전라말 아닌가 싶은데, 경상도에서도 쓰는구나 싶군요. 이 책 곳곳에 ‘울골질·이지렁스럽다·살난스럽다·아치랑거리다·회똑거리다’ 같은 낱말이 갑작스레 튀어나옵니다. 틀림없이 우리말이지만, 이런 몇 낱말을 유난스레 쓰려 하면서 막상 여느 우리말은 제대로 안 씁니다. 싸움말인 ‘대장’을 굳이 써야 할까요? ‘자루’를 뜻하는 일본말 ‘마대’를 굳이 겹쳐서 ‘마대자루’처럼 써야 할까요? ‘여편네’ 같은 말을 구태여 써야 할까요? ‘-게 되다’ 같은 옮김말씨라든지 ‘위·안’을 옮김말씨로 잘못 넣은 대목도 꽤 나옵니다. ‘낙숫물’ 같은 겹말과 ‘휴우’ 같은 일본말씨도 아쉽습니다. 꾸며서 쓰는 말씨가 꼭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남달라 보이는 말씨보다는 수수한 시골말로 추슬러야 어울릴 텐데 싶군요.


+


《빌뱅이언덕 권정생 할아버지》(박선미, 보리, 2016)


다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단다

→ 다시 둘레를 볼 수 있단다

→ 다시 온누리를 볼 수 있단다

13쪽


정생이 얼굴이 석류처럼 더욱 빨개졌어

→ 정생이 얼굴이 더욱 빨개

→ 정생이 얼굴이 더욱 달라올라

→ 정생이 얼굴이 붉구슬 같아

19쪽


부쩍 고철을 주우러 다녀

→ 부쩍 헌쇠를 주우러 다녀

22쪽


쓰레기 더미를 파헤치면서 대장처럼 말해

→ 쓰레기더미를 파헤치면서 꼭두처럼 말해

23쪽


선선히 마대자루를 끌면서 시장 바깥 언덕 쪽으로

→ 선선히 자루를 끌면서 저자 바깥 언덕 쪽으로

25쪽


여편네가 왜 이리 말이 많아

→ 가스나가 왜 이리 말이 많아

→ 이년이 왜 이리 말이 많아

28쪽


조국이 해방되었다는 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었어

→ 나라가 풀렸지만 꼭 즐거운 일만은 아니었어

→ 나라가 풀려났어도 꼭 기쁜 일만은 아니었어

37쪽


배 안은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 배는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40쪽


누나도 속울음을 많이 울었어

→ 누나도 속으로 많이 울었어

→ 누나도 속울음이었어

48쪽


복이는 피난길이 길어질수록 점점 정생이 옆에 꼭 붙어서

→ 복이는 떠나는 길이 길수록 더 정생이 옆에 꼭 붙어서

59쪽


온전한 정신을 잃어가는 것만 같아서 정생이는 자꾸 두려워져

→ 정생이는 온넋을 잃어가는 듯해서 자꾸 두려워

→ 정생이는 제넋을 잃어가는 듯해서 자꾸 두려워

64쪽


날갯짓할 만큼 중닭이 되어서

→ 날갯짓할 만큼 푸른닭이 돼서

64쪽


흥얼흥얼 노랫가락처럼 타령 같은 것이 흘러나와

→ 흥얼흥얼 노래가 흘러나와

→ 흥얼흥얼 타령이 흘러나와

→ 노랫가락이 흘러나와

→ 타령이 흘러나와

65쪽


어떡하든 상급학교는 꼭 가야 한다

→ 어떡하든 윗배움터 꼭 가야 한다

→ 어떡하든 웃터 꼭 가야 한다

→ 어떡하든 윗자리는 꼭 가야 한다

68쪽


나무 위에 올라가 있던

→ 나무에 올라간

72쪽


우리나라만의 생활 모습도 알게 돼

→ 우리나라 살림살이도 알아

→ 우리나라 삶빛도 알아가

82쪽


중학교에 가지 못한 목마름이 한결 나아지곤 해

→ 푸른터에 가지 못해 목마른데 한결 나아

82쪽


휴우, 그리고 또 밤늦게야

→ 후유, 이러고 또 밤늦게야

85쪽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거야

→ 손쉽게 찾을 수 있어

→ 손쉽게 얻을 수 있어

→ 손쉽게 볼 수 있어

85쪽


낙숫물이 떨어졌다 튕겨 나간

→ 물이 떨어졌다 튕겨 나간

→ 처맛물이 튕겨 나간

118쪽


그 먼 서울까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 먼 서울까지 오가면서

149쪽


다섯 집씩 조를 짜서 번갈아 가며

→ 다섯 집씩 짜서 갈아들며

→ 다섯 집씩 모여서 서로

175쪽


마음도 조금씩 가다듬어져

→ 마음도 조금씩 가다듬어

→ 마음도 조금씩 다듬어

18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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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경비원의 일기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0
정지돈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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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9.2.

다듬읽기 229


《야간 경비원의 일기》

 정지돈

 현대문학

 2019.11.25.



  슬쩍 ‘품절’로 뜬 《야간 경비원의 일기》를 읽었습니다. ‘절판’은 아니로구나 싶군요. 글쓴이는 2024년 8월 29일에 ‘입장문’을 새로 올렸다고 하는데, “긴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로 맺습니다. 그런데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라는 글자락은 ‘무늬한글’일 뿐, ‘우리말’은 아닙니다. 일본말씨하고 옮김말씨가 섞였어요. “깊은 감사”나 “감사를 드립니다”는 일본말씨이자 옮김말씨입니다. 우리말 ‘고맙다’이든 일본스런 한자말 ‘감사’이든 이미 “고개숙일 만하다”는 뜻입니다. “깊다고 여길 만큼 반갑다”는 밑뜻이에요. 누가 옳으니 그르니를 떠나서, ‘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이려 한다면, 또 ‘한국문학’이라는 이름을 쓰려 한다면, 먼저 우리말을 우리글로 옮기는 길부터 익힐 일이지 싶습니다. 말이란, 마음을 담은 소리입니다. 마음이란, 우리가 스스로 누린 삶을 모두 담아내는 그릇입니다. 글이란, 삶을 담은 마음을 옮긴 소리인 말을, 눈으로 보라면서 그린 자국입니다.


ㅅㄴㄹ


《야간 경비원의 일기》(정지돈, 현대문학, 2019)


이것은 밤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다

→ 이 이야기는 밤고을을 다룬다

→ 이 얘기는 밤마을을 옮긴다

→ 밤고을을 이야기해 본다

→ 밤마을 이야기를 해본다

9쪽


매일 밤 도로 위를 떠도는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며

→ 밤마다 떠도는 그림자 이야기이며

→ 밤이면 떠도는 그림자를 이야기하며

9쪽


나는 그것을 다시 자음과 모음으로 나눌 수 있고

→ 나는 말을 다시 닿소리 홀소리로 나눌 수 있고

→ 나는 낱말을 다시 닿홀소리로 나눌 수 있고

10쪽


일종의 습작 같은 건데 어떨지 모르겠다

→ 이른바 밑글인데 어떨지 모르겠다

→ 가볍게 써 보았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10쪽


밤하늘의 별만큼 수많은 야간 경비의 수호성인들이

→ 밤하늘 별만큼 숱한 밤지기 돌봄빛이

11쪽


가장 좋아하는 건 양화대교와 마포대교 사이 구간이다

→ 양화다리와 마포다리 사이를 가장 좋아한다

→ 양화다리와 마포다리 사이가 가장 좋다

16쪽


대학에서 알게 된 친구다

→ 열린배움터에서 만났다

18쪽


영화를 안 보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 보임꽃을 안 본대서 창피할 까닭이 있는지 모르겠다

→ 보임꽃을 안 보기에 부끄러워야 하는지 모르겠다

22쪽


유리한 고지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 한결 나았다고 할 수 있다

→ 언덕을 차지했다고 할 수 있다

→ 마루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24쪽


아무 특징도 없는 그냥 셀카였다

→ 아무 멋도 없는 그냥 혼찍이다

→ 남다르지 않은 그냥 나찍이다

33쪽


에이치가 말하며 내게 동의를 구하는 눈길을 보냈다

→ ㅎ은 내게 그렇지 하며 쳐다본다

→ ㅎ은 고개를 끄덕이는 눈으로 본다

37쪽


니가 힙한 동네 잘 알잖아

→ 니가 남다른 곳 잘 알잖아

→ 니가 새터 잘 알잖아

→ 니가 잘나가는 데 알잖아

→ 니가 앞서는 데 잘 알잖아

37쪽


도시 위를 걷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 거리를 걸으면 즐겁다

→ 서울을 걸으면 즐겁다

46쪽


내 맞은편에는 야상을 입은 사내가 앉았다

→ 맞은쪽에는 덧옷을 입은 사내가 앉았다

→ 맞은켠에는 마고자를 입은 사내가 앉았다

58쪽


대대적인 숙청이 시작되었다

→ 잔뜩 자른다

→ 확 쳐낸다

63쪽


2년을 만기로 채우고도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 이태를 꽉 채우고도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고 했다

→ 두 해를 다 채우고도 살아남은 사람이 있단다

63쪽


피뢰침 위로 번개가 연거푸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고

→ 벼락바늘에 번개가 거푸 떨어지는 듯하고

→ 번개바늘에 번개가 거푸 떨어지는구나 싶고

80쪽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

→ 내가 뭘 바라는지 모르겠다

→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른다

→ 내 꿈이 뭔지 모르겠다

82쪽


먼지로 자욱한 서울 시내가 멀어져 가고 있었다

→ 먼지로 자욱한 서울 거리가 멀다

→ 먼지로 자욱한 서울이 이제는 멀다

→ 먼지로 자욱한 서울을 멀리 떠난다

12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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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직업을 삼다 - 85세 번역가 김욱의 생존분투기
김욱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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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8.15.

다듬읽기 205


《취미로 직업을 삼다》

 김욱

 책읽는고양이

 2019.9.25.



  배울 수 있을 때에 지을 수 있고, 배우기에 하루를 가꾸고, 배우려는 매무새이기에 넌지시 가르치게 마련입니다. 이웃말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새롭게 밥벌이를 한다는 줄거리를 담은 《취미로 직업을 삼다》입니다. 2019년에 여든다섯 나이였다고 하는데, 여든이건 아흔이건 우리말과 한글을 새롭게 배울 수 있을까요?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를 하나씩 내려놓고서 우리말씨라는 새빛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그동안 익숙하게 쓰던 말씨에 머물 적에는 배우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집까지 걸고서 목돈을 쥐려다가 쪽박을 찬 발자취는 ‘그대로 살면 안 된다’를 배운 가시밭이었을 테지요. 말에는 마음을 담고, 마음에는 삶을 담는데, 삶에는 꿈을 담고, 꿈에는 사랑을 담습니다. 젊거나 어리다면 젊거나 어린 대로 말빛을 가다듬기에 눈이 맑습니다. 나이든 분은 나이든 대로 더 새롭게 말결을 추스르기에 눈이 밝습니다. “좋아해서 일을 삼”은 나날을 곰곰이 짚으면서 꺼풀말을 하나씩 걷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취미로 직업을 삼다》(김욱, 책읽는고양이, 2019)


기특하다며 동전 몇 개를 쥐어 주셨다

→ 갸륵하다며 돈 몇 닢을 쥐어 주셨다

→ 대견하다며 쇠돈 몇을 쥐어 주셨다

6쪽


동인회 친구들과 어른들 몰래 술을 훔쳐 마시는 것이 청춘이자 낭만이라 여겼다

→ 어른들 몰래 동아리 동무와 술을 훔쳐 마시며 젊음이자 멋이라 여겼다

→ 어른들 몰래 모임 또래와 술을 훔쳐 마시며 봄날이자 재미라 여겼다

7쪽


보다 외연을 확장시켜 보면

→ 품을 더욱 넓혀 보면

→ 울타리를 더 넓히면

→ 얼거리를 좀 넓히면

→ 테두리를 조금 넓히면

8쪽


사회가 만든 룰에 지나지 않았다

→ 나라가 세운 틀에 지나지 않는다

→ 둘레에서 세운 굴레일 뿐이다

→ 밖에서 세운 잣대일 뿐이다

8쪽


이번에는 해군으로 징집되었다

→ 이제 바다꾼으로 끌려갔다

→ 이제 바다지기로 갔다

9쪽


퇴직 후 나는 기로에 섰다

→ 그만둔 뒤 갈림길에 섰다

→ 끝마치고서 굽이에 섰다

10쪽


나이가 육십이 넘었다는 이유로 노인네 취급했고

→ 나이가 예순이 넘었다며 늙은이로 여겼고

→ 예순 살이 넘었다며 늙은이로 몰아붙였고

10쪽


충격과 허탈, 자괴가 전쟁터에서 들었던 포화처럼 내 귀와 영혼을 때렸다

→ 놀라고 넋잃고 부끄러워, 싸움터에서 들은 펑펑처럼 귀와 넋을 때렸다

→ 멍하고 붕뜨고 창피해, 싸움판에서 들은 불벼락처럼 귀와 넋을 때렸다

11쪽


사회에 이득이 안 되는 늙은이, 국민연금만 고갈시키는 잉여인간으로 취급하게 될 것이다

→ 나라에 이바지 못하는 늙은이, 나라꽃돈만 갉아먹는 지저깨비로 여긴다

→ 둘레를 돕지 못하는 늙은이, 나라꽃돈만 갉는 부스러기로 삼는다

11쪽


집까지 담보로 잡혀 투자했던 것이 파투가 나면서

→ 집까지 잡혀 쏟았는데 날리면서

→ 집까지 걸어 바쳤는데 망치면서

21쪽


쌀을 세 가마니

→ 쌀을 석 섬

22쪽


매달 월세가 나간다.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 달삯이 꼬박 나간다. 돈을 벌어야 한다

→ 달삯이 늘 나간다. 돈을 벌어야 한다

24쪽


나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성어를 가슴에 새기고

→ 나는 온꽃이라는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 나는 참빛이라는 오래말을 가슴에 새기고

24쪽


신(神)의 유무를 떠나서 기도라는 마음의 간구가

→ 하느님이 계신지를 떠나서 비나리하는 마음이

→ 하늘님이 있든 없든 애타게 빌면서

26쪽


어찌 살고 있는지 구경도 할 겸 원주로 내려오겠다고 약속을 잡았다

→ 어찌 사는지 구경도 하고 원주로 오겠다고 날을 잡았다

→ 어찌 사는지 구경도 하면서 원주마실을 잡았다

31쪽


당일 아침부터 설쳐댈 아내가 더 성가스러워졌다

→ 그날 아침부터 설쳐댈 곁님이 더 성가셨다

31쪽


그 양반처럼 잘나가지 못한 데서 억한 감정을 품게 된 것 같다

→ 그이처럼 잘나가지 못해서 억한 마음을 품은 듯하다

→ 그분처럼 잘나가지 못해서 억한 마음인 듯하다

35쪽


가타부타가 아닌 첫마디부터 반말에 치를 떨며

→ 무어라가 아닌 첫마디부터 깎음말에 이를 떨며

→ 긴소리가 아닌 첫마디부터 갈기니 부르르 떨며

44쪽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냅킨으로

→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흰천으로

45쪽


내 책상 앞에 이열 종대로 서 있다

→ 내 책자리 앞에 두 줄로 있다

→ 책자리 앞에 세로두줄로 섰다

45쪽


기분 좋게 점심을 먹고 반주도 살짝 걸쳤다

→ 즐겁게 낮밥을 먹고 곁술도 살짝 걸쳤다

53쪽


물리 치료라는 것도 받아볼 겸

→ 푸른돌봄도 받아보려고

→ 쓰다듬도 받아보려고

54쪽


천혜의 몸매에 도달하고야 말았다

→ 아름다운 몸매에 이르고야 말았다

→ 눈부신 몸매를 이루고야 말았다

55쪽


하중이 그리로 쏠리고 있다는 증거다

→ 무게가 그리로 쏠린다는 뜻이다

→ 무게가 그리로 쏠리는 셈이다

56쪽


한참 설(說)을 풀고

→ 한참 얘기를 풀고

→ 한참 말씀을 풀고

60쪽


약자는 방출의 대상이고, 강자는 희생으로서 물러남을 선택한다

→ 여리면 쫓겨나고, 세면 기꺼이 물러난다

→ 힘없으면 내쫓기고, 힘세면 스스로 물러난다

88쪽


육체의 모자람에서 정신이 상처받고, 상처받은 정신은 육체를 갉아먹는다

→ 몸이 못 따르니 마음이 다치고, 다친 마음은 몸을 갉아먹는다

→ 몸이 안 되니 마음이 아프고, 아픈 마음은 몸을 갉아먹는다

101쪽


이순(耳順)에 달하는 세월을 가슴에 고이

→ 예순에 이른 나날을 가슴에 고이

→ 예순 살을 가슴에 고이

161쪽


번역이라는 게 호구지책(糊口之策)이기는 하지만

→ 옮김일이란 밥벌이기는 하지만

→ 글을 옮겨 끼니를 잇기는 하지만

→ 글을 옮기며 먹고살기는 하지만

16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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