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 호리 다쓰오 단편선 북노마드 일본단편선
호리 다쓰오 지음, 안민희 옮김 / 북노마드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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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3.10.

다듬읽기 233


《늦여름》

 호리 다쓰오

 안민희 옮김

 북노마드

 2024.8.31.



  한자말 ‘용서’는 우리말로는 ‘봐주다(보아주다)’를 가리킵니다. 이 말뜻을 모르는 분이 대단히 많은데, 못마땅하거나 싫으면 아예 고개를 돌리면서 “안 봅”니다. ‘봐주다(보아주다)’를 하려면 고개를 마주해야 하지요. “네가 무슨 짓을 하든 그대로 지켜보면서 받아주겠노라”는 뜻인 ‘봐주다·용서’입니다. 그저 보면서 받아들이기만 할 뿐, 안 따지고 안 나무라겠다는 뜻인 ‘봐주다·용서’예요. 그래서 ‘봐주다·용서’를 펴려면 그야말로 스스로 ‘사랑’이어야 합니다. 사랑이 아니라면 보아주지(용서하지) 못합니다.


  미운놈을 보아줄 수 없기에, 차라리 팔을 자르거나 긋는 쪽이 낫겠다고 여기는 사람까지 있더군요. 미운놈이나 싫은놈이 아무리 착하거나 참하게 일하더라도 “하나도 안 보”게 마련이에요. 미운놈이 뭘 하면 티끌만 한 잘못이 바윗덩이처럼 크게 보이고, 미운님이 가만히 있더라도 저놈은 곧 뭔가 터뜨릴 테니까 미리 박살내야 한다고 여기기까지 합니다.


  잘하면 “잘했구나!” 하고 말할 수 있을까요? 잘못하면 “잘못했네!” 하고 말할 수 있나요? “잘했어!”하고 “잘못했어!”만 말하면서, 다른 군말은 한 마디도 안 붙일 수 있는지요?


  ‘우리 쪽’에 있는 사람은 커다랗게 잘못을 저질러도 ‘봐주’면서, ‘저쪽’에 있는 사람은 아무 잘못을 안 저질렀어도 ‘못 봐주’는 매무새를 이을 적에는 내내 싸움박질입니다. 두 쪽이 똑같이 잘못을 저지를 적에 두 쪽 모두 고르게 나무라고 탓하지 않을 적에도 자꾸자꾸 싸움박질입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우리는 나부터 스스로 ‘보아주’어야 합니다. 나부터 보아주는 자리에서 너를 보아줄 수 있고, 오직 사람을 사람 그대로 마주하면서 함께 이 별에서 살림하는 길을 찾습니다.


  《늦여름》을 읽었습니다. 심심하고 수수한 글자락이로구나 싶고, 이 심심맛과 수수맛이 따사로울 만하다고 느낍니다. 다만, 옮김말씨는 매우 아쉽습니다. 이웃말을 우리말로 담는 길을 좀 찬찬히 ‘보아주’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요?


ㅍㄹㄴ


《늦여름》(호리 다쓰오/안민희 옮김, 북노마드, 2024)


이삼일 어딘가로 잠시 여행을 떠났다가

→ 이틀쯤 어디로 살짝 떠났다가

→ 사흘쯤 어디로 슬쩍 마실했다가

8쪽


여행 도중에 제법 무거워졌다

→ 다니는 길에 제법 무겁다

→ 돌아다니는데 제법 무겁다

9쪽


석연치 않은 마음도 들지만

→ 썩 내키지 않지만

→ 그리 내키지 않지만

9쪽


괜찮을 것 같은데

→ 나을 듯한데

→ 나쁘지 않은데

18쪽


프리드리히가 용의선상에 오른다

→ 프리드리히가 그놈에 오른다

→ 프리드리히가 검은이름에 오른다

22쪽


내버려두는 게 낫겠다고 체념한 것인지도 모른다

→ 내버려두어야 낫겠다고 넋놓았는지도 모른다

→ 내버려두어야 낫겠다고 고개저었는지도 모른다

23쪽


아까 본 호상가옥 말고도 옛 민가가 여러 채 모여

→ 아까 본 못집 말고도 옛 살림집이 여러 채 모여

→ 아까 본 못물집 말고도 옛 시골집이 여럿 모여

25쪽


숲이 점점 길어졌다

→ 숲길이 더 잇는다

→ 숲길이 더 나온다

→ 숲이 더 깊다

31쪽


캠프파이어를 했나 봐

→ 불놀이를 했나 봐

→ 모닥불놀이 했나 봐

33쪽


접시 위에 샐러리가 없다 싶더니 수프 안에 있었다

→ 접시에 굵미나리가 없다 싶더니 국에 있다

36쪽


우비를 입은 남자가

→ 비옷을 입은 사내가

38쪽


한 청년이 비틀거리며 나왔다

→ 젊은이가 비틀거리며 나온다

41쪽


바람도 거리에 흩어진 종잇조각을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공기의 흐름에 가까웠다. 그것이 내 등을 떠밀었다

→ 바람도 거리에 흩어진 종잇조각을 움직이지는 ㅇ낳는다. 오히려 가볍게 흐른다. 가벼운 바람이 등을 떠민다

49쪽


나는 격심한 피로감을 느꼈다

→ 나는 몹시 지친다

→ 나는 고단하다

→ 나는 고달프다

49쪽


그녀도 나처럼 피로를 느낄까

→ 그이도 나처럼 지칠까

→ 그사람도 나처럼 힘들까

49쪽


개는 그 집의 불길한 그림자 속에 얌전히 웅크려 앉았다

→ 개는 그 집 시커먼 그림자에 얌전히 웅크린다

→ 개는 그 집 캄캄한 그림자에 얌전히 웅크려 앉는다

51쪽


자기 앞에 환상의 식물이 있음을 깨닫지

→ 제 앞에 눈부신 풀꽃이 있는 줄 깨닫지

→ 코앞에 빛나는 푸나무가 있다고 깨닫지

60쪽


어느 바 안에서 친구 몇몇을 찾아냈다

→ 어느 술집에서 동무 몇몇을 찾아냈다

→ 선술집에서 동무 몇몇을 찾아냈다

61쪽


골목 너머의 불길한 암흑 속을 응시했다

→ 골목 너머 꺼림히 어두운 곳을 본다

→ 골목 너머 꺼림칙히 까만 데를 겨눈다

66쪽


처음으로 밤이라는 것을 목도한 사람처럼

→ 처음으로 밤을 본 사람처럼

66쪽


술집에서 놀 수 있는 금액이었다

→ 술집에서 놀 수 있는 돈이다

80쪽


호수 주변을 드라이브했다

→ 못 둘레를 돌았다

→ 못 언저리를 몰았다

97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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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
진은영 지음 / 마음산책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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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다듬읽기 239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

 진은영

 마음산책

 2024.9.15.



  옷에 몸을 맞춘다면 옷이 찢어지거나 몸이 구겨집니다. 몸에 옷을 맞춰야 옷이 살아나고 몸을 활짝 폅니다. 오늘날 누구나 글을 누릴 만하지만, 막상 “마음을 담는 말”을 “글이라는 그릇으로 얹는” 길을 여는 사람은 드물다고 느낍니다. 마음에 맞추어 말을 살피고서 담는 글이 아닌, 그릇에 글을 맞추면서 말과 마음까지 그릇에 맞추려는 분이 무척 많구나 싶습니다.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은 무엇에 맞거나 맞추려는 줄거리일까요? 바깥(세계)에 나를 맞춰야 할 까닭이 없을 뿐 아니라, 처음부터 바깥을 쳐다볼 까닭이 없기도 합니다. 내가 나로서 나부터 사랑으로 바라보지 않고서야, 안도 바깥도 나답게 마주하지 못 합니다. 언제나 내가 나로서 나부터 사랑으로 바라볼 적에, 나한테 맞는 ‘마음이라는 빛그릇’을 알아볼 수 있고, 저마다 다른 ‘마음그릇이라는 곳’에 ‘말이라는 소리빛’을 담을 수 있으며, 말이라는 소리빛을 가만히 ‘글이라는 그림빛’을 옮길 수 있습니다.


  진은영 씨는 “수잔 손택은 소년이 되고 싶은 여자아이들은 많지만 소녀가 되고 싶어 하는 남자아이들은 드물다고 말한다(36쪽)” 하고 말하는데 고개를 갸우뚱할 대목입니다. ‘드물다’는 ‘없다’는 뜻일 수 없습니다. 머스마가 되고픈 가시내가 많을 수 있으나, 굳이 머스마가 안 되려는 가시내도 많습니다. 또한 머스마는 스스로 못 밝힐 뿐, 가시내가 되려는 머스마도 꽤 많습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한테는 암수라는 빛씨가 나란히 있어요. 암씨나 수씨만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으로 서려면 왼오른이 나란할 노릇이고, 암수를 살피는 빛줄기가 함께 있을 일입니다. 왼눈과 오른눈을 고르게 맞추기에 앞을 제대로 봅니다. 왼발과 오른발을 고르게 놀리기에 앞으로 제대로 걷습니다.


  ‘제대로’란, ‘저(나)대로’라는 뜻입니다. 내가 나대로 바라보고 걸어가려면 ‘왼오른’을 나란히 보는 마음그릇일 노릇이에요. 겉몸으로 암이건 수이건 대수롭지 않아요. 누구나 암수가 나란한 몸빛이나 마음빛인 터라, 이 두빛을 한빛으로 녹여낼(맞출) 길을 스스로(나답게) 바라보고 찾으면 언제 어디에서나 사랑을 일구고 짓습니다.


  진은영 씨는 “천황의 무의미한 전쟁놀이로 젊은이들의 삶은 부서져버렸다(106쪽).”고도 적는데, 일본 우두머리는 ‘무의미한 전쟁놀이’가 아니라 ‘바보짓 쌈박노닥질’을 했습니다. 그들은 ‘놀이’가 아닌 ‘노닥질’을 했고, 숱한 순이돌이를 그저 마구잡이로 죽음터로 내몰았어요. “젊은이들의 삶은 부서져버렸다”고 말할 만하지 않습니다. “젊은이와 늙은이와 어린이를 몽땅, 여기에 들숲바다와 푸른별까지 싹쓸이를 하듯, 와장창 짓밟고 짓뭉개고 죽여버렸다”고 말해야 맞습니다.


  마음과 말이란 무엇인지 바라보면서 글결을 가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부터 쓰거나 글을 치레하는 길이 아닌, 글이 왜 글인지 가만히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요. 우리는 이 땅에서 “수수한 사람들이 누구나 제 보금자리에서 살림빛으로 일구고 지은 숲말과 사랑말을 글결로 옮기는 길”부터 살필 노릇이라고 봅니다.


ㅍㄹㄴ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진은영, 마음산책, 2024)


책 읽기의 무용함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 책읽기가 덧없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 책읽기가 부질없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7쪽


그의 고백처럼 책 속에서 연명했던 것이다

→ 그이 말처럼 책으로 견뎠다

→ 그가 말하듯 책으로 버텼다

9쪽


그런 삶을 소망하는 사람이 이 세계에 적어도 한 명은 존재하고

→ 그런 삶을 바라는 사람이 이 땅에 적어도 하나는 있고

→ 그렇게 살려는 사람이 이곳에 적어도 하나는 있고

10쪽


여러 사람의 우정과 도움으로 한결 좋아진 것 같다

→ 여러 사람이 따사로이 도와서 한결 낫다

→ 여러 사람이 사근사근 도와서 한결 즐겁다

→ 여러 사람이 동무하며 한결 느긋하다

11쪽


독자를 황당하게 만들면서 소설을 시작하는 것은 카프카의 특기다

→ 카프카는 글머리를 뜬금없이 열곤 한다

→ 카프카는 우리 넋을 빼면서 글머리를 연다

20쪽


이 중 어느 버전도 택하지 않는다

→ 이 가운데 어느 길도 안 고른다

→ 여기서 어느 판도 고르지 않는다

21쪽


《파도》의 집필로 들어가기 전에

→ 《파도》를 쓰기 앞서

→ 《파도》를 쓸 즈음에

28쪽


그녀가 이런 환상적인 소설을 쓴 것은 소년이 되고 싶다는 소망으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 사내아이가 되고 싶기에 이런 멋진 글을 썼다고 본다

→ 머스마가 되고 싶기에 이렇게 아름글을 썼으리라

29쪽


실비아 플라스도 똑같은 불만을 토로했다

→ 실비아 플라스도 똑같이 발끈했다

→ 실비아 플라스도 똑같이 투덜댔다

30쪽


행위하기가 기능하기로 대체될 때 대화와 설득의 공간인 공적영역은 사라진다

→ 움직이기가 굴러가기로 바뀔 때 이야기하고 다독이는 너른터는 사라진다

→ 일이 힘으로 바뀌면 얘기하고 달래는 열린터는 사라진다

44쪽


나의 죽음이 내가 아닌 것이 되는 비인칭의 죽음이라면

→ 내가 죽어도 내가 아닌 아무개 죽음이라면

→ 내가 죽지만 나 아닌 살덩이라면

→ 내 죽음이 나 아닌 어느 것이라면

60쪽


후일 영국의 계관시인이 된

→ 뒷날 영국 노래꽃님이 된

→ 나중에 영국 노래별이 된

78쪽


관능적이라고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고

→ 달짝지근할 만큼 후끈하다고

→ 낯뜨거울 만큼 불타오른다고

85쪽


쉽고 명징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시구다

→ 쉽고 깔끔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글이다

→ 쉽고 또렷하지만 마음을 울린다

92쪽


엄마가 아빠는 죽었다고 말하지 못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그녀도 남편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 엄마는 아빠가 죽었다고 말하지 못한다. 엄마도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 엄마는 아빠가 죽었다고 말하지 못한다. 엄마도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른다

100쪽


폐허의 거리를 쏘다니지만 결국 자신이 무언가 제대로 판단할 수도 없는 어리바리한 상태임을 깨닫고는 몹시 쓸쓸해진다

→ 휑한 거리를 쏘다니지만 마침내 스스로 무언가 제대로 볼 수도 없는 줄 깨닫고는 몹시 쓸쓸하다

→ 무너진 거리를 쏘다니지만 끝내 스스로 어리바리한 줄 깨닫고는 몹시 쓸쓸하다

106쪽


많은 사람이 원치 않는 드러남으로 인해 타인의 눈요기나 악의의 표적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 숱한 사람이 바라지 않아도 드러나야 해서 구경거리나 놀림감이 되니 말이다

→ 적잖은 사람이 뜻하지 않아도 드러나면서 구경감이나 비웃음감이 되니 말이다

128쪽


독자들은 그녀의 글을 읽고 나면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 사람들은 이 글을 읽고 나면 거북하리라

→ 이런 글을 읽고 나면 누구나 고단하리라

135쪽


또한 사랑은 무차별적이어야 한다

→ 또한 사랑은 대중없어야 한다

→ 또한 사랑은 안 가려야 한다

149쪽


물론 이 시적 정의에 반감이 생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 다만 이 노래풀이가 거슬리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 그리고 이런 노래새김이 싫은 사람도 있을 터이다

156쪽


조개껍질은 가장 약한 연체동물이 사는 가장 단단한 집이다. 그것은 아름다운 무늬를 가졌다

→ 조개껍질은 가장 여린 말랑이가 사는 가장 단단한 집이다. 이 집은 무늬가 아름답다

→ 조개껍질은 가장 여린 말랑몸이 사는 가장 단단한 집이다. 이 집은 아름무늬이다

157쪽


이 세상 다른 사람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그저 내 길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일 뿐이며

→ 이 땅 다른 사람들은 누구이든 그저 내 길을 가로막을 뿐이다

→ 온누리 사람들은 누구이든 그저 내 길을 가로막는다

166쪽


A가 X에게 전하려는 것은 어떤 이미지다

→ ㄱ은 ㅌ한테 어떤 그림을 보여준다

→ ㄱ은 ㅌ한테 어떤 빛을 건넨다

170쪽


누군지도 모르는 고인을 애도하고 추모했다

→ 누군지도 모르는 가신님을 기렸다

→ 누군지도 모르는 떠남님을 되새겼다

189쪽


다른 존재들을 구하거나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거창하게 새로운 인간이 될 필요는 없다

→ 다른 누구를 돕거나 우리가 바라는 터전을 이룰 적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대단하게 새로운 사람이 될 까닭은 없다

→ 다른 님을 살리거나 우리가 바라는 삶터를 일굴 적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대단하게 새사람이 되지 않아도 된다

205쪽


훌륭한 책들은 새로운 친구와 좋은 적이 계속해서 필요하다

→ 책이 훌륭하려면 새동무와 착한놈이 내내 있어야 한다

→ 책이 훌륭하자면 동무하거나 나무라는 이가 늘 있어야 한다

231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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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정수일 지음 / 창비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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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2.12.

다듬읽기 255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정수일

 창비

 2004.10.1.



  밀씨도 볍씨도 책씨도 글씨도 찬찬히 흩뿌리기에 천천히 흙에 깃들어 싹트고 자랍니다. 우리가 쓰는 말씨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사뭇 다릅니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는 ‘무함마드 깐수’로 이름을 숨기고서 샛놈(간첩)으로 남녘으로 몰래 들어온 ‘정수일’ 씨가 사슬살이를 하는 동안 곁님한테 띄운 글월을 모았다고 합니다. 만주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자라고 북녘에서 일하던 이이는 1984년에 몰래 남녘에 들어와서 ‘마치 우리말을 모르는 사람 흉내’를 내면서 자리를 잡았고, 1996년에 붙잡혔다지요. 그런데 여느 샛놈과 다르게 북녘을 드나들고 북녘하고 몰래 만나고 돈을 받았더라도, 남녘 살림길(문화)에 이바지했다고 여겨서 ‘죽음(사형)’이 아닌 몇 해만 사슬살이를 하고서 풀려납니다. 다만, 이런 줄거리를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에서 엿볼 수는 없습니다. 이 책만 읽으면 마치 아무 일도 없이 불쑥 사슬살이를 하고 만 ‘한겨레를 사랑한 늙수그레한 글바치’ 모습만 흐릅니다. 여러 이웃말을 대단히 잘한다고 하는데, 막상 이 책을 읽으면 ‘우리말’이라기보다는 ‘중국말’이나 ‘북녘한자말’이 끝없이 튀어나옵니다. 중국말이나 일본말을 잘하면서 중국책이나 일본책을 읽고 새기려면 한문도 잘해야겠지요. 그러니까 정수일 씨는 다른 여러 이웃말을 잘할는지 몰라도 막상 ‘우리말’은 아직 햇병아리 같구나 싶어요. 비록 아흔 살이라는 나이를 넘었다고 하지만, 이제라도 우리말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배우면서 이녁 맨모습을 고스란히 남기기를 빕니다. 이녁이 일구면서 걸은 배움길은 눈부실는지 모르나, 이녁이 쓴 ‘우리말’은 너무도 초라합니다. 스스로 겨레사랑(민족주의자)이라고 밝히려 한다면, 어느 이웃말보다도 우리말부터 어질게 다루고 펼 노릇이라고 봅니다.


ㅍㄹㄴ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정수일, 창비, 2004)


제때제때에 소식을 알리거나 용건을 적어 보내는 글로서 공개하지 않는 것이 상례인데

→ 제때제때 알리거나 뜻을 적어 보내는 글로, 남한테 안 드러내야 맞는데

4쪽


내용도 마음의 소식을 알리고자 했던 것이 주종을 이룬다

→ 줄거리도 거의 마음을 알리고자 했다

4쪽


충동의 계기마다 토출(吐出)한 것이어서 각설(却說)로 말머리를 돌릴 정도로 따분한 장광설을 요량없이 늘어놓기도 하였다

→ 불쑥불쑥 뱉은 말이어서, 끊고 말머리를 돌릴 만큼 따분하게 늘어놓기도 하였다

4쪽


겨레의 다시 하나됨에 뜻을 두고 기꺼이 수의환향(囚衣還鄕)해

→ 겨레가 다시 하나되기를 바라며 기꺼이 사슬옷을 입고서

→ 다시 한겨레가 되기를 바라며 기꺼이 굴레옷을 입고서

5쪽


삶의 화두를 한번 점검해보고, 우보천리(牛步千里)의 슬기도 터득하는 기회였음을 자긍해본다

→ 삶말을 돌아보고, 슬기로운 소즈믄길을 깨닫는 자리였다고 여긴다

→ 삶말을 짚고서, 소걸음이란 슬기를 배우는 틈이었다고 자랑해 본다

→ 삶말을 뜯어보고, 천천걸음이란 슬기를 느끼는 때였다고 우쭐해 본다

5쪽


필요한 해석이나 설명을 가했으며, 몇곳에는 추기(追記)를 붙이기도 하였다

→ 풀이를 보태었으며, 몇 곳은 덧글을 달기도 하였다

→ 글풀이를 보태었으며, 몇 곳은 꽃적이를 붙였다

5쪽


짓궂은 옥바라지에 노고를 아끼지 않은 집사람에 대한 고마움과

→ 짓궂은 뒷바라지에 품을 아끼지 않은 곁사람이 고맙고

→ 짓궂은 바라지에 구슬땀을 아끼지 않은 곁님이 고맙고

5쪽


잠 속에서도 희소식을 기다리는 당신의 그 애타는 마음을

→ 자면서도 꽃비를 기다리는 애타는 그대 마음을

→ 잠들면서도 단비를 기다리는 애타는 이녁 마음을

13쪽


해외에서 10년간, 남한에서 12년간이라는 드라마틱한 인생여정을 걸어오면서

→ 먼나라에서 열 해, 남녘에서 열두 해라는 눈물겨운 나날을 걸어오면서

→ 먼곳에서 열 해, 남녘에서 열두 해라는 눈물나는 길을 걸어오면서

13쪽


시간만 있으면 말 그대로 학문에 잠심몰두(潛心沒頭) 했소

→ 틈만 있으면 말 그대로 배움길을 걸었소

→ 짬만 있으면 말 그대로 배우려 했소

→ 겨를만 있으면 말 그대로 배우고 익혔소

13쪽


더 깊이 빠져들어가게 하고, 그 천착(穿鑿)으로 일로매진케 했소

→ 더 깊이 들어가고, 이렇게 온힘을 기울였소

→ 더 빠져들고, 이처럼 달려들고 다가갔소

13쪽


왕왕 오랜 담금질끝에 대기만성(大器晩成)하는 터라서

→ 곧잘 오랜 담금질 끝에 늦그릇이라서

→ 때때로 오랜 담금질 끝에 늦꽃이라서

14쪽


서로가 망연자실 속에 잊음(잊어줌)과 기다림(기다려줌)이라는 딜레마를 피할 수가 없었던 요요(擾擾)한 일이 상기되어

→ 서로가 넋을 잃고 잊고 기다려야 하는 고빗사위를 벗어날 수가 없어 뒤숭숭하던 일이 떠올라

27쪽


우리나라의 단풍은 그야말로 자연경색(自然景色) 중의 절경이오

→ 우리나라 가을물은 그야말로 빛나는 숲빛이오

→ 우리나라 가을빛은 그야말로 눈부시오

→ 우리나라 가을무지개는 그야말로 곱소

28쪽


영어(囹圄) 생활의 고요함은 자꾸 무언가 지난날을 돌이켜보게 하는구먼

→ 갇혀서 고요하니 자꾸 지난날을 돌이켜는구먼

28쪽


초록은 동색이라, 남이건 북이건 간에 우리는 한 핏줄을 이어받은 한겨레인 것이오

→ 풀빛은 같으니, 마녘이건 높녘이건 우리는 한핏줄을 이어받은 한겨레이오

33쪽


불초한 후손들이 제구실을

→ 못난 뒷사람이 제구실을

→ 모자란 우리가 제구실을

35쪽


우리 학계는 그간 묵묵불응(默默不應)이었소

→ 우리 배움밭은 여태 귀를 닫았소

→ 우리 배움판은 그동안 눙쳤소

→ 우리 배움마당은 이제껏 모르쇠였소

37쪽


두 나라는 중국에 속한 변방국가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오

→ 두 나라는 중국에 낀 귀퉁이기 때문이라고 하오

→ 두 나라는 중국에 딸린 구석이기 때문이라고 하오

38쪽


일본어로 씌어진 참고서적들이 많아 여전히 일본어와 인연을 맺고 있소

→ 일본말로 나온 읽을거리가 많아 여태 일본말과 사귀오

→ 일본말로 나온 곁책이 많아 아직 일본말과 어울리오

40쪽


지천명(知天命)을 바라보던 나에게 이방어(異邦語)의 여신(女神)은 연신 두 개의 올가미를 던졌소

→ 구름길을 바라보던 나한테 이웃말 꽃님은 연신 올가미를 둘 던졌소

→ 쉰을 바라보던 나한테 너머말 빛님은 연신 올가미 둘을 던졌소

44쪽


여느 때와 같이 면벽(面壁)했소

→ 여느 때와 같이 담보기 했소

→ 여느 때와 같이 담을 봤소

47쪽


주례가 흔히 하는 구두선(口頭禪)이지

→ 길잡이가 흔히 하는 거드름이지

→ 길라잡이가 흔히 하는 빈말이지

→ 길님이 흔히 하는 말잔치이지

55쪽


자신의 삶에서 무엇으론가 추억되기를 기대하면서 송구영신(送舊迎新)할 것이오

→ 이 삶에 무엇으로 되새기려나 바라보면서 그믐맞이를 할 셈이오

→ 이 삶에 어떻게로 새기려나 두근거리면서 묵은절을 할 셈이오

65쪽


열매를 맺음으로써 비로소 미공(微功)이나마 이루어 놓을 수가 있었던 것이오

→ 열매를 맺으면서 비로소 조금이나마 이루어 놓을 수가 있었오

→ 열매를 맺으며 비로소 보잘것없으나마 이루어 놓을 수가 있었오

75쪽


여로(旅路)의 양식거리로, 발돋움의 발판으로 남아 나를 지탱해주었소

→ 걸어온 밥으로, 발돋움하는 판으로, 나를 버티어 주었소

102쪽


조금씩 장만해놓은 두견주(杜鵑酒, 진달래술)가 있지 않소

→ 조금씩 장만해 놓은 진달래술이 있지 않소

→ 조금씩 장만해 놓은 진달래꽃술이 있지 않소

120쪽


철을 가리지 않고 그대로의 일주(一周)변화에다가 연속 꽃을 피우고 있소

→ 철을 가리지 않고 그대로 돌면서 잇달아 꽃을 피우오

141쪽


나름대로 행사극난(行事克難, 일을 진행하고 어려움을 극복함)하면서 오늘에 이르렀소

→ 내 나름대로 가시밭길을 걸으면서 오늘에 이르렀소

→ 내 나름대로 자갈밭을 걸으면서 오늘에 이르렀소

159쪽


인생이란 단순하게 가감승제(加減乘除)식으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 삶이란 가볍게 네갈래셈으로 따지지 않고

→ 삶길이란 그저 덧뺄나곱으로 셈하지 않고

180쪽


솔직히 말해서 장미의 아름다움이나 멋을 느끼기란 나로서는 정서불급(情緖不及)이었소

→ 털어놓자면 나로서는 아름답고 멋스런 꽃찔레를 도무지 느낄 수 없었소

→ 나로서는 아름답고 멋있는 꽃찔레를 느낄 수 없다고 밝히오

211쪽


밤이면 또 밤대로 흡사 아열대야(亞熱帶夜)를 연상케 하오

→ 밤이면 또 밤대로 불볕이오

→ 밤이면 또 밤대로 덥소

→ 밤이면 또 밤대로 찜통이오

223쪽


작금 심히 우려되는 괴담이설(怪談異說)이 심심찮게 나돌고 있소

→ 요즘 몹시 걱정스레 오싹한 말이 심심찮게 나돌오

→ 요새 무척 근심스레 서늘한 말이 심심찮게 나돌오

242쪽


우리의 전통에 바탕하여 남의 것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우리의 새것을 의욕적으로 창조해나가야 할 것이오. 이것이 이른바 법고창신(法古創新)이오

→ 우리 옛길에 바탕하여 이웃길을 가려서 받아들이고 우리 새길을 씩씩하게 지어야 하오. 이른바 옛길배움이오

→ 우리 살림에 바탕하여 이웃살림을 알맞게 받아들이고 우리 새살림을 기운차게 일궈야 하오. 이른바 새로짓기오

308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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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 최인아 대표가 축적한 일과 삶의 인사이트
최인아 지음 / 해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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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2.6.

다듬읽기 256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최인아

 해냄

 2023.4.19.



  서울 강남에서 〈최인아책방〉을 꾸리는 책집지기님이 쓴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를 곰곰이 읽었습니다. 책이름은 ‘알림글(광고 문안)’ 그대로입니다. 잘 알리고 잘 팔아야 할 적에, 어떻게 잘 알리고 잘 팔 수 있는지 스스로 살아온 길에 맞추어 들려준다고 할 만합니다. 줄거리는 나쁘지 않은데, 어쩐지 씨앗이 빠졌다고 느낍니다. 누구나 ‘알릴 길’이 있지는 않습니다. 애쓰거나 힘쓰지 않았기에 ‘못 알리’지 않습니다. 202쪽을 비롯해서 곳곳에 나오는 말마디 “조직이 마음에 들고 들지 않고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처럼 일하거나 알리는 길이라면, 우리 스스로 마음을 갉고 사랑을 등지게 마련입니다. 모든 일터가 ‘마음에 들’ 수는 없다고 할 테지만, 아름답지 않고 사랑을 짓밟는 곳에서 일자리를 얻었어도 그저 온힘(최선)을 다해야 한다면, 이는 총칼나라(군사독재)가 사람들을 길들이는 틀과 똑같습니다. 싸움터(군대)도 이와 같아요. 싸워서 저들을 우리 발밑에 깔고서 이름을 드날려 돈을 거머쥐는 삶이 참으로 누구한테나 이바지할는지 알쏭달쏭합니다. 아니, 이바지할 턱이 없겠지요. 들숲바다와 풀꽃나무는 우리 눈길과 손길을 다 알아봅니다. 우리가 겉모습을 아무리 꾸민들 들숲바아와 풀꽃나무를 못 홀립니다. 사랑은 오직 사랑으로만 닿거든요. 누구나 사랑씨앗을 품고서 태어납니다. 바로 이 사랑씨앗부터 가꾸고 돌보는 길을 밝히면서 이 땅을 갈아엎지 않고서, 우리 손아귀에 이름·돈·힘을 쥔들 이런 싸움길은 그들(권력자·정부·재벌)한테는 이바지하겠으나, 우리 모두를 갉고 할퀴는 굴레일 뿐일 텐데 싶습니다.


ㅍㄹㄴ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최인아, 해냄, 2023)


이 책이 인생에서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들께 가 닿기를 바랍니다

→ 살아가며 하는 일을 뜻깊게 여기는 분한테 이 책이 닿기를 바랍니다

→ 살며 하는 일을 뜻있게 여기는 분한테 이 책이 가닿기를 바랍니다

5쪽


한동안 파이어족 얘기가 많이 들렸습니다. 아시다시피 파이어FIRE란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즉 경제적으로 빨리 자립하여 일찍 은퇴한다는 말의 약자입니다

→ 한동안 불꽃씨 얘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불꽃씨란 불처럼 일해서 일찍 꽃을 피운다는 뜻입니다

15쪽


그런데 질문이 생기는군요

→ 그런데 묻고 싶군요

→ 그런데 궁금하군요

→ 그런데 모르겠군요

→ 그런데 아리송하군요

16쪽


만약 ‘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라 질문해도 도통 답이 찾아지지 않거든 질문을 살짝 바꿔 보시기 바랍니다

→ ‘나한테 일이란 무엇인가?’ 하고 물어도 도무지 길을 찾지 못하면 살짝 다르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 ‘나한테 일이란 무엇인가?’ 하고 물어도 영 길을 못 찾겠으면 살짝 다르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26쪽


저는 일을 통해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 저는 일을 하면서 큰다고 여깁니다

→ 저는 일을 하며 자란다고 봅니다

27쪽


다시 일터로 나오게 된 것도, 누군가에게 혹은 어딘가에 쓰여 보탬이 되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었고요

→ 다시 일터로 나온 까닭도, 누구한테나 어디에 잘 쓰이기를 바랐기 때문이고요

→ 다시 일터로 나온 뜻도, 누구한테나 어디에 이바지하기를 바랐기 때문이고요

35쪽


제가 굳이 순간이라고 쓴 이유는 행복과 즐거움, 기쁨은 순간순간 느끼는 거라 생각해서입니다

→ 저는 굳이 문득이라고 썼는데, 즐겁거나 기쁘거나 문득문득 느끼거든요

41쪽


업무 경험이 쌓이자 제 일에 대한 정의도 달라졌습니다

→ 일살림이 쌓이자 제 일을 보는 눈금도 달라집니다

→ 일을 차츰 배우며 제 일을 보는 눈도 달라집니다

48쪽


이건희 회장이 한 얘기를 우리 개인들에게도 적용해 보죠

→ 이건희 님이 한 얘기를 우리한테도 맞추어 보죠

→ 이건희 씨가 한 얘기를 우리한테도 해보죠

→ 이건희 님이 한 얘기를 우리한테도 들려줘 보죠

54쪽


투자를 받아 비즈니스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종래는 큰 회사로 자리잡는 거죠

→ 밑돈을 받아 일이 제자리에 오르고 이제는 큰 일터로 자리잡죠

66쪽


힘든 때는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 힘든 때는 찾아오게 마련입니다

→ 힘든 때는 찾아옵니다

82쪽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으면 저는 이런 질문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 새롭게 일을 맡으면 이 말부터 물어보았습니다

→ 새일을 맡으면 스스로 이렇게 물어보았습니다

108쪽


노력해도 기회가 잘 생기지 않고 이미 거절과 실패의 경험이 누적되어서일까요

→ 애써도 자리가 잘 생기지 않고 이미 걷어차이고 쓴맛이 쌓여서일까요

→ 땀흘려도 짬이 잘 생기지 않고 이미 거듭 밀치고 넘어진 탓일까요

126쪽


우리가 꾸준히 해온 방식으로 기념하기로 했습니다. 늘 깊은 통찰을 전해주는 분들을 모셔서 시리즈 강연과 북토크를 여는 걸로요

→ 우리가 꾸준히 해온 대로 기리기로 했습니다. 늘 깊이 이야기하는 분을 모셔서 잇달아 모임과 책수다를 열기로요

151쪽


어디에서 일하든 자신을 위해 일하는 것이니 조직이 마음에 들고 들지 않고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 어디에서든 스스로 살리려고 일해요. 일터가 마음에 들고 들지 않고는 잊고서 온힘을 다하지요

→ 틀이 마음에 들고 들지 않고는 대수롭지 않으니, 어디에서든 스스로 북돋우려고 온힘을 다하여 일해요

202쪽


만약 자신에 대한 다면평가 결과가 스스로의 평가보다 낮고 차이를 많이 보인다면 객관적 자기인식의 기회로 삼으십시오

→ 여러눈이 내 눈보다 낮고 다르다면 나를 차분히 바라보십시오

→ 두루눈이 내 눈보다 낮고 벌어지면 나를 곰곰이 짚으십시오

→ 온눈길이 내 눈길보다 낮고 갈리면 나를 여러모로 돌아보십시오

252쪽


산티아고 순례는 심플 라이프 그 자체였습니다

→ 산티아고 길은 그저 단출했습니다

→ 산티아고 마실은 참 수수했습니다

295쪽


저도 이 질문을 던졌고, 앞에서 언급한 배우 A와 같은 질문임을 확인했습니다

→ 저도 이렇게 물었고, 앞에서 말한 꽃님 ㄱ도 똑같이 물은 줄 알았습니다

309쪽


어머니에게서 나타난 첫 병증은 심한 골다공증으로 인한 척추 문제입니다

→ 어머니는 먼저 뼈가 몹시 엉성해서 등뼈를 앓았습니다

→ 어머니는 먼저 느물뼈 탓에 등뼈를 앓았습니다

335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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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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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1.30.

다듬읽기 202


《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창비

 2009.3.27.



  《위저드 베이커리》(구병모, 창비, 2009)를 읽었습니다. 2022년에 50만 자락을 팔았다고 널리 알리는 새판이 나오는군요. 푸름이한테 이러한 줄거리를 읽혀도 될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줄거리를 떠나서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 하는 만큼, 글결이 어떠한가 짚어 보는데, 일본말씨하고 옮김말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숱하게 너울거립니다.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를 아예 한 마디조차 안 쓸 수 있을 만큼 글결을 가다듬은 글바치를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만, 좀 너무하는구나 싶어요. 요새 다들 이렇게 말도 하고 글도 쓰지 않느냐고 둘러대지 않기를 바라요. 글을 쓰는 사람은 글빛을 살리고 글씨를 가꾸는 길잡이입니다. 글밥을 안 먹는 사람과 다른 글지기입니다. 게다가 푸름이한테 널리 알리려는 책이라고 한다면, 줄거리도 다독일 노릇이면서 글 한 줄도 뼈를 깎아야 하지 않을까요? 조르주 상드 님이 글 한 줄을 얼마나 뼈를 깎으며 썼는지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ㅅㄴㄹ


중불에 달구어진 설탕 냄새가 난다

→ 가운불에 달군 달달 냄새가 난다

7쪽


동네 빵집치고는 빵을 무척 많이 만드는 편이었다

→ 마을 빵집치고는 빵을 무척 많이 굽는다

8쪽


모종의 신비감과 함께 수수하면서도 전문가나 장인다운 지성미가 넘쳐 보이는

→ 별쭝나고 수수하면서도 뛰어나거나 훌륭해 보이는

→ 궁금하고 수수하면서도 빼어나거나 멋져 보이는

9쪽


전체적으로 그리 세련된 편은 아니었고

→ 그리 매끈하지 않았고

→ 그다지 번듯하지 않았고

→ 썩 깔끔하지 않았고

11쪽


결국 귀싸대기가 날아가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 끝내 귀싸대기가 날아가며 따뜻한 모습이었다

→ 마침내 귀싸대기가 날아가며 따뜻했다

14쪽


이런 문제적 특성을 갖고 있을 경우

→ 이렇게 고약하면

→ 이렇게 골칫덩이라면

→ 이렇게 못나면

→ 이렇게 바보스러우면

16쪽


갓 구운 빵들의 열기로 가게 안이 후끈거린다

→ 가게는 갓 구운 빵으로 후끈거린다

→ 가게는 갓 구운 빵기운으로 후끈거린다

18쪽


장황하게 예를 들 것까지도 없이 나는 추후 아버지의 행보에 대해 코딱지만큼의 관심도 없었다

→ 길게 들지 않아도 앞으로 아버지가 뭘 할는지 코딱지만큼도 마음을 안 쓴다

→ 늘어뜨리지 않아도 이제 아버지가 뭘 할는지 코딱지만큼도 안 쳐다본다

23쪽


가감승제 부호 중 무엇을 잘못 눌렀는지, 계산이 어그러졌다

→ 덧뺄나곱 가운데 무엇을 잘못 눌렀는지, 셈이 어그러졌다

→ 네가지셈 가운데 무엇을 잘못 눌렀는지, 값이 어그러졌다

38쪽


삼자대면이 이루어졌다

→ 셋이 만났다

→ 무릎맞춤을 했다

43쪽


소모적인 얘기 그만합시다

→ 뻔한 얘기 그만합시다

→ 덧없는 얘기 그만합시다

→ 보람없는 얘기 그만합시다

44쪽


내 손등 위에 탈지면을 얹은 뒤

→ 내 손등에 솜을 얹은 뒤

→ 내 손등에 꽃물솜을 얹은 뒤

64쪽


이 쿠키에 매겨진 별점이랑 사용 후기 안 봤어?

→ 이 바삭이에 매긴 별꽃이랑 뒷글 안 봤어?

→ 이 바삭이에 매긴 별받이랑 느낌글 안 봤어?

79쪽


근본적인 무언가가 빠져 있었다

→ 처음부터 무엇이 빠졌다

→ 모름지기 뭐가 빠졌다

79쪽


순식간에 방향을 거꾸로 튼 연동운동 때문에 정신을 잃기 직전까지

→ 갑자기 거꾸로 틀며 꿈틀거려서 넋을 잃기 앞서까지

→ 확 거꾸로 틀며 꿈틀대서 넋을 잃기 앞서까지

93쪽


이대로 떠맡을 수 없다고 사마리아인들과 다투었다

→ 이대로 떠맡을 수 없다고 사마리아사람과 다투었다

94쪽


마지팬 속에는 여러 가지 색의 젤리로 인체의 장기를, 빼빼로 같은 긴 과자로 대략의 뼈대를 표현했다

→ 달콤판에는 여러 빛깔 말랑이로 사람속을, 빼빼로 같은 긴 강정으로 뼈대를 얼추 그렸다

110쪽


어둠의 냄새를 피우며 사람의 꿈을 휘발시켜서 그것을 악의의 에너지로 삼는 존재

→ 어두운 냄새를 피우며 사람들 꿈을 날려서 이를 나쁜빛으로 삼는 녀석

→ 어둠냄새를 피우며 사람들 꿈을 흩뜨려서 이를 몹쓸 기운으로 삼는 놈

129쪽


어디 한번 즐거운 시간 가져 보세요

→ 어디 즐겁게 놀아 보셔요

→ 어디 즐겨 보셔요

132쪽


반죽을 얹어놓는 트레이밖에 보이지 않는다

→ 반죽을 얹어놓는 그릇밖에 보이지 않는다

→ 반죽을 얹어놓는 접시밖에 보이지 않는다

170쪽


아버지에게로 몸을 돌린다

→ 아버지한테 몸을 돌린다

191쪽


이 새끼가 태클 걸어서

→ 이 새끼가 걸어서

→ 이 새끼가 막아서

→ 이 새끼가 따져서

202쪽


건포도를 포함해서 모든 건과는 좋아하지 않아요

→ 말린포도를 비롯해서 모든 고지는 안 좋아해요

219쪽


가공(加工)할 재료의 목록을 적어 내려가던 그는 레시피를 덮고 볼펜을 내려놓았다

→ 그는 다룰 살림을 적어 내려가다가 차림판을 덮고서 붓을 내려놓는다

→ 그는 건사할 밑감을 적다가 밥차림을 덮고서 글붓을 내려놓는다

220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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