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7] 여름비

 


  비구름 지나가며 더위 살짝 가시니
  들일도 책도 이야기도 즐거운
  여름이 됩니다.

 


  어떤 이는 가을이 책을 읽기 좋다 말하지만, 모든 철이 책을 읽기에 좋다고 느껴요. 봄에는 싱그러운 바람과 냄새를 듬뿍 쐬면서 들판에서 해바라기 하면서 책을 즐겨요. 여름에는 시원한 나무그늘에서 맑은 햇살 누리면서 책을 즐기지요. 가을에는 고소한 냄새로 익는 나락물결 바라보면서 책을 즐겨요. 겨울에는 도톰한 이불 뒤집어쓰고 엎드려서 뒹굴뒹굴 책을 즐깁니다. 아무래도 여름날이라 하면, 비 한 모금 시원스레 쏟아붓고는 한껏 해맑게 파란 하늘 바라보면서 구름과 나무와 멧자락 마주하는 날이 바로 여름날이지 싶어요. 빗소리 반갑고, 개구리와 풀벌레 노랫소리 반가우며, 아이들 놀이소리 반갑습니다. 4346.6.2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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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6] 자동차 안 다니면

 


  아이들도 어른들도
  새롭고 싱그럽게 노는
  자동차 없는 마을.

 


  이레 가운데 하루쯤 온누리 모든 자동차가 멈추면 좋겠어요. 비행기도 멈추고 배도 멈추고 버스와 택시와 기차 또한 모조리 멈추면 좋겠어요. 이레 가운데 하루쯤 오직 두 다리로 걸어서 다니는 날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레 가운데 하루는 오직 자전거로만 다니는 날 있으면 좋겠어요. 자동차를 타야 하더라도 이레 가운데 닷새만 타고, 또 닷새를 타더라도 자가용은 닷새 가운데 하루만 몰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해서 지구별에 자동차 소리 멈출 때에 어떤 소리가 흐르는지 사람들 누구나 느끼면 좋겠어요. 온누리 골골샅샅 자동차가 다니지 않을 적에 우리 마을과 삶터가 얼마나 넉넉하고 아름다우며 즐거운지를 사람들 모두 깨달으면 좋겠어요. 4346.6.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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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5] 시골 할매

 


  밭일도 들일도 마을일도 제삿일도
  집일에다가 아이돌보기와 할배 보살피기까지
  참 놀랍도록 멋있고 아름다운 할매들.

 


  시골 할머니들 보면 멋있고 아름다우셔요. 집안에서도 집밖에서도 숱한 일 거뜬히 해내면서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고, 또 아이들과 마주한 자리에서는 방긋방긋 맑은 얼굴 되어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멋있고 아름다운 할머니들 나날이 차츰 줄어들어요. 이제 시골을 지키는 할머니 할아버지 무척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시골에서 흙 만지며 시골 할매와 시골 할배로 늘그막을 즐거이 누리는 분 또한 매우 줄어들었거든요. 어린이도 푸름이도 젊은이도 시골 떠나 도시로 가지만, 아주머니 아저씨도 시골을 떠나려 할 뿐, 시골로 돌아와서 예쁜 할매와 멋진 할배로 맑은 넋 북돋우고자 하는 분들은 아주 드뭅니다. 4346.6.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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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4] 살림살이

 


  밥을 손수 하고
  옷을 스스로 기우며
  집을 몸소 짓습니다.

 


  그림틀을 나무조각으로 손수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천에 사진을 붙여 사진틀을 삼을 수 있습니다. 나무를 몸소 깎아 젓가락이나 숟가락 삼을 수 있습니다. 그저 스스로 만들면 됩니다. 아이들 놀잇감을 가게에서 사지 않고, 집에서 뚝딱뚝딱 만들 만합니다. 어느 회사 이름이 붙거나 어떤 캐릭터여야 재미나게 갖고 놀지 않아요. 아이들 손에 맞고, 아이들 눈을 밝히며, 아이들 마음을 살찌운다면 모두 좋은 놀잇감이 됩니다. 밥그릇 하나가 예술품이며, 밥상 하나가 예술품입니다. 집에서 쓰는 살림살이는 모두 예술품입니다. 삶을 살찌우는 연장이기에 예술품이요, 삶을 살리는 연장이니까 예술품이에요. 살림살이마다 새롭고 새삼스러운 이야기 깃듭니다. 어떤 주제를 내세워 돈을 들여 만들어야 예술이 되지 않습니다. 4346.6.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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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3] 착한 마음

 


  착한 마음 있으면 처음부터 착하고
  착한 마음 숨쉬면 나중에도 착해서
  고운 바람 맑은 내음 어깨동무해요.

 


  누군가 나쁜 짓 저지른다면, 처음부터 나쁜 마음이었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아기로 태어난 날부터 나쁜 마음이었을까요. 아마, 아니겠지요. 어느 날 문득 나쁜 마음 씨앗 한 톨로 깃들 적부터 스스로 말끔히 털지 못한 나머지, 차츰 자라고 또 자라서 그만 커다란 나무만큼 자란 나쁜 마음이리라 느껴요. 그러면, 나중에라도 이 나쁜 마음을 뎅겅 베거나 잘라서 착한 마음 자라도록 나무 한 그루 심어야 할 텐데, 나쁜 마음이 자라서 이루어진 나무를 착한 마음으로 돌이키도록 힘을 기울여야 할 텐데, 어느 결엔가 ‘착한 마음’이 무엇인지조차 잊고 말았지 싶어요. 그래서, 착한 사람을 마주하면 착한 마음이 반갑고, 나쁜 사람을 마주하면 나쁜 마음이 안쓰럽습니다. 나쁜 짓 일삼는 사람을 섣불리 손가락질하지 못하겠어요. 이녁은 나쁜 마음인 줄 모르며 살 뿐더러, 착하거나 나쁜 마음이 어떤 빛이거나 결인 줄 모르거든요. 생각조차 하지 않아요. 착한 마음이라면 처음부터 착하니 잘못을 저지르지 않지요. 착한 마음이라면 언제나 착하니 나중에라도 잘못 뉘우쳐 고개숙여요. 4346.6.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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