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405] 잎새바람



  꽃샘바람은 참말 샘쟁이일까

  잎새바람은 잎을 사랑하지

  풀줄기 사이로 봄이 흐른다



  해마다 봄을 앞두고 꽃샘추위가 닥친다고 말합니다. 흔히 봄을 시샘하는 추위라고 하는데, 꽃샘추위가 있기에 봄꽃이 한결 맑고 밝게 피어날 수 있다고 느낍니다. 예부터 꽃샘추위라는 이름뿐 아니라 잎샘추위라는 이름을 쓴 까닭을 헤아리면 알 만해요. 꽃도 잎도 섣불리 돋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요, 마지막 찬바람을 흠씬 맞고서야 비로소 새롭게 깨어날 만하다는 뜻이에요. 이리하여 우리 곁에 시샘하는 바람이 아닌 사이에 부는 바람인 ‘잎새바람·꽃새바람·풀새바람’이 붑니다. 사이에 새롭게 바람이 붑니다. 2018.6.5.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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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404] 물결



  허물을 벗는 나비 매미는

  물로 녹고 나서

  날개 매단 몸으로 거듭나네



  사람 몸은 거의 물로 이루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누구나 밤에 고요히 잠들어 꿈꾸는 동안 죽은 듯이 녹으면서 아침에 새로운 몸으로 거듭나는 삶이 아닌가 싶어요. 사람뿐 아니라 뭇짐승도 푸나무도 이와 같을 만해요. 딱히 어느 한 빛깔이 아닌 물은 모든 빛깔을 품을 수 있어요. 어느 한 모습으로 굳어지지 않는 물은 참말로 모든 모습으로 바뀔 수 있어요. 오늘 우리는 어떤 빛깔하고 모습으로 눈을 번쩍 뜰까요? 2018.5.13.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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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403] 내 밥



  누가 차려 줘도 즐겁고

  밖에서 사먹어도 좋으며

  손수 지어 먹어도 기뻐



  어느 밥이 가장 맛있느냐 하고 물으면 섣불리 말하기 어렵습니다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어요. 모두 고마운 밥이라고 말예요. 누가 지어서 차려 주는 밥은 반가우면서 고마워요. 밖에서 사먹는 밥은 일손이 들지 않아 홀가분하면서 고맙지요. 손수 지어서 차리는 밥은 품이나 겨를을 쏟아야 하지만 한결 사랑스레 누릴 만해요. 아이들이 무럭무럭 크면서 어버이한테 차려 주는 밥은 더없이 상냥하면서 흐뭇합니다. 이러다 보니 어느 밥이 더 맛있거나 덜 맛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모두 내 밥이요, 언제나 우리 밥입니다. 2018.5.9.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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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402] 먼 별에서



  서울에서도 바람은 바람

  시골에서도 달은 달

  우리는 서로 지구별 이웃



  서울에서는 바람이 매캐합니다. 그러나 그저 매캐하기만 하면 모든 서울사람은 숨이 막히고 말아요. 인천도 부산도 대구도 이와 같습니다. 아무리 시멘트집이 빽빽하고 찻길로 촘촘해도 숲에서 비롯한 푸른 바람이 가만히 감돌면서 저마다 숨을 고마이 쉽니다. 매캐한 바람을 숲바람이 걸러 줍니다. 싱그러운 바람이 시골뿐 아니라 서울을 어루만져 줍니다. 이 지구라는 별에서 서로 이웃님으로 함께 살아갑니다. 먼 별에서 지구를 바라보지 않더라도, 이 지구에서 지구를 보더라도, 우리는 늘 이웃입니다. 2018.5.6.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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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401] 부르는 말



  부르는 대로 온다

  오는 대로 부른다

  늘 이곳에서 이곳으로



  부르지 않았는데 오는 일이란 없지 싶습니다. 불렀는데 안 오는 일도 없고요. 다가오는 모든 삶을 거스를 수 없는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르게 배우고, 스스로 배우는 만큼 새롭게 부를 수 있구나 싶어요. 궂은 삶이 찾아온대서 싫어하기만 하면 으레 싫으면서 궂은 일이 뒤따르고, 궂은 삶을 슬기롭게 마주하며 씩씩하게 다스리면 어느새 눈부시면서 기쁜 하루가 되지 싶습니다. 2018.4.12.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넋/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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