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421] 배를 엮다



  배는 뭇는다

  배는 짓는다

  배는 띄운다



  일본에서 나온 소설 하나는 《舟を編む》라고 합니다. 일본말 ‘編む(あむ)’는 ‘엮다, 겯다, 뜨다, 짜다’를 가리킨다고 해요. 왜 이런 낱말을 썼을까 하고 어림하는데, 문득 한 가지가 떠오릅니다. 한국에서는 배를 ‘뭇다’라 일컬었는데, 배를 지을 적에 널을 엮는 길도 있겠구나 싶더군요. 이때에는 배무이가 마치 ‘엮기·겯기’ 같다고 느낄 만해요. 일본말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이러한 ‘엮다’를 얼마나 살펴서 “배를 엮다”로 적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말로라면, 아무래도 “배를 짓다”가 가장 어울리지 싶습니다. 배도, 삶도, 말도, 넋도, 살림도, 사랑도, 마음도, 그야말로 사전까지 온통 ‘짓다’라는 말뜻으로 그리면, 이 모두를 처음으로 새로 나타나도록 한다는 결을 살릴 만하니까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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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420] 입노래



  처음에는 입으로만 노래해

  어느덧 몸으로도 노래하고

  이제 삶이 온통 노래가 돼



  어떤 꿈이나 살림을 바랄 적에 누구나 처음에는 입이나 말로만 바랄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입이나 말로 오래도록 바란 끝에 이 길을 갈 수 있다고 느껴요. 때로는 입에서 몸을 거쳐 삶으로 이루기까지 스물다섯 해가 걸릴 테고, 때로는 쉰 해가 걸릴 테며, 때로는 스물닷새가, 때로는 쉰 날이 걸릴 테지요. 얼마쯤 걸리느냐는 헤아리지 말고, 어떤 길을 무슨 꿈으로 펴고 싶은가를 먼저 혀에 얹어서 노래하고, 이 노래가 몸에 녹아들도록 살아가면 될 노릇이지 싶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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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419] 학교 교사



  교과서에는 교과서

  마을에는 마을

  바람 흙 해에는 바람 흙 해



  교과서는 교과서로 다루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책에는 책으로 짚는 이야기가 나와요. 교과서나 책으로도 널리 배웁니다만, 교과서나 책은 모든 삶을 다루거나 짚지 못합니다. 마을에는 마을 이야기가 흐르는데, 마을을 익히려면 마을에 깃들어서 하루를 누려야 하겠습니다만, 마을 이야기를 뺀 다른 이야기를 바란다면 이 다른 이야기가 흐르는 곳으로 가야 해요. 바람을 알고자 바람을 쐬고, 흙을 배우고자 흙하고 살며, 해를 받아들이고자 해하고 한몸이 됩니다. 자, 그렇다면 사랑을 알거나 노래를 알고 싶다면?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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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418] 하던 일



  하던 대로 하면 굳어져

  하고픈 대로 하면

  즐거우면서 새롭지



  우리가 어떤 일을 즐겁게 한다면 ‘하던 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하던 대로 하면서 즐거울까요? ‘하고픈 대로’ 하기에 즐겁지 않을까요? 하고픈 대로 하는 모습을 남들이 보면 얼핏 ‘하던 대로 똑같이’ 하는 듯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고픈 대로 하는 마음하고 하던 대로 하는 마음은 아주 달라요. 겉으로는 똑같아 보이는 몸짓이어도 마음이 다르기 때문에 하고픈 대로 할 적에는 늘 새롭고, 늘 새로우니 즐거우며, 늘 즐거우니 힘들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면서 힘들다면, 때로는 놀이마저 지겹다면, 하고픈 대로가 아닌 하던 대로 하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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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417] 나 홀로



  함께 걸어온 길

  서로 가꾼 길

  나 홀로 서는 길



  처음에는 함께 걸어온 길입니다. 아이는 어버이 자전거에 함께 타면서 바람을 가릅니다. 어느덧 아이는 자라서 따로 발판을 구르면서 자전거를 달릴 나이가 됩니다. 오랫동안 함께 걸어온 길은 서로 가꾸면서 누리던 길입니다. 이 길에 홀로 서는 아이는 시나브로 손힘도 다리힘도 기르면서 씩씩한 마음도 길렀겠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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