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7. 2013.6.13.

 


  달걀을 삶는다. 우리 아이들은 달걀부침을 하면 건드리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은 삶은달걀만 달걀로 알고, 달걀부침은 달걀로 알지 않는다. 게다가 볶음밥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아, 볶음밥을 하며 달걀을 풀면 ‘달걀을 쓴 줄’ 하나도 모른다. 아무튼 달걀을 삶으면 큰아이는 저 스스로 까고 싶다 말한다. 뜨거운데 괜찮겠니? 기다려. 식혀서 줄 테니. 두 살이었나 세 살 적부터 달걀까기를 한 큰아이는 찬찬히 깐다. 얼른 먹고 싶은 작은아이는 누나 곁에 붙어 앉아서 덥석덥석 벗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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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6-15 05:55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삶은 달걀만 달걀 원래의 모양을 하고 있군요. 달걀부침이나 볶음밥 속에 들어간 달걀은 이미 그 모양을 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아이들의 눈이란 참 정직하고 순수해요.

숲노래 2013-06-15 07:16   좋아요 0 | URL
다 녹아들었다 말해도... '달걀이 아니라'고 하니...
그 말이 맞기도 하지요 ^^;;;;;
 

꽃밥 먹자 6. 2013.6.9.

 


  여러 날 마실 다녀오면 밥 차릴 짬이 나지 않기도 하지만, 고단한 아이들 얼른 먹여서 재울 생각으로 바쁘다. 나도 아이들하고 나란히 얼른 눕고 싶으니까. 가장 빨리 차릴 수 있는 짜장국수라고 할까, 끓이면서 마당에서 풀을 조금 뜯는다. 곤약을 짜장국수 끓일 적에 함께 넣어 뜨끈뜨끈하게 마련하고, 오이랑 몇 가지를 송송 썬다. 아무것도 없던 밥상이 조금은 찬다. 같이 즐겁게 먹고 쉬자고 생각하는데, 작은아이가 젓가락 안 쓰고 숟가락만 쓴다. 큰아이도 동생 따라한다며 숟가락만 쓴다. 아이들이 젓가락질 잘 하지만, 인천으로 마실 다녀오다가 아이들 숟가락을 그만 큰아버지 댁에 몽땅 놓고 왔다. 그래, 숟가락으로 놀면서 먹고 싶으면 놀이밥을 먹으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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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5. 2013.6.2.

 


  들딸기 집어먹느라 바쁜 아이들은 코와 볼에 딸기알 묻힌다. 한 알 두 알 살짝살짝 집어서 먹지 않으니까, 주먹으로 덥석 쥐어 아구아구 먹으니까, 입가는 온통 딸기물 든다. 가만히 지켜보다가 소쿠리 가득 담긴 딸기알을 작은 접시에 옮겨 조금씩 준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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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4. 2013.6.3.

 


  “배고파요. 밥 주세요.” 기다리렴. 하나하나 줄 테니, 천천히 기다리면서 하나씩 먹으렴. 풀도 먹고 국도 먹으렴. 오이도 먹고 가지도 먹으렴. 밥상에 그릇 하나씩 얹으니, 이것저것 골고루 즐겁게 먹으렴. 모두 너희 숨결이 된단다. 너희 마음을 살찌우는 밥이란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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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3. 2013.6.1.

 


  아이들이 들딸기를 먹는다. 나하고 옆지기가 신나게 딴 들딸기를 먹는다. 아이들은 저마다 소쿠리 하나 가득 다 먹어치운다. 아이들 먹성 바라보면서 나는 들딸기를 조금만 먹는다. 그래, 너희들이 더 먹으렴. 너희들이 많이 먹으렴. 그런데, 내 몫 따로 챙기지 않으면, 아이들은 들딸기를 남기지 않는다. 온누리 어떤 과자보다도 들딸기가 참말 맛있는가 보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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