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책하루, 책과 사귀다 194 한문



  한문을 배웠기에 한문을 안 쓰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영어를 배웠기에 영어를 안 쓰고는 못 견디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생각해 볼까요. 사랑을 배운 사람은 무엇을 쓸까요? 사랑을 쓸 테지요. 살림을 배운 사람은 무엇을 쓰나요? 살림을 써요. 숲을 배운 사람은 무엇을 쓰지요? 숲을 쓰겠지요. 아이가 이 별에 왜 우리 곁에 태어나는가를 배운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쓰나요? 아이하고 별을 노래하는 기쁜 하루를 써요. 우리가 어른이란 몸을 입었어도 아기로 태어나 아이로 자라나던 꿈씨앗을 누구나 마음에 깊이 품으면서 살아가는 줄 배운 사람이라면 어떤 글을 쓰겠습니까? 아무래도 꿈을 마음에 심는 생각이라는 씨앗을 쓰겠지요. 한문을 쓰든 영어를 쓰든 대수롭지 않습니다만, ‘글이라는 껍데기’보다는 ‘글에 그리는 생각씨앗이라는 알맹이’를 바라보기를 빕니다. 한문이나 영어를 아는 사람끼리 주고받을 글이 아닌, 한문자랑이나 영어자랑으로 치닫는 글이 아닌, 어린이하고 시골 할머니하고 어깨동무하는 글을 쓰기를 바라요. 한문이나 영어 같은 ‘바깥글(바깥말)’은 이웃나라에서 편 삶·살림·사랑에 서린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징검돌입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우리 삶말·살림말·사랑말’을 쓸 적에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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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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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하루, 책과 사귀다 193 나부터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적잖은 이들은 “네 까짓 것이!”라든지 “너 한 사람이 뭘?” 같은 말을 합니다. 크지 않거나 뭉치지 않으면 아무 힘이 없다고 여기는 마음이 드러나는 말입니다. 서울이라는 곳에 깃드는 눈길로 바라보는 말입니다. 참으로 서울에는 사람도 집도 돈도 일거리도 많아요. 그러나 서울에는 숲도 들도 바다도 없어요. 바쁘게 몰아치기에 사람에 집에 돈에 일거리가 많을 테지만, 이 탓에 숲빛이며 들빛이며 바다빛이 어떻게 피어나는가를 알아보기 어렵고, 바람빛이나 별빛은 까맣게 잊습니다. 모든 사람은 처음에 더없이 작은 씨앗이었어요. 키가 크든 작든 다 자그마한 씨앗에서 비롯한 몸입니다. 몸을 이룬 씨앗이기 앞서는 빛줄기로 온누리를 넘나들던 숨결인 마음이었어요. 얼핏 보면 숲은 온갖 풀꽃나무가 어우러지는데, 우람한 숲도 처음에는 작은 풀씨나 나무씨 하나였습니다. 그지없이 작은 숨결 하나에 싹이 트고 꽃송이가 열고 열매가 맺으면서 천천히 퍼지는 푸른빛입니다. 문득 보면 온누리에 책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만, 손이 닿을 가까이 있는 곳에 꽂힌 책부터 하나씩 읽으면 됩니다. 아름누리로 바꾸는 길은 ‘나부터’입니다. 작은이·작은씨·작은눈·작은손인 ‘나부터’ 가만히 다가서기에 길턱을 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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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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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2023.12.7.

책하루, 책과 사귀다 192 출마모금회



  고흥읍 나래터(우체국)에 가는 날에는 〈광주일보〉하고 〈무등일보〉를 슬슬 넘기면서 이레나 보름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실렸나 돌아봅니다. 2023년 12월 첫머리에는 ‘출판기념회 아닌 출마모금회’를 다루는 머릿글이 있군요. 어느 길잡이(대학교수)는 ‘정치신인’은 ‘출마모금회’를 해야 한다고 감싸는 말을 늘어놓습니다. 길잡이도 벼슬꾼도 책을 얼마나 안 읽느냐를 스스로 밝히는 셈입니다. 뒷글(대필작가)이 넘치는 ‘국회의원·지자체장·교육감 후보 자서전’을 내어 책수다(북콘서트)를 열어서, 책 한 자락에 백만 원도 오백만 원도 천만 원도 받는다지요. 책값은 ‘이바지(정치후원금)’에 안 들어간다는군요. 일꾼이나 심부름꾼으로 나서야 할 분들이 ‘스스로 새길을 펴려는 뜻을 다루는 책’은 안 쓰면서 ‘돈(선거비용) 긁어모으기’에 나선다면 따끔히 나무랄 일이 아닐까요? 웃돈을 책값(선거비용 정치후원)으로 내는 이들은 그이가 벼슬을 거머쥐면 고스란히 돌려받겠지요. 대놓고 벌이는 짬짜미입니다. 어느 모로 보면, 책 한 자락을 징검다리로 삼아서 돈을 버니까 ‘책 쓰임새’를 넓힌 꼴일까요? 출마모금회를 꾀하는 무리나, 이런 자리에 가서 돈을 바치는 분이나, 책을 안 읽습니다. 책조차 안 읽는데 벼슬과 돈을 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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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하루, 책과 사귀다 191 처음 쓴 글



  ‘처음 쓴 글’ 그대로 책을 낸 적은 없습니다. 먼저 꾸러미(수첩)나 글판(편집기)에 쓰는 글조차 숱하게 뜯어고치고 손질하고 가다듬고 되읽고 나서야 누리집에 띄웁니다. 누리집에 안 띄운 채 그러모아서 책으로 낼 적조차 ‘처음 쓴 글’에서 적어도 ‘100벌은 고쳐쓴 글’이게 마련입니다. 글쓴이로서 적어도 ‘온벌고침(100벌 고쳐쓰기)’인 글꾸러미를 펴냄터에 넘기더라도, 엮는이(편집자)가 살펴보고서 줄이거나 고쳐 달라고 말씀하기 일쑤요, 기꺼이 줄이거나 고칠 뿐 아니라, 통째로 새로쓰기를 하기도 합니다. 여덟 해째 통째로 새로쓰기를 했지만 또 새로쓰기를 하는 글꾸러미도 있습니다. ‘처음 쓴 글’이든 ‘통째로 새로쓴 글’이든, 글쓴이 마음과 엮는이 마음과 읽는이(독자) 마음은 다릅니다. 어느 분은 제가 차마 보여주고 싶지 않은 ‘처음 쓴 글’이 훨씬 낫다고 합니다. 어느 분은 ‘그렇게 숱하게 고쳐쓴 줄 몰랐다’고 합니다. 어느 분은 ‘100벌 고쳐쓴 글’이 아직 못마땅하다고 합니다. 어느 쪽이 옳을 수 없습니다. 다 다른 눈길일 뿐이에요. 제가 쓴 책을 사랑해 줄 수 있지만 싫어하거나 꺼릴 수 있어요. 제 책을 사랑하는 이웃님한테는 “고맙습니다” 하고 여쭙고, 싫어하는 분한테는 “잘못했습니다” 하고 여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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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하루, 책과 사귀다 190 든



  네가 하든 내가 하든 하루를 짓는 길입니다. 우리가 하든 너희가 아든 사랑을 담아 살피니 아름다워요. 작은 책이든 큰 책이든, 값싼 판이든 비싼 판이든, 헌책이든 새책이든, 손수 장만하든 빌리든, 읽고 배워서 새롭게 펴는 마음이라면 모두 푸르게 마음을 가다듬는 책길을 밝히는구나 싶어요. 시골이든 서울이든 마당이 있는 보금자리로 살림집을 추슬러서 느긋이 풀꽃나무를 품기에 어깨동무하는 이웃으로 지냅니다. 들이든 숲이든 바다이든 사람만 살아가지 않습니다. 새이든 풀벌레이든 벌나비이든 숲짐승이든 모두 동무삼으면서 마음으로 생각을 나눕니다. 어제이든 오늘이든 모레이든 우리 삶이자 하루예요. 순이로 살든 돌이로 살든 저마다 사람빛을 밝히는 웃음노래로 춤사위를 펴고, 눈물노래로 다독일 줄 알기에 사랑스레 만나 짝꿍을 이룹니다. 어느 말을 혀에 얹든 사랑을 헤아리면서 푸른숲을 그리면 별빛으로 반짝입니다. 고단하든 지치든 아프든 괴롭든 가싯길이나 자갈길을 헤치고 나오면 꽃길이 나와요. 먹든 굶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아무튼 우리는 스스로 든든하게 서고 튼튼하게 가꾸는 마음으로 이곳에서 만나고 헤어지면서 이야기를 지어요. 마음에 들든 안 들든 가리지 말고 사랑인가 아닌가를 살피며 아침해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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