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2022.7.27.

책하루, 책과 사귀다 130 싸움



  돈·이름·힘을 혼자 쥐려고 하니 싸웁니다. 돈·이름·힘을 나눌 적에는 안 싸우고 어깨동무를 합니다. 돈·이름·힘을 즐겁게 둘레에 주면 스스로 웃음꽃을 피우고, 둘레에는 살림꽃을 피우지요. 나라가 서며 돈·이름·힘을 우두머리(또는 임금·대통령·권력자)한테 몰아주다 보니 끝없이 싸움판입니다. 우두머리한테 돈·이름·힘을 몰아주지 않으면 싸울 일이 없습니다. 벼슬꾼(정치꾼·공무원)한테 아무 돈·이름·힘이 없다면 이들이 싸울 까닭이 없어요. 사람하고 사람 사이에서도, 모임·일터·마을에서도, 싸움이 불거지는 자리를 들여다보면 늘 돈·이름·힘이 얽힙니다. 우리는 무엇을 쥐어야 할까요? 별빛이 흐르는 바람을 손에 쥐기로 해요. 햇볕을 온몸으로 받고, 빗물을 즐겁게 맞이하고, 봄여름가을겨울을 반갑게 노래하기로 해요. 돈·이름·힘이 아닌 삶·살림·사랑을 숲빛으로 맞아들여서 나누기에 아름다이 흐드러집니다. 삶이 흐르는 곳에서는 저마다 알맞게 돈을 벌고 나눕니다. 살림을 가꾸는 곳에서는 누구나 슬기롭게 보금자리를 일굽니다.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서는 모든 숨붙이가 어깨동무하는 짙푸른 숲으로 거듭납니다. 돈·이름·힘에 기우는 책은 따분하고, 삶·살림·사랑을 숲빛으로 담은 책은 즐겁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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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29 자기계발



  대놓고 ‘자기개발’이나 ‘자기계발’ 같은 이름을 붙이는 책이 수두룩합니다. ‘개발·계발’은 비슷하면서 다른 한자말인데, ‘개발’은 “쓸모있게 바꾸거나 가꾸기”라면 ‘계발’은 “나아가도록 일깨우기”라 할 만합니다. 어느 쪽이든 스스로 찾거나 사랑하는 길하고는 동떨어집니다. 어느 쪽이든 남이 시키는 대로 따르면서 “나를 나답게 바라보며 생각하고 사랑하며 살림하기”하고 멉니다. 둘레에서 “어떤 자기개발서(자기계발서)를 읽어야 할까요?” 하고 물으면 “그림책이나 만화책을 보십시오.” 하고 대꾸합니다. “네? 그림책이나 만화책으로 어떻게?”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스스로 가꾸거나 배우겠지요? 그러자면 삶을 이루는 바탕을 어린이부터 누구나 쉽게 알아보도록 북돋우는 그림책하고 만화책이 가장 어울리겠지요.” “아.” “자기개발서(자기계발서)에 발을 디디면 이런 책만 자꾸 읽다가 끝나요.” “…….” “아름다운 그림책이나 사랑스러운 만화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 기운이 나고 스스로 사랑하는 마음은 스스로 일으키는구나 하고 느끼게 마련이에요.”“…….” “먼 데서 찾지 말고, 남한테서 찾지 말아요. 스스로 하면 돼요. 엉성하거나 못나 보여도, 바로 그곳부터 천천히 첫발을 디디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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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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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28 종이책



  굳이 종이책만 읽어야 할 까닭은 없습니다. 사람들이 종이책을 멀리하고 누리책(전자책·이북)을 가까이하기에 나쁠 일은 없습니다. “책이란 뭘까?”를 생각하면 됩니다. “책은 삶에 어떻게 이바지할까?”를 살피면 돼요. “책으로 무엇을 배우고 삶을 어떻게 책에 담나?”를 헤아리면 되어요. “책읽기란 뭐지?”를 돌아보면 넉넉하고, “책을 읽는 눈빛은 스스로 어떻게 거듭나는가?”를 알아보면 즐겁습니다. “누가 책을 왜 쓰고, 내가 책을 쓴다면 어떤 이야기를 담겠는가?”를 가만히 짚으면 우리는 누구나 빛나는 하루를 짓게 마련입니다. 모든 곳이 길입니다. 남이 따로 내놓은 데만 길이지 않습니다. 남이 내놓은 길을 따라가기에 ‘길든다·길들인다’고 합니다. 스스로 꿈을 그리는 마음을 따라서 어디이든 홀가분하게 노래하고 춤추며 나아가기에 ‘찾는다·누린다’고 합니다. 종이는 나무한테서 얻습니다. 종이로 바뀌는 나무는 숲을 이루지요. 종이에 글을 담는 살림은 붓이요, 붓도 나무한테서 얻습니다. 붓을 다듬는 나무도 숲을 이뤄요. 숲에서 얻은 살림으로 숲빛을 담는 ‘종이책’을 지어서 나눌 수 있고, 스스로 숲을 품는 살림을 일구어 언제나 숲말을 펴고 듣고 나누면서 숲빛으로 하루를 짓는 숲사람으로 살 수 있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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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하루, 책과 사귀다 127 놀러



  삶에는 좋음(행복)도 나쁨(불행)도 따로 없습니다. 삶은 언제나 삶입니다. 오르막이라 나쁘지도 좋지도 않고. 내리막이라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요. 오르막은 올라가는 길이고, 내리막은 내려가는 길입니다. 바다는 물결을 일이크지만 오르내리는 물결을 좋거나 나쁘게 가르지 않아요. 그저 오르다가 내리고, 가만히 내리다가 오릅니다. 모든 푸나무는 꽃을 피운 뒤에 떨구어 열매를 맺어 씨를 품습니다. 꽃을 피웠으니 내내 매달지 않아요. 피운 꽃은 기꺼이 떨굽니다. 꽃을 떨구어야 씨를 새로 이루거든요. 씨를 맺은 푸나무는 ‘씨를 품은 열매’를 기꺼이 내어줍니다. 씨앗을 애써 내놓았는데 대롱대롱 매달면 새롭게 태어나지 못해요. 흐르는 삶이요, 맞이하는 삶이고, 사랑하는 삶이자, 노래하는 삶입니다. 오르막을 놀고 내리막을 놀기로 해요. 책집마실을 놀이로 누려요. 책도 보고 책집지기님하고 가볍게 책수다를 누리고, 책집을 오가는 마을을 둘러보고 구름도 마시는 놀러가는 길을 사뿐사뿐 나아가요. 나쁨(불행)도 좋음(행복)도 따로 없는 줄 느끼고, 오직 삶이 있는 줄 알아차리면, 이때부터는 온누리가 환하게 반짝이는 나날로 피어나지 싶습니다. 놀이처럼 밥옷집을 지어요. 놀이처럼 글을 쓰고 말을 해요. 놀이둥이로 폴짝 뛰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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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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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하루, 책과 사귀다 126 건빵



  싸움터(군대)에 끌려가기 앞서는 이웃집 아저씨가 이따금 어디에선가 받아오는 납작한 주전부리를 조금씩 얻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건빵’이 ‘乾pao·かんパン’이라는 일본말인 줄 몰랐습니다. 둘레 어른이 쓰는 말이면 그냥 따라했거든요. 싸움터에서도 윗내기가 쓰는 말을 고스란히 외워서 따라했습니다. 싸움터에서는 싸움말(군대용어)을 그대로 안 쓰면 발로 채이고 주먹으로 터지고 삽자루가 날아옵니다. 그러나 정작 싸울아비(군인)로 지내며 ‘건빵’을 제대로 구경한 일은 드물어요. 우리나라에서 ‘땅개’란 이름이던 ‘육군 일반 보병’은 밥살림(부식품)을 거의 못 받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느 땅개여도 이레마다 “건빵 두 자루”씩 받아야 한다고 나오던제, 막상 한 해에 몇 자루 받을 동 말 동입니다. 상병이던 어느 날인가, 윗내기(간부)인 중대장하고 행정보급관이 큰 꾸러미를 이녁 부릉이(자동차) 짐칸에 싣는 일을 거들었어요. 이 꾸러미는 쌀이기도 하고 건빵이기도 하고, 또 뭐가 여럿이더군요. 그래요, 별이나 꽃을 어깨에 단 이들부터, 중대장·행정보급관·소대장·하사관까지 줄줄이 빼돌리더군요. 우리나라 싸움터(군대)는 뒤로 빼내어 팔아먹는 ‘직업군인’이 가득합니다. 허벌나게 새는 나라돈인 셈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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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중대장이나 행정보급관이나 소대장이나 하사관들

짐차에 뭘 실어 주던 일,

이른바 '부역'이란 이름으로

실어나르기를 하는데

나중에 고참들 말을 들으니,

또 실어나르라는 꾸러미에 적힌

글씨를 보니 '도둑질'이었다.


'육군 일반 보명'인 우리가 누릴 살림을

'우리 손'으로 버젓이 그들 주머니에 담도록

나르는 일을 시키면서 두들겨팼으니

참 어처구니없던 우리나라 군대이다.


우두머리들아,

이 나라 군대 민낯을 아는가?

군인연금은 아예 싹 없애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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