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17 교보 책광고



  누리책집(인터넷서점)에 ‘알림글(광고)’을 싣는 책은 들추지도 만지지도 사지도 않아요. “최종규 씨는 그대 책을 누리책집에 아예 안 알릴 셈인가?” 하고 묻는 분한테 “누리책집에 목돈을 들여 알리는 펴냄터라면, 그곳에서는 제 책을 안 냅니다.” 하고 잘라말합니다. 마을달책(지역잡지)을 뒷배하려는 뜻으로 이따금 마을달책에 책알림글을 실으며 이바지삯(후원금)을 보내곤 합니다. 마을살림을 두루 펴는 마을달책이 새롭게 기운내기를 바라면서 책알림글을 손수 돈을 들여 꾸미지요. 누리책집에 알림글을 싣는 펴냄터나 글바치(작가)는 무슨 뜻일까요? 그들 책이 날개책(베스트셀러)이 되기를 바라겠지요. 그들 책만 더 많이 팔리고, 그들 책만 한복판이나 꼭두에 서기를 바라는 뜻일 테고요. 열일곱 살 무렵(1991년), 인천 〈대한서림〉에서 1∼10에 꼽히는 날개책을 한 해 동안 거의 안 빠뜨리고 읽은 적 있어요. 이동안 “모든 날개책은 줄거리랑 얼거리가 닮았네. 연속극 보는 듯해.” 하고 느껴, 그 뒤로 날개책은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교보 책광고’나 ‘알라딘·예스24 책광고’로 뜨는 책도 연속극 같아요. 스스로짓기하고 등진 구경질·팔짱질로 우리를 홀리더군요. 스스로 살피며 삶을 읽는 눈빛을 찾아야 비로소 책이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베스트셀러’라고 내세우는

숱한 책광고를 스칠 적마다

“아, 이런 책은 사지도 읽지도 보지도 말라”는

뜻을 알려주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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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16 사라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님이 쓴 《사라진 나라》는 안 팔리고 안 읽히다가 사라졌습니다. 이녁 어린 나날을 수수하게 담아내어 반짝거리는 삶책(자서전)이에요. 《삐삐》하고 《산적의 딸 로냐》에 나오는 어린이는 이녁 딸이자 바로 이녁 스스로입니다. 《마디타》도 ‘개구쟁이’도 언제나 이녁 딸이자 이녁 스스로이고, 더 헤아리면 이녁 어머니하고 아버지일 테지요. 모든 아이는 놀이를 하려고 태어납니다. 모든 어른은 놀이로 살림을 지으려고 아이를 낳습니다. 놀이로 살림을 짓는 마음을 잊어버린 어른은 아이를 괴롭히거나 닦달하여, 아이가 그만 놀이넋을 잃는 구석까지 내몰지요. 《사라진 나라》가 새책집에서 사라졌습니다만, 너무 안 팔린 탓인지 헌책집에서도 좀처럼 못 만나기에 이 책이 궁금한 ‘어린이책 사랑벗’한테 찾아 주기 어려워요. 사라진 책이 한둘은 아닙니다. 사라진 책치고 펴냄터가 알림글(광고)을 뿌린 책은 없습니다. 사라진 책치고 책숲지기(도서관 사서)가 눈여겨본 책은 드물더군요, 사라진 책 가운데 글바치(작가·지식인)가 곁에 둔 책도 드물어요. 사라진 책을 찾지 못하는 이웃님한테 건네려고 헌책집마실을 즐깁니다. 책 하나를 만나려고 걷는 모든 사람은 이 별에 깃든 숲을 새롭게 느끼려는 마음이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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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15 새책



  우리 낱말책에 ‘헌책’은 올림말로 있고, ‘새책’은 올림말로 없습니다. 2022년까지도 이대로입니다. 그러나 이 대목을 모르는 분이 많아 ‘새책 헌 책’처럼 띄어쓰기가 틀리는 분이 숱해요. 다만 낱말책 올림말이 아니더라도 ‘새책 헌책’처럼 둘 모두 한 낱말로 삼아야 알맞습니다. 헌책은 손길을 타거나 읽힌 책이라면, 새책은 손길을 안 타거나 안 읽힌 책입니다. 헌책은 새롭게 읽는 책이라면, 새책은 처음으로 읽는 책입니다. 헌책은 새롭게 잇는 책이라면, 새책은 아직 모르는 곳으로 첫발을 디디는 책입니다. 2000년에 태어난 분이 헌책집에서 1950년 책을 만나서 읽을 적에는 ‘살림(물건)으로 보면 헌책이되, 줄거리·이야기로 보면 새책’을 맞이한다고 하겠습니다. 아직 모르는 모든 책이 새책입니다. 처음으로 마주하면서 생각을 새삼스레 일으킬 새책입니다. 온갖 헌책을 바탕으로 새록새록 여미거나 지어서 선보이기에 새책입니다. 앞으로 나아갈 낯설지만 설레는 길을 가만히 이끌거나 북돋우는 새책입니다. 우리말 ‘새’는 ‘사이’를 줄인 낱말입니다. 곧 ‘새책 = 사잇책’이요, 이곳(익숙한 여기)하고 저곳(모르는 저기) 사이에 있으면서 둘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라고도 할 만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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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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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2.5.4.

책하루, 책과 사귀다 114 헌책



  대구에서 2022년 5월부터 새롭게 여는 마을책집 한 곳은 바깥기둥에 김수영 노래책(시집)을 붙입니다. 제법 값나가는 ‘헌책’을 누구나 바라볼 수 있도록 붙이셨더군요. 이 책은 사람들 눈길을 이따금 받고 햇빛도 받으면서, 천천히 바래리라 봅니다. ‘헌책’을 모르는 분이 수두룩합니다. 새책집에서 장만한 모든 책은 곧바로 헌책입니다. 책숲(도서관)이 품은 모든 책은 여러 사람 손길을 타니 언제나 헌책입니다. 우리가 집에 들인 책은 다 헌책입니다. 새것으로 사건 헌것으로 사건 모두 헌책입니다. “헌책 = 만진 책”이란 바탕뜻이요, “헌책 = 손길을 탄 책”이란 다음뜻이며, “헌책 = 읽힌 책”이란 속뜻입니다. 겉이 바래거나 속종이가 누런 헌책을 집어들어 넘겨 본다면, 이때부터 ‘책을 마주하는 매무새’가 바뀝니다. 보시겠어요? 허름한 책이건 갓 새책집에 놓인 책이건 ‘줄거리·알맹이·이야기’가 똑같습니다. 겉모습 탓에 줄거리가 휘둘릴 까닭이 없어요. 우리는 ‘속읽기’를 하려고 책을 쥡니다. 글쓴이나 펴냄터 이름값을 잊어버리고서 오직 ‘속살’을 바라볼 적에 슬기롭게 책을 받아들입니다. 손길을 타면 헌책은 새책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 땅에서 거듭나는 책은 하늘빛을 품으니 “헌책 = 하늘책”이란 참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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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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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2.5.2.

책하루, 책과 사귀다 113 자기반성과 자기자랑



  스스로 한 짓이 창피하거나 부끄럽다면서 이른바 ‘뉘우침(자기반성)’을 한다는 글을 쓰는 글바치가 제법 있습니다만, 적잖은 ‘뉘우침글(자기반성문)’은 어쩐지 ‘나자랑(자기과시)’으로 읽힙니다. “모임자리(파티)에 가려고 예쁜 옷을 너무 많이 사서 너무 헤펐다고 뉘우침글을 쓰는 글바치”가 참말로 뉘우치는 빛일까요? 그이는 ‘예쁘고 비싼 옷을 잔뜩 살 만큼 돈이 많다’는 ‘나자랑’을 하려는 속내인데, 마치 ‘뉘우침’이기라도 되는 듯 꾸민 셈 아닐까요? 시내버스삯이 얼마인지 모르는 분, 하늘집(옥탑방)하고 땅밑집(지하방)이 어떤 곳인지 이름조차 모르는 분, 가난살림을 겪은 적이 없는 분, 똥오줌기저귀를 손수 빨고 삶아서 널고 곱게 개어 아기 샅에 댄 적이 없는 분, 아기를 안고서 디딤칸(계단)을 오르내리느라 땀을 뺀 적이 없는 분, 호미를 쥐어 씨앗을 심은 적이 없는 분, 나무를 타고서 논 적이 없는 분, 스무 해 넘게 입느라 해진 바지를 손수 바느질로 기운 적이 없는 분이 수두룩합니다. 우리는 ‘뉘우치는 시늉을 하는 자랑글’을 어느 만큼 알아채는가요? 우리는 ‘뉘우치는 척하며 뽐내는 글’이 얼마나 겉치레요 허울좋은 달콤발림인가를 곧장 눈치채면서 부드러이 나무랄 줄 아는 마음빛이 있는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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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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