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찢는 높은 건물 옆에는 작은 헌책방



  오늘, 2016년 12월 14일, 갑작스레 서울마실을 하면서 신용산역에 내렸습니다. 먼저 신용산역 앞에 있는 우체국에 들러 택배를 부쳤지요. 고흥에서 부칠 책꾸러미였는데 어제 미처 못 들렀기에 서울까지 가방에 싣고 와서 부쳤어요. 이러고서 두 다리로 거닐며 〈뿌리서점〉에 찾아갔어요. 헌책방 〈뿌리서점〉은 아마 용산에서 몇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오래된 가게예요. 1970년대부터 이 마을에서 헌책방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헌책방 한 곳이 마흔 해 남짓 조그맣게 마을을 지키는 동안 용산은 매우 크게 바뀌어요. 너른 마당이던 용산역 앞은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작아졌고, 용산역을 옹기종기 둘러싸던 집이랑 가게가 한꺼번에 헐리면서 하늘을 찢으려고 솟아오르는 건물이 자꾸 생겨요. 나는 작은 헌책방에 깃들어 《작은 책방》이라는 책을 보았어요. 이 책은 1997년에 처음 나온 판으로 읽었는데 2005년에 고침판이 나오면서 예전 판에 없던 글이 더 실렸더군요. 작은 헌책방에서 만난 “작은 책방”을 새삼스레 읽으며 생각해 보았어요. 서울은 얼마나 더 커져야 할까요? 건물은 얼마나 더 커져야 할까요? 이 나라는 얼마나 더 경제발전을 해야 할까요? 사람들은 돈을 얼마나 더 많이 벌어야 할까요? 오순도순 서로 어깨동무를 하는 마을살림으로 나아갈 길은 서울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까요? 서울 아닌 시골에서는 조촐하게 손을 맞잡는 아름다운 마을살림을 이룰 수 있을까요? 앞으로 서울은 작아져야, 작은 사람들이 작은 집과 가게에서 작은 살림을 지으며 작은 손길을 내밀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사람이 사람답게 살 만한 터전이 되리라 생각해요. 2016.12.14.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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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래유산 공씨책방



  서울 신촌에 있는 헌책방 〈공씨책방〉 바깥벽에는 ‘서울미래유산’ 간판이 붙었습니다. 지난 2013년이에요. 그런데 〈공씨책방〉은 건물임자가 바뀌면서 이곳에서 쫓겨나야 할 판입니다. 이러면서 서울시나 서울도석관에서는 아무런 대책이나 정책이나 조례가 없닥고 해요. ‘서울미래유산’으로 뽑아서 이곳을 지켜야 한다고 했던 서울시이지만, 또 서울에서 ‘마을책방 살리기 정책’을 편다는 서울도서관이지만, 정작 마을책방이 어려울 적에는 어떤 도움도 못 준다고 하네요. 2016.11.17.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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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이삿짐을 날라 주셔요



  서울 신촌에 헌책방이 여러 곳 있습니다. 이 가운데 동교동세거리 큰길가에 〈글벗서점〉이 있어요. 이곳은 그동안 꾸준히 지키던 자리를 다른 가게한테 물려주기로 하고는 새로운 자리로 옮긴다고 합니다. 2016년 11월 30일까지 그 자리에서 책방을 열고, 12월 1일부터는 새로운 터에서 지하, 1층, 2층 이렇게 세 군데를 알맞게 나누어 ‘새로운 헌책방’으로 책살림을 짓기로 한답니다. 이런 얘기를 그제 처음 들었고, 어제 〈글벗서점〉에 찾아갔어요. 내 마음은 ‘헌책방 한 곳에 책을 몽땅 싸서 옮기는 길’에 한 권이라도 책을 사서 이삿짐을 줄이고 싶습니다. 이런 마음은 저 혼자만 품지 않았는지, 이런 말씀을 하면서 책을 사는 손님이 제법 있다고 해요. 참말로 고운 손길이지요. 얇은 종이 한 장도 서로 나누어 들면 더 가볍다고 하듯이, 아름다운 책을 우리 손으로 따사로이 어루만져 준다면, ‘헌책방 이삿짐’을 우리가 한두 권씩이라도 ‘우리 집으로 날라’ 볼 수 있다면, 새롭게 태어나려는 헌책방은 더욱 기운을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016.11.11.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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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값을 받다



  시골에 살다 보니 서울마실을 어쩌다가 한 번 하는데, 책방마실도 어쩌다가 한 번 합니다. 예전에는 자주 드나들던 단골책방조차 여러 해에 한 번 겨우 찾아가는데, 어제 찾아간 창천동 헌책방 사장님한테 내 새로운 책을 선물로 드렸어요. 오랜만에 인사도 하면서 책을 드리고 싶었거든요. 스무 해 남짓 그 헌책방을 드나들며 만난 아름다운 책이 바탕이 되어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같은 책을 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책 안쪽에 마을책방 한 곳이, 작은 헌책방 한 곳이, 그야말로 서울 한복판에 조그맣지만 예쁘게 터를 잡는 즐거운 책터 한 곳이, 온누리에 어떤 싱그러운 바람을 일으키는가를 적어서 건넸어요. 그런데 헌책방 사장님이 대뜸 책값이라면서 ‘책에 적힌 값’대로 돈을 내미십니다. “아니에요. 제가 그동안 고마웠기에 선물로 드리는 책인걸요.” “나도 고마워서 책값을 주고 싶어요.” 2016.7.26.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헌책방 언저리)


http://map.naver.com/?query=%EB%8F%99%EA%B5%90%EB%8F%99+%EA%B8%80%EB%B2%97%EC%84%9C%EC%A0%90&type=SITE_1&siteOr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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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 있는 책



  헌책방에 있는 책하고 새책방에 있는 책은 다릅니다. 두 곳은 다른 책터이니 저마다 다른 책이 있기 마련입니다. 헌책방에는 헌책이 있고, 새책방에는 새책이 있어요. 헌책은 말 그대로 헌책이고, 새책은 말 그대로 새책입니다. 그러나 두 가지 다른 책은 언제나 같은 책이곤 합니다. 헌책은 헌책 값으로 사고파는 물건이요 새책은 새책 값으로 사고파는 물건인데, 두 가지 물건은 물건이라는 대목을 넘어서 모두 똑같은 이야기를 담은 꾸러미예요. 또한 헌책이든 새책이든 우리가 두 손에 쥐어 펼치면, 이 책에서 흐르는 이야기는 언제나 똑같이 우리 마음을 건드립니다. 오래된 책이기에 마음을 덜 움직이지 않습니다. 새로운 책이기에 마음을 더 움직이지 않습니다. 1950년에 찍은 책이기에 더 애틋하지 않습니다. 2015년에 찍은 책이기에 더 빳빳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언제 어떻게 찍은 책이라 하건, 모든 책에는 사람이 삶을 사랑하면서 살림을 가꾼 손길이 깃든 슬기가 흐릅니다. 헌책방에 갔으면 헌책을 샀고 새책방에 가면 새책을 샀을 텐데, 어떤 책이건 늘 책이요 이야기이며 슬기라는 대목을 돌아봅니다. 앞으로 얼마나 기나긴 해가 흐르더라도 한결같이 흐를 꿈과 사랑이 어우러진 노래를 바람처럼 불러 봅니다. 2016.6.10.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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