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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6. 큰아이―편지순이 2



  우리 집 글순이가 아버지한테 쪽편지를 쓴다. 이런 뒤 동생한테도 쪽편지를 쓴다. 그러나 네 살 동생은 글을 못 읽을 뿐 아니라, 누나가 건네는 편지에는 눈길도 안 둔다. 글순이는 이제 빛종이에 큼직하게 글을 써서 방바닥에 테이프로 척척 붙인다. 이 종이를 밟고 한 발자국씩 앞으로 가란다. 그러면 그곳에 선물이 있단다. 나는 방바닥에 붙은 빛종이를 살살 떼어 테이프를 떨구고 비닐에 빛종이꾸러미를 담아 한쪽에 잘 건사해 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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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6. 두아이―글순이 옆 컴돌이



  한국말사전 쓰는 일을 하는 아버지는 책상맡에서 글을 쓰는 모습을 아이들한테 자주 보여준다. 이러다 보니,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어릴 적부터 ‘내 컴퓨터’를 앞에 놓고 놀기도 한다. 누나한테서 물려받은 ‘종이 노트북’을 누나 옆에 등을 새우처럼 굽히고 앉아서 또닥또닥 만지는 산들보라. 너희 둘 모두 글놀이를 하는 셈이로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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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6. 큰아이―꽤 또박또박



  큰아이가 이제는 꽤 또박또박 글씨를 쓴다. 얼마 앞서까지 글놀이가 ‘흉내내기’였다면, 이제 큰아이는 스스로 입으로 말하는 소리를 글로 옮길 수 있는 만큼, 글꼴이 잘 잡히는구나 싶다. 아직 글이 익숙하지 않던 때에는 아무래도 글꼴이 기울어지거나 비틀릴밖에 없지만, 차츰 글에 익숙하면서 스스로 잘 알겠다 싶은 글이 되니, 참말 글씨마다 힘이 넘친다. 글을 쓰는 몸도 더욱 야무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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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3. 큰아이―아버지 이름



  일곱 살 사름벼리가 아버지 이름을 공책에 쓴다. 다른 어느 것을 안 보고 스스로 익혀서 쓴다. 뒤를 이어 어머니 이름을 공책에 쓰는데, 어머니 이름 옆에는 꽃을 두 송이 그려 넣는다. 아버지와 어머니 이름을 외워서 쓰라고 말한 적이 없으나, 아이는 스스로 두 어버이 이름을 스스로 익혀서 공책에 쓰면서 논다. 인천에서 큰아버지가 보낸 선물과 얽힌 쪽글을 써서 건네니, 나중에는 이 쪽글을 쓴 날짜도 한쪽에 큼직하게 옮겨적는다. 너는 아직 날짜와 달력을 모르는데, 그 숫자는 날짜와 달력을 가리킨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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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9.29. 큰아이―칸 늘리기



  쪽글을 옮겨적는데 사름벼리가 처음부터 빈칸을 옆에 하나씩 만들면서 쓴다. 나중에는 아래쪽에 새로운 칸을 더 만든다. 예전에 이 쪽글을 쓰면서 칸이 모자라서 넘어간 듯하다. 그러니 이렇게 처음부터 칸을 자꾸자꾸 만들면서 쓸 테지. 아이들이 얼마나 슬기롭거나 똑똑한가를 새삼스레 돌아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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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10-07 05:37   좋아요 0 | URL
사르벼리가 스스로 해결하는 지혜가 반짝이네요.^^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숲노래 2014-10-07 06:05   좋아요 0 | URL
우리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멋진 생각으로
아름다우리라 느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