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글 읽기
2014.11.6. 큰아이―빵 먹을래
낮잠을 거르며 그야말로 기운차게 노는 두 아이와 복닥거리면서 어울리다가,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싶어 자전거를 태워 찬찬히 들마실을 다녀온다. 들마실을 마치면서 면소재지 빵집에 들러 빵을 몇 점 고른다. 집으로 돌아온다. 틀림없이 배가 고프다고 하지 싶어 저녁을 차린다. 이때 큰아이는 아버지한테 하고 싶은 말을 커다란 그림종이에 그림편지로 써서 건넨다. 저녁을 차리느라 부산하지만 밥냄비와 국냄비에 불을 다 넣고 살짝 한숨을 돌린 뒤 펼친다. 글순이는 아버지한테 “아버지! 빵 먹을지 아을거예요? 빵 먹을래요. 빵 먹을래요. 벼리가 산 동그란 빵 먹을래요. 아버지! 밥 먹고 빵 주세요. 벼리가.”와 같은 이야기를 띄웠다. 배가 고프니 밥보다 빵을 먼저 먹고 싶을 테지만, 이 마음을 꾹 누르고 그림편지를 쓴 큰아이가 고마우면서 애틋하다. 나는 큰아이한테 밥에 앞서 빵을 주었을까? 닷새 지나고 돌아보는데, 이때 큰아이한테 한 점 먼저 준 듯도 하고 안 준 듯도 하고, 도무지 안 떠오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글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