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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2.12.16. 큰아이―모자 쓴 애


  밤이 깊으나 두 아이 모두 잘 낌새가 없다. 이래서는 안 될 노릇이지 하고 생각하며 그림종이를 꺼낸다. 두 아이한테 하나씩 주고 나도 하나를 맡아 그림을 그린다. 큰아이가 “아버지, 벼리하고 보라하고 어머니하고 그려 줘.” 하고 말한다. “벼리는 벼리가 그리고 싶은 모습을 그려. 아버지는 아버지 그리고 싶은 모습을 그릴게.” 그래도 나더러 제 모습을 그려 달라 하기에 누워서 슥슥 삭삭 그린다. 이렇게 아이 모습을 그리면서 “그럼 벼리도 아버지 모습을 그려 주렴.” 하고 말하니, 아버지 얼굴이라며 머리카락까지 까맣게 그려 준다. 그러고는 이제껏 그린 적 없는 사람 얼굴에 몸통 붙인 모양을 그린다. 뭘까. “무슨 그림이니?” “응, 모자 쓴 애야. 애.” 모자 쓴 애를 어디에서 봤을까. 틀림없이 어디에선가 보았으니 그렸겠지. 그러고는 모자 쓴 애 곁에 다른 ‘애 동무’를 잔뜩 그린다.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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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2.12.8. 큰아이―해


  아버지와 큰아이가 그림을 그린다. 아이는 우리 집에 고양이 많이 산다면서 고양이를 그린다. 큰아이 그림그리기를 얼핏 들여다본 어머니가 아이더러 “벼리야, 그럼 해도 그려 봐.” 하고 말한다. “해? 알았어.” 하는 아이는 고양이 옆에 ‘좀 커다랗게 보이는 고양이’를 그리고는 빛살이 퍼져 나간다는 모양을 죽죽 붙인다. “자, 봐 봐. 해야, 해.” 그래, 귀엽고 어여쁜 해로구나. 잘 그렸네.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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