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3.6.7. 큰아이―시그림 함께

 


  아이가 그림을 그리도록 이끌고 싶을 때에는, 어머니나 아버지가 곁에서 그림을 함께 그리면 된다. 아이는 스스로 그림이 좋아,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데, 어머니나 아버지가 말없이 그림을 즐기다 보면, 아이는 저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 곁에 앉아 얌전하고 예쁘게 그림을 즐긴다. 큰아이는 어제에 이어 계단을 그린다. 아버지는 무언가 다른 그림 그리고 싶어, 파란 빛깔 연필로 하늘과 구름을 그리다가, 꽃 한 송이 그리고, 굵직한 나무 한 그루 그린다. 나무는 굵직하고 커서 가지가 안 보이도록 키가 크다고 생각하며 그린다. 그런 뒤, 아이들 이름을 곱게 적어 넣고, 큰아이한테는 ‘숲’을, 작은아이한테는 ‘빛’을 선물한다. 큰나무 오른쪽에 어머니와 아버지 자리도 그린다. 그러고는 어머니한테는 ‘하늘’을 아버지한테는 ‘땅’을 선물한다. 자, 그러면 이제 무얼 그릴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연필로 또박또박 글을 적어 본다. 내가 읽으면서 즐겁고, 아이한테 한글 가르치면서 재미날 만한 글을 적는다. 누구나 시인이니, 누구나 시그림 그릴 수 있다고 느낀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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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3.6.6. 큰아이―큰아빠랑 계단

 


  “벼리야, 큰아버지 그려 봐.” “큰아버지 얼굴 그려야지. 그 다음에 사름벼리 그려야지.” 사름벼리 그림에 나오는 사람은 누구나 치마를 입는다. 사름벼리는 치마를 좋아하니, 누구한테나 치마를 입힌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계단을 죽죽 그린다. 어디에서 본 계단일까. 오랜만에 계단을 퍽 많이 오르내렸기 때문일까. 다 그린 그림을 바닥에 하나씩 내려놓는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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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3.5.27. 큰아이―꽃 곁들이기

 


  아버지가 여러 날 걸쳐서 천천히 그리는 그림에 큰아이가 꽃 한 송이 곁들여 준다. 아버지가 올 한 해 내놓고 싶은 책을 하나하나 그린 뒤, 이 둘레에 무지개도 그리고 꽃이랑 풀도 그리는데, 문득 떠올라 들딸기 한 송이를 슬그머니 그려서 “벼리야, 무슨 그림일까?” 하고 물어 보니, 큰아이가 못 알아본다. “너 들딸기 맛있게 먹잖아.” “응.” “그런데 몰라?” 답을 다 말해 주고 물어 보지만 못 알아챈다. 한참 뒤, “아, 딸기야?” “응, 딸기야. 딸기는 줄기에 이렇게 가시도 있고, 딸기풀 잎은 톱니가 자잘하게 있어. 딸기풀에는 가시가 많아서 아버지 손등이며 팔뚝에 가시 찔린 자국 많고 피도 났지.” 이렇게 이야기하며 딸기알과 딸기줄기와 딸기잎 그려서 보여주고는, “벼리가 나중에 딸기 따면서 들여다보면 더 잘 그릴 수 있어.” 하고 덧붙인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2분쯤 뒤, 큰아이가 아버지 그림 한쪽에 딸기풀을 곱게 그려 준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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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3.5.20. 큰아이―마룻바닥 그림

 


  날이 포근하다가도 퍽 더워, 아이들은 마룻바닥에 엎드리거나 드러누워 놀기를 좋아한다. 큰아이는 마룻바닥에 엎디어 그림을 그리곤 한다. 무얼 그리나 한참 들여다보다가, 큰아이가 그림을 그리며 발바닥 비비는 모양 재미있다고 느낀다. 오늘은 네 그림보다 네 발이 더 재미있네. 넌 아니. 네가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거나 무얼 할 때마다 네 발 얼마나 꼬물꼬물 쉬지 않는지를. 4346.5.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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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3.5.21. 큰아이―물고기와 새

 


  큰아이가 새를 그린다고 말한다. 무슨 새를 그리는가 하고 가만히 지켜본다. 만화영화에서 본 물고기를 새 비슷하게 그리는구나 싶다. 쳇. 재미없잖아. 큰아이가 그림놀이 하다 만 종이에 옆지기가 그림 몇 점 그린 구깃구깃한 종이를 찾아낸다. 구겨진 데를 편다. 그러고는 나도 새를 한 마리 그린다. “아버지 뭐 그려요?” “새. 응, ‘벼리새’야.” “벼리새? 그게 뭐야?” 네가 새를 재미나게 그리지 않으니까 아버지가 이렇게 그리지롱. 벼리야, 때로는 네가 본 어떤 그림이 재미나다 여겨 따라서 그릴 수도 있지만, 참으로 재미나거나 더없이 재미난 그림이란, 누구 그림을 흉내내는 그림이 아니라, 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그리는 그림이란다. 네 마음을 그리렴. 네가 본 들새와 멧새를 그리렴. 네가 날마다 만나는 제비와 마을 새들을 그리렴. 4346.5.2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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