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3.9.30. 큰아이―고운 빛은

 


  옛날 아이들도 그림놀이를 즐겼을까 궁금하다. 요즘 아이들은 크레파스나 크레용이나 색연필이 골고루 잘 나오고 쉽게 장만할 수 있어, 알록달록 어여쁜 빛그림 즐기는데, 옛날 아이들은 어떠했을까. 옛날 아이들은 붓도 종이도 물감도 없을지라도, 둘레에서 늘 알록달록 아름다운 빛을 바라보면서 마음에 그림을 그렸을까. 아이들이 온갖 빛깔 곱게 어우러지는 그림을 즐길 수 있는 놀이란 참 재미나고 사랑스럽다고 느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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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3.9.18. 큰아이―떼비전, 제비

 


  할머니 할아버지 계신 집에 와서 함께 그림놀이를 하는 큰아이가 무엇을 그리는가 쳐다본다. 아이가 맨 먼저 ‘떼비전(텔레비전)’을 그린다. 그래, 할머니 할아버지 집 큰 마루에 가장 잘 보이는 커다란 것이 텔레비전이로구나. 그리고, 할머니가 앉는 걸상을 네가 앉고 싶어 걸상을 그리네. 공책 그림을 마치고 종이 그림을 그릴 적에는 아버지 따라 제비를 그리는구나. 오늘 네가 그리는 제비는 주둥이와 눈과 머리와 날개와 꼬리 모두 잘 어울리도록 그렸네. 가까이에서 늘 눈여겨본 것들을 꾸밈없이 그릴 줄 아는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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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3.8.31. 큰아이―언제나 놀이

 


  아이들과 나들이를 다닐 적에 꼭 크레파스를 챙긴다. 종이는 챙기기도 하고 안 챙기기도 한다. 종이가 없다 싶어도 이 나라 어디에서나 빈종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한쪽이 하얗거나 빈 종이는 어김없이 굴러다닌다. 과자상자가 되든 날돈광고 적힌 종이가 되든 모두 그림종이로 쓰면 즐겁다. 그림놀이는 책상에서만 해야 하지 않고, 밥상에서도 방바닥에서도 할 수 있다. 그림놀이는 아침 낮 저녁 밤 어느 때이건 할 수 있다. 즐겁게 하면 놀이요, 기쁘게 함께 누릴 때에 삶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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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3.8.5. 큰아이―그리는 옆얼굴

 


  대청마루에서 함께 그림을 그리다가 문득 큰아이 얼굴을 바라본다. 그림그리기에 얼마나 마음이 스며드는가 넌지시 살핀다. 아직 키는 아버지보다 작지만, 마음은 커다랗게 자랐을 테며, 아직 몸은 아버지보다 여리지만, 생각은 널따랗게 자랐을 테지. 하루하루 손놀림이 늘고, 눈길이 깊어진다고 느낀다. 아이들은 씩씩하게 자라기에 아이들이다. 그러면 어른은? 어른은 언제 어른이라 할 만할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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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3.7.27. 큰아이―빨간 해

 


  큰아이가 해를 빨갛게 그렸다. 게다가 햇살이랍시고 빨간 동그라미 둘레에 줄을 죽죽 그었다. 이런 엉터리 해를 어디에서 보았니? 갑자기 확 짜증이 솟는다. 곰곰이 생각하니, 큰아이가 본 어느 만화, 아마 뽀로로 만화였겠지, 그런 데에 나오는 해를 그대로 따라 그렸구나 싶다. 그러면, 그런 만화를 보여준 내가 잘못했다. 아이는 해가 그렇게 나오니 그러려니 하고 여기며 그림으로 옮겼을 뿐이다. 이날 낮,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발포 바닷가로 달린다. 바닷가를 다녀오며 해를 자꾸 쳐다보게 한다. 가물가물 기울어지는 해도 바라보게 한다. 노을이 물들지 않을 적에는 해가 빨갛게 안 보인다. 노을이 아주 붉게 물들어야 비로소 해도 빨갛게 보인다. 저 먼 바다 끝으로 해가 천천히 떨어질 적이 되면 비로소 발그스름하게 보이지만, ‘빨갛게’까지 보이는 일은 드물다. 해를 빨갛게 그리자면, 저 먼 바다 끄트머리에 살짝 고개를 내밀 언저리여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는 아이를 불러 새벽해를 보게 한다. 자, 벼리야, 해가 어떤 빛깔이니. 햇살이 어떻게 퍼지니. 만화로 보는 해가 아니라, 네 눈으로 스스로 본 해를 그리자. 네가 몸으로 느끼고 네가 살갗으로 받아들인 해를 그리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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