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놀이

 


  전남 고흥에서 눈이 쌓이는 일은 매우 드물다. 그러나 예전에는 고흥에도 얼음이 두껍게 얼었단다. 나날이 지구별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면서 고흥에서는 이제 눈 구경이나 얼음 구경이 몹시 힘들다.


  마당에 놓은 평상에 눈이 소복소복 앉는다. 햇살이 드리우며 차츰 녹는데, 그나마 마당에 떨어진 눈은 내리자마자 모두 녹고, 평상 눈만 겨우 남는다. 큰아이는 평상에 쌓인 눈을 알아채고는 평상에 신을 신은 채 올라가 뛰논다. 따순 남녘땅 눈밭이랄까.


  눈을 밟다가 눈을 줍다가 눈맛을 보다가 눈길을 슥슥 밀며 걷다가, 눈이 다 녹을 때까지 흐드러지게 눈놀이를 한다. 4345.1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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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아줌마 2012-12-07 00:43   좋아요 0 | URL
ㅎㅎ 고흥에도 눈이 왔다고 하더니 이렇게 조금이나마 쌓였나 보네요.. 우리 어렸을적엔 고흥도 눈이 제법 왔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힘들다고 하더니 이렇게 나마 내려서 따님이 참 행복해 했겠어요..
고흥분이라고 그러셔서 얼른 다녀갑니다~~

숲노래 2012-12-07 04:06   좋아요 0 | URL
아, 반갑습니다.
거의 안 왔다고 해야 할 테지만,
그래도 살짝 티가 나더라고요.

고흥이 고향인 분들이
도시살이를 잘 갈무리한 다음
고향에서 오순도순 예쁘게
지낼 날을 기다려요.

또는, 조용하며 아름다운 시골살이를
꿈꾸는 분들이
고흥으로 들어와서
어여삐 살아가면 얼마나 즐거울까 생각하기도 하고요~ ^^
 


사진놀이 2

 


  다섯 살 사름벼리가 이모 시집잔치에 놀러온 열일곱 살 외삼촌 친구들이 “너 예쁘다.” 하면서 손전화 기계로 사진을 찍으니, 아버지더러 “내 사진기 주세요.” 하고 말하고는 외삼촌 친구들을 제 작은 사진기로 찍어 준다. 외삼촌 친구들은 “그거 진짜 사진기야?” 하고 묻고, 다섯 살 사름벼리는 제가 찍은 사진을 외삼촌 친구들한테 즐겁게 보여준다. 4345.12.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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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놀이 1

 


  누나가 방바닥에 엎드리면 동생도 엎드린다. 누나가 공을 집으면 동생도 공을 집고 싶다. 동생이 숟가락을 잡고 놀면 누나도 숟가락을 잡으며 놀고 싶다. 동생이 인형을 쥐면 누나도 인형을 쥐며 놀고 싶다. 누나가 마룻바닥에 엎드려 사진기를 쥐고 논다. 동생이 누나 곁에 엎드리며 사진기를 들여다보고 싶다. 만지기까지 하고 싶으나 누나가 못 만지게 한다. 들여다보기만 해도 어디이냐 싶은 동생은 한동안 누나하고 사이좋게 논다. 4345.11.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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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2-11-27 15:49   좋아요 0 | URL
산들보라 꽤 진지한걸요.
사금벼리 웃는게 참 매력적이구요.
녀석들 크는게 참 금방입니다여, ㅋ~.

숲노래 2012-11-27 16:19   좋아요 0 | URL
그래도...
무럭무럭 자라려면 한참... 멀었어요 @.@
 

 

 옷장놀이

 


  옷장에 들어가서 이불을 뒤집어쓰기도 하고, 이불을 밟기도 하면 즐겁지? 아마 너희 어머니도 어릴 적 이렇게 놀았겠지. 너희 아버지도 어릴 적 너희 큰아버지랑 이렇게 놀았거든. 잘 빨아서 잘 말리고 잘 개서 차곡차곡 쌓은 이불을 너희가 옷장에서 하나하나 끄집어내고 어지르며 노는 꼴을 보자니 참 골이 띵하지만, 너희 노는 모습을 보면 너희 어버이 어릴 적 놀이가 떠오르니 차마 큰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꾸짖지도 못하며 사진만 한 장 찍다가 “벼리야, 동생하고 잘 논 다음 다시 옷장에 넣어 주렴.” 하고 얘기한다. 4345.11.2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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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모니카 부는 자전거놀이

 


  큰아이가 작은아이를 뒤에 태우고 자전거놀이를 하다가는, 동생더러 내리라고 말한다. 동생은 얌전히 자전거에서 내린다. 이 귀여운 아이들 다 있나. 그런데, 큰아이가 혼자 자전거를 타고는 한손으로 손잡이를 쥔 채 다른 한손으로 하모니카를 분다. 아, 그래, 너 한손으로 동생 태운 채 달리지는 못하니까, 한손으로 자전거 타며 하모니카를 불고 싶었구나. 작은아이는 누나 하는 놀이를 멀거니 바라본다. 저도 앞으로 이렇게 한손 자전거에 한손 하모니카를 하고 싶다고 생각할까. 4345.11.2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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