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고화질세트] 미스터 요리왕 (총41권/완결)
혼죠 케이(만화) / 스에다 유이치로(글) / 김봄(옮김) / S코믹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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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2.9.30.

숲은 일하지 않는다



《흙 1》

 혼죠 케이

 성지영 옮김

 또래문화

 1997.10.25.



  《흙 1》(혼죠 케이/성지영 옮김, 또래문화, 1997)를 읽으면 씨앗하고 흙이 어떻게 어우러지면서, 사람하고 숲은 서로 어떤 사이인가를 짚는 줄거리가 흐릅니다. 이 그림꽃은 일본에서 《SEED》로 나왔습니다. “씨앗”이란 이름이던 책을 왜 “흙”으로 바꾸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처음 나온 이름대로 《씨앗》이라 해야 걸맞을 뿐 아니라, 이 그림꽃에 나오는 사람이 늘 하는 일은 ‘씨앗 한 톨을 새롭게 심고, 씨앗 두 톨을 이웃한테 나누고, 씨앗 석 톨을 들숲바다에서 누구나 누리는 사랑을 삶으로 펴는 하루’라고 할 만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숲사람입니다. 다만, 요새는 스스로 숲빛을 잊다가 서울사람(도시인)으로 바뀝니다. 오늘날 시골사람조차 겉만 시골몸일 뿐, 속은 서울내기로 바뀌었습니다.


  숲을 숲으로 바라볼 줄 안다면, 숲에서는 아무도 일을 안 하는 줄 알 수 있습니다. 숲에서는 누구나 노래하고 춤추고 놀며 어우러져요. 서울에서는 모두 일만 합니다. 서울에서는 노래·춤·놀이가 없습니다. 돈을 버는 일하고 돈을 쓰는 노닥질만 있어요.


  씨앗은 일하지 않습니다. 씨앗은 꿈을 그려서 하나씩 이루어 갑니다. 흙은 일하지 않습니다. 흙은 온숨결을 품고서 넉넉하면서 포근하게 삶을 나눕니다. 싱그럽게 살아숨쉬는 흙은 까무잡잡하고, 씩씩하고 튼튼히 뛰노는 아이는 살갗이 까무잡잡합니다. 일만 하다 죽어버린 흙은 허여멀겋고 딱딱합니다. 오늘날 논밭흙은 까무잡잡하던 빛을 잃고서 허여멀겋게 모래밭(사막)입니다. 이러니 오늘날 ‘농업’은 온통 풀죽임물(농약)에 죽음거름(화학비료)으로 마구 뽑아내려고 해요.


  흙짓기를 따로 안 하던 지난날에는 모든 사람이 ‘여름지기(열매지기)’였고, 지난날 모든 여름지기(열매지기)는 “사람 한 알, 새 한 알, 벌레 한 알”이란 얼거리로 나누며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놀면서 웃고 이야기했어요.


  오늘날 서울(도시)을 봅시다. “사람만 석 알 몽땅”이란 틀에 갇힐 뿐 아니라, 들꽃이나 나무 한 그루한테 한 뼘조차 안 내줍니다. 사람이 아닌 사납빼기가 된 이들은 사람 사이에서도 부릉이(자동차)한테 몽땅 자리를 내주고, 돈에 따라 더 넓고 커다란 집에 홀로 들어앉으려고 해요.


  입가리개를 스스로 벗고, 부릉이를 스스로 내려놓고, 잿빛집에서 스스로 나올 노릇입니다. 한 손에는 햇볕을 받고, 다른 손에는 바람을 받으며, 온몸으로 빗물을 머금고, 온마음으로 별빛을 담을 노릇입니다. 씨앗을 석 톨 심어서 두 톨은 숲한테 돌려줄 수 있는 눈망울일 적에, 사람은 비로소 사랑을 깨달아 스스로 즐겁고 아름답습니다.



“숲에선 사람손을 빌지 않고도 모두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짐승·새·풀이나 벌레까지도. 자연에 쓸모없는 것은 없습니다.” (11쪽)


“숲엔 무엇이든 있었다. 그들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더 이상 구하지 않으며 느긋이 한 모금의 담배를 피우며 정성껏 화장을 하지. 우리들은 댐을 만들고 보다 편리해지겠다고 경쟁해 왔지만, 과연 행복해졌을까.” (71쪽)


“아마존엔 한 가지 식물만 자라는 곳이 없소. 식물은 종류에 따라 땅속의 양분을 나눠 쓰고 있소.” (81쪽)


“제 밭에 잡초는 없습니다.” (125쪽)


“숲에는 여러 가지 나무나 풀벌레가 살고 있습니다. 밭에서도 작물과 풀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겁니다.” “잡초가 비료를 다 먹어버린다구.” “잡초가 있으면 비료가 필요없습니다.” (126쪽)


“그들(인디오)은 화전을 일구지만 지상의 목초를 태우는 것뿐, 생명을 뺏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흙을 갈지 않고 강한 햇빛과 풍우로부터 흙을 지키고 있지요. 갈지 않아도 숲의 흙은 부드러우며 그들은 숲의 풀이나 벌레를 작물과 공존하게 하고 있습니다 … 마침내 숲이었던 토지의 지력이 떨어져 농지의 사막화가 시작되고 증대하는 인구를 먹여살릴 수 없게 되자, 15세기 이래 유럽은 아시아·아프리카·아메리카를 침략해 식민지로 만들었습니다. 그곳에서 유럽인들은 숲을 베고 현지사람들을 노예로 삼아 근대농법을 강요해 왔습니다.” (132쪽)


“지력은 숲의 낙엽과 벌레들이 만드는 대지의 생명력입니다. 근대농법은 숲을 베어없애고 대지의 생명력을 끊고 대신 화학비료를 주어 작물을 기르고 있습니다 … 어째서 토지의 생명력을 그대로 이용하지 않는 걸까요? 인간은 짧은 거리를 돌아서 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133쪽)


ㅅㄴㄹ


#本庄敬 #seed #혼죠케이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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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린네 40 - 완결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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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2.9.23.

바라볼 수 있는 마음



《경계의 린네 40》

 타카하시 루미코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1.10.25.



  일본은 만화나라라고 합니다. 내로라할 그림꽃님(만화가)이 수두룩한 일본인데, 어릴 적부터 마흔 해 즈음 그림꽃책을 읽으면서 돌아보기로, 일본이란 나라가 ‘만화나라’를 이룰 수 있도록 밑바탕을 다진 사람을 셋 꼽자면 ‘테즈카 오사무, 미즈키 시게루, 후지코 후지오’라고 느낍니다. 이 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보면, 또 이 세 사람이 만화로 담은 삶을 보면, 그분들이 태어난 일본이란 나라가 저지른 바보스럽지만 무시무시한 전쟁범죄를 온몸으로 겪고 나서 이를 그 나라(일본) 어린이한테 제대로 보여주되, 만화답게 새로 풀어내어 보여주어야겠다는 꿈이 있었다고 느낍니다.


  오늘날 일본이 만화나라란 이름을 고스란히 잇도록 하는 어진 기운을 보여주는 그림꽃님이라면 ‘타카하시 루미코·토리노 난코·오자와 마리’ 셋을 꼽습니다. 저로서는 이 세 사람을 꼽는데, 셋은 저마다 다른 붓결로 저마다 다른 사랑을 저마다 다른 삶터에서 저마다 다른 눈빛으로 곱고 정갈하게 밝힙니다.


  《경계의 린네 40》(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1)은 타카하시 루미코 님이 일군 아름다운 그림꽃 가운데 하나로, 마흔걸음에 이르는 꽃맺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줄거리를 크게 돌아보자면, ‘린네’란 아이는 ‘가난한 살림이라서 늘 곁일을 하는데, 옷조차 없어 중학교 적 체육복을 고등학생일 적에도 늘 입고 살아가는 몸’입니다. ‘사쿠라’는 수수한 집에서 수수하게 살아왔으나 깨비(귀신)를 맨눈으로 볼 줄 아는데, 마음으로 포근히 안아 줄 수 있기도 하지만, 이 마음을 느긋한 사랑으로 달랠 사람을 찾는 꿈이 있는 아이입니다.


  린네하고 사쿠라는 언제나 이승하고 저승 사이를 넘나들면서 숱한 사람들을 마주하고, 숱한 일을 치러내면서, 둘이 새롭게 짓고 싶은 앞길을 천천히 그리지요. 《경계의 린네》는 마흔걸음으로 이 새길을 부드러이 들려줍니다. 앞선 《이누야샤》는 둘이 서로 싸우기도 하고 그야말로 죽음수렁을 숱하게 넘나들면서 새길을 찾아나서는 줄거리라면, 《경계의 린네》는 ‘전쟁도 군대도 거의 사라진 일본이란 터전’에서 ‘마음을 느슨하게 풀지 않고서, 곧 마음을 가벼우면서 따스하게 어우르면서 나아갈 슬기롭고 참하면서 고운 길’을 들려주는 얼거리라고 하겠습니다.


  이 밑뿌리를 헤아리지 않는다면 ‘전생·윤회·사신·퇴마’라는 자잘한 그림감(소재)에 파묻혀 버릴 만합니다. 타카하시 루미코 님은 《경계의 린네》를 매듭짓고서 《마오 MAO》를 새롭게 그립니다. 《마오 MAO》는 《이누야샤》하고 《경계의 린네》를 새삼스레 풀어헤쳐서 오늘날 어린이·푸름이한테 새길을 다시금 차근차근 짚어 주는 이슬받이 같은 꾸러미라고 느낍니다.


  바라볼 수 있다면 마음을 열 뜻이 있다는 소리입니다. 바라본다면 마음을 열고서 천천히 받아들인다는 소리입니다. 바라보지 않는다면 마음을 안 연다는 소리요, 바라볼 줄 모른다면 마음도 안 열고 배울 뜻조차 없이 스스로 수렁에 잠겨 죽음길로 나아간다는 소리입니다.


ㅅㄴㄹ


“결국 또 얻어먹어 버렸네.” “뭘, 괜찮아. 평소 같은 느낌인걸.” (16쪽)


“싸구려 투어라서 미안했어.” “의외로 즐거웠는걸. 게다가 로쿠도랑 함께가 아니면 갈 수 없는 곳에도 갔고.” (21쪽)


“로쿠몬, 너는 해고당한 게 아니야! 그러니까 잠시 비켜 있어!” (53쪽)


“그건 둘째치고, 마미야 사쿠라와 제대로 이야기를 해야 돼!” (159쪽)


‘그래도, 마음이 놓여. 어쩐지 이런저런 일들이 모두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 (180쪽)


“로쿠몬, 유급휴가를 받았다고?” “네, 오늘 하루는. 20엔이나 받았어요.” (192쪽)



#高橋留美子 #境界のRINNE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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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망소녀 히나타짱 2
쿠와요시 아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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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2.7.5.

좋은 삶도 나쁜 길도 없는



《할망소녀 히나타짱 2》

 쿠와요시 아사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7.12.15.



  《할망소녀 히나타짱 2》(쿠와요시 아사/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7)을 가만히 돌아봅니다. 끊거나 맺지 못한 채 숨을 내려놓으면 으레 이 일부터 다시 잇습니다. 다시살기(환생)라고 할 텐데, 예전 몸으로 태어나지는 않습니다. 예전 몸은 죽어서 내려놓았거든요. 새몸으로 바로 이곳에 다시 찾아올 적에는 ‘마음은 그대로이나 몸은 다르’기에 둘레에서는 못 알아봅니다.


  얼마 앞서까지는 여든 살 할머니 몸이던 사람이 오늘 예닐곱 살 아이 몸으로 나타나면 그대로 못 믿기 쉽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몸뚱이 아닌 마음빛으로 서로 마주하는 하루라면, 겉모습이 아닌 삶을 읽습니다. 겉모습을 볼수록 삶을 못 읽습니다. 겉모습을 내려놓아야 삶을 읽고, 삶을 읽기에 살림을 짓는 길을 생각하며, 차근차근 사랑으로 한 걸음씩 떼어요.


  할머니 마음을 그대로 품은 채 아이로 살아가는 나날을 두 가지로 바라볼 만합니다. ‘할머니처럼 움직이고 싶으’나 둘레에서는 ‘애늙은이 짓을 한다’고 꺼립니다. ‘그동안 보고 느끼고 겪은 삶이 있’어서 들려주거나 펴고 싶지만 둘레에서는 ‘철없는 짓을 한다’고 나무랍니다.


  몸을 새로 얻어 다시 살아가는 길은 기쁨일까요? 새삼스러이 굴레일까요? 옛일은 모두 잊고서 처음부터 다시 하면 될까요? 눈앞에서 흐르는 온하루를 등지고서 ‘나(참나) 없는 길’을 가면 되는가요?


  몸을 내려놓는 길은, 몸을 내려놓는 뜻이 있습니다. 아프거나 다칠 적에도 그만 한 뜻이 있습니다. 굶거나 지칠 적에도 그만 한 뜻이 있어요. 넉넉하거나 넘칠 적에도 그만한 뜻이 있고요. 다 다르게 흐르는 삶은, 늘 오르내리는 물결하고 매한가지입니다. 물결이 높아서 좋지 않고, 물결이 잔잔하기에 좋지 않습니다. 그저 다른 물결일 뿐입니다.


  우리 삶에 좋은 길이나 나쁜 일이 있을까요? 굳이 있다고 여긴다면 있을 테지만, 삶에는 좋거나 나쁜 하루가 없습니다. 늘 새록새록 만나면서 배우고 새삼스레 우리 스스로 짓는 오늘이 여기에 있습니다.


ㅅㄴㄹ


“됐어. 보고 싶은 마음이 지금의 가족을 걱정하게 한다면, 난 그냥 평범한 여자아이로 살란다.” (48쪽)


‘역시 엄마는 대단하구먼. 88년하고도 6년을 산 나보다 훨씬 더 대단하니까.’ (57쪽)


‘난 왜 도망쳤을꼬. 미치오가 날 알아볼 리는 없는데. 굳이 겁낼 일도 아니잖은가. 생각해 봐야 소용없구먼!’ (97쪽)


“할머니. ‘토요’가 아니라 ‘히나타’예요.” “그래? 히나타구나.” (111쪽)


“이게 울 일인가. 서운하면 만나러 가면 되는데.” “서운하기만 한 건 아니지. 선생님들은 줄곧 모두의 성장을 지켜봐 왔으니까.” (16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桑佳あさ #老女的少女ひなたちゃ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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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24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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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2.6.26.

나는 나를 보면 다 알아



《배가본드 24》

 요시카와 에이지 글

 이노우에 타카히코 그림

 서현아 옮김

 2006.12.25.



  《배가본드 24》(요시카와 에이지·이노우에 타카히코/서현아 옮김, 2006)을 읽으면 ‘미야모토 무사시’가 ‘사사키 코지로’하고 나란히 어울려 놀면서 문득 마음빛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길을 들려줍니다. 둘은 스승이 없이 스스로 길을 찾으며 살아왔습니다. 둘한테는 저마다 스스로 스승일 뿐입니다. ‘스승’이란 스스로 길을 살피면서 살아가는 사람이에요. “스스로 배우며 깨닫는 사람 = 스승”이기에, 무사시도 코지로도 ‘스스로 스승’일 뿐, 누구를 스승으로 둘 일이 없습니다.


  남한테서 배우지 않습니다. 남한테서 배우려 하는 사람은 ‘남이라는 굴레’를 스스로 뒤집어쓰면서 갇혀요. 칼싸움 아닌 글쓰기로 견주어 볼게요. ‘글쓰기 스승’이 있으면 스승이 시키는 틀에 따라서 쓰게 마련입니다. ‘남(스승)이라는 틀’에 따를 적에는 ‘내 마음을 담아낼 내 글’하고 멉니다. ‘사람들이 높게 여기거나 좋아하거나 우러르는 남(스승)이 쓴 글을 흉내내’는 자리에서 멈춰요.


  ‘글쓰기 스승’을 둘 적에는 ‘글쓰기 스승 이름값’을 내세워 ‘내 글을 팔아먹거나 떠벌이거나 자랑하기에 좋’습니다. 이때에는 ‘나다움’이 아닌 ‘스승 곁’에 머물고, ‘내 이야기와 내 삶’이 아닌 ‘스승이 보여주는 이야기와 삶’을 ‘스승이 잡아 놓은 틀에 맞추어 집어넣’어요.


  칼잡이 스승을 둔다면, 칼을 잘 다루는 스승이 보여주는 대로 따라가겠지요. 다 다른 사람은 몸집도 힘도 눈길도 다 다를밖에 없는데 ‘똑같은 틀’에 따라서 칼을 휘두른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얼핏 멋져 보일는지 모르고, 힘이 세다고 자랑할는지 모르나, 아무런 빛이 없어요. 시늉만 있습니다.


  바람이 어떻게 부는가를 살펴봐요. 나무가 있으면 나무를 스치면서 가볍게 지나갑니다. 높다란 멧자락이 있으면 멧자락을 가만히 감돌면서 지나가요. 물이 어떻게 흐르는가를 살펴볼까요. 돌이 있으면 돌 곁을 부드러이 감싸면서 지나갑니다. 들이 있으면 느릿느릿 퍼져서 지나가요. 바다를 만나면 포근히 안겨요. 해가 내리쬐면 아지랑이로 바뀌어 하늘로 올라 구름이 되지요. 이러다가 빗방울로 바뀌어 다시 땅으로 찾아갑니다.


  누구나 매한가지입니다. 모든 사람은 ‘스스로 나를 보기’에 ‘스스로 모두 알아차립’니다. ‘스스로 남을 보기’에 ‘스스로 모두 못 보고 모르는 쳇바퀴’에 갇힙니다. ‘스스로나’라는 눈길이라면 어느새 눈빛이 반짝여요. ‘남을 따라가기’로 스스로 가둘 적에는 흐리멍덩하다가 죽은 눈빛으로 갈 테고요.


ㅅㄴㄹ


‘스승 같은 건 필요없어. 이 산의 모든 것에 눈을 뜨고,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코로 냄새 맡고, 입으로 맛보고, 피부로 느낀다. 나와 산은 하나가 된다.’ (12∼13쪽)


‘바람도, 물도, 나도, 모두 다 같은 …….’ (22∼23쪽)


‘나는 왜 먼 길을 돌아서 왔지?’ (51쪽)


‘가벼워. 가볍다. 그래도, 이 막대기조차 가르침을 줄 것이다.’ (61쪽)


“싫거든 피해버려도 되우, 칼부림 같은 건.” (126쪽)


#バガボンド #vagabond #井上雄彦 #吉川英治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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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타 달리다 10
타카하시 신 지음, 이상은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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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청소년책

숲노래 아름책/숲노래 만화책 2022.6.19.



― 어디로든 간다


《카나타 달리다 10》

 타카하시 신

 이상은 옮김

 학산문화사

 2021.12.25.



  《카나타 달리다 10》(타카하시 신/이상은 옮김, 학산문화사, 2021)을 읽으며 ‘어린씨가 푸른씨로 스스로 자라나는 길’을 생각합니다. ‘서울아이 카나타’는 ‘시골아이 카나타’로 자리를 바꾸면서 비로소 마음을 틔워 말길을 엽니다. 카나타랑 여러 동무는 숨이 가쁘도록 언덕을 오르내리는 달리기를 하면서 생각이 자라나요.


  달리기를 해본 분이라면 달리기가 얼마나 스스로 빛내는 신나는 놀이요 몸짓이면서 하루인가를 어느 만큼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달리기는 ‘나하고 싸우기(내면과의 투쟁)’가 아닙니다. 달리기는 ‘나를 스스로 사랑하기(자기애)’입니다. 걷기도 이와 같지요. 동무랑 나란히 걸으면서 수다꽃을 피울 만한데, 홀로 머나먼길을 걸어갈 적에 어떤 마음인가를 되새겨 봐요.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언덕길을 달리고 드넓은 들판을 끝없이 달릴 적에 어떤 마음인지 곰곰이 짚어 봐요.


  더 빨리 달려야 할 까닭이 없는 줄 알아챈다면, 우리가 스스로 삶을 어떻게 짓고 다스리면서 달랠 적에 즐거이 빛나는가를 스스로 깨닫습니다. 더 빨리 달려야 한다고 여긴다면, 우리는 언제까지나 삶짓기도 살림짓기도 사랑짓기도 잊은 채 하루하루 쳇바퀴에 스스로 갇힌 굴레살이일 뿐입니다.


  그림꽃책 《카나타 달리다》에 나오는 아이들은 이기려고 달리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은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알려’고 달립니다. 오직 스스로한테만 온마음을 기울이며 달려야 하는 길에 문득 ‘아! 나는 이런 사람이로구나!’ 하고 깨닫고, 아이들은 저마다 ‘나를 나로서 바라보는 그때’에 ‘동무는 어떤 마음이자 눈빛’인가를 바라볼 수 있어요.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매한가지예요. ‘너(타인)’를 알려면 ‘나(자아)’부터 알아야 합니다. 남·이웃·동무를 사랑하려면 나부터 사랑해야 합니다. 나부터 스스로 사랑할 줄 모르는데 어찌 남·이웃·동무를 사랑할까요? 터무니없지요. 나부터 스스로 모르는데 어떻게 이웃을 알겠으며, 풀꽃나무나 숲을 알겠습니까? 어이없을 뿐입니다.


  아이들이 저마다 제 발걸음에 맞추어 달릴 수 있도록 그저 놓아주기를 바라요. 그저 지켜보기만 하기를 바라요. 달리다가 지쳐 쓰러질 적에 벌렁 드러누울 싱그러운 풀밭이며 빈터를 마련하기를 바라요. 풀밭이며 빈터에 부릉이(자동차)를 함부로 대놓지 말아요.


  그리고 그대가 어른이라면 어른으로서 먼저 ‘나사랑’부터 하시기를 바라요. 어른으로서 ‘나사랑’을 하지 못하는 마음결이라면, 곁에 있는 사랑스러운 아이가 왜 얼마나 어떻게 사랑스러운 빛줄기인가를 못 느낍니다. 누구나 ‘스스로 나사랑’을 하고서야 ‘이웃사랑’도 ‘숲사랑’도 비로소 천천히 엽니다.


ㅅㄴㄹ


‘알았지? 승부처에 도달하면, 이렇게 생각해 봐. 기초훈련을 꾸준히 해온 사람은 달리는 방식도 형태에 얽매이지 않고 무한하다!’ (85쪽)


‘나는 수없이 연습해 왔어. 지금 내 몸이 아무리 힘들어도 연습보다 힘든 시합은 없어. 나는, 갈 수 있어. 나는, 앞으로 갈 거야.’ (190쪽)


‘언제나 외롭게, 등을 쫓아서 달린 너. 있잖아, 고독은 나쁜 게 아니야.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단다. 고독은 개성과 재능을 낳아 주는 부모. 동료와 라이벌은 그것을 길러 주는 부모야.’ (202쪽)


‘내 인생은 행운으로 가득했어. 하지만 그 이상으로 빛나는 시간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 그건 네가 고독한 시간에 지지 않고, 꾸준히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을 만들어냈기 때문이야. 여8기까지가 모두가 벌어 준 시간. 여기서부터는, 네가 쌓아올린 시간으로 싸워야 돼!’ (203쪽)


‘너는, 어린 시절의 너는, 작은 발로 하코네에서 도쿄를 향해, 이 국도 위를 달렸다. 전철비나 버스비가 없던 어린아이라서?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나는 역시.’ (210쪽)


‘달려갔을 거라고 지금은 생각해. 나는 달리는 쪽이 전철이나 버스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그 시절에 어렴풋이 자신의 몸 하나로, 두 다리로, 작은 눈으로, 깨달았던 거야.’ (211쪽)


#たかはししん #高橋しん #かなたかける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청소년한테 글로 된 인문책만

너무 읽히려 하지 말아요.

이 아름다운 만화책

<카나타 달리다> 10권을

함께 읽고서

스스로 새롭고 싱그러이

마음을 열고 나누는

슬기로운 어른이 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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