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는 남매 2
츠부미 모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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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10.24.

동생에 누나가 될 줄 몰랐지만


《구르는 남매 2》
 츠부미 모리
 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23.7.25.


  《구르는 남매 2》(츠부미 모리/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23)을 읽고서 우리 집 큰아이한테 건네었습니다. 갑자기 생긴 동생을 바라보는 누나 마음하고, 갑자기 누나가 생긴 동생이 바라보는 동생 마음을 나란히 들려주는 줄거리입니다. 어머니를 여읜 누나는 앞으로 있으리라 생각조차 않던 동생을 맞이합니다. 아버지를 여읜 아이는 앞으로 있을 수 있으리란 생각조차 못 하던 누나를 만납니다.

  여태 남남이요, 이름이건 얼굴이건 아예 모르던 둘은 난데없다 싶은 한집안을 이루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부딪혀요. 같은 어버이 품에서 태어났어도 다른 아이일 테지만, 다른 어버이 품에서 자랐으면 훨씬 다르겠지요.

  피가 한 방울도 안 섞인 둘이요, 마음도 말도 뜻도 눈길도 다른 둘인데, 한집에서 같이 지내는 사이에 조금씩 틈을 열어요. 한꺼번에 열지 않습니다. 바람이 스미듯, 햇살이 퍼지듯, 천천히 느긋이 마음을 틔우면서 서로 새록새록 바라봅니다.

  씨앗 한 톨이 흙에 안겨서 뿌리를 내리고 싹이 트기까지 한참 걸립니다. 아무리 짧아도 이레는 지나야 하고, 웬만한 씨앗은 가을겨울을 찬바람을 흠씬 맞이한 다음에 새봄에 하나둘 깨어요. 어느 씨앗은 여러 해를 기다리고서 싹을 틔워요. 어느 씨앗은 쉰 해나 아흔 해쯤 지나고서야 싹을 틔우기도 합니다. 즈믄해를 잠들다가 깨어나는 씨앗도 있어요.

  《구르는 남매》라는 그림꽃에 왜 “구르는”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갸우뚱하면서 첫걸음하고 두걸음하고 석걸음을 읽었어요. 앞으로 몇 걸음까지 더 그리려나 모르겠습니다만, 두 아이가 아이다움에 아이스러운 하루를 저마다 다르면서 한마음으로 어울리는 길을 수수하게 들려준다면, 더없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아이는 사랑받으려고 태어납니다. 모든 어버이는 사랑하려고 낳습니다. 우리 몸으로 낳든, 어느 날 한집안이 된, 여태 낯설거나 모르는 사이라 하든, 눈을 마주하고 두런두런 말을 섞는 길로 나아갈 적에는, 이제까지 느끼지 못 한 새길에 새빛으로 새살림을 일구어요. 사랑이라는 씨앗은 우리가 스스로 보금자리를 푸르게 보듬을 적에 깨어나는구나 하고 천천히 알아가요.

  아기 적부터 한집안으로 지내는 사이여도, 어느 날 갑자기 한집안으로 지내는 사이여도, 모두 느긋이 지켜보고 돌아보고 살펴보면서 마음으로 사귀기를 바라요. 서두르지 마요. 밀어붙이지 마요. 내가 좋아하기에 네가 안 좋아할 수 있어요. 내가 안 좋아하기에 네가 좋아할 수 있어요. 서로 다른 마음이기에 한 마디 더 묻고 더 들어 봅니다. 서로 이제부터 처음이니까 두 마디 더 말하고 더 귀를 기울입니다.

  이른봄에 돋아도 들꽃이고, 늦여름에 돋아도 들꽃이에요. 아직 겨울이 지나지 않을 무렵에 꽃을 피워도 나무이고, 가을에 비로소 꽃을 피워도 나무입니다. 다 다른 아이입니다. 다 다른 어버이입니다. 다 다른 사람입니다. 다 다르면서 하나인 사랑입니다. 귀를 열어 봐요. 눈을 떠 봐요. 손을 내밀어 봐요. 어떤 말소리를 들을 수 있나요? 어떤 눈빛을 마주할 수 있나요? 어떤 몸짓을 느낄 수 있나요?

  가을바람에 가랑잎이 뒹굽니다. 겨울바람에 눈송이가 뒹굴어요. 봄바람에 어린이가 뒹굴면서 까르르 웃습니다. 여름바람에 개구리도 제비도 뒹굴면서 함께 노래합니다.


‘평범한 남매처럼 보이려나?’ (10쪽)

‘이렇게 새삼 둘만 있으니, 무슨 얘길 해야 할지 모르겠네.’ (12쪽)

“게다가 코시로한테 너처럼 귀여운 누나도 생기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라니까, 인생은.” (34쪽)

“할아버지, 나, 금방 또 올게!” (47쪽)

“여긴, 잠수함 안이야. 바, 바닷속을 여행하고 있어.” (111쪽)

“집에 거의 없는 부모도 있어?” “무슨 소리야? 수수께끼 놀이?” “아니야!” “뭐, 직업에 따라선, 있지 않을까?” “밥을 거의 안 해주는 부모는? 청소를 안 하는 부모는?” (123쪽)

“다음에 또 봐! 새로운 할아버지!” ‘새로운 할아버지라…….’ (155쪽)

+

핑거 스냅 할 줄 알아?
→ 딱딱이 할 줄 알아?
→ 손가락딱 할 줄 알아?
→ 손딱딱이 할 줄 알아?
→ 딸깍이 할 줄 알아?
→ 손딸깍이 할 줄 알아?
60쪽

그것이 아무리 행복해 보여도 어딘가 허전함이 느껴진다
→ 아무리 즐거워 보여도 어딘가 허전하다
→ 아무리 기뻐 보여도 어딘가 허전하다
131쪽

#森つぶみ #転がる姉弟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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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망소녀 히나타짱 5
쿠와요시 아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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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9.27.

몸을 내려놓고서 새롭게



《할망소녀 히나타짱 5》

 쿠와요시 아사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21.9.15.



  《할망소녀 히나타짱 5》(쿠와요시 아사/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21)을 가만히 되읽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새몸으로 다시 태어나게 마련입니다. 몸은 사그라들을 수 있어도, 넋은 언제나 고스란하거든요. 몸은 사라지더라도 마음은 넋과 함께 한결같습니다. 옛몸이 일군 삶도, 새몸으로 짓는 삶도, 우리 넋이 지켜보면서 우리 마음에 자리잡습니다.


  겨울에 시드는 풀포기는 겉몸이 시들어서 사라질 뿐, 씨앗으로 남아서 이듬해에 새롭게 깨어납니다. 시들어 죽는 몸을 슬퍼할 수 있되, 새봄에 새삼스레 푸르게 피어나는 풀포기를 반길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나무도 곰도 범도 나비도 무당벌레도 지렁이도 매한가지예요.


  다들 몸을 내려놓습니다. 몸으로 삶을 겪으면서 배우기는 하되, 몸뚱이에 너무 얽매이면 새롭게 빛나는 길로 나아가지 못 합니다. 새롭게 배운 삶빛을 마음올 아로새기면서 새삼새삼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으려고 몸을 내려놓습니다. 떠나지 말아야 할 몸이 아닙니다. 가볍게 내려놓고서 넋으로 훨훨 날아오를 몸입니다. 그리고 새몸을 입고 태어나고 자라면서 굳이 옛삶을 안 떠올릴 수 있고, 부러 옛삶을 떠올리면서 이곳에서 차근차근 새길을 열 수 있어요.


  《할망소녀 히나타짱》에 나오는 ‘할망순이’는 ‘할머니 넋을 그대로 이은 아이’입니다. 이 아이는 할머니로서 살던 지난날을 고스란히 품으면서 ‘아이로 새롭게 보내는 하루’도 새록새록 품습니다. 이제 이 할망순이는 할머니이기만 하지도 않고, 아이라고만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면 누구일까요?


  몸이 아닌 넋을 보면 되어요. 어떤 몸을 입고서 살아가더라도 예나 이제나 반짝반짝 둘레를 밝히는 사랑씨앗을 바라보면 되어요. 보고 보듬고 돌보고 보살피는 동안 어느새 아침이 밝아요.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토닥이고 달래는 사이 어느덧 별이 돋습니다. 하루가 흐르는 이곳에서 즐겁게 만나고 헤어집니다.


ㅅㄴㄹ


‘정말 사쿠야는 다 잊어버린 겐가? 하지만 사쿠야가 사다오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사다오는 사쿠야를 기억하는구나.’ (13쪽)


‘한 번 할머니까지 살아 본 사람에겐 장래 꿈이라고 해봐야 잘 와닿지 않는다.’ (46쪽)


“네가 열심히 생각해서 준비한 거면 뭐든 다 좋아할 거야. 마음이 담겨 있으니까.” (118쪽)


‘말하자. 말하자. 내가 사다오의 환생한 할머니고, 그동안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기억이 사라진다 해도 줄곧 네 행복을 빌고 있다고. 말하는 거야.’ (122쪽)


#桑佳あさ #老女的少女ひなたちゃん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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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피뇽의 마녀 2
히구치 타치바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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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7.14.

숲아씨랑 버섯



《샹피뇽의 마녀 2》

 히구치 타치바나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22.4.15.



  《샹피뇽의 마녀 2》(히구치 타치바나/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22)은 ‘숲아씨’ 가운데 ‘버섯아씨’가 누리는 삶을 들려줍니다. 숲에서 호젓하게 살아가며 숲빛을 이웃으로 품는 숲아씨로서는 숲살림이 보람차고 즐겁습니다. 숲에서 거둔 살림을 갈무리해서 이따금 마을로 가져가서 나누지요. 마을에서는 숲아씨가 베푼 숲살림이 있기에, 앓거나 아픈 몸을 정갈하게 다스려서 털어낼 수 있습니다만, 어쩐지 겉모습만으로 숲아씨를 꺼리거나 싫어한다지요.


  ‘숲하고 마을’이라는 얼거리를 ‘시골하고 서울’이라는 얼거리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림꽃 이야기뿐 아니라 우리 오늘 모습인 줄 느낄 만합니다. 서울에 사람이 많고, 돈이 많고, 일거리가 많고, 집이 많고, 우두머리가 살고, 이런저런 이름팔이가 많다지만, 서울에는 숲이 없고 새가 드물고 비바람이 깃들 데는 없다시피 하고, 무엇보다 어린이가 뛰놀 터전이며 푸름이가 이 삶을 느긋이 돌아볼 빈터가 아예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닥거리기가 아닌 놀이’를 누리지 않고서 나이만 먹으면 ‘어른 아닌 늙은 꼰대’가 되고 맙니다. 노닥거리는 짓은 추근거리는 짓으로 뻗고, 노닥질이나 추근질은 뒷질이나 몰래질로 불거지게 마련이에요. 이른바 ‘나이든 이들(기성세대)’이 세운 나라(정부)를 봐요. 아름다운 구석이 있습니까? 배우는 터전이 아닌 겨루고 싸우고 다투어야 하는 수렁인 ‘학교’입니다. 심부름꾼으로 이바지하는 벼슬자리가 아닌 지 오래인 ‘공공기관’입니다. ‘문화·예술·문학’은 어깨동무로 나아가는 길에 얼마나 아름답게 있을까요? ‘과학·기술’이라는 이름은 으레 ‘최첨단 전쟁무기 개발’에 힘을 쏟는 판입니다.


  푸른별에서 숲이 사라지면 사람이 다 죽습니다. 다들 머리(지식)로는 ‘숲이 사라지면 안 된다’고 여기기는 하되, 막상 ‘숲을 살리거나 가꾸거나 돌보거나 품는 길’하고는 한참 먼 하루를 보냅니다. 왜 시골에서 일하지 않을까요? 왜 쇳덩이(자가용)를 안 버릴까요? 왜 잿집(아파트)을 안 떠날까요?


  서울은 작을 적에 아름답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종로구 하나만 서울로 머물고, 모든 곳은 숲으로 돌릴 노릇입니다. 모든 구 사이에 적어도 500미터쯤 숲으로 돌려놓을 적에 비로소 이 나라가 숨통을 틔울 만합니다. 배움터(학교)도 돌봄터(병원)도 벼슬터(공공기관)도 확 줄여서 숲으로 돌릴 노릇입니다. 숲이 넓을수록 책을 안 읽어도 되고, 앓거나 아플 일이 없습니다. 숲을 품으며 살아가는 사람은 이따금 글월을 부치고 날개터(우체국)에 들르기는 하겠지만, 딱히 벼슬터(공공기관)에 갈 일이 없어요.


  사람들은 숲을 안 품기에 지나치게 바쁩니다. 숲을 등지기에 날마다 툭탁거리면서 몫(이익)을 챙기려고 억지를 씁니다. 숲을 품으면 ‘생태환경책’을 안 읽어도 되는데, 숲을 안 품으면서 책만 읽습니다. 숲에 깃들어 풀꽃나무랑 동무하면 저절로 말을 익히고 누구나 스스로 글(문학)을 펴게 마련입니다. 숲하고 등지기에 겉치레를 하고 꾸며내고 뽐내는 허울이 늘어납니다.


  《샹피뇽의 마녀》는 ‘숲에서 자라는 버섯’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버섯이 왜 버섯인지 돌아볼 수 있다면, 우리 스스로 무엇을 잊고 잃으면서 헤매는가를 저마다 천천히 알아볼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돌고돌면서 풀고 맺는 이음길인 버섯입니다. 돌고돌면서 풀고 맺는 너른터인 숲입니다. 사람은 예부터 숲에서 숲을 노래하고 사랑하고 어깨동무하면서 하늘빛으로 환하게 웃었습니다.


ㅅㄴㄹ


“루나구나. 다 품을 수 없는 독을 받아들인 거니? 그 모습, 그렇군.” (24쪽)


“허황된 소리지만, 애초에 그녀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 자체가 온통 이례적인데, 그거야말로 허황된 일 아닌가?” (90쪽)


‘괴로운 추억, 슬픈 기억, 어두운 감정, 불안의 소용돌이, 얽히고설킨 고통, 충격의 잔상, 그에 연결된 모든 것들. 그렇게 다 가져가면 남은 기억이 거의 없어지게 돼. 그렇구나. 그 정도로 그동안 내가 걸어온 길은, 슬픈 색으로 진하게 메워져 있었구나. 예쁘구나. 내게서 멀리 떨어져 흩뿌려지는 슬픔의 색은.’ (136∼137쪽)


“독기 많은 마을엔 머물 수 없는 누군가의 갈 곳 없는 다정함들이 여기로 모여들거든. 여기 버섯은 그 다정함을 먹고 자라. 그런 다정함을 가진 사람만이 가끔 여길 발견할 수가 있어.” (157쪽)


“다정한 맛이 난다. 근데 왠지 쓸쓸해. 고마워, 마녀. 독을 빨아들인 마을의 버섯이랑 이런 멋진 버섯 화원을 만들 수 있는 넌, 누가 뭐라든 아주 멋진 사람일 거야. 마을의 소문은 모두 믿을 게 못 되는구나.” (16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シャンピニオンの魔女 #樋口 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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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요리왕 33 - S코믹스 S코믹스
혼죠 케이 지음, 김봄 옮김, 스에다 유이치로 원작 / ㈜소미미디어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7.8.

칼 한 자루


《미스터 요리왕 33》

 스에다 유이치로 글

 혼죠 케이 그림

 김봄 옮김

 소미미디어

 2018.11.2.



  《미스터 요리왕 33》(스에다 유이치로·혼죠 케이/김봄 옮김, 소미미디어, 2018)을 읽었습니다. 칼 한 자루를 쥐고서 살림길을 찾아나서려는 하루를 그리는 그림꽃입니다. 길게 날을 세워서 쓰는 연장을 ‘칼’이라고 합니다. 칼은 처음에는 살림살이 가운데 하나로 삼았으나, 어느새 더 크고 날카롭고 무섭게 벼리면서 목숨을 빼앗는 길에 마구 부리는 길로 접어들었어요.


  생각해 봐요. 호미는 땅을 호는 연장입니다. 낫은 풀포기를 긋는 연장입니다. 방망이는 낟알을 떠는 연장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숱한 연장을 어느 곳에서 쓰는가요? 보금자리를 북돋우는 살림살이인가요, 아니면 옆마을이나 옆집이나 옆나라로 쳐들어가서 죽이고 빼앗는 짓에 휘두르나요?


  저는 어린이로 지내던 1980년대에 ‘사내가 부엌에 들어오면 불알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이 말이 무서웠다가, 어느 만큼 나이가 든 뒤로는 터무니없는 말로 어린이 마음을 갈라치기하는 고약한 굴레라고 알아차렸습니다. 요즈음을 보면, 배움터에서 부엌살림을 보여주거나 가르치지 않습니다. 어버이가 함께 부엌살림을 여미는 집도 그다지 안 늘었습니다.


  마음껏 뛰놀다가 몸을 깨끗하게 씻고서 함께 부엌살림을 여미고 집살림을 헤아리는 아이어른은 얼마나 될까요? ‘학부모 학원비 지출 통계’ 따위는 모으지 말고, ‘어버이랑 아이가 집안일을 함께 하는 틈’이 얼마나 되는가를 살필 일입니다. ‘대학입학 시험문제’를 어떻게 내느냐로 싸우거나 다투지 말고, 어린배움터랑 푸른배움터 열두 해에 걸쳐서 ‘배움터하고 집에서 스스로 밥옷집을 차려서 누리는 살림길’을 가르치고 배울 노릇입니다.


  이웃말(외국말)을 아무리 잘 하더라도 우리말을 못 하면 덧없습니다. 이웃말만 잘 한다면 이웃나라에서 살 노릇입니다.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있을까요? 이 나라 들숲바다하고 풀꽃나무를 모르는 채 ‘인문지식’을 아무리 쌓는들 덧없다는 소리입니다. 새뜸(신문방송)에서 무슨 소리가 흘러나오더라도 쳐다볼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 보금자리를 아이어른이 도란도란 함께 가꾸고 추스르는 하루를 살아내면 넉넉합니다.


  책을 읽겠다면, 언제나 삶책·살림책·사랑책·숲책을 손에 쥐고 펴고 아이어른이 함께 읽을 일입니다. 글을 쓰겠다면, 늘 삶글·살림글·사랑글·숲글을 쓰고 나누며 띄울 노릇입니다.


  《미스터 요리왕》은 칼 한 자루를 쥐면서 무엇을 배우면서 어른으로 일어서는가 하는 나날을 차근차근 들려줍니다. 이렇게 헤매고 저렇게 넘어지고 그렇게 눈물젖는 동안, 스스로 어디에 터를 잡고 어떤 보금자리를 일구어 어떤 하루를 노래하면서 놀이하는 마음으로 빛날 적에 사랑이 가만히 샘솟는가 하는 이야기를 밝혀요.


  맛있게 차려야 하지 않습니다. 사랑으로 차리면 됩니다. 맛있게 먹어야 하지 않습니다. 즐겁게 먹고서 사랑을 지피면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능숙한 외국어로 실시간으로 대화한다고 과연 글로벌한 사람일까요? 전 아니라고 봐요. 자기 나라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허세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16쪽)


“기분에 따라 요리의 맛이 달라지거든.” “기분.” “사람이 만드는 것에는 기술 말고도 ‘기분’이라는 마음도 중요해.” (61쪽)


“카타오카 씨의 첫 번째 제자 탄생인가요?” “네? 아, 아뇨. 저도 수행하는 몸인데 말도 안 돼요!” (78쪽)


“아뇨, 그것을 도쿄에서 맛보는 것이 바로 로망이 아닙니까?” “로망으로 경영이 되겠나?” (159쪽)


“전 장사치가 아니라 요리사니까요. 오늘처럼 제 신념과 다른 얘기를 들으면 요리에 회의가 듭니다. 분명 실력으로 고용되었는데 다른 일로 평가가 뒤바뀌니까요.” (199쪽)


#蒼太の包丁 #本庄敬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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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휴일 4
신조 케이고 지음, 장혜영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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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만화책 2023.7.5.

거짓말은 거짓말로


《매일 휴일 4》

 신조 케이고

 장혜영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12.30.



  《매일 휴일 4》(신조 케이고/장혜영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을 읽으면, ‘동생이 그림꽃님(만화가)으로 나설 즈음’ 누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지를 살며시 짚는 줄거리가 흐릅니다. 누구나 무언가 마무리를 지을 적에는 스스로 뿌듯합니다. 마땅한 노릇입니다. 스스로 뿌듯하지 않으면 마무리를 못 짓습니다.


  좀 어설프거나 엉성하더라도 ‘내가 여태까지 익히고 다진 모든 빛을 담았다’는 마음이면 넉넉해요. 우리는 ‘빈틈없는(완벽)’ 오늘이 아닌 ‘오롯한(완전)’ 하루를 살아가거든요.


  빈틈이 있기에 흉을 보는 사람이 있을 만합니다. 허술한 곳이 많아서 나무라는 사람이 있을 만하지요. 그러나 이 빈틈이란 ‘배울 틈새’이기도 합니다. ‘허술한 곳’이 많기에 ‘차곡차곡 다스리고 가꾸고 익히고 세울 길’을 널리 열 수 있습니다.


  바보는 아직 모르는 사람일 뿐입니다. 앞으로도 모르는 사람은 바보라 하지 않아요. 앞으로도 모르는 사람은 멍하니 있기에 멍청이(멍텅구리)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고 멈춘 사람인 멍청이 몸짓으로는 새길을 열지도 않고 새빛을 짓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바닥으로 굴러떨어진 바보라는 오늘이기에, 스스로 얼마나 바보스럽게 몰랐는지 돌아보고 되짚으면서, 바로 바닥부터 다집니다. 바닥부터 제대로 다지지 않으면 일어설 수 없는 줄 깨닫는 바보라는 자리입니다.


  빈틈이나 허술한 곳을 짚는 사람은 나쁠까요? 나쁘게 보고 싶으면 나쁘게 보면 될 뿐입니다. 빈틈을 짚어 주는 사람을 나쁘게 보는 이는 스스로 멍청이라는 굴레를 쓰면서 멈춥니다. 허술한 곳을 나무라는 사람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이는 스스로 바보인 줄 깨달으면서 하나씩 바로잡고 바꾸려고 땀을 흘려요.


  거짓말은 거짓말로 갑니다. 빈틈투성이 책을 빈틈이 없는 듯 치켜세워 본들, 허술한 책을 잘난책(베스트셀러)로 띄운들, 너도 나도 즐거울 일이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무엇이 허술하거나 모자란가를 또렷하게 보고 느끼고 배워서 바꾸고 가꾸는 매무새를 가다듬기에, 스스로 사랑을 찾아서 지을 만해요.


  참말은 참말로 갑니다. 숲은 숲으로 갑니다. 서울은 서울로 가지요. 차림옷은 차림옷으로 가고, 웃음은 웃음으로 갑니다. 오늘 이곳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고 받아들일 셈인지 되새겨 봐요. 겉모습을 보고 느끼고 받아들이나요? 빈틈투성이 내 모습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바보인 오늘을 노래하면서 밑바닥부터 가꾸는 걸음걸이인가요?


ㅅㄴㄹ


‘어쩐지 좀 재미있는 사람이네.’ (4쪽)


“저어, 양말이 짝짝이인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14쪽)


“하지만 오늘 얘기해 보고, 좋은 녀석들은 아니지만, 나쁜 녀석들도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53쪽)


“난 만화가가 될 거야. 엄마가 바라는 직업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느낌으로 알고 있었어. 이왕 하는 거 끝까지 해보렴.” (73∼74쪽)


‘거짓말로 재미있다고 하면 그때는 원만하게 넘어갈 수도 있겠지. 하지만 한 번 거짓말을 하면 그걸 보완하기 위해 또 거짓말을 해야 돼. 그렇게 되면 이미 뭐가 재미있는지도 알 수 없어져.’ (84쪽)


“낙선작을 보는 중이야.” “그건 젊은 편집자들이 먼저 읽어 보고 탈락시킨 거잖아요. 굳이 볼 필요가 있나요?” “아니, 읽다 보면 이걸 왜 떨어뜨렸나 싶은 게 가끔 있거든.” “네?” (89쪽)


“할머니.” “응?” “바람이 기분 좋아요.” “그러냐.” (107쪽)


“어디 가세요?” “짜증이 극에 달해서, 저기 3번째 전봇대까지 뛰려고요.” “네?” (123쪽)


#ひらやすみ #真造圭伍 


히로 오빠, 승부하자

→ 히로 오빠, 겨루자

→ 히로 오빠, 해보자

→ 히로 오빠, 붙자

69쪽


오늘은 할머니의 1주기 기일입니다

→ 오늘은 할머니 가신 첫돌입니다

→ 오늘은 할머니 떠난 첫해입니다

9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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