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의 봄 3 - 완결
Takeru ATSUMI 지음, 오경화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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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4.3.

작은들꽃에 봄


《작은 나의 봄 3》

 아츠미 타케루

 오경화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2.28.



  이야기를 하면 풀 수 있는 일입니다. 아니, 이야기를 하기에 푸는 일입니다. ‘이야기’란 “잇는 길”을 나타내고, “서로 말을 섞으며 잇는 길”을 뜻하는 낱말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야기란 “혼자 하는 말”이 아닌, “서로 주거니받거니 하는 말”입니다. 말하기도 하고 듣기도 하기에 비로소 ‘이야기’입니다.


  오늘날 숱한 곳에서 ‘이야기’를 안 하고 그저 ‘혼잣말’로 시키거나 맴돈다고 느낍니다. “잘못하는 아무개가 말썽”이라면, “잘못하는 아무개”하고 마주앉아서 이야기를 할 노릇입니다. 어느 대목이 잘못인지 눈앞에서 짚으면서 차근차근 들려줄 노릇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쩐지 “잘못하는 아무개”를 노려보거나 말없이 지나치기만 합니다. 말을 섞지 않고서 서로서로 미워하기만 끝없이 한다고 느낍니다.


  이를테면, 웃사내질을 하는 덩치가 크고 우락부락하고 거친말을 내뱉는 이를 보면 섬찟하구나 싶지만, 그래도 이들한테 다가가서 “젊은분, 이곳에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여기는 공공장소입니다.” 하고 부드럽게 말을 하면, 요새는 100이면 99은 그들(웃사내질 무리) 스스로 창피하거나 부끄럽다고 여기면서 얼른 자리를 털고 나가거나 바꾸더군요. 다만 1쯤은 낄낄거리면서 무리지어서 장난질을 잇고요.


  《작은 나의 봄》은 석걸음으로 맺습니다. 조금 더 이야기를 펼 만한데 여러모로 아쉽지만, 석걸음까지 낸 그림꽃을 고맙게 여깁니다. 크게 보면 두 아이가 서로 다르지만 하나인 마음을 가꾸어 가는 길을 줄거리로 삼습니다. 두 아이는 ‘여자배구’와 ‘남자배구’를 하는데, 한 아이는 ‘여자배구 으뜸꽃(주공격수)’이고, 다른 아이는 ‘남자배구 숨은꽃(리베로)’입니다. 키도 덩치도 힘도 바탕도 빼어난 으뜸꽃 옆에 키도 덩치도 힘도 바탕도 후줄근한 숨은꽃이 서면 그야말로 ‘엄마와 아들’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숨은꽃인 아이는 스스로 어느 대목이 모자란지 자꾸자꾸 돌아보면서 담금질을 합니다. 으뜸꽃은 그냥 타고난 몸이기 때문에 으뜸꽃이 아닌 줄, 으뜸꽃으로 피기 앞서 오래오래 담금질을 했을 뿐 아니라, 으뜸꽃으로 서고도 늘 새로 배우고 담금질을 하는 줄 깨닫습니다.


  싸우려는 마음이 가득한 채, 미워하는 마음을 품은 채, 웃사내질을 하는 이한테 다가가면, 마땅히 싸움만 일어나고 불꽃튀는 말다툼으로 번집니다. 이와 달리, 풀려는 마음으로, 웃사내질 사람들도 살림빛을 배우기를 바라면서 다가갈 적에는, 비록 100 가운데 1는 귓등으로도 안 듣지만 99은 듣더군요. 그들이나 저들은 안 바뀐다고 여기지 말고서, 그들과 저들이 여태 못 들은 말을 사근사근 들려주면서 ‘이야기’를 하자는 마음일 적에, 아주 천천히 하나씩 바꿀 수 있다고 느낍니다.


  담금질도 이와 매한가지입니다. 하루아침에 이루는 담금질이란 없습니다. 부엌일을 하자면 날마다 칼을 갈아야 하는데, 하루만 칼을 잘 갈면 끝이지 않아요.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갈아야, 칼을 쓸 적마다 척척 잘 듭니다. 글을 마음껏 쓰고 싶다면 ‘글로 담을 말’을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익히고 돌아볼 노릇입니다. 글치레나 글손질에만 마음을 쏟지 말고, 먼저 ‘말’이 무엇인지 되새기면서 말밑과 말결과 말씨와 말빛을 하나씩 찾아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오래오래 담금질을 하는 사이에 시나브로 스스로 빛납니다.


  작은들꽃에 봄입니다. 작은들꽃은 처음부터 봄이지 않습니다. 긴긴 겨우내 꿈을 그리는 마음으로 땀흘렸기에 바야흐로 봄입니다. 마음을 그린다면, 슬픔도 기쁨도 늘 그대로 담아내면서, 빗물처럼 녹이고 바람처럼 털어내게 마련입니다. 붓끝으로든 손끝으로든 늘 빗물과 바람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면 됩니다. 마음에 사랑씨앗을 담고, 마음에 살림씨앗을 얹고, 마음에 생각씨앗을 묻고, 마음에 노래씨앗을 놓으면서, 누구나 오늘 하루를 새파란 하늘빛으로 누립니다.


ㅍㄹㄴ


“확실히 세이에이는 강하고, 우린 약점투성이인 엉터리 팀일지도 몰라. 하지만 꼭 보여주자. 엉터리라도 ……” (46쪽)


“그야 모르는 사람이 그런 소릴 하면 따라가야겠다는 생각도 안 들겠지만, 우릴 위해 데이터도 정리하고, 남몰래 도구도 정리하고, 이것저것 애쓰는 모습을 봐왔으니까.” (61쪽)


‘중요하게 여겨주고 있구나.’ (136쪽)


“단지 리시브만 하는 포지션이 아니란다. 전황을 잘 지켜보고, 팀에 적확한 지시를 내리는 것도 중요한 역할 중 하나야.” (187쪽)


#小さい僕の春 #渥美駿


《작은 나의 봄 3》(아츠미 타케루/오경화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5)


상대방의 약점을 발견하고 지적하는 데에 도사야

→ 저쪽 빈틈을 찾아내고 다그치기를 잘해

→ 그쪽 구멍을 찾아서 들추기를 잘해

19쪽


하지만 육박하는 것만으론 이길 수 없어

→ 그렇지만 비슷해서는 이길 수 없어

→ 그러나 가깝기만 해선 이길 수 없어

→ 그런데 따라만 가면 이길 수 없어

41쪽


트레이닝으로 삼기엔 부하가 좀 모자란데?

→ 몸을 닦기엔 무게가 좀 모자란데?

→ 몸을 벼리기엔 짐이 좀 모자란데?

113쪽


이카이가 취약한 블로킹에 집중포화!

→ 이카이가 못하는 가로막기에 몰매!

→ 이카이가 엉성한 가로막기에 몰빵!

145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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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멸동물 이야기 1 -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진 이들에게 바치는 레퀴엠
우스쿠라 후미 지음, 이마이즈미 다다아키 감수 / 재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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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4.3.

잊어버린 마음


《절멸 동물 이야기 1》

 우스쿠라 후미

 김진아 옮김

 재담

 2024.10.22.



  우리는 모두 다 다른 하늘빛(하느님)인 줄 잊어버리기에 그만 쉽게 불타는 마음으로 젖어든다고 느낍니다. 네가 잘못했든 내가 잘못했든 그저 ‘잘못’이로구나 하고 느끼면서 가다듬어서 풀어내면 그만입니다. 이 잘못 하나를 언제까지나 붙잡고 늘어져서 끝없이 따지면 언제나 싸움박질일 뿐입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뉘우치지 않기에 자꾸자꾸 탓할 수 있습니다. 끝없이 잘못을 되풀이하면서도 스스로 ‘잘한다’고 여기는 얼뜨기나 멍청이를 우리 삶터 곳곳에서 마주한다고도 합니다. 그렇지만 옛말에 있듯 “미운놈 떡 하나 더 준다”를 문득 펼친다면, 어느새 바뀌게 마련입니다.


  미운놈한테 어떻게 떡 하나를 더 주느냐고 따지기 앞서 생각해 봐요. 우리 스스로 잘못을 저질렀을 적에 우리를 달래거나 다독이면서 부드러이 이끈 여러 이웃과 어른과 아이들을 헤아리면 됩니다. 우리 스스로 배워야 하기에, 우리도 잘못을 저지르고, 또 저지릅니다. 그들이나 저들도 배워야 하기에 자꾸자꾸 잘못을 저지르면서 “미운놈이 더 받을 떡 하나”를 바라는구나 하고도 느낍니다.


  그러니까 “미운놈한테 줄 사랑스러운 떡 여럿”을 어떻게 챙겨야 어울리면서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 모두 풀어낼 어른스러운 새길을 찾아낸다고 느낍니다. 생각을 하기에 찾아내고, 생각을 멈추거나 등돌리기에 새길을 못 찾는다고 느낍니다.


  《절멸 동물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두걸음으로 굵짧게 매듭짓는 얼거리입니다. 일본사람이 여민 그림꽃이기에 ‘조선범’도 다루려나 싶었으나 끝내 나오지는 않습니다. 일본사람 스스로 ‘일본늑대’를 모조리 죽이고 만 짓은 다루는데, 일본사람은 ‘조선범’뿐 아니라 ‘조선늑대’도 ‘조선여우’도 씨를 말렸습니다.


  그런데 일본사람만 이 나라를 윽박지르고 가두면서 뭇짐승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조선사람도 돈과 이름과 힘을 거머쥐려고 심부름질을 숱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멀쩡한 ‘조선곰’을 어마어마하게 죽였고, ‘조선수달’도 거의 사라질 뻔하다가 용케 살아남았습니다. 요즈음은 ‘고라니’가 사라질 판인데, 푸른별에서 거의 우리나라에만 살아남은 가녀린 고라니를 밉짐승으로 여기는 얼거리입니다. 고라니가 느긋이 지낼 들숲메를 모조리 사람이 차지하려고 들면서 멧밭으로 내려와서 먹이를 찾을 뿐이거든요.


  누구한테나 마음이 있으나, 바로 이 마음을 잊어버리기에 뭇짐승을 마구 죽입니다. 서울이며 큰고장에 ‘비둘기’가 아닌 ‘닭둘기’가 있다고 놀리거나 손가락질하거나 괴롭히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만, 비둘기는 워낙 예부터 마을 둘레에서 함께살았습니다. 서울이 지나치게 크고부터, 마을에 빈터와 숲정이를 몽땅 없애면서부터, 비둘기도 참새도 까마귀도 길과 집과 숲을 잃고서 어지러울 뿐입니다.


  온갖 일자리와 돈벌이를 서울에 빼곡하게 몰아놓으니, 서울은 집값이 하늘로 솟고, 어느새 다른 고장도 집값이 오릅니다. 더구나 서울 아닌 모든 곳은 일자리와 돈벌이가 줄어드는데, 요사이는 ‘지방소멸기금·저출산예산’이라는 이름으로 돈만 곳곳에 뿌리더군요. 사람들이 서울과 큰고장에 몰릴 까닭이 없다면 서울과 큰고장에 잿더미(아파트단지)를 세울 까닭이 없습니다. 잿더미를 안 세운다면 작은마을로 오순도순하면서 일거리를 스스로 마련합니다. 이때에는 작은마을에 작은숲이 나란히 깃들 테니 뭇새와 뭇숨결이 저절로 어울립니다.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함께살는지 헤아릴 적에 비로소 마음을 되찾습니다. 사람과 숲들메가 어떻게 어울릴는지 생각할 적에 비로소 사랑을 깨닫습니다. 어깨동무라는 마음을 잊기에 사람빛을 잃으면서 마구잡이로 널뛰거나 날뜁니다. 이제는 길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앞으로 이 별에서 ‘사라질 목숨’은 바로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요.


ㅍㄹㄴ


“죽음은 두 번 찾아온다고. 첫 번째는, 생명이 다했을 때. 두 번째는, 모두의 기억에서 잊혔을 때.” (44쪽)


“인디언은 들소 고기를 먹고 그 모피로 옷과 텐트, 뼈로 도구와 무기를 만들잖나. 생활 대부분을 들소에 의존하고 있지. 들소 한 마리를 죽이면 인디언 한 마리가 죽게 될 거다.” (55쪽)


“수가 줄어든다는 걸 알면서도 보호하지도 않고 박제만 원한 거지?” “박물관의 기본은 박제의 수집과 분류니까.” “박물관을 위해서? 정말로? 다 사라지면 박제도 할 수 없는데?” “그래, 그렇긴 하지.” (81쪽)


그곳에서 전시용 박제로 만들어져 현재도 그 모습을 후세에 전하고 있다. 새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그 수가 가장 많았다고 하는 나그네비둘기. (129쪽)


“경고하고 사살한 거 맞죠?” “그렇게 하면 우리가 먼저 당합니다. 밀렵꾼에게 대체 우리 동료가 몇 명이나 죽었는지 아시오?” (147쪽)


“팥밥 좀 지어 줘.” “팥밥이요?” “오는 길에 늑대가 집까지 배웅해 주셨거든.” “아아, 오쿠리오카미 말인가요? 알겠어요.” (154쪽)


#絶滅動物物語 #地上より永久に消え去った者へのレクイエム 

#うすくらふみ


《절멸 동물 이야기 1》(우스쿠라 후미/김진아 옮김, 재담, 2024)


절멸된 동물은 700종에 이른다

→ 사라진 짐승은 700에 이른다

→ 씨마른 짐승은 700에 이른다

4쪽


이런 한랭수역에 있다니 참 특이하군

→ 이런 찬무대에 있다니 참 놀랍군

7쪽


로프에 몸을 실어서 작살을 빼려고 하는 건가

→ 줄에 몸을 실어서 작살을 빼려고 하는가

16쪽


스텔러 일행은 무인도를 탈출하게 되었다

→ 스텔러네는 외딴섬을 벗어났다

→ 스텔러 사람들은 빈섬을 떠났다

17쪽


동료가 작살을 맞아도 도망가기는커녕 너희는 구하러 오니까 어부들이 일망타진하기도 쉽지

→ 동무가 작살을 맞아도 달아나기는커녕 너희는 살리러 오니까 고기잡이가 싹쓸기도 쉽지

22쪽


이건 내가 만들어낸 게 아니야

→ 난 이렇게 하지 않았어

→ 내가 이렇게 짓지 않았어

29쪽


누군가가 얼른 일부를 잘라낸 거야

→ 누가 얼른 도막을 잘라냈어

→ 누가 얼른 몇 곳을 잘라냈어

33쪽


그 한 쌍이 포란하고 있던 알은

→ 이 한 짝이 품던 알은

85쪽


분명 부활했었네

→ 참말 살아났었네

103쪽


이 새의 특징은 아주 큰 무리를 만든다는 점이다

→ 이 새는 아주 크게 무리를 짓는다

→ 이 새가 아주 크게 짓는 무리가 눈에 띈다

109쪽


가능한 빨리 다음 총알을 장전하는 거

→ 되도록 빨리 다음 불알을 넣기

→ 그저 빨리 다음 불을 재우기

116쪽


국립공원 관리자인 파크 레인저가 무장하고 순찰한다

→ 나라숲지킴이가 총칼을 갖추고서 돈다

→ 푸른숲돌봄이가 총칼을 챙기고서 살핀다

147쪽


농경의 수호신에서 위험한 맹수가 된 일본늑대는 해수가 되어 사냥당하는 신세가 됐다

→ 논밭지킴이에서 사납빼기로 바뀐 일본늑대는 밉짐승이기에 사냥감이었다

→ 들살림 돌봄이에서 나쁜짐승이 된 일본늑대는 사냥거리였다

166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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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비키 8 : ~소설가가 되는 방법~ - S코믹스 S코믹스
야나모토 미츠하루 지음, 김아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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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3.30.

마음껏 읽고 쓴다


《히비키 8》

 야나모토 미츠하루

 김아미 옮김

 소미미디어

 2024.8.28.



  받아서 누리는 사람으로 오늘을 살아내며 기쁜 손길을 알아볼 때에, 머잖아 이웃한테 베풀며 나누는 사람으로 살아가며 즐거운 눈길로 선다고 느낍니다. 받기에 창피하지 않습니다. 또 받고 다시 받아야 하는 가난살림이기에 부끄럽지 않습니다. 그래서 받는 사람 못잖게, 주는 사람도 ‘어떻게 해야 제대로 잘 줄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받아서 누린 나날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중에 베풀거나 주는 자리에 설 적에 더 깊고 넓게 짚을 만합니다. 받아서 누려 본 적이 없다면, 내내 베풀거나 주는 자리에만 섰다는 뜻일 테니, 이때에는 ‘받는 사람 마음’을 하나도 모르게 마련입니다.


  받는 마음을 알기에 주는 마음으로 피어납니다. 주는 마음인 사람은 받는 마음을 배울 날을 반드시 맞이하게 마련입니다. 그냥그냥 베풀기만 한다면, 베풀면서 티를 낸다면, 주고 나서 자꾸 쑤석거린다면, 이때에는 ‘주다’가 아닌 ‘조르다’입니다.


  ‘소설가가 되는 방법’이란 이름이 붙은 《히비키 8》을 읽었습니다. 앞선 일곱걸음을 읽으면서도 느끼는데, ‘글쓰는 히비키’라는 아이는 “받을 줄”도 잘 모르고, “줄 줄”도 잘 모릅니다. 또는 “받는 마음”과 “주는 마음”을 뼛속까지 아는 터라 아주 뼛속으로 느낄 만큼 주거니받거니 하는 나날이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다만 하나는 또렷합니다. ‘글쓰는 히비키’라는 아이한테는 붓끝으로 사로잡는 솜씨를 어떤 길에도 안 치우치면서 펼 수 있습니다. 이미 히비키 스스로 어느 길에도 휩쓸리지 않고 휘둘리지 않을 뿐 아니라 휘두르지 않거든요. 그저 이 마음이면 글을 쓰건 집안일을 하건 똑바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글을 써서 팔아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글을 써서 읽혀야 할 까닭도 없습니다. 글을 쓰면서 마음을 나누는 하루요, 글을 쓰기에 마음에 담는 삶을 들려주고 듣습니다. 먼저 삶이라는 길을 제대로 세우지 않는다면, 아무리 치레를 잘 하면서 글을 꾸미더라도 바래게 마련입니다. 삶이라는 길을 스스로 곧게 세울 줄 아는 마음이라면 거침없으면서 흔들림없는데다가 빈틈없이 글결을 여밀 테지요.


  다만, 빈틈없고 흔들림없고 거침없는 글은 ‘아름답’지는 않고 ‘사랑’이지 않습니다. 《히비키》는 사랑이라는 아름빛으로 걸어가는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여덟걸음까지 이었듯, 재주와 솜씨라고 하는 겉모습에 매인 줄거리를 그냥그냥 이을까요?


  오늘은 기쁘게 누리면 됩니다. 이 하루는 반갑게 맞이하면 됩니다. 서로서로 사랑이라는 눈으로 마주하면 됩니다. 글은 먼나라에서 뚝 떨어지지 않습니다. 모든 글은 우리 삶자리에서 피어나고, 마음자라에서 자라고 눈망울을 거쳐서 손끝으로 피어나는 꽃송이입니다.


ㅍㄹㄴ


“그치만 히비키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거슬려서. 겁 좀 주려고 잘나가는 편집자라고 뽐내면서 쳐들어가 버렸지 뭐니. 부끄러워 죽겠어.” “아하하.” “아무리 그래도 방송국 사람도 아니고, 문예 편집자가 소설을 읽고도 눈치를 못 챘을 줄이야.” (17쪽)


‘어떻게든? 난 그게 무서운 건데.’ “그럼 가서 어떻게 좀 하고 올게.” “어?” (18쪽)


“본인한테 미리 촬영 허가는 받아놨어.” “정말인가요? 하지만 카메라를 박살냈다니까요?” “덕분에 쓸 만한 걸 건졌으니 잘된 일 아닌가.” (24쪽)


“내 인생인데 그쪽이 멋대로 정하지 마.” “그건 내가 할 소리지. 넌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내가 판단했어. 히토츠바시 TV 프로듀서인 내가 내린 판단에 너 같은 풋내기가 어디서 함부로 끼어들지?” (72쪽)


“그 아이가 엎어질 거라고 말한 이상, 이 프로그램은 반드시 그렇게 될 겁니다.” (106쪽)


“좀더 상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알았어. 다만 지금부터 당신은, 촬영을 막기 위한 인질로 삼을 거야.” (153쪽)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애를 위해서라면 24시간 내내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 (189쪽)


#柳本光晴 #響 #小?家になる方法


《히비키 8》(야나모토 미츠하루/김아미 옮김, 소미미디어, 2024)


나보다 세 살이나 아래라고?

→ 나보다 세 살이나 밑이라고?

→ 나보다 세 살이나 어리다고?

11쪽


상도덕에 어긋난다고나 할까

→ 장삿길에 어긋난다고나 할까

→ 장삿꽃에 어긋난다고나 할까

17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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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은 고양이 3
센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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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3.28.

잘하면 잘 할 뿐


《여동생은 고양이 3》

 센코

 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3.10.31.



  ‘잘하다’하고 ‘잘 하다’를 가려서 쓰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못하다’하고 ‘못 하다’를 갈라서 쓰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마음을 기울여서 가만히 생각을 하면, ‘잘하다·못하다’하고 “잘 하다·못 하다”를 그저 가볍게 나누어 이야기를 할 만합니다.


  타고난 재주를 펴면 ‘잘한다’고 하겠지요. 모처럼 뜻대로 이루면서 “잘 할” 수 있어요. 망가뜨리니까 ‘못한다’고 여길 테고, 오늘은 어쩐지 안 맞거나 힘들기에 “못 하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삶은 재주나 솜씨로 일구지 않습니다. 살아가는 모든 날은 다 다릅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봄이라 하지만, 해마다 다른 봄입니다. 같은 날씨란 없습니다. 얼핏 보면 널뛰는 날씨인데, 곰곰이 보면 그저 다르게 흐르면서 삶을 헤아리고 배우는 길이로구나 싶습니다.


  《여동생은 고양이》는 꼭 석걸음으로 매듭짓습니다. 얼마든지 열걸음이나 스무걸음을 그릴 수 있을 텐데, 굳이 늘어뜨리지 않아요. 알맞게 자릅니다. 군더더기를 입히지 않아요. 책이름 그대로 “동생이 고양이”입니다. “엄마아빠도 고양이”요, 여러 동무와 이웃도 고양이입니다. 그러나 마을에 고양이만 있지 않습니다. 고양이도 있고 사람도 있어요. 씨앗(종種)은 다르지만 한마을에서 어울립니다. 겉모습이 다를 뿐, 마음과 말을 나누면서 함께 살림을 짓습니다.


  겉모습이 같더라도 말을 안 섞으면 서로 얼마나 다른 마음인지 모릅니다. 겉모습이 다르기에 더 말을 섞고 다가서기에, 비로소 ‘겉모습이 다르더라도 속마음은 같구나’ 하고 느낄 만하지요.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길을 똑같은 몸짓으로 걸어야 하지 않습니다. 나하고 다른 너라서 ‘극우·극좌’일 수 없습니다. 그저 나랑 네가 다를 뿐입니다. ‘틀린’ 일이라면 ‘틀렸네’ 하고 말할 노릇이면서 ‘바로잡을 길’을 짚으면 됩니다. 틀렸기에 삿대질을 하거나 막말을 한다면, 다른 둘 사이는 아예 만날 길이 없을 만큼 좍좍 긋고 갈라서면서 끝내 싸우기만 합니다.


  고양이도 사람도 왼발과 오른발을 나란히 짚으면서 걷습니다. 사람도 고양이도 오른눈과 왼눈을 함께 떠야 앞을 하나로 바라봅니다. 다르기에 함께살아요. 다르니까 한집과 한마을과 한나라와 한별을 이루면서 삽니다. 숲을 봐요. 숲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는 몽땅 다릅니다. 한 그루 나무에서 퍼진 씨앗이 자란 나무라 하더라도 ‘다 다른 나무’입니다. 우리는 이 나라와 마을과 집에서 ‘나랑 다른 너’를 어떻게 마주하려는 마음인지, 이제부터 새롭게 돌아볼 때입니다.


  다르니까 내가 너랑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말하면 됩니다. 다르니까 나랑 너는 한자리에서 만납니다. 다르니까 우리는 자꾸자꾸 이야기를 하고 말을 섞습니다. 다른데 말을 안 섞고, 귀를 안 열고 눈을 안 뜬다면, ‘너’가 아닌 ‘나’부터 스스로 수렁에 잠기고 말아요. 《여동생은 고양이》는 사람몸으로 태어났으나, 사람 어버이를 일찍부터 잃고 말아서, 고양이 집안에 깃들어 새길을 걸어가는 푸른씨가 어떻게 사랑을 느끼고 말빛과 이야기와 살림길을 찾아나서느냐 하는 줄거리를 부드러이 풀어내어 들려줍니다.


ㅍㄹ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든 변함없는 관계가 바로 진정한 형제다.” (49쪽)


‘똑같은 온기와 마음이 느껴져서 굉장히 쑥스러워.’ (126쪽)


“오빠 역할을 못 한다면, 우리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151쪽)


“물론 우린 서로 달라! 원래는 남남일 뿐이야! 하지만! 엄마랑 아빠도 원래는 남남이었어!” (157쪽)


“게다가 우리가 멀찍이서 지켜볼 테니까! 당신도 어서 네네코한테 안 들키게 변장해!” (194쪽)


‘네네코도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나도 최선을 다해서 협력하자.’ (217쪽)


#妹は猫 #仙幸 #senko


《여동생은 고양이 3》(센코/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3)


귀여워∼! 귀여움의 화신이야∼!

→ 귀여워! 귀여운 님이야!

→ 귀여워! 귀염둥이야!

→ 귀여워! 귀염덩이야!

15쪽


같은 꿈을 지닌 동지니까

→ 꿈이 같으니까

→ 꿈이 같은 동무니까

217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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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라, 펜 4
시마모토 카즈히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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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3.14.

날을 잡다


《울어라 펜 4》

 시마모토 카즈히코

 이정운 옮김

 미우

 2024.8.31.



  달종이를 보면서 날을 잡으면 곧잘 어긋납니다. 해와 달과 날은 그저 그대로 흐르지만, 달종이는 첫이레와 두이레와 세이레와 네이레가 늘 다르거든요. 그런데 달종이에 따라 이레를 잘못 읽거나 보더라도, 이렇게 어긋나는 길을 서로 바라보면서 빙그레 웃을 수 있어요. 우리는 언제나 다 다른 사람이고 삶인데, 다 다른 줄 잊거나 놓치면서 보내기도 하거든요.


  네가 하는 말은 내가 하는 말과 다릅니다. 내가 하는 말도 네가 하는 말하고 달라요. 얼핏 보면 “똑같은 말소리”라 하더라도 말결과 말빛과 말씨가 다릅니다. 이를테면 “탄핵하라!”라고만 말하면 그냥 똑같아 보이지만, 누구를 끌어내리려 하는가 같은 대목은 아주 다릅니다. “우두머리를 탄핵하라!”라든지 “꼭두각시를 탄핵하라!”라 외칠 적에도 마찬가지예요. 저마다 ‘우두머리·꼭두각시’가 누구인가 다르게 바라볼 만합니다.


  《울어라 펜 4》을 곰곰이 읽었습니다. 첫걸음과 두걸음은 꽤 볼 만하다고 여겼으나, 석걸음과 넉걸음은 어쩐지 그림감이 떨어졌는지 늘어지거나 짜깁기 같다고 느낍니다. 일부러 이렇게 그렸을 수 있되, 늘 불타오르듯 그리려고 하면 거꾸로 다 불타고 말아 잿더미가 될 수 있어요. 《울어라 펜 4》은 재가 되고 만 얼거리 같습니다.


  그러나 재가 된 얼거리라서 나쁘지 않아요. 이렇게 불타오르기만 하면 그만 잿더미가 되는 줄 알아보면 되어요. 알아보고서 배우면 됩니다. ‘불’이란, 들끓는 젊음이기도 하고, 아직 철들지 않은 채 활활 타오르다가 꺼지고 마는 몸짓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불나다·부아나다’란 ‘화나다(火-)’를 가리켜요. 불을 내기에 앞뒤를 못 가립니다. 불타오르기에 앞뒤옆을 아예 못 봅니다. 불타다가 재가 되는 바람에 “왜 일어나려고 했는지 까맣게 잊기”까지 합니다.


  우리가 어느 모지리 우두머리를 끌어내리려는 뜻을 잘 읽고 짚어야 합니다. 모지리는 한 놈이 아닙니다. 두 놈이나 석 놈이 아닙니다. 벼슬을 거머쥐고 돈과 힘과 이름까지 움켜쥔 모지리는 수두룩합니다. 온나라를 앞뒤옆에서 휘감은 숱한 모지리를 다 끌어내릴 때라야 비로소 이 나라는 아름길로 거듭날 수 있어요.


  붓끝은 천천히 놀릴 노릇입니다. 휩쓸리듯 붓질을 하다가는 스스로 타오르다가 스스로 사그라듭니다. ‘붓’은 ‘불’이 아닌 ‘풀’빛으로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붓빛을 풀빛으로 다스리면서 ‘물’빛으로 어우를 적에는, 들물결이 싱그러이 일어나면서 온누리를 푸르게 적시고 살릴 수 있어요. 그러나 붓질을 불질로 이글이글 태우면, 너도 죽고 나도 죽으니 우리가 함께 죽습니다. 불질로 치달을 적에는 쌈박질로 고꾸라져요. 불질이 아닌 풀숲과 물결로 나아가야 비로소 어깨동무를 이루는 보금자리를 바라봅니다.


  겨울이 스러진 봄날입니다. 아니, 겨울이 살그머니 떠난 봄날입니다. 봄에는 봄꽃을 보드랍게 보면서 느긋이 살림을 차곡차곡 여미는 하루입니다. 봄이기에 봉긋봉긋 꽃망울과 잎망울을 들여다봅니다. 봄이기에 방긋방긋 웃음짓는 매무새로 새롭게 일어섭니다. 홀가분히 날을 잡습니다. 가뿐가뿐 날짜를 헤아립니다. 나들이를 할 즐거운 날을 하루 잡아서 길을 나섭니다. 반갑게 만나서 수다꽃을 피울 날을 두근두근 기다립니다.


ㅍㄹㄴ


“나 자신이 생각해낸 거다! 설령 누군가와 소재가 겹쳤다 해도! 샛길로 도망칠 필욘 없으니!” (33쪽)


“여기서 그만둘 수 있을 정도면, 처음부터 첫걸음도 내딛지 않았어!” (111쪽)


“만화 작품은 그려 본 적 있고?”“없습니다!” (159쪽)


“꿈을 추월했을 때야말로 이번에는 우리가 빛이 되는 거야! 핑크!” (183쪽)


#吼えろペン #島本和彦


《울어라 펜 4》(시마모토 카즈히코/이정운 옮김, 미우, 2024)


그 자리만 무사안일주의로 넘겨보려는 토그만 늘어놓고!

→ 그 자리만 뺀질뺀질 넘겨보려는 수다만 늘어놓고!

→ 그 자리만 슬그머니 넘겨보려는 말만 늘어놓고!

→ 그 자리만 얼렁뚱땅 넘겨보려는 얘기만 늘어놓고!

65쪽


너도 바람을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으면, 천년만년 히어로는 될 수 없다

→ 너도 바람을 느낄 수 있지 않으면, 자나 깨나 으뜸꽃은 될 수 없다

→ 너도 바람을 느낄 수 있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별꽃은 될 수 없다

76쪽


풍압에 찌그러지시겠어

→ 바람에 찌그러지겠어

→ 바람힘에 찌그러지겠어

77쪽


양자의 아우라가 지금 서로 충돌하여 길항을 이루고 있다

→ 두 빛이 이제 부딪혀서 나란하다

→ 두 빛줄기가 막 부딪치며 버틴다

→ 두 기운이 바로 맞받으며 비금비금하다

79쪽


막상막하의 대결로 몰고 갔고

→ 비슷비슷하게 맞붙고

→ 엎치락뒤치락 버티고

142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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