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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다 군의 세계 5
안도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1월
평점 :
#町田くんの世界 #YukiAndo #安藤ゆき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사랑에는 티끌이 없으니
《마치다 군의 세계 5》
안도 유키
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0.12.15.
《마치다 군의 세계 5》(안도 유키/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0)을 펴면 뚜벅뚜벅 나아가며 어깨를 펴는 마치다 곁에 어떠한 빛살이 흐르는가를 한결 깊이 보여줍니다. 우쭐거리는 짓하고 어깨를 펴는 몸짓은 다릅니다. 자랑하는 짓하고 보람을 누리는 길은 다릅니다. 푸름이 마치다는 아버지한테서 이어받고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숨결을 스스로 새롭게 가다듬어서 아버지하고 어머니한테 돌려줄 뿐 아니라 동생한테 나눠 주고, 동무랑 뭇이웃하고 즐겨요.
푸름이 마치다는 어떻게 제 빛살을 서글서글 나눌까요? 언제나 사랑받는 삶인 줄 알기에 언제나 사랑을 나누면서 스스로 기쁜 줄 알거든요. 받기에 주는 사랑이 아닙니다. 늘 흘러넘치니 저절로 퍼지는 사랑입니다. 우리한테서 흘러넘치니 저절로 이웃이며 동무한테도 흘러가는 사랑일 뿐 아니라, 둘레에서도 흘러넘치니 어느새 우리한테도 찾아들어 새롭게 만나고 섞여 한결 빛나는 사랑이지요.
삶을 보는 길은 두 갈래일 뿐이에요. 미워하고 싶다면 이녁 삶을 미움으로 채우면 됩니다. 사랑하고 싶다면 이녁 삶을 사랑으로 채우면 돼요. 갉아먹고 싶다면 하루를 갉아먹으면 되고, 노래하고 싶다면 하루를 노래하면 됩니다.
‘이다 아니다(흑백)’로 가르자는 소리가 아닌, ‘사랑인가 사랑이 아닌가’ 두 갈래라는 소리입니다. 사랑을 얹어 말하는데 저켠에서는 이 사랑을 알아듣지 못하면 어떡하면 좋을까요. 우리가 스스로 사랑이라면 새롭게 사랑을 담아서 말할 테지요. 사랑인가 아닌가는 남이 아닌 우리가 압니다. 노래인가 아닌가도 남이 아닌 우리가 알아요. 조금이라도 부아를 내거나 골을 부리거나 짜증스럽다면, 참말로 아주 티끌만한 부아나 골이나 짜증이 깃들더라도, 이때에는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에는 아무런 모나 티가 없어요. 사랑은 오로지 사랑입니다. 터럭만큼이라도 흔들리거나 어긋나면 사랑이 아닌 줄 느끼거나 깨달아 멈추어야지요. “아, 사랑이 아니었네?” 하고 돌아보면서 “처음부터 새롭게 사랑으로 가야지!” 하고 마음을 새기면 됩니다.
푸름이 마치다한테는 모자란 구석이 참 많습니다. 스스로도 알아요. 그러나 스스로 넘치는 사랑이 있는 줄도 알아요. 그래서 스스로 모자란 대목은 어버이나 동무나 이웃한테서 손을 빌립니다. 스스로 넘치는 사랑은 늘 기꺼이 어버이나 동무나 이웃하고 나눕니다. 이뿐입니다. 우리 스스로 모자란 곳을 제살깎기하듯 “난 글러먹은 놈이야!” 하고 말한들 달라질 일이 없어요. 우리 스스로 사랑스러운 곳을 활개를 펴고서 “이 빛살을 나누자!” 하고 노래하고 춤추면 됩니다.
그림꽃 《마치다 군의 세계》를 빛꽃(영화)으로 담아낼 만하다고 생각해요. 그림으로 꽃이었으니, 빛으로도 꽃이 될 만합니다.
ㅅㄴㄹ
“남동생이 또 생겼어. 그래서 막 태어난 동생을 보면서 느꼈지. 그렇구나. 인간은 태어난 것만으로 충분하구나. 태어나 준 것만으로 충분한 거구나. 가치 없는 사람은 없어. 그러니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아오이케가 무리하지 않게 된 거면, 그것도 성장이 아닐까.” (42∼44쪽)
“엄만 가끔 하지메가 먹고 싶은 걸 해주고 싶은데.” “TV에 나오는 걸 보니까 저도 먹고 싶어졌어요.” “에이, TV는 보지도 않았으면서.” (56∼57쪽)
“그건 엄마가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해서인 거죠? 어째서요?” “응? 그야, 더 가까워지고 싶으니까. 서로의 세계를 더 가깝게 해서 하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83쪽)
“저는, 나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나쁜 짓을 할 때도 있지만 행동 자체는 나빠도 거기에는 이유가 있을 테고, 그렇다면 그 이유를, 변명을 들려줬으면 싶어요.” (118∼119쪽)
‘언젠가 믿음 때문에 아픔을 겪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그때 또 마주하면 된다.’ (132∼133쪽)
“이노하라가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어?” “있잖아. 좋아하는 사람.” “응. 어떤 사람이냐면, 처음으로 내 세계를 바꿔 준 사람.” (154∼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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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