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하극상 제1부 책이 없으면 만들면 돼! 7
카즈키 미야 원작, 시이나 유우 외 그림, 강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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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와르르 무너지는 둘



《책벌레의 하극상 1-7》

 카즈키 미야 글

 스즈카 그림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9.3.31.



  《책벌레의 하극상 1부 7》(카즈키 미야·스즈카·시이나 유우/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9)을 보면 ‘책벌레인 마음’을 그대로 이으면서 ‘아이 몸’으로 다시 태어난 분이 지난날하고 다른 마음으로 나아가는 실마리를 보여줍니다. 지난날에는 ‘무엇보다 책이 먼저’였으나 새몸으로 살아가는 오늘은 ‘책을 애타게 바라지만, 이보다는 함께 지내는 한집사람을 더’ 헤아리는 길로 접어듭니다.


  책에 사로잡힌 삶이던 지난날에는 딱히 아픈 데가 없었다면, 책을 구경하기조차 어려운 오늘날에는 조금만 힘을 쓰면 와르르 무너지는 몸입니다. 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지만 꿋꿋하게 살림을 지으려고 하는 줄거리가 여섯걸음(1부 6)까지 흘렀고, 바야흐로 새걸음(2부)으로 나아가는 끝자락(1부 7)에서는 ‘사람 나고 책이 나온 삶’을 바라본다고 할 만합니다. 이 마음으로 ‘사람 나고 마을 나온 길’이라든지 ‘사람 나고 삶터(사회)가 나온 길’을 똑똑히 생각하면서 힘꾼(신전장)한테 당차게 맞서지요.


  딱히 아픈 데가 없이 살며 오로지 책벌레로 지내던 삶은 지난날이었습니다. 툭하면 앓아눕고 글이며 책을 구경하기 힘든 삶이 오늘날입니다. 언뜻 보자면 거꾸로 되살아난 길이라 할 테지만, 때(시간)는 한곬로 흐르지 않아요. 어제·오늘·모레는 늘 맞물리면서 흐릅니다. 또는 다른 테두리(차원)가 언제나 한동아리로 맞물린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리고 2000년대가 아닌 3000년대에는 확 다른 살림길이 있을 수 있고, 우리가 오늘 이곳에 있는 몸을 내려놓고서 다른 곳에서 되살아난다면, 이 별이 아닌 다른 별에서 삶을 이을 수 있어요. 《책벌레의 하극상》에 흐르는 사람살이는 옛날일 수 있으나 앞날일 수 있으며, 다른 별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노상 오늘을 살아갑니다. 예전에 살던 곳에서 예전에 살아가던 몸은 저러한 빛이며 살림을 누렸더라도, 오늘 살아가는 오늘 이 몸은 이러한 빛이요 살림입니다. 되살아날 적에 예전 생각이나 살림을 다 잊을 수 있지만, 예전 생각이나 살림을 고스란히 건사하면서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자, 이 대목을 헤아리면 좋겠어요. 우리가 예전 생각이며 살림을 잊어버리고 되살아날 적에 즐거울까요, 아니면 예전 생각이며 살림을 모두 간직하면서 되살아날 적에 즐거울까요? 잊든 잊지 않든, 오늘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이 길을 가려는 마음인가요?


  책을 더없이 사랑하면서 책에 파묻혀 살다가 책더미가 와르르 무너져서 예전 몸이 죽었다고 하는 ‘책벌레’는, 새몸을 입은 이곳에서 조금만 힘을 쓰면 몸이 와르르 무너집니다. 이 숨결 ‘와르르’를 스스로 찬찬히 바라볼 수 있다면, 이 여린 몸이며 책을 손수 지어서 누리고 싶은 꿈도 한결 슬기로우면서 상냥하게 이루는 이야기를 펼 만하리라 봅니다.


ㅅㄴㄹ


‘우에노 시절이었다면 무조건 책이 우선이었겠지. 그런데 어느새 가족이 책과 비슷할 만큼 소중해진 것 같아. 하지만 모처럼 발견했는데 견습 무녀가 되지 않고 책을 읽을 방법은 없을까?’ (94쪽)


‘아아, 가까이서 책을 읽을 수 있다니. 종이 냄새를 맡으니 마음이 너무 편해.’ (100쪽)


“신전에 들어가면 그 안에서 착취당하지만 말고 서로 이용할 상대를 찾아. 틈만 나면 주위를 보고 생각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쳐.” (123쪽)


“극형을 입에 담는 상대 앞에서 이 분노를 어떻게 억눌러야 하지? 나는 모르겠어.” (169쪽)


“사람을 죽이려고 했으니까 당연히 본인도 죽을 각오가 되어 있겠지?” (171쪽)


“계약을 맺고 붙들려 살면 살아가는 의미가 없잖아요. 저는 가족과 함께 있고 싶었어요. 책을 읽고 싶었어요. 제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없다면 의미가 없는걸요.” (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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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鈴華 #香月美夜 #椎名優 #本好きの下剋上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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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다 군의 세계 5
안도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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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町田くんの世界 #YukiAndo #安藤ゆき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사랑에는 티끌이 없으니



《마치다 군의 세계 5》

 안도 유키

 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0.12.15.



  《마치다 군의 세계 5》(안도 유키/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0)을 펴면 뚜벅뚜벅 나아가며 어깨를 펴는 마치다 곁에 어떠한 빛살이 흐르는가를 한결 깊이 보여줍니다. 우쭐거리는 짓하고 어깨를 펴는 몸짓은 다릅니다. 자랑하는 짓하고 보람을 누리는 길은 다릅니다. 푸름이 마치다는 아버지한테서 이어받고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숨결을 스스로 새롭게 가다듬어서 아버지하고 어머니한테 돌려줄 뿐 아니라 동생한테 나눠 주고, 동무랑 뭇이웃하고 즐겨요.


  푸름이 마치다는 어떻게 제 빛살을 서글서글 나눌까요? 언제나 사랑받는 삶인 줄 알기에 언제나 사랑을 나누면서 스스로 기쁜 줄 알거든요. 받기에 주는 사랑이 아닙니다. 늘 흘러넘치니 저절로 퍼지는 사랑입니다. 우리한테서 흘러넘치니 저절로 이웃이며 동무한테도 흘러가는 사랑일 뿐 아니라, 둘레에서도 흘러넘치니 어느새 우리한테도 찾아들어 새롭게 만나고 섞여 한결 빛나는 사랑이지요.


  삶을 보는 길은 두 갈래일 뿐이에요. 미워하고 싶다면 이녁 삶을 미움으로 채우면 됩니다. 사랑하고 싶다면 이녁 삶을 사랑으로 채우면 돼요. 갉아먹고 싶다면 하루를 갉아먹으면 되고, 노래하고 싶다면 하루를 노래하면 됩니다.


  ‘이다 아니다(흑백)’로 가르자는 소리가 아닌, ‘사랑인가 사랑이 아닌가’ 두 갈래라는 소리입니다. 사랑을 얹어 말하는데 저켠에서는 이 사랑을 알아듣지 못하면 어떡하면 좋을까요. 우리가 스스로 사랑이라면 새롭게 사랑을 담아서 말할 테지요. 사랑인가 아닌가는 남이 아닌 우리가 압니다. 노래인가 아닌가도 남이 아닌 우리가 알아요. 조금이라도 부아를 내거나 골을 부리거나 짜증스럽다면, 참말로 아주 티끌만한 부아나 골이나 짜증이 깃들더라도, 이때에는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에는 아무런 모나 티가 없어요. 사랑은 오로지 사랑입니다. 터럭만큼이라도 흔들리거나 어긋나면 사랑이 아닌 줄 느끼거나 깨달아 멈추어야지요. “아, 사랑이 아니었네?” 하고 돌아보면서 “처음부터 새롭게 사랑으로 가야지!” 하고 마음을 새기면 됩니다.


  푸름이 마치다한테는 모자란 구석이 참 많습니다. 스스로도 알아요. 그러나 스스로 넘치는 사랑이 있는 줄도 알아요. 그래서 스스로 모자란 대목은 어버이나 동무나 이웃한테서 손을 빌립니다. 스스로 넘치는 사랑은 늘 기꺼이 어버이나 동무나 이웃하고 나눕니다. 이뿐입니다. 우리 스스로 모자란 곳을 제살깎기하듯 “난 글러먹은 놈이야!” 하고 말한들 달라질 일이 없어요. 우리 스스로 사랑스러운 곳을 활개를 펴고서 “이 빛살을 나누자!” 하고 노래하고 춤추면 됩니다.


  그림꽃 《마치다 군의 세계》를 빛꽃(영화)으로 담아낼 만하다고 생각해요. 그림으로 꽃이었으니, 빛으로도 꽃이 될 만합니다.


ㅅㄴㄹ


“남동생이 또 생겼어. 그래서 막 태어난 동생을 보면서 느꼈지. 그렇구나. 인간은 태어난 것만으로 충분하구나. 태어나 준 것만으로 충분한 거구나. 가치 없는 사람은 없어. 그러니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아오이케가 무리하지 않게 된 거면, 그것도 성장이 아닐까.” (42∼44쪽)


“엄만 가끔 하지메가 먹고 싶은 걸 해주고 싶은데.” “TV에 나오는 걸 보니까 저도 먹고 싶어졌어요.” “에이, TV는 보지도 않았으면서.” (56∼57쪽)


“그건 엄마가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해서인 거죠? 어째서요?” “응? 그야, 더 가까워지고 싶으니까. 서로의 세계를 더 가깝게 해서 하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83쪽)


“저는, 나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나쁜 짓을 할 때도 있지만 행동 자체는 나빠도 거기에는 이유가 있을 테고, 그렇다면 그 이유를, 변명을 들려줬으면 싶어요.” (118∼119쪽)


‘언젠가 믿음 때문에 아픔을 겪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그때 또 마주하면 된다.’ (132∼133쪽)


“이노하라가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어?” “있잖아. 좋아하는 사람.” “응. 어떤 사람이냐면, 처음으로 내 세계를 바꿔 준 사람.” (154∼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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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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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의 집 2 - 개정증보판
야마모토 오사무 지음, 김은진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山本おさむ #どんぐりの家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안 보려 했으니 안 보인다



《도토리의 집 2》

 야마모토 오사무

 김은진 옮김

 한울림스페셜

 2004.11.15.



  처음에 《사랑의 집》이란 이름으로 나온 《도토리의 집 2》(야마모토 오사무/김은진 옮김, 한울림스페셜, 2004)을 되읽었습니다. 그림꽃책을 펴내는 곳에서 《머나먼 갑자원》하고 《사랑의 집》에 이어 《천상의 현》을 잇달아 내놓은 적 있는데, 1990년대가 저물고 2000년으로 접어들 그무렵, 우리나라에서 야마모토 오사무 님 그림꽃은 썩 안 읽혔습니다. 저는 열린배움터를 진작 그만두었습니다만, 둘레에 사범대나 교대에 다니는 동생이 많았고, 배움터에서 길잡이로 일하는 또래나 벗이 많아 《사랑의 집》이며 《머나먼 갑자원》을 읽어 보라고, 또 별빛사람(장애인)하고 어깨동무하는 길을 가거나 열린배움터에서 이 길을 배우는 이한테 이 그림꽃책을 알려주거나 사서 건네어도 하나같이 시큰둥했어요.


  스무 해쯤 앞서 그런 모습에 꽤 아찔했습니다. 이웃이나 둘레에서는 “굳이 왜 만화책을 봐야 하느냐?”고 되묻거나 따지더군요. “글로 적은 책만 책입니까?” 하고 말한들, “글로 적은 책 가운데 제대로 삶으로 파고들어 엮은 책은 얼마나 됩니까” 하고 물은들, ‘그림꽃(만화)’이라 하면 지레 손사래치는 숱한 길잡이(교사)라면, 배움터에 다니는 숱한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가엾네 싶었어요.


  별빛사람한테서 별빛을 느끼지 못하기에 우리 삶터가 일그러지는 길로 가리라 느낍니다. 어린이한테서 참다운 얼이며 사랑을 배우지 못하기에 우리 어른들이 짓는다는 이 나라가 엉망진창이지 싶습니다.


  오늘날 숱한 ‘어른’이란 이들은 자동차를 몰기만 하는 터라, 거님길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잘 모릅니다. 자동차를 모는 이들은 거님길에 버젓이 자동차를 세워 놓고 볼일을 보는 터라, 어린이뿐 아니라 여러 어른이 걸어다니기에 얼마나 사나운지 잘 모릅니다. 길바닥에 점글판이 제대로 있는 데는 없다시피 합니다. 전철을 타고내리는 사람들 가운데 점글판을 디디지 않도록 걸음결을 살피는 이도 없다시피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나라에서 다 다른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거나 섞이면서 삶을 노래하는 길은 꽉 막히다시피 합니다. 여느 때에 별빛사람을 마주하지 않으니 스스로 어떤 마음이요 눈빛이며 살림을 가꿀 적에 아름다운가를 모릅니다.


  여느 자리 여느 때에 어린이 눈높이를 헤아리지 않으니 숱한 어른들 말씨는 딱딱하거나 거칠거나 모질기 마련입니다. ‘어른끼리 읽는 책’이더라도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이웃 어른’을 헤아린다면 구태여 일본스러운 한자말이나 갖가지 영어를 섞거나 옮김 말씨를 안 쓰겠지요. 누구나 글을 쓰는 판이 되었으나 ‘누구나 읽을 만한 글’을 쓰도록 마음이며 손길이며 눈빛을 가다듬거나 새롭게 배우는 사람은 아직 너무 적어요.


  먼나라 얘기가 아닌, 우리 이웃에 있으나 그저 숨죽여야 하는 목소리를 차곡차곡 담아낸 《도토리의 집》입니다. 바로 옆에 이웃이 있어요. 그저 우리 스스로 안 보려 했기에 여태 못 보았을 뿐입니다.


ㅅㄴㄹ


‘이 아이가 이해 못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이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이다.’ (49쪽)


“손을 잡아 주면 펜밖에 못 잡는 약한 힘으로 애써 자네 손을 잡으려 하지 않았는가? 그건 반응이 아니고 뭔가! 그래도 오리에가 반응하지 앟았다고 할 텐가? 3개월에 걸쳐 오리에는 자넬 인정해 가고 있었어! 자넬 받아들이려고 했었다구! 뜨겁지 않은가? 오리에의 몸이 뜨겁지 않은가!” (72쪽)


“지면 안 돼요, 어머님. 놓지 마세요. 가케루는 당신 생명의 빛입니다. 힘내세요! 힘내세요!” (163쪽)


“난 그 애와 함께 밝게 살아가고 싶어. 무슨 일이 있는, 어떠한 경우에도 난, 그 애가 태어난 걸 축복해 주고 싶어.” (171쪽)


“못하는 것밖에 보지 못하십니까? 가케루에겐 할 수 있는 일도 많이 있습니다.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게 많이 있다구요! 말이 안 통해도 함께 손을 잡고 걷는 게 즐겁고, 웃으며 함께 도시락을 먹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185쪽)


‘어째서 우리들은 가케루와 함께 즐길 수 없는 걸까. 귀가 안 들려서? 아니. 아니다, 아니다! 우리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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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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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불륜 1
히가시무라 아키코 지음, 김주영 옮김 / 와이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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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 마음은 모두 마음



《위장불륜 1》

 히가시무라 아키코

 김주영 옮김

 와이랩

 2019.6.21.



  《위장불륜 1》(히가시무라 아키코/김주영 옮김, 와이랩, 2019)를 읽으면서 ‘눈가림’하고 ‘바람 피우기’를 돌아봅니다. ‘나는 이런 모습이 아닌데’ 하고 여기기에 다르게 가거나 꾸미거나 눈가림을 할 수 있으나, ‘우리 스스로 미처 느끼지 못한 모습’이 있어서 어느 날 문득 속모습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둘레에서 보기에 멋지거나 부럽다 할 만한 짝꿍이 있다는데 바람을 피우는 사람이 꽤 있대요. 둘레에서는 ‘저이는 아쉬울 일이 하나도 없을 텐데 왜 바람을 피울까?’ 하고 아리송하게 바라보는데, ‘막상 그곳에 있는 그이’로서는 속모습을 감추거나 눈가림을 하면서 ‘난 이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고 싶었어!’ 하고 여기곤 합니다. 그래서 그이로서는 ‘둘레에서 보기에 바람 피우는 길’이 아니라 ‘이 길에 예전부터 바라던 내 속마음’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나저나 왜 눈가림을 해야 할까요. 왜 속모습을 감춰야 하나요. 둘레에서 무어라 보든 스스로 바라는 가장 즐거운 길을 갈 노릇이지 않을까요. 남이 보는 눈이 아닌 우리가 보는 기쁨으로 달려갈 길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눈치를 본다면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을 할 적에는 오직 사랑을 바라봅니다. 둘레에 마음을 빼앗긴다면 사랑이 아니에요. 사랑이라는 마음은 언제나 사랑으로 그득하면서 환합니다.


  예전부터 우리나라를 몹시 좋아하던 히가시무라 아키코 님은 틈나는 대로 서울마실을 했다고 합니다. 《위장불륜》에 나오는 서울 골목이나 가게는 그동안 다닌 곳이라고 하는군요. 두 나라를 오가면서 삶을 누리고 아이를 돌보는 ‘아줌마 그림꽃님’은 언젠가 두 나라 사이를 오가는 이야기로 그림꽃을 펴고 싶었다는데, 이 꿈이 “위장불륜”으로, ‘불륜 아닌 만남’이지만 겉보기로는 ‘불륜처럼 된 만남’이 흐르는 길을 보여줍니다.


  그동안 선보인 그림꽃을 헤아린다면 이 그림꽃도 ‘마음을 속이지 말자’는 생각을 바탕으로 ‘잘생긴 마음도 못생긴 마음도 없이 모두 우리 모습을 고이 드러내는 즐거운 마음일 뿐인걸’로 이어가리라 봅니다. 모쪼록 마지막까지 차근차근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한국에선 혼자 고깃집 가서 맥주 마시면 이상하게 본다구!” “걱정도 팔자야 언니. 괜찮아, 난 여행 온 외국인이니까.” “너 또 직장 그만둬다면서?” (5쪽)


‘하지만 내 이름을 물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연한 질문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41쪽)


‘상대가 훈남이니까 갑자기 태도가 싹 바뀌는구만. 그치만 뭐 그것도 나쁘지 않지.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뭐.’ (64쪽)


“일본에서는 쇼코 상처럼 예쁜 분들이 스스로를 아줌마라고 하던데, 왜 그러는 거예요? 유부녀라서?” (80쪽)


‘쓸데없는 허세에서 지가도니 거짓말 때문에 나는 처음 온 서울에서 한국 음식을 먹을 기회를 잃었다.’ (127쪽)


‘그럼 잘 됐네. 거짓말하는 게 맞았던 거야. 서른에 솔로, 게다가 구혼 활동에 지친 백수라고 말했으면 엄청 경계했을 거야. 이 사람은 잘생기고 인기도 많을 테니까. 진지하게 누군가와 사귀고 싶지 않은 거야.’ (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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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페달 1
와타나베 와타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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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천천히 바람을 마시면서 간다



《겁쟁이 페달 1》

 와타나베 와타루

 이형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0.5.15.



  《겁쟁이 페달 1》(와타나베 와타루/이형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0)를 읽으면서 달림이(자전거)하고 삶하고 오늘하고 어린이·푸름이를 생각해 봅니다. 이웃나라 일본을 비롯해 적잖은 나라는 어린이가 스스로 걷거나 달림이를 타고서 배움터를 다니도록 이끕니다. 이웃나라에서도 아이를 씽씽이(자동차)에 태워 배움터를 다니도록 하는 어버이가 더러 있지만, 웬만하면 스스로 걷거나 달림이를 몰도록 해요.


  생각해 봐요. 아이가 집하고 배움터 사이를 스스로 걸을 적에는 무엇을 볼까요? 아이가 집하고 배움터 사이를 씽씽 지나칠 적에는 무엇을 볼까요? 걷지 않는 아이들은 ‘우리 집 곁에 있는 이웃집’을 볼 겨를이 없지 않을까요? 달림이조차 몰지 않는 아이들은 ‘마을을 이룬 숱한 사람’을 만날 틈이 없지 않을까요?


  스스로 걷거나 달림이를 몬다면, 무엇보다도 철이 흐르는 결을 온몸으로 맞아들입니다. 바람을 쐬고 땡볕을 느끼고 눈비를 맞으면서 다 다른 철이며 날씨를 온몸으로 배워요. 동무하고 수다를 떨거나 혼자 생각에 잠기면서 하루를 되새기고요.


  어릴 적부터 걷거나 달림이를 몰면서 어른이 된다면, 이 아이는 ‘걷는 사람’하고 ‘달림이를 모는 사람’을 헤아리는 눈썰미가 됩니다. 스스로 온몸으로 치러낸 삶이 있으니까요. 이와 달리 어버이 씽씽이에 폭 안겨서 이웃도 마을도 날씨도 느끼지 않고서 어른이 된 아이라면, 이 아이가 나라지기나 벼슬아치가 될 적에 무엇을 생각하거나 펼 만할까요?


  하늘집(옥탑집)이나 땅밑집(지하주택)을 모르는 나라지기는 이제 그만 구경해야지 싶어요. 버스삯이며 전철삯을 모르는 나라일꾼도 이제 그만 만나야지 싶습니다. 이뿐이 아니지요. 아기 똥기저귀를 갈 줄 모르는 벼슬아치나 글쟁이라면, 아이랑 소꿉놀이를 할 줄 모르는 벼슬꾼이며 글꾼이라면, 이제 사라져야지 싶어요.


  두 손으로 하루를 짓는 씩씩하고 즐거운 사람으로 서도록 가르치고 이끌 어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꽃책 《겁쟁이 페달》은 아주 잘 짠 줄거리는 아니지 싶으나, 두렴쟁이에 말주변까지 없는, 딱히 잘하는 일이 없다 싶은 아이가 두 다리로 발판을 구르면서 새롭게 마시는 바람맛을 비로소 깨달으면서 천천히 자라나는 길을 들려줍니다.


  빨리 자라야 하지 않아요. 더디 자라도 좋아요. 빨리 닿아야 하지 않아요. 느긋이 닿아도 즐거워요. ‘언제’ 가느냐가 아닌 ‘어떻게’ 가느냐를 살필 노릇입니다. ‘누구’랑 가고, ‘무엇을 하면’서 가느냐도 살필 노릇이에요.


  곁에 아이가 있다면 서로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요. 아이가 달리고 싶어 하면 이제 손을 놓고 함께 달려요. 이마에 땀방울이 한 줄기 흐를 때까지 땅을 박차요. 그리고 활개를 치면서 활짝 웃고 노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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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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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설마 이 길을 자전거로 달리는 애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해서.” “흥. 타카하시, 잘못 본 거 아니야? 달리는 게 아니라 밀고 가는 거겠지. 10단 기어의 로드레이서라면 몰라도. 방금 거 그냥 아줌마 자전거였어.” (19쪽)


“괘, 괜찮아요. 자전거가 있으니까.” (30쪽)


‘나는 약골로도 만족해. 패기가 없으면 나쁜 거야? 나는 원래부터 목소리가 작아. 운동 못하는 사람은 우습게 보고. 큰 목소리로 위압하고 힘으로 찍어누르고. 언제나 자기가 올바르다고 착각하고 있어!’ (87쪽)


‘굉장하다. 자전거는 의외로 알수록 깊은 맛이 있는지도! 가자. 따라잡자.’ (159쪽)


“밟으면 밟을수록 나아간다는 건 즐겁네. 이마이즈미!” (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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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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