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빵 7
토리노 난코 지음, 이혁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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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사람 곁에서 이웃이요 동무



《토리빵 7》

 토리노 난코

 이혁진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2.2.25.



  《토리빵 7》(토리노 난코/이혁진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12)을 되읽고 다시 읽다가 생각합니다. 한때나마 이 그림꽃책이 우리말로 나왔으니 고맙게 생각하고, 이제는 일본책을 장만할 때로구나 하고. 우리말로는 일곱걸음에서 멈추었으나, 일본에서는 2020년까지 스물일곱걸음이 나왔습니다. 《토리빵》을 그린 분은 어머니하고 둘이 살면서 새랑 이웃하고 동무하는 나날을 누리면서 그림꽃을 빚어요. 때때로 노래(시)를 쓰는데, 새랑 풀꽃나무랑 숲이랑 바람이랑 하늘이랑 냇물이 어우러지는 하루를 누리다가 문득 흘러나오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림꽃님은 대단하거나 놀랍거나 드문 새를 그리거나 지켜보지는 않습니다. 곁에서 마주하는 새를 날마다 바라보면서 반깁니다. 이 새도 좋고 저 새도 좋아요. 철새도 좋고 텃새도 좋습니다. 어느덧 텃새처럼 구는 철새도 좋고, 새가 내려앉는 나무도 좋으며, 온누리를 소복히 덮는 눈도 좋습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니 좋고,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불어 좋다지요. 어느 때는 어머니 몰래 집에서 사마귀를 키워서 사마귀알을 집 한켠에 건사하기도 했답니다.


  늘 마주하고 좋아할 뿐 아니라, 오롯이 사랑하는구나 싶은 보드라운 눈빛으로 이웃하고 동무하는 새이기에, 《토리빵》에 나오는 숱한 새는 사람하고 똑같이 살가운 숨결로 나옵니다. 아무렴, 새라고 하는 숨결은 늘 사람 곁에서 지내요. 하늘하고 땅 사이에 반짝반짝 빛나면서 날갯짓을 하는 이 새란, 바람을 읽고 들을 알며 풀꽃을 노래하는 삶을 사람한테 들려준다고 느낍니다.


  우리가 부르는 모든 노래는 새하고 풀벌레하고 바람한테서 비롯하지 않았을까요? 우리가 짓는 모든 가락은 새랑 풀벌레랑 바람이 처음 짓지 않았을까요? 여기에 개구리가 찾아들고, 매미도 날아옵니다. 벌나비도 살며시 끼고, 고래에 지렁이까지 어우러지는 노래판이 되어요.


  그저 곁에 있으면 됩니다. 한마을을 이루는 사이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바다를 가르며 노니는 뭇숨결이 ‘고기’이기만 하지 않듯, 하늘을 나는 새는 사람한테 고기밥(이를테면 닭고기나 오리고기나 메추리알)이기만 하지 않습니다. 새가 제 삶터를 잃으면, 사람이 사는 터전이 나란히 망가지지 싶습니다. 새가 짓는 집인 ‘보금자리·둥지’라는 낱말은, 사람이 아늑하게 가꾸어 누리어 아이를 낳아 돌보는 곳을 빗대는 이름입니다. 새를 새답게 아낄 줄 아는 손길을 지핀다면, 사람을 사람답게 아끼리라 생각해요. 새를 한낱 고기먹이나 구경거리로 본다면, 사람은 사람다운 빛을 바로 잃어버린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푸근한 밤공기 냄새를 맡고 싶어서 5월에는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잔다. 멀리서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자는 게 좋았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 반경 8km 이내에는 선로가 없고, 낮에는 열차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5월의 밤만이 그렇게 조용한 것일까. (3쪽)


무궁화에 부용. 그리고 접시꽃. 희미하고 서늘한 새벽의 냄새가 나는 여름날 아침의 꽃을 보자. (12쪽)


하지만 이 잎을 먹은 벌레는 아마도 이미 이 세상엔 없겠지. 한입에 꿀꺽 삼키는 녀석도 통째로 갉아먹는 녀석도, 알고 있기에 서두르는 거다. 열매 맺는 계절이 도착점이 아니라 시작점에 불과하다는 것을. (32쪽)


이윽고 잎이 떨어지고 서리가 내리면, 투명한 열매가 살짝 얼어붙는다. 아침 햇살 비치는 말라붙은 들판에 반짝반짝, 보는 이도 없이 그저 붉게 빛난다. (56쪽)


11월의 따뜻하고 바람 세게 불던 날, 마지막 낙엽이 지고, 대기는 건조하고 달콤한 향기로 가득 찼다. 그것은 무수히 많은 평온한 죽음의 향기. (72쪽)


그렇다곤 해도, 뱀은 아마 도로를 이해하고 있을 거다. 이것은 일종의 흐름이다. 좋아서 강물에 떠내려가는 뱀이나, 바람을 거스르는 새가 없는 것처럼, 그들에겐 그들만의 지도가 있다.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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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とりぱん #とりの なん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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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자!! 7 - A BADBOY DRINKS TEA!!
니시모리 히로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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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착한이가 되고 싶구나



《차를 마시자 7》

 니시모리 히로유키

 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09.10.25.



  《차를 마시자 7》(니시모리 히로유키/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09)을 펴면, 여러 가지 사잇길이 흐릅니다. 하나는 ‘이바지·돕기’요, 다른 하나는 ‘착함·상냥함’이며, 또다른 하나는 ‘마음·사랑’입니다.


  한 사람은 이 여러 가지를 하나도 모릅니다. 어쩌면 집에서 어버이부터 이 여러 가지를 몸으로 보여주거나 말로 알려주지 못했을는지 몰라요. 또는 집에서 어버이가 차근차근 보여주고 알려주었으나 못 알아챘을 수 있어요. 무엇보다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집을 오래 비우고서 배움터나 마을에서 오래 지내기에, 또래라든지 동무가 보여주는 모습이나 알려주는 말에 한결 쉽게 휩쓸린다고 할 만합니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어버이한테서 받거나 느꼈어도 배움터를 다니는 사이에 가뭇없이 잊곤 해요.


  다른 한 사람은 이 여러 가지를 어렴풋하지만 또렷이 알려고 합니다. 어쩌면 집에서 어버이부터 이 여러 가지를 슬기로이 보여주고 알려주었겠지요. 스스로 이 여러 가지를 느끼고 헤아리면서 알려고 애썼다고도 할 만합니다. 이리하여 다른 한 사람은 저 한 사람한테 ‘즐거이 돕는 마음’이며 ‘기쁘게 이바지하는 사랑’이라는 길을 차근차근 짚어 줍니다.


  적잖은 사람들은 겉모습으로 판가름합니다. 겉모습도 ‘어떤 모습’이니, 겉을 읽는 대서 나쁘거나 잘못이지 않아요. 다만, 속마음을 읽거나 보거나 알려 하지 않으면서 겉모습만 보려 한다면, 엉뚱하게 짚거나 엇나가기 좋습니다. 속사랑을 읽거나 살피려 하지 않으면서 겉몸짓에 휘둘린다면, 그야말로 참도 사랑도 기쁨도 노래도 웃음도 빛살도 숨결도 까맣게 잊어버리기 좋아요.


  우리가 참된 어버이라면 아기가 어떤 얼굴로 태어나도 사랑스럽습니다. 우리가 참한 아이라면 어버이가 어떤 몸이어도 사랑스럽습니다. 우리가 참다이 사랑이라면 우리 짝꿍이나 곁님이 어떤 삶길을 걸어가더라도 따사로이 사랑길로 이끄는 손짓이 되어요.


  ‘차’란 풀잎이나 나뭇잎입니다. 우리는 풀물이나 잎물을 달이거나 끓여서 마시면서 마음을 달랩니다. 어떻게 풀물이나 잎물 한 모금이 우리 몸을 따스하게 감쌀까요? 수수께끼 아닌 수수께끼를 고즈넉이 돌아본다면, 착한이가 되는 길이란 하나도 안 어려울 뿐 아니라, 신나고 재미나면서 새로운 하루이리라 느낄 만합니다.


ㅅㄴㄹ


“나도 모르지만, 오쿠누마 선배는 모르는 사람인 자기를 도와준 사실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게 아닐까?” “왜?” “뭐, 카호는 이해 못할 거야. 넌 사랑 같은 걸 해본 적 없지?” (34∼35쪽)


‘내가 저녁 반찬이 뭘지를 생각할 때 다들 인생의 목적을 생각하고 있었어. 띠딩. 몰랐어. 난 목적도 없는 한심한 인간이었어. 다들 그다지 거창한 목적은 아니지만, 딱 잘라 말할 수 있다는 점이 대단해.’ (89쪽)


“하지만 솔직히, 블루가 왕따를 당하긴 했지만, 당하든 말든 관심없었어. 도와주는 게 착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 부장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까, 라고.” (94쪽)


“부장. 난 마음이 없나 봐요.” “없나요?” “없는 것 같아요. 어디서 구할 수 있나요?” “후후훗! 마음이 없는 사람이 고민을 할까요?” “나, 마음이 있나요?” “예. 있어요.” (129∼130쪽)


“부장은 싫어하는 벌레도 구해 줘.” “그야 부장은 그런 사람이니까.” “난 아니야. 착한 녀석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146쪽)


“하하하! 정말 아는 게 지지리도 없구나. 착하다는 건 전체를 가리키는 거야. 마음 전부를 가리키는 거라고.” “그럼 착한 분노, 착한 즐거움, 착한 슬픔, 착한 기쁨인 거야? 그걸 갖고 있는 건 재능이야? 천재?” (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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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西森博之 #お茶にごす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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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오리지널 30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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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처음에는 좋아합니다



《슬램덩크 30》

 이오우에 타케히코

 소년챔프 편집부 옮김

 대원

 1996.8.22.



  《슬램덩크 30》(이오우에 타케히코/소년챔프 편집부 옮김, 대원, 1996)은 끝이야기를 앞둔 끝걸음으로 어떻게 나아가려 하는가를 살짝 담아냅니다. 공을 통통 튀기다가 바구니에 쏙 넣는 놀이에 푹 빠진 아이들은 늘 조금씩 배우면서 솜씨를 가다듬었고, 차근차근 익히는 길에 맞추어 어느덧 마음이 한 뼘씩 자랍니다. 다만 아이는 아이인 터라 아직 철없는 말씨가 남습니다만, 바로 이 대목 ‘철없는 몸짓’을 스스로 깊이 알아차리면서 새롭게 추스르며 받아들이는 길을 찾아나서지요.


  처음하고 끝을 이루는 말은 같습니다. “좋아하세요?” 하나요, 이 말에 “좋아합니다!” 하고 힘차게 외치는 대꾸입니다. 좋아하기에 생각합니다. 좋아하기에 온마음을 쏟습니다. 좋아하기에 온몸을 바치고 뛰어듭니다. 좋아하기에 바로 오늘을 봅니다. 좋아하기에 다음이 아닌 여기에서 매듭을 짓고 싶습니다. 좋아하기에 한 발짝을 뗍니다. 좋아하기에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좋아하는 놀이를 더 좋아하면서 오래오래 하고 싶으니 땀을 옴팡 쏟으면서 활짝 웃습니다. 좋아하는 길을 앞으로는 사랑으로 지피고 싶으니 반짝이는 눈망울이 되어 똑바로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좋아합니다. 좋아하기는 하되 아직 멋을 모릅니다. 좋은 줄은 알지만 무엇이 어떻게 좋은지까지 몰라요. 좋아한다는 말은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저쪽’이 여태 어떻게 살아왔고 무슨 생각이나 마음이며 앞으로 어떻게 살림을 짓고 싶은가까지는 헤아린 적이 없습니다.


  첫발은 좋아서 뗍니다. 두발을 뗄 적에는 이 좋아함이 사랑으로 무르익습니다. 아직 철들지 않은 아이들이 ‘좋아함’을 넘어 ‘사랑’을 맺도록 차근차근 나아가는 길이 《슬램덩크》 서른걸음에서 영급니다. 자, 무엇이든 한판 신나게 놀아 봐요. 놀지 않아 본 사람은 일할 줄 몰라요. 웃고 노래하며 놀이를 사랑해 본 오늘이 있기에, 앞으로는 어질고 상냥하면서 참한 어른으로 우뚝 서면서 아름답게 일하고 어깨동무하는 길을 걷습니다.


ㅅㄴㄹ


‘저 녀석들. 어느새 패스하는 걸 배웠지. 태웅이도 그렇고, 백호도 그렇고, 이 녀석들, 점점 변해가고 있다.’ (31쪽)


“고릴라! 아직 할 수 있는 거죠! 오잉? 고릴라! 따라잡을 수 있는 거지!” (70쪽)


“죽을힘을 다해 따라붙어라! 교체 당하고 싶지 않으면.” (106쪽)


‘저 아인 불과 4개월 만에 놀랄 정도로 급속히 힘을 길러왔다. 여러 가지 플레이를 몸에 익혀 왔다. 만약 치료와 복귀에 시간이 걸린다면, 배운 것을 잃어가는 것도 빠를 것이다.’ (182∼183쪽)


“농구, 좋아하세요?”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 (192∼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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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スラムダンク #SLAMDUNK #井上雄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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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카몬 13
요시노 사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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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길을 찾았으면



《바라카몬 13》

 요시노 사츠키

 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6.6.30.



  《바라카몬 13》(요시노 사츠키/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16)을 펴면, 붓잡이라는 길을 어떻게 가고 싶은가를 헤아리는 하루가 흐릅니다. 붓잡이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닌, 어떤 붓잡이로 살아가느냐 하는 갈림길에서 ‘어디에서 살며’ 붓잡이라는 자리에 서느냐까지 생각하는 삶이 드러납니다.


  그래요, 붓은 어디에서나 쥘 만합니다. 서울에서도 시골에서도 쥐면 돼요. 더구나 서울에서 붓을 쥐는 사람은 수두룩합니다. 숱한 이웃 붓잡이하고 부딪히거나 마주하면서 붓길을 가도 나쁘지 않고, 고요히 숲이며 바다이며 마을이며 아이들을 마주하면서 붓길을 가도 즐겁습니다.


  더 나은 길이란 없어요. 글은 어디에서나 글입니다. 얼핏 본다면 서울 한복판에 일감이 훨씬 많아 보일 텐데, 일감이 훨씬 많은 서울 한복판인 만큼 하늘바라기를 할 틈이라든지, 아이들하고 뒤섞이면서 느긋이 노래할 겨를은 없기 마련입니다. 서울에서 일하는 사람치고 아이를 곁에 두면서 일손을 잡는 사람은 아주 없다시피 합니다.


  이와 달리 일감이 적더라도 스스로 시골살이나 숲살이를 한다면, 벌이는 낮아도 하늘바라기나 숲바라기를 할 틈이 넉넉할 뿐 아니라, 아이들하고 신나게 뒤섞이면서 하루를 노래할 만하지요. 이런 두 갈랫길 가운데 어느 쪽이 낫거나 좋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한 가지는 헤아리면 좋겠어요. 오늘 ‘어른’이란 몸을 입은 채 살아가더라도, 모든 어른은 처음에 ‘아이’였습니다. 아이라는 살림과 숨결을 사랑으로 바라보면서 품지 않는다면, 어떤 ‘어른 일거리·돈벌이’라도 좀 덧없지 않을까요?


  아이들은 돈을 더 바랄까요, 같이 노는 손길을 마음 깊이 바랄까요? 아이들은 자가용에 태워서 나들이를 다니기를 바랄까요, 서로 손을 잡고 들꽃도 보고 바람도 쐬고 구름바라기도 하는 마실을 바랄까요?


  가고 싶은 길을 찾았으면 노래하면서 갈 노릇입니다. 가고 싶은 길을 찾았기에 춤추면서 가면 됩니다. 가고 싶은 길에 섰으니 이제부터 활짝 웃고 날개를 펴면서 새롭게 사랑을 길어올리면 돼요.


ㅅㄴㄹ


“서예가로선 좋은 실력을 가졌지만, 난 너 안 좋아해. 아무리 좋은 작품을 내도, 결국 사람은 사람한테 돈을 내는 거야.” (8쪽)


“널 돋보이게 해주는 프로가 있다는 걸 모쪼록 잊지 마.” (43쪽)


“그 글씨가 훌륭하다고 보나?” “네. 너무나.” “그럼 자네의 천장은 거기야.” (141쪽)


“난 딱히 겸손을 부리며 하는 말이 아닐세. 글러먹은 글씨는 글러먹은 거야.” (142쪽)


“한다 씨는 혼자 있을 때는 한다 씨인데, 나루랑 같이 있으면 한다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싶어져요.” (176쪽)


“한다 선생님은 그냥 한다 선생님이야. 그 외엔 떠오르지 않아.” (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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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ばらかもん #ヨシノサツ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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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2부 : 책을 위해서라면 무녀가 되겠어 3
스즈카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강동욱 옮김, 카즈키 미야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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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책 말고도 길이 있다면



《책벌레의 하극상 2-3》

 카즈키 미야 글

 스즈카 그림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9.30.



  《책벌레의 하극상 2부 3》(카즈키 미야·스즈카·시이나 유우/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은 ‘책벌레 아가씨’에서 ‘책벌레 어린이’로 바뀐 몸으로 살아가는 분이 새길을 찾아서 하나씩 닦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지난날 ‘책벌레 아가씨’일 적에는 책만 있으면 넉넉한 삶이었다면, 오늘날은 책이며 글을 구경하기조차 어려울 뿐 아니라 몸부터 너무 여려 무엇 하나 스스로 하기 어려운 삶입니다. 그러나 지난날 ‘책벌레 아가씨’로 지내며 하도 둘레에 마음을 안 쓰던 무렵, 이이 어머니가 ‘책만 펴지 말고 삶도 좀 보라’고  하면서 억지로 시킨 여러 가지 일이 새삼스레 이바지를 한다지요.


  지난날 ‘책벌레 아가씨’로서 책만 펴던 무렵에 손에 쥔 책은 새롭게 살아가는 오늘날 어느 하나도 이바지하지 못합니다. 이와 달리 ‘책이 아니면 싫으’나 마지못해서 어머니 손에 끌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본 그 삶이 새로운 몸으로 살아가는 이곳에서 더없이 이바지를 하는 밑천이 됩니다.


  이런 이야기는 오늘 우리가 새록새록 새길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굳이 안 읽어도 좋다’가 아닌, ‘책이라는 이름으로 가리킬 모든 것’을 다시 살필 노릇이에요. 우리나라 배움수렁(입시지옥)은 얼마나 삶에 이바지할까요? 벼슬길(공무원)은 얼마나 삶에 이바지하나요? 나라(정부)는 무엇을 이바지하나요? 나라를 지킨다는 싸움연모(전쟁무기)가 참말로 나라나 푸른별을 지킬까요? 어린이·푸름이가 열두 해씩이나 다니는 배움터는 삶짓기나 살림짓기에 어떻게 이바지하는지요?


  책만 펴면 즐겁던 몸을 떠나야 한 넋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도록 매우 여린 몸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예전 삶이며 생각을 모두 내려놓아야 합니다. 새몸으로 새터에서 살아가며 모두 새롭게 바라보고 마주합니다. 지난날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곳을 깊이 보아야 합니다. 지난날에는 늘 누리던 모든 살림을 까맣게 잊어야 합니다. 스스로 할 힘이 없는 터라 이웃이며 동무이며 잔뜩 사귀어야 하고, 이웃이며 동무를 잔뜩 사귀어야 하니 끝없이 말을 해야 하며, 말 한 마디를 다스리는 길까지 새삼스레 익혀야 합니다.


  이렇게 나아가는 사이에 처음으로 맞닥뜨리면서 징검돌을 놓는 마음이 자라납니다.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한 일이 조금씩 가지를 뻗습니다. ‘책을 읽고 싶다’는 ‘다른 사람이 지은 살림을 맛보고 싶다’였다고 할 텐데, 이제는 ‘책을 짓고 싶다’로 거듭나요. ‘읽기’만 하던 지난삶을 내려놓아야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짓기’라는 길이 얼마나 새롭고 대단한가를 하나하나 느끼면서 ‘나 스스로 하루를 살아내고 마주한 이야기를 손수 옮기고 묶고 싶다’는 꿈을 틔웁니다. 그리고 이 꿈길을 가면서 이웃이며 동무랑 손을 맞잡으려고 합니다.


ㅅㄴㄹ


“델리아, 저는 세례 전의 아이들을 구할 생각입니다. 신전장님이 알게 되면 방해할 테죠. 그러니까 아무 말 말아 줬으면 해요. 부탁할 수 없을까요?” “나, 고아원에 가고 싶지 않아요. 떠올리고 싶지 않고 관련되고 싶지 않아요.” “델리아는 여기에서 요리사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돼요.” (8∼9쪽)


“세 사람에게 청소 중에 체크해 줬으면 하는 게 있는데, 솔선해서 청소하는 아이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아이의 이름을 적어 줬으면 해.” “왜?” “일을 열심히 하면 보수를 받는다는 걸 알게 하고 싶어.” (30쪽)


“그렇지? 좀더 타협이라는 걸 알아준다면 살기 편할 테지만.” “타협을 하지 않으니까 더 좋은 물건이 될 거야.” (68쪽)


“지크 오빠가 장인으로서 기술을 익히고 있는 것처럼, 루츠는 상인으로서 지식과 기술을 익히고 있는 거야. 루츠의 노력을 조금이라도 괜찮으니까 인정해 주지 않겠어?” (78쪽)


“네가 번화가의 축제에 참가할 수 없게 되는데 괜찮은가?” “네. 아이들에게도 축제를 체험하게 해주고 싶었으니까요.” (118쪽)


“굉장히 멋지게 완성되었어요.” “저야말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펜을 쥔 것도 오랜만이라, 정말로 기뻤어요.” (127쪽)


‘거기에 악기 연습까지 시작했다간 책을 읽을 시간이 또 줄어들잖아.’ (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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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鈴華 #香月美夜 #椎名優 #本好きの下剋上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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