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마리코 14
오자와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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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2.22.

마음을 보려는 마음이라면



《80세 마리코 14》

 오자와 유키

 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1.2.28.



  《80세 마리코 14》(오자와 유키/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1)에 접어들면, 여든 살 마리코 할머니는 드디어 이야기(소설)를 새로 쓰기로 합니다. 아니, 이야기가 엄청나게 솟아올라 글로 옮기지 않고는 못 배길 판입니다. 여든이란 나이가 되어 집을 뛰쳐나온 까닭, 여든 해를 살아온 모든 자취가 깃든 집을 떠날 수 있던 힘, 빈털터리에 홀몸인 할머니가 만난 늙은 고양이, 늙은 고양이하고 늙은 사람이 이곳저곳 떠돌던 나날, ……을 다른 사람 손이 아닌 할머니 손으로 적바림합니다.


  그래요, 누가 써 주지 않습니다. 스스로 씁니다. 누가 쓰라고 등을 밀거나 돈을 맡겨야 쓰지 않아요. 마음 깊이 사랑으로 샘솟을 적에 비로소 씁니다.


  같이 웃은 나날을 씁니다. 같이 울던 나날을 씁니다. 밥 한 그릇이 없어 고단한 길살이를, 몸을 누일 데를 찾지 못하며 헤매던 나날을, 여든이란 나이라 해도 이야기를 새로 쓰고 책도 새로 내고 싶다는 꿈을, 스무 살도 서른 살도 아니지만 ‘잡지 편집장’이 되면서 글판에 새바람을 일으키는 하루를 차근차근 글로 옮깁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로서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말을 하고 글을 씁니다. 푸름이는 푸름이로서 마음으로 마주보면서 말을 섞고 글을 씁니다. 젊은이는 젊은이대로, 늙은이는 늙은이대로 마음으로 만나요. 그저 다 다른 자리요 삶이며 생각이자 오늘입니다. 더 살아 보았기에 더 잘 쓰지 않아요. 더 겪어 보았기에 더 잘 쓸 까닭이 없습니다. 마음으로 볼 줄 알면 누구나 씁니다. 마음으로 보고 읽으면서 아끼려는 마음이라면, 참말로 누구나 글님이요 붓님이에요.


  사랑은 어떻게 할까요? ‘사랑을 하려는 사랑’이기에 비로소 사랑하는 짝을 찾고 사귀며 보금자리를 짓습니다. 꿈은 어떻게 이룰까요? ‘꿈을 꾸려는 꿈’이기에 어느덧 꿈길을 걷고 꿈나래를 펴고 꿈노래를 부르는 오늘을 이뤄요. 《80세 마리코》는 이제 다음에 어떤 이야기를 펴려나요. 여든이란 나이에 새길을 씩씩하게 나서면서 온마음으로 마주한 어떤 삶을 그려내려나요.


ㅅㄴㄹ


“지금까지 이 아이와 같이 여행을 했어요. 이제 내겐 가족입니다.” (25쪽)


“쓰레기집이 되어서도 마리코 씨는 가야코를 버리지 못했고, 그런 마리코 씨를 나도 결국 외면할 수 없었잖아. 참 바보같지만, 그래도 친구니까.” (47쪽)


‘쿠로에 대해 말하고 싶다! 쿠로에 대한 사랑이 폭발할 것 같아.’ (81쪽)


‘내가 쿠로를 사랑하고, 쿠로가 가까이 왔기 때문에, 할머니 몸으로도 항해를 할 수 있었다. 그 이야기는 전 세계의 ‘좋은 고양이’를 아는 사람들도 이해해 줄 수 있지 않을까.’ (90쪽)


“반려동물과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쪽(반려동물)도 생각하고 있을지 몰라요. 이렇게 태도로 보여주고 있는데 왜 모르는 거냐고. 애초에 너무너무 귀여워서 보고 있기만 해도 기분 좋고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다면, ‘통하지 않는다’는 위험부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138∼139쪽)


‘난 나쁜 주인이야. 그런데 어째서 넌 사랑을 주는 거니.’ (154쪽)


#YukiOzawa #おざわゆき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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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세트] 당신의 손이 속삭일 때 (총10권/완결)
Junko Karube / 서울미디어코믹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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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2.19.

사랑소리를 들려주는 손짓



《당신의 손이 속삭일 때 10》

 준코 카루베

 김기숙 옮김

 서울문화사

 2000.1.15.



  《당신의 손이 속삭일 때 10》(준코 카루베/김기숙 옮김, 서울문화사, 2000)은 ‘소리’가 없이 살아온 분이 짝을 만나서 아이를 낳아 돌보는 살림길을 찬찬히 다루면서 매듭을 짓습니다. 열걸음으로 담아낸 이야기는 이다음에 열두걸음으로 거듭 담아내요. ‘소리’가 없는 어머니 곁에서 ‘마음노래’라는 빛을 일깨우는 아이가 얼마나 의젓하면서 곱게 자라나는가를 들려줍니다.


  태어날 적부터 소리가 없던 아이는 ‘빛·빛깔’로 모두 헤아립니다. 소리가 없이 살아온 터라 눈하고 손발에 더욱 마음을 쏟았고, ‘소리를 듣고 누리는 사람이 무엇을 즐기는가’는 하나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소리가 없든 눈이 없든 손발이 없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스스로 삶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바로 이 사랑이라는 마음에서 모두 녹여내어 따스히 품을 줄 아는 상냥한 길을 새롭게 열어요.


  아이는 아버지도 사랑하고 어머니도 사랑하기에 어릴 적부터 두 어버이 곁에서 손말을 익힙니다. 아이는 귀로 소리도 들을 줄 알기에 ‘소리가 늘 곁에 있는 둘레 사람’하고도 잘 섞일 뿐 아니라 ‘소리가 없는 어머니’랑 늘 지내기에 ‘소리가 하나도 없는 사람’하고도 즐거이 어우러집니다.


  어버이는 참 사랑스럽지요. 스스로 할 수 없는 몸이어도 아이가 마음껏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도록 이끌거든요. 아이는 참 아름답지요. 스스로 할 수 없는 몸인 어머니도 나란히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도록 손을 잡고서 속삭이거든요.


  어버이는 이슬떨이입니다. 먼저 길을 가면서 이슬을 떨구어서 뒤따르는 아이가 느긋하면서 넉넉히 꿈을 지피도록 북돋웁니다. 아이는 이슬받이입니다. 어버이가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면서 받은 이슬에 맺힌 초롱초롱한 빛살을 즐거이 맞아들이면서 어버이도 같이 누리도록 보여줍니다.


  손으로 그려서 손말입니다. 《당신의 손이 속삭일 때》는 손말이 가득한 그림꽃책입니다. 글로 그려서 글말입니다. 우리는 글을 읽으면서 옛날 옛적 사람들뿐 아니라, 먼발치 이웃이 아로새긴 살림빛을 만납니다. 붓으로 그려서 그림말입니다. 우리는 글 없는 그림을 읽으면서 오로지 마음으로 헤아려서 맞아들일 사랑빛을 만납니다.


  자, 또 어떤 말을 나누어 볼까요? 살림말은? 숲말은? 바람말은? 꿈말은? 흙말은? 꽃말은? 놀이말은? 소꿉말은? 우리를 둘러싼 온갖 말마다 서린 새롭게 빛나는 마음을 함께 읽어 봐요.


  귀로 듣지 못하는 어머니가 어떻게 아이를 키우느냐고 걱정하거나 못마땅해 하는 사람은 어김없이 있더군요. 돈이 없는 집에서 어떻게 아이를 가르치느냐고 걱정하거나 못마땅해 하는 사람도 틀림없이 있어요. 이것도 저것도 안 가지고서 어떻게 아이를 낳아서 같이 사느냐고 따지는 사람도 제법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꾸로 물어볼 노릇입니다. 눈코귀입이 다 있는데 아이를 괴롭히거나 못살게 구는 사람은 뭘까요? 돈이 있는데 아이랑 안 놀거나 못 노는 사람은 뭔가요? 이름이며 힘은 있는데 아이한테 살림을 안 물려주거나 못 물려주는 사람은 뭐지요?


  귀가 있더라도 못 듣거나 안 듣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눈이 있더라도 못 보거나 안 보는 사람이 잔뜩 있습니다. 손발이 있는데 안 쓰거나 못 쓰는, 또는 등지거나 고개를 홱 돌리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틀(법)이 있기에 이 틀을 꼬박꼬박 지키는 우리 모습인지, 아니면 슬그머니 그물을 빠져나가면서 뒷짓이나 속임짓을 일삼는 우리 모습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두 손으로 사랑짓을 보여주기를 빌어요. 두 발로 사랑길을 가기를 바라요. 두 귀로 사랑노래를 듣기를 꿈꿔요. 온마음으로 오직 사랑이라는 빛이 되어 서로 비추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우리가 아이로 태어나 사랑받고 자란 나날을 새롭게 사랑으로 물려주려는 슬기로운 사람이라면.


ㅅㄴㄹ


“벌레소리가 가을을 데리고 오다니, 멋지구나.” (8쪽)


“캠프 가면 소리의 코너에 쓸 만한 소리가 있을까요?” “물론이지. 너무 많아서 쓸 수 없을 정도로 많아.” (16쪽)


“강물 소리, 나무 소리, 바람소리도 머리 속에는 있는데 글씨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어떻게 해? 소리의 코너를 쓸 수 없어요. 엄마한테 소리를 알려줄 수가 없잖아요!” (22쪽)


“치츠루가 써 준 소리의 코너 덕분에 엄마도 소리를 알 것 같아. 걷는 일이 즐거워졌어. 아아, 저 새는, 저 벌레는, 그렇게 우는구나, 지금까지는 그런 걸 생각해 보지 못했거든. 네가 알려준 덕분이야.” (31쪽)


“고마워, 치츠루. 만약 사랑에 소리가 있다면, 그건 아름다운 소리일 거야. 치츠루, 넌 지금 그 소리를 연주하고 있단다.” (40∼42쪽)


‘치츠루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엄마의 소리입니다. 왜냐면 수화는, 엄마의 목소리니까요.’ (44쪽)


“‘만약에, 만약에’, 어렸을 때부터 늘 그런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많은 걸 포기해 왔어.” “그게 분한 거야?” “벗어나고 싶어. 겁쟁이인 내 자신으로부터. 난 늘 주변의 탓으로 돌렸어. 자전거도 그래. 모두에게 걱정 끼치니까 타면 안 된다면서.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가장 맘이 놓이는 건 바로 나 자신이었어. 더 이상 도망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자전거 타는 걸 가르쳐 줘.” (56∼57쪽)


“어깨 힘을 빼, 미에코. 그럼 즐겁지가 않잖아.” “아! 예쁘다.” “아깝잖아. 경치도 즐겨야지! 노베 일가의 사이클 대회는 자전거에서 내려더 좋아. 천천히 즐기면서 가는 거야.” (76∼77쪽)


“뭔가 되고 싶어도 들을 수 없다면 어렵잖아. 그래서 엄마는 꿈을 갖고 싶지 않았어. 그러니까 엄마 몫까지 꿈꾸렴. 꿈이 이뤄지도록.” (138쪽)


“발도 가뿐해져서 집에까지 폴짝폴짝 뛰면서 왔어요. 엄마, 난 착한 사람이 될래요. 아저씨가 착하다고 말했지만, 더더욱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159쪽)


“치츠루는 엄마처럼 되고 싶어. 착한 엄마. 언제나 다정하게 속삭여 주는.” (166∼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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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君の手がささやいてい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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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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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타 달리다 9
타카하시 신 지음, 이상은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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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2.19.

여럿이 이어서 달릴 적에



《카나타 달리다 9》

 타카하시 신

 이상은 옮김

 학산문화사

 2020.12.25.



  《카나타 달리다 9》(타카하시 신/이상은 옮김, 학산문화사, 2020)을 읽으며 오늘날 우리 삶터를 돌아봅니다. 그저 달리기가 좋은 아이 하나가 앞장서면서 둘레 여러 아이들이 새롭게 동무가 되고, 이 아이들은 나란히 달리면서 ‘달리면 무엇이 좋고 삶을 어떻게 새로 바라보는가?’ 하고 생각에 잠깁니다. ‘운동’도 ‘스포츠’도 아닌, 오직 즐겁게 달리면서 땀을 흘리고 바람을 가르며 노래하고 싶은 아이들은, 두 다리로 땅을 박차고 하늘을 바라볼 적에 눈부시게 피어납니다. 여러 어른이 보기에 이 아이는 첫째로 들어오고 저 아이는 넷째로 들어오고 그 아이는 막째로 들어오는 듯하지만, 저마다 다른 아이들은 홀가분하게 꿈을 키우고 생각을 가다듬습니다.


  왜 첫째가 되어야 할까요? 왜 둘째가 되면 안 되나요? 아니, 왜 첫째부터 막째까지 금을 긋고서 줄을 세우나요?


  더 잘해야 할까요? 좀 못하면 안 될까요? 남보다 앞서가야 하나요? 앞서거나 뒤선다는 생각을 왜 해야 하는지요? 나란히 가고, 나란히 즐기고, 나란히 노래하고, 나란히 수다를 떨면서 하루를 맞이하면 어떨는지요?


  더 갈고닦았기에 잘 달리지 않습니다. 더 다그쳤기에 훌륭하지 않습니다. 두 다리가 있으니 달립니다. 날개가 있으니 납니다. 입이 있으니 노래합니다. 귀가 있으니 듣습니다. 눈이 있으니 빛깔이며 빛살을 알아봅니다. 마음이 있으니 사랑합니다. 머리가 있으니 생각합니다. 손이 있으니 짓습니다. 가슴이 있으니 품습니다. 살갗이 있으니 쓰다듬거나 어루만지며, 씨앗이 있으니 이 모두를 고루 여미어 즐겁게 심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느냐 아니냐가 아닌, 무엇을 어떻게 사랑하며 어떻게 즐기는 아름다운 하루가 될 만한가를 생각하는 길에 서면 좋겠어요. 《카나타 달리다》는 이런 이야기를 ‘여럿이 이어서 달리기’라는 줄거리로 들려줍니다.


ㅅㄴㄹ


‘이 운동화! 너무 기분 좋아! 할머니가 사주신 운동화도 좋았지만, 이건 아주 가벼워서 발이 저절로 나아가는 것 같아! 내가,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산 운동화. 신데렐라처럼 발에 딱 맞는 운동화! 계속, 계속, 함께 달리자!’ (31쪽)


‘용기 있게 포기하는 것도 싸우는 거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아무리 분해도, 먼 훗날을 위해 달려 나간다.’ (50쪽)


“역전경주는 실력도 달리는 법도 재능도, 입장이나 경험마저도 전혀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오직 어깨띠를 연결하기 위해서 팀이 될 수 있어요.” (97쪽)


‘똑같은 레이스는 한 번밖에 없어!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기회야!’ (144쪽)


‘왠지 마음이 편안해져. 무척 고요해. 바람이 기분 좋아. 즐거워.’ (195쪽)


“포기해 버린 자신의 나약함은 자기가 제일 잘 아니까. 레이스 중에는 거짓말을 할 수 없어. 빠른 게 아니야. 강해, 너는.” (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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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たかはししん #高橋しん #かなたかける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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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미각 식탐정 15
다이스케 테라사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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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이 맛에 담은 이 삶



《절대미각 식탐정 15》

 테라사와 다이스케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9.12.25.



  《절대미각 식탐정 15》(테라사와 다이스케/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9)을 읽으면서 밥맛하고 밥길을 생각합니다. 그림꽃책에 나오는 사람은 소설을 쓰면서 탐정 노릇을 한답니다. 이이는 둘레에서 보자면 엄청나게 먹는다지요. 하루에 세끼나 다섯끼가 아닌, 쉰끼나 여든끼도 아닌, 이보다 훨씬 먹어치울 뿐 아니라, 누가 말리지 않으면 끝도 없이 먹어댄다고 합니다.


  설마 사람이 어떻게 하루에 백 그릇을 훨씬 더 먹느냐고 따질 만한데, 이이는 누가 뭐라 하든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먹고픈 대로 먹습니다. 누리고픈 대로 누립니다. 이러면서 속내를 읽어요. 겉으로는 좀처럼 안 보이는 속살을 헤아립니다. 누가 감춘 대목을 알아차리고, 왜 감추었는가 생각하며, 어떻게 풀어내어 이야기로 들려주면 좋을까를 살핍니다.


  우리는 어떤 밥을 먹나요? 우리는 밥을 먹으면서 무엇을 느끼나요? 밥을 지은 사람들 손길을 헤아리나요? 밥을 지은 사람에 앞서, 논밭에서 거두고 바다에서 낚으며 들에서 훑은 살림을 알아보나요?


  모든 밥은 땅에서 오고 하늘에서 옵니다. 흙에 깃들어 비랑 바람이랑 볕을 머금으면서 자란 숨결이 우리한테 밥이 됩니다. 이 푸른별에서 어우러지고, 먼먼 별빛을 받아들이고, 온누리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 마음을 새삼스레 품은 숨빛이 우리가 먹는 밥이에요.


  밥이 되어 준 쌀알 한 톨이 어느 땅에서 어떤 손길을 받고 어떤 하루를 보낸 끝에 어떤 길을 거쳐서 우리한테 왔는지 읽을 수 있을까요. 밥을 지은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밥감을 손질하고 어떤 눈빛으로 밥자리를 차렸는지 읽어 볼까요. 우리 몸으로 스며드는 모든 밥을 넉넉히 맞아들이면서 사랑으로 누린 다음 사랑으로 베풀 수 있는가요. 《절대미각 식탐정》에 나오는 사람뿐 아니라 우리 누구나 ‘맛에서 삶과 넋과 숨과 길과 오늘과 어제와 별과 꿈과 사랑’을 읽어내는 눈빛을 새삼스레 틔운다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실제로 파스타 전문가에게 물어보면 알단테니 아니니를 따지는 건 대개 중년 이상의 고리타분한 아저씨들이고, 젊은이들은 자기 취향에 맞게 삶아 주는 집을 골라서 다니는 게 보통이라지.” (15쪽)


“만약 저 사람이 정말로 오른손에 화상을 입었고, 그 상처에 고추기름이 묻었다면 지금쯤 아파서 정신도 못 차릴 지경이라야 해.” (26쪽)


“왠 민폐? 손님으로 왔으니 가게 눈치 볼 것 없이 당당히 회의를 하면 될 것 아냐. 뭣보다 끝없이 이야기하고 싶으면 끝없이 우동을 시켜 먹으면 그만이잖아!” (38쪽)


“오히려 자네가 메밀국수 만들기를 착실히 배우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맛없는 우동이 만들어진 거지.” “네?” “아까 우동과 메밀국수는 같은 면 요리라서 공통점이 있다고 했지만, 사실 이 두 가지 면 요리는 반죽하는 방법이 아주 달라.” (61쪽)


“그럼 왜 똑같이 만든 두 케이크가 하나는 초록색, 하나는 보라색이 됐을까? 그건 한쪽 시폰케이크반죽에 누가 어떤 독극물을 넣었기 때문이야.” (117쪽)


“농학부 학생이라면 감자에 대한 이 정도 상식은 당연히 갖추고 있었어야 하는데, 감자 손질처럼 학교 공부도 얼렁뚱땅 해치운 모양이군?” (1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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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てらさわだいすけ #寺澤大介

https://www.amazon.co.jp/-/en/gp/product/B009KWUK9U/ref=dbs_a_def_rwt_hsch_vapi_tkin_p5_i9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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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현 1
야마모토 오사무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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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2.14.

노래하고 싶다면 나무를 품지


《天相의 弦 1》

 야마모토 오사무

 천강원 옮김

 서울문화사

 2003.11.29.



  《天相의 弦 1》(야마모토 오사무/천강원 옮김, 서울문화사, 2003)를 읽고서 찾아보니, 이 그림꽃책은 우리말로 석걸음까지 나온 다음 판이 끊어집니다. 일본말로는 열걸음까지 나왔습니다. 시골에서 고삭부리로 태어나 흙이랑 나무를 만지며 놀기를 좋아하던 어린 날을 보낸 뒤, 칼을 찬 경찰이 아닌 사랑어린 눈빛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홀로 일본으로 건너갔고, 조선사람은 교원자격증을 땄어도 길잡이를 할 수 없을 뿐더러, 1945년 뒤로 1950년을 지나면서 돌아갈 길이 막힌 채 스스로 발버둥을 치고 밑바닥으로 몰려 멧골 깊은 곳에서 나무를 베는 일을 하다가 조금씩 소릿가락에 눈을 뜨고서 바이올린에 아름다이 숨결을 불어넣은 진창현이라는 사람이 걸어온 나날을 줄거리를 다룹니다.


  그림꽃책 《천상의 현》 첫걸음은 이 삶길 가운데 ‘고삭부리로 태어난 진창현을 어머니가 고개 넘어 옆마을로 젖동냥을 다니며 키운’ 이야기, ‘늘 놀림이나 따돌림을 받지만 홀로 흙이며 나무를 주무르면서 빛살을 새롭게 만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진창현 님이 남긴 글을 죽 읽어 보면, 바이올린을 잘 짜는 이도, 바이올린을 잘 켜는 이도, ‘어떡해야 노랫가락을 아름다이 켜는 바이올린을 짤 수 있는지’를 밝히지도 말하지도 알려주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아니,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깨닫고 마음으로 읽어 몸에 새길 뿐이라고 하더군요.


  이녁은 밑바닥으로 늘 내몰렸는데, 그 밑바닥에서도 더 밑바닥으로 처박히도록 끝없이 내몰렸다고 합니다. 이때에 이녁은 어머니하고 누이를 그리면서 다시 일어섰고 새롭게 꿈을 마음에 새기면서 모든 고빗사위를 바로바로 받아들여서 녹여냈구나 싶어요. 젖동냥을 하며 살려낸 어머니, 이 어머니 곁에 남아서 어머니를 돌보고 지켜준 누이, 멧골에 홀로 오두막을 짓고 바이올린을 짜는 이녁을 사랑스레 여긴 곁님,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 두 사람을 미덥게 여긴 마을사람이며 이웃, 무엇보다 두 사람을 둘러싼 드넓은 숲과 멧골과 물줄기와 바람과 하늘과 나무와 흙, 이 모두가 어우러져서 ‘스트라디바디가 아닌 진창현’이라는 새로운 노랫가락을 품은 바이올린하고 첼로하고 비올라가 태어났지 싶어요.


  스트라디바디도 진창현도 배움터에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둘은 책으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둘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한테 걸맞는 숲을 고이 품고서 나뭇결하고 몇 가닥 줄에 얹었습니다.


  마음을 울리는 글은 어디에서 태어날까요? 사랑을 속삭이는 책은 누가 쓸까요? 마음을 깨우는 노래는 어디에서 피어날까요? 사랑을 들려주는 이야기는 누가 지을까요? 《하이디》처럼 《초원의 집》처럼 《플란다스의 개》처럼, 모든 아름다운 사랑이 태어나고 피어나고 자라나는 바탕은 숲이요, 이 숲을 품고서 삶을 노래할 줄 아는 웃음꽃이라고 생각합니다.


ㅅㄴㄹ


“지두 계집이란 이유로 학교도 못 갔고 글도 읽을 줄 모릅니더. 뭐 가끔 불편하기는 하지예. 하지만 내가 사내보다 못하다고 생각해도 이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으면, 엄마가 되길 잘했다 싶네예. 아이를 낳을 수 있어서 참말로 행복합니더.” (21쪽)


“여기 이렇게 앉아서 오늘 본 것들을 몇 번이고 떠올리는 거예요. 그러면 점점 분명하게 그 형태가 머릿속에 떠올라요. 이 물고기는 성철이들이랑 강에 놀러갔을 때 본 거예요 …… 물고기가 내 발밑으로 왔어요. 도망가지 않게 움직이지 않고 계속 쳐다봤어요. 물고기가 무이 흘러가는 반대 방향으로 몸을 살짝 틀었는데, 그랬더니 등에 있던 비늘이 반짝반짝 빛났어요!” (50∼51쪽)


“예쁘고 아름다운 건 물건뿐만이 아니란다. 사람의 마음도 부처님의 자비도 아주아주 아름다운 거야.” “엄마도 예뻐요.” (68쪽)


“일본이든 조선이든 상관없어. 넌 엄마의 보물이니까.” (92쪽)


‘노력하고 연구해 정진하면 할수록 신비한 힘이 발동해, 만들어진 사물에 생명이 깃든다는 사실. 물건을 만드는 자는 생명의 탄생을 볼 수 있다는 사실.’ (137쪽)


“그들에게는 나이든 부모도 있을 거고! 사랑하는 가족도 있을 거야! 장래에 대한 꿈도 있고! 하지만 죽는다고! 적도 아군도 모두 죽어! 자신도 죽고! 전쟁이란 건 그런 거야!” (196쪽)


#山本おさむ #天上の弦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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