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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세트] 당신의 손이 속삭일 때 (총10권/완결)
Junko Karube / 서울미디어코믹스 / 2020년 2월
평점 :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2.19.
사랑소리를 들려주는 손짓
《당신의 손이 속삭일 때 10》
준코 카루베
김기숙 옮김
서울문화사
2000.1.15.
《당신의 손이 속삭일 때 10》(준코 카루베/김기숙 옮김, 서울문화사, 2000)은 ‘소리’가 없이 살아온 분이 짝을 만나서 아이를 낳아 돌보는 살림길을 찬찬히 다루면서 매듭을 짓습니다. 열걸음으로 담아낸 이야기는 이다음에 열두걸음으로 거듭 담아내요. ‘소리’가 없는 어머니 곁에서 ‘마음노래’라는 빛을 일깨우는 아이가 얼마나 의젓하면서 곱게 자라나는가를 들려줍니다.
태어날 적부터 소리가 없던 아이는 ‘빛·빛깔’로 모두 헤아립니다. 소리가 없이 살아온 터라 눈하고 손발에 더욱 마음을 쏟았고, ‘소리를 듣고 누리는 사람이 무엇을 즐기는가’는 하나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소리가 없든 눈이 없든 손발이 없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스스로 삶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바로 이 사랑이라는 마음에서 모두 녹여내어 따스히 품을 줄 아는 상냥한 길을 새롭게 열어요.
아이는 아버지도 사랑하고 어머니도 사랑하기에 어릴 적부터 두 어버이 곁에서 손말을 익힙니다. 아이는 귀로 소리도 들을 줄 알기에 ‘소리가 늘 곁에 있는 둘레 사람’하고도 잘 섞일 뿐 아니라 ‘소리가 없는 어머니’랑 늘 지내기에 ‘소리가 하나도 없는 사람’하고도 즐거이 어우러집니다.
어버이는 참 사랑스럽지요. 스스로 할 수 없는 몸이어도 아이가 마음껏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도록 이끌거든요. 아이는 참 아름답지요. 스스로 할 수 없는 몸인 어머니도 나란히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도록 손을 잡고서 속삭이거든요.
어버이는 이슬떨이입니다. 먼저 길을 가면서 이슬을 떨구어서 뒤따르는 아이가 느긋하면서 넉넉히 꿈을 지피도록 북돋웁니다. 아이는 이슬받이입니다. 어버이가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면서 받은 이슬에 맺힌 초롱초롱한 빛살을 즐거이 맞아들이면서 어버이도 같이 누리도록 보여줍니다.
손으로 그려서 손말입니다. 《당신의 손이 속삭일 때》는 손말이 가득한 그림꽃책입니다. 글로 그려서 글말입니다. 우리는 글을 읽으면서 옛날 옛적 사람들뿐 아니라, 먼발치 이웃이 아로새긴 살림빛을 만납니다. 붓으로 그려서 그림말입니다. 우리는 글 없는 그림을 읽으면서 오로지 마음으로 헤아려서 맞아들일 사랑빛을 만납니다.
자, 또 어떤 말을 나누어 볼까요? 살림말은? 숲말은? 바람말은? 꿈말은? 흙말은? 꽃말은? 놀이말은? 소꿉말은? 우리를 둘러싼 온갖 말마다 서린 새롭게 빛나는 마음을 함께 읽어 봐요.
귀로 듣지 못하는 어머니가 어떻게 아이를 키우느냐고 걱정하거나 못마땅해 하는 사람은 어김없이 있더군요. 돈이 없는 집에서 어떻게 아이를 가르치느냐고 걱정하거나 못마땅해 하는 사람도 틀림없이 있어요. 이것도 저것도 안 가지고서 어떻게 아이를 낳아서 같이 사느냐고 따지는 사람도 제법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꾸로 물어볼 노릇입니다. 눈코귀입이 다 있는데 아이를 괴롭히거나 못살게 구는 사람은 뭘까요? 돈이 있는데 아이랑 안 놀거나 못 노는 사람은 뭔가요? 이름이며 힘은 있는데 아이한테 살림을 안 물려주거나 못 물려주는 사람은 뭐지요?
귀가 있더라도 못 듣거나 안 듣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눈이 있더라도 못 보거나 안 보는 사람이 잔뜩 있습니다. 손발이 있는데 안 쓰거나 못 쓰는, 또는 등지거나 고개를 홱 돌리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틀(법)이 있기에 이 틀을 꼬박꼬박 지키는 우리 모습인지, 아니면 슬그머니 그물을 빠져나가면서 뒷짓이나 속임짓을 일삼는 우리 모습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두 손으로 사랑짓을 보여주기를 빌어요. 두 발로 사랑길을 가기를 바라요. 두 귀로 사랑노래를 듣기를 꿈꿔요. 온마음으로 오직 사랑이라는 빛이 되어 서로 비추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우리가 아이로 태어나 사랑받고 자란 나날을 새롭게 사랑으로 물려주려는 슬기로운 사람이라면.
ㅅㄴㄹ
“벌레소리가 가을을 데리고 오다니, 멋지구나.” (8쪽)
“캠프 가면 소리의 코너에 쓸 만한 소리가 있을까요?” “물론이지. 너무 많아서 쓸 수 없을 정도로 많아.” (16쪽)
“강물 소리, 나무 소리, 바람소리도 머리 속에는 있는데 글씨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어떻게 해? 소리의 코너를 쓸 수 없어요. 엄마한테 소리를 알려줄 수가 없잖아요!” (22쪽)
“치츠루가 써 준 소리의 코너 덕분에 엄마도 소리를 알 것 같아. 걷는 일이 즐거워졌어. 아아, 저 새는, 저 벌레는, 그렇게 우는구나, 지금까지는 그런 걸 생각해 보지 못했거든. 네가 알려준 덕분이야.” (31쪽)
“고마워, 치츠루. 만약 사랑에 소리가 있다면, 그건 아름다운 소리일 거야. 치츠루, 넌 지금 그 소리를 연주하고 있단다.” (40∼42쪽)
‘치츠루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엄마의 소리입니다. 왜냐면 수화는, 엄마의 목소리니까요.’ (44쪽)
“‘만약에, 만약에’, 어렸을 때부터 늘 그런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많은 걸 포기해 왔어.” “그게 분한 거야?” “벗어나고 싶어. 겁쟁이인 내 자신으로부터. 난 늘 주변의 탓으로 돌렸어. 자전거도 그래. 모두에게 걱정 끼치니까 타면 안 된다면서.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가장 맘이 놓이는 건 바로 나 자신이었어. 더 이상 도망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자전거 타는 걸 가르쳐 줘.” (56∼57쪽)
“어깨 힘을 빼, 미에코. 그럼 즐겁지가 않잖아.” “아! 예쁘다.” “아깝잖아. 경치도 즐겨야지! 노베 일가의 사이클 대회는 자전거에서 내려더 좋아. 천천히 즐기면서 가는 거야.” (76∼77쪽)
“뭔가 되고 싶어도 들을 수 없다면 어렵잖아. 그래서 엄마는 꿈을 갖고 싶지 않았어. 그러니까 엄마 몫까지 꿈꾸렴. 꿈이 이뤄지도록.” (138쪽)
“발도 가뿐해져서 집에까지 폴짝폴짝 뛰면서 왔어요. 엄마, 난 착한 사람이 될래요. 아저씨가 착하다고 말했지만, 더더욱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159쪽)
“치츠루는 엄마처럼 되고 싶어. 착한 엄마. 언제나 다정하게 속삭여 주는.” (166∼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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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君の手がささやいてい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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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