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천의 권 리제네시스 3
야츠 히로유키 지음, 츠지 히데키 그림, Buronson 감수, 하라 테츠오 원작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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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4.6.

싸움손하고 돌봄손 사이



《창천의 권 리제네시스 3》

 부론손 글

 하라 테츠오 그림

 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21.3.25.



  《창천의 권 리제네시스 3》(부론손 글·하라 테츠오 그림/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21)을 읽으면 ‘싸움손’이 아닌 ‘돌봄손’이 새롭게 나오는구나 싶습니다. 파란하늘을 빛내는 별한테서 받은 ‘싸움손’으로 어둠자리를 쓸어내는 이가 여럿 있다면, 싸움이 아닌 돌보는 숨결로 모든 자리를 밝히는 ‘돌봄손’도 있을 만해요.


  우리는 어떤 손일 적에 아름다울까요? 우리는 어떤 손으로 즐거울까요? 어떤 손으로 하루를 마주하기에 노래할 만하고, 어떤 손으로 서로 만나기에 사랑이 될까요?


  씨앗을 심는 손이 될 수 있고, 씨앗을 뭉개는 손이 될 수 있습니다. 풀꽃나무가 자라는 흙을 보듬는 손이 될 수 있고, 풀꽃나무는 안 쳐다보면서 막삽질로 짓이기는 손이 될 수 있어요.


  언제나 우리 손입니다. 네 손이 아닌 이 손입니다. 피가 흐르는 손이고, 온몸에서 돌고도는 기운을 펼치는 손입니다. 빗물을 받아서 마시는 손이고, 나비가 내려앉거나 무당벌레가 쉬었다 가는 손입니다. 새가 앉아서 노래하는 손이요, 바람이 머물면서 어루만지는 손입니다.


  《창천의 권 리제네시스 3》에 나오는 어둠자리 사람들은 인도네시아 텃사람을 종굴레에 가두어 들볶는다지요. 어둠자리 사람들은 ‘저놈을 잡으면 자유를 주겠다’고 말하는데, 날개(자유)란 이웃을 괴롭히거나 붙잡거나 죽여서는 얻을 수 없어요. 동무를 때리거나 억누르거나 밀치면서 날개를 달 수 있을까요? 아니지요. 이웃을 종으로 삼아 가두며 괴롭히는 이한테는 아무런 날개(자유)가 없는데, 이들이 남한테 날개를 줄 수 없기도 합니다.


  싸움연모(전쟁무기)를 만드는 일터에 들어가서 버는 돈이 아름누리를 이루는 밑거름이 되지는 않습니다. 싸움질이나 뒷질로 돈을 주겠다는 곳이 있으면 다같이 손사래치면서 스스로 살림을 지을 노릇입니다.


  곰곰이 보면, 우리한테는 나라지기나 벼슬아치가 없어도 됩니다. 길잡이(교사)나 글님(작가)이 굳이 없어도 됩니다. 저마다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일구면 되고, 사랑으로 피어나는 보금자리가 하나둘 저절로 모여 마을을 이루면 될 뿐입니다. 언제나 ‘돌봄손’으로 삶을 가꾸고 짓고 노래하기에 비로소 사랑길로 갑니다.


ㅅㄴㄹ


“에리카에겐 자모(慈母), 자모의 별이 있을지도 몰라. 그 별 밑에서 태어났다면 누구든 다 구해버리지. 야사카 같은 놈도.” (34쪽)


“게다가 알고 싶어. 내가 모르는 나에 대해.” “좋은 눈빛이야.” (36∼37쪽)


“딱 한 번만 찬스를 주마! 투항해라!” “아앙? 싫다! 라고 말하면 어쩔 건데?” (86쪽)


“자유를 갈구하는 건 비난하지 않겠다. 하지만 아무 상관도 없는 이 아일 희생시켜라도 자유의 몸이 되겠다면, 그만한 각오는 되어 있는 거겠지?” (104∼105쪽)


“두 명의 아빠가 있고, 지켜주는 사람도 있죠. 그것만으로도 앞을 바라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이번엔 내가 희망이 되고 싶어요!” (114쪽)


“야사카, 죽음을 재촉하지 마라.” “너답지 않게 날 걱정해 주는 거냐? 난, 나 자신의 속죄를 위해 싸우는 것뿐이야!” (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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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蒼天の拳 #蒼天の拳リジェネシス #原哲夫 #武論尊 #八津弘幸他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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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멜 심해수족관 4
스기시타 키요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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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3.21.

아름답게 피어나는 바다



《마그멜 심해수족관 4》

 스기시타 키요미

 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1.2.28.



  《마그멜 심해수족관 4》(스기시타 키요미/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2021)은 바다밑을 둘러싼 이야기를 조금 더 깊고 넓게 다룹니다. 깊지 않은 바다에서 살아가는 이웃하고 깊은 바다에서 살아가는 이웃은 겉모습도 몸짓도 다르기 마련입니다. 즐기거나 반기는 살림에 따라 말씨랑 생각이랑 마음이 달라요.


  들판을 가득 덮는 들풀은 저마다 다릅니다. 갈래가 달라 다르기도 하고, 갈래가 같아도 다 다르지요. 똑같은 토끼풀이란 없고, 똑같은 쑥이란 없어요. 똑같은 사람이 없고, 똑같은 하루가 없어요.


  얼핏 ‘한 갈래’로 묶습니다만, ‘같은 갈래’라기보다 ‘저마다 사뭇 다른데 겉으로 보기에 비슷하게 생겼다’고 여겨 묶을 뿐이지 싶어요. 생각해 봐요. 겉모습이 같기에 ‘같은 갈래’로 묶는 길이 얼마나 알맞을까요? 이른바 일본사람이나 미국사람이라 해도 일본이나 미국을 다르게 보기 마련입니다. 한겨레 사이에서도 이 나라를 다르게 봅니다. 나라로 묶어 하나요, 고장이나 마을로 묶어 하나라 하더라도, 우리는 모두 달라요. 모두 다르기에 ‘사랑이라는 숨결로는 같’고 ‘사람이라는 숨빛으로는 같’지요.


  푸른별 바깥에 있는 별하고 이 푸른별은 얼마나 다르면서 같을까요? 푸른별 바깥에 있는 별한테 다가서는 길하고, 바다 깊이 찾아가는 길하고, 어느 쪽이 멀거나 가까울까요? 아니, 멀거나 가깝다고 가르기 앞서 마음으로 찾아가서 헤아리고 품고 아낄 자리이지는 않나요.


  모두 다른 마음이자 생각이요 목숨입니다만, 생각이며 눈길이며 몸짓도 다르기 마련입니다.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이 생기고, 다 똑같은 몸매이고, 다 똑같은 목소리이고, 다 똑같은 키이고, 다 똑같이 말을 하고 글을 쓴다면 어떨까요? 끔찍하지 않나요? 우리는 다 다르기에 서로 아끼고 돌보는 숨결로 늘 새롭게 피어나는 사람이자 삶이자 사랑이지 않을까요? 《마그멜 심해수족관》에서 들려주는 다 다르기에 아름답게 피어나는 바다 이야기를 눈여겨본다면, 뭍에서 다 다르게 얼크러지는 사람살이에 숲살이도 새삼스레 포근하고 푸르게 마주할 만하지 싶습니다.


ㅅㄴㄹ


“상어 알은 왜 이런 모양일까요? 다 달라서 재미있어요.” (18쪽)


“심해에는 ‘이상한 생물들’이 아주 많다. 그렇지만 이상하다는 것은 ‘다른 생물에게는 없는 특별한 면이 있다’는 말이기도 해.” (26쪽)


“심해 생물은 다들 별종이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으면 사육을 하기 힘들어. 너의 상식이 아니라, 눈앞에 있는 생물을 잘 보고 확인해 줬으면 해.” (59쪽)


“거리만 따지면 그다지 멀지 않지만, 우주보다도 가기 힘들다고 할 만큼 모르는 것투성이라 흥미가 가는 걸까? 이것 봐. 심해에는 이런 생물도 있어.” (80쪽)


‘알고 있니? 심해에도 별이 아주 많다는 걸.’ (93쪽)


“마히로를 스스로 발견한 거예요. 시간을 잊을 만큼 열중할 수 있는 대상을요.” (169쪽)


“마히로는 분명히 혼자서라도 마그멜에 올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도 그러지 않은 이유는, 마히로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아버지와 함게 지내는 시간이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170∼171쪽)


“어른이 되면 외모도 마음도 조금씩 변해 가지만, 이곳(가슴)에 있는 다정한 마음만큼은 변함없이 소중히 간직하기다?” (188∼189쪽)


#マグメル深海水族館 #椙下聖海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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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 화가 3
이노카와 아케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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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3.15.

풀면서 여는 노래



《누에 화가 3》

 이노카와 아케미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7.31.



  《누에 화가 3》(이노카와 아케미/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을 읽다가 생각합니다. 그림에 담는 마음은 글에 담는 마음하고 같을 테고, 글에 담는 마음은 밥을 짓거나 빨래를 하며 담는 마음하고 같을 테며, 살림을 하는 마음이란 사랑을 하는 마음하고 같을 테고, 아이들이 놀이하는 마음하고 같겠지요.


  겉으로는 다른 모습이더라도 속으로는 같은 마음이라고 느껴요. 겉차림이 후줄근하든 반짝거리든 늘 마음을 바라보면서 사귀고 만나고 어울린다면 서로 다치거나 아플 일이 없으리라 생각해요.


  꾸미려 하기에 겉에 얽매입니다. 꾸미지 않고 가꾸려 한다면 속으로 스미면서 포근합니다. 꾸미려 드니까 겉모습에 묶여 스스로 갇히거나 고단해요. 꾸밀 일이 없이 하나하나 가꾸니 즐겁고 홀가분하게 피어나는 꽃씨가 됩니다.


  꾸민대서 보기 좋을 그림이란 없습니다. 꾸민대서 읽을 만한 글이란 없습니다. 꾸민대서 좋은 살림이란 없고, 꾸민대서 재미난 놀이란 없어요. 그렇지만 왜 이렇게 온나라는 겉치레에 겉꾸밈에 겉발림이 넘칠까요? 왜 얼굴이며 몸매이며 이름이며 돈이며 잿빛집(아파트)이며 자가용이며 옷차림이며 잔뜩 꾸미려고 하는 데에 파묻힐까요?


  스스로 마음을 가꾸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사랑을 가꾸기를 바라요. 스스로 노래하는 하루로 가꾸고, 어린이랑 손을 맞잡고서 하루를 꿈꾸는 길로 가꿀 노릇이지 싶습니다. 《누에 화가》는 ‘그림님이 넋을 담는 그림’이 아닌 ‘보는님이 넋을 담는 그림’으로 깨닫도록 이끄는 손길을 다루는데요, 스스로 사랑할 적에라야 사랑이 되기 마련이에요. 남이 사랑해 주기에 사랑이 되지 않아요. 스스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늘 쳇바퀴에 사슬에 멍울에 수렁입니다.


  마음을 풀어 주셔요.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를 풀어 주셔요. 이맛살도 눈살도 풀고서 빙그레 웃음을 지어 주셔요. 실마리를 풀고 생각을 풀면서 오늘 이곳에서 나눌 노래를 솔솔 풀어 주셔요.


ㅅㄴㄹ


“유코 씨와 요코 씨의 ‘차이’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겠죠. 내용물 즉, ‘영혼’의 차이를.” (24쪽)


“어떻게 그릴 작정인가요?” “유코 씨와 요코 씨의 영혼의 차이는 모르겠지만, 그 두 사람이 공유하지 않은 요코 씨만의 비밀을 그림으로 그릴 겁니다.” (36쪽)


“전혀 몰랐어요. 요코가 진심으로 나를 질투했다니.” (43쪽)


“악랄한 인간이란 오명을 씌워 지옥으로 떨어뜨린 건 바로 접니다! 주인어른께 진실을 고하지 않고, 지금껏 괴롭게 만든 것도 접니다!” “그래, 그랬군. 토키 씨 자네도 13년 동안 그렇게 괴로웠구먼. 내 옆에서 차마 말하지 못하는 지옥을. 우스운 일이군. 나도 그 남자도 자네도.” (84쪽)


“그 아이는 행복했을까.” “짧아도 괜찮다고, 죽은 것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지금 행복하다’고 웃고 계셨어요.” (85∼86쪽)


“제 그림은 텅 빈 그릇 같은 것이며, 거기에 영혼을 담는 것은 보는 쪽의 ‘마음’입니다. 죽은 사람의 모습에 그 사람과의 추억이나 이루지 못한 약속, 지금 있기를 바라는 세상, 그러한 남겨진 사람들의 ‘아쉬움’을 담는 물건입니다. 그러니까 그 아이가 바라지 않는 한 할머니를 만날 수 없겠죠.” (129쪽)


‘저녁놀과 딱따기 소리, 아이들 무리와 웃음소리와 끈적끈적한 물엿, 길게 뻗은 그림자, 저녁밥 냄새, 흙먼지, 전부 변하기 쉬우며, 하지만 어느 것 하나라도 빠지면 그 세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208쪽)


#猪川朱美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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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나가의 셰프 19
카지카와 타쿠로 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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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3.15.

처음에는 언제나 두 갈래



《노부나가의 셰프 19》

 니시무라 미츠루 글

 카지카와 타쿠로 그림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8.31.



  《노부나가의 셰프 19》(니시무라 미츠루·카지카와 타쿠로/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을 펴면 새롭게 엇갈리는 삶길이 나옵니다. ‘이제는 어쩔 길 없다’는 마음이 있고 ‘이제는 이 길이 삶이다’처럼 여깁니다. ‘이제까지는 다른길을 생각했다’면 ‘이제부터는 오늘이 새길이다’로 받아들여요.


  우리는 예전에 임금이나 종이란 몸으로 태어나서 살았는지 모릅니다. 오늘은 종이나 임금이란 몸으로 바뀐 채 살아갈 수 있어요. 옛삶만 생각하느라 오늘삶을 등돌리면 어찌 될까요? 옛삶에 파묻히느라 오늘삶을 안 본다면 어떤 하루일까요?


  길은 둘이 아니라고 합니다. 길은 여럿이라고 합니다. 틀리지는 않습니다만, 길은 모름지기 둘이기 마련이에요. 이 길이냐 아니냐 하는 두 갈래가 첫밗입니다. ‘이 길’로 간다고 마음을 굳히면 ‘이 길을 가는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를 살핍니다. ‘이 길이 아니라’고 마음을 잡으면 ‘이 길이 아닌 여러 가지’를 헤아리지요.


  처음에는 둘 가운데 하나를 가립니다. 둘 가운데 하나를 가리니 온갖 길이 무지개처럼 펄럭입니다. 처음에 둘 가운데 하나를 가리지 않거나 못하면, 우리 앞에는 무지개가 드리우지 않아요. 늘 망설이거나 조바심이 나거나 근심걱정이에요.


  이렇게 하느냐 마느냐부터 살피면 됩니다. 이처럼 하느냐 마느냐부터 똑바로 세우면 됩니다. 어느 쪽이든 오늘이요, 어느 길이든 우리 숨결이며, 어느 삶이든 스스로 짓는 사랑입니다. 다 다르게 나아갈 이 길에서 첫걸음을 새로 내딛습니다.


ㅅㄴㄹ


“확실히 제 과거도 전에는 궁금했어요. 나는 대체 누굴까 하고. 하지만 여기서 다양한 사람들과 접하며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그때, 나츠 씨가 거둬줬을 때 새롭게 태어났고, 그리고 살아간다. 지금의 내가 원하는 것은 전부 이곳에 있어요. 그 이상은 바라지 않아요.” (9쪽)


“나는 처음부터 켄뇨 님을 선택했어. 내게 필요한 사람은 이제 당신이 아니야. 켄이치로.” (27쪽)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아? 우리가 이 시대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그 사람과 가정을 꾸려 가는 일 또한, 역사의 일부일지도 모른다고.” (33∼34쪽)


“이번에 가져온 아카시 문어는, 지난번에 올렸던 문어와 맛의 차이가 커서 놀라셨을 겁니다. 그것은 서식 장소의 차이 때문입니다.” (81쪽)


‘이 사람은 아마도 모든 것으로부터 눈을 돌린 채 지금까지 살아온 거야. 자신의 처지를 저주하며 필사적으로 외면한 채 살아온 거야.’ (145쪽)


#信長のシェフ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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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카의 도자기 2
니시자키 타이세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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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3.15.

흙을 빚는 손빛



《하루카의 도자기 2》

 플라이 디스크 글

 니시자키 타이세이 그림

 윤지은 옮김

 대원씨아이

 2012.10.15.



  《하루카의 도자기 2》(플라이 디스크 글·니시자키 타이세이 그림/윤지은 옮김, 대원씨아이, 2012)은 질그릇을 빚는 여러 사람이 어떻게 마음을 흙이랑 하나로 가다듬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흙이랑 마음이 하나이기에 밭을 짓고 논을 가꿉니다. 흙하고 마음이 하나이기에 ‘밥을 낳는 숨결’인 흙으로 ‘밥을 담는 숨그릇’을 빚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흙하고 한마음이 되어 뒹굴거나 뛰놉니다. 아이들이 흙이며 모래를 만지면서 척척 짓는 놀이에는 언제나 새롭게 피어나고픈 꿈이 깃듭니다. 흙을 만지면서 놀던 아이가 어른이 되기에, 흙으로 숨결을 짓거나 빚거나 가꾸거나 노래하는 자리에 서요. 흙을 만지지도 밟지도 구경하지도 못하는 터에서 책만 펴야 하는 아이가 어른이 되면, 흙하고 동떨어질 뿐 아니라 흙을 괴롭히거나 짓밟거나 죽이는 자리에 섭니다.


  흙놀이는 흙살림을 거쳐 흙사랑으로 갑니다. 흙을 등진 터전은 흙살림도 흙사랑도 없이 돈벌이나 이름얻기나 힘자랑으로 갑니다. 어느 쪽이 좋거나 낫지는 않습니다. 이쪽은 사랑이요, 저쪽은 사랑이 아닐 뿐입니다.


  사람마다 손길이 다르기에, 질그릇을 빚는 사람마다 다 다른 무늬와 빛깔과 크기와 쓰임새를 담아낼 길을 열어요.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르게 흙을 일구어 살림을 이루듯,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르게 들이는 손길로 다 다르지만 바탕은 사랑인 하루를 짓습니다.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흙을 짓지 않습니다. 더 알아주어야 하기에 흙을 그릇으로 빚지 않습니다. 살리는 손길로 흙을 만집니다. 사랑하는 손빛을 흙에 담습니다. 살아가는 두 손에는 살아가는 두 다리가 맞물려 이 땅을 든든히 딛고서 어깨동무하는 마음이 흐릅니다. 《하루카의 도자기》는 석걸음으로 단출히 매듭을 짓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흙을 다루는 손을 서로 얼마나 지켜보거나 바라보거나 들여다보려나 궁금합니다. 벼슬자리도 글자리도 배움자리도 살림자리도 흙 한 줌 없이 온통 잿빛으로만 가득하지 싶은데, 흙이 없으면 풀꽃나무도 벌나비도 새도 사람도 모두 살아남지 못합니다.


ㅅㄴㄹ


“흙은, 그 인간의 기량을 비추는 거울이야. 실력 이상의 것을 해내려고 해봤자 어차피 기량은 마찬가지. 정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간이 그렇게 만들어 주겠지.” (79쪽)


“시대의 선인(先人)이 남긴 물건이라면 돌이킬 수 없지만 마침 나는 아직 현역이야. 그리고 나라가 문화재로 지정한 건 그 술병이 아니다. 이 두 손이지.” (87쪽)


‘손 안에서 흙이 날뛰지 않아. 이것이 중심이라는 건가?’ (106쪽)


“욕심을 내면 안 돼. 흙에게 솔직해져라” (108쪽)


“크기 같은 건 상관없어. 그래, 너처럼 보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끌어당기는 작품을 만들면 돼.” (112쪽)


‘그건 그대로 지금의 내 모습을 나타내는 것 같아.’ (118쪽)


“그렇지만 이 밭에서 자란 채소가 좋다고 말해 주는 사람이 있지. 하루카랑 이웃사람들, 도시에 사는 아들과 손자들. 나는 그 사람들이 먹는 얼굴을 떠올리면서 채소를 키우는 거야. 그런 것일지도 몰라. 하루카의 기량으로 나오는 하루카만의 맛이 말야.” (124쪽)


‘작품은 정직하게 그 사람을 비추니까, 마음이 향하는 대로.’ (155쪽)


“훌륭해. 이사카가 말한 ‘자신의 기량’을 알고, 내가 말한 오사무가 가마에 넣고 싶어질 물건을 넘어, 넣을 수밖에 없는 것을 만들었어. 그리고 큰 접시를 만들고 싶었던 자기 마음을 그 12개가 낳을 경단 무늬에 맡겼지.”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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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ハルカの陶 #TaiseiNishizaki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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