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신부 6
야마자키 코레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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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20.

네가 한 말을 떠올리렴


《마법사의 신부 6》

 야마자키 코레

 이슬 옮김

 학산문화사

 2017.6.25.



  《마법사의 신부 6》(야마자키 코레/이슬 옮김, 학산문화사, 2017)을 읽으며 말이란 무엇인가 하고 돌아봅니다. 이 그림꽃은 처음부터 내내 ‘말·마음’하고 ‘눈·생각’을 나란히 놓고서 줄거리를 엮습니다. 말을 담는 마음이면서, 마음을 짓는 말입니다. 눈빛으로 생각을 낳고, 생각을 펴면서 눈빛이 살아나요.


  말을 제대로 듣고 싶다면, 가만히 귀를 닫아 볼 만합니다. 귀를 닫고서 마음으로 느껴 본달까요. 모습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문득 눈을 감아 볼 만합니다. 눈을 감고서 마음으로 헤아려 봐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 별도 늘 우리한테 속삭이는데, 푸른별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사람이 있고, 푸른별이 소리소리 질러도 영 안 듣는 사람이 있어요. 큰고장 길거리에서 목아지가 잘리는 나무는 아파서 우는데, 우는 나무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고, 나무가 울건 말건 아랑곳않는 사람이 있어요.


  개미가 부르는 노래를 듣기에 훌륭하지는 않습니다. 나비가 베푸는 노래를 못 듣기에 어리석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봐요. 개미하고 동무하지 않는 마음이라면, 이웃사람하고도 어깨동무를 안 할 수 있어요. 나비하고 벗하지 않는 몸짓이라면, 아픈 이웃한테 등돌리기 쉬워요.


  숲돌이(마법사) 곁에서 각시로 살아가는 아이는 하루하루 새롭게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배웁니다. 이제까지 살던 굴레를 조금씩 내려놓습니다. 한꺼번에 내려놓으려 하다가 그만 몸앓이를 하기도 하지만, 둘레에서 느긋이 지켜보면서 달래요. 서두르지 말라고, 얼른 털어내려 하지 말라고, 오래 걸리더라도 천천히 거듭나면 될 노릇이라고 속삭여요.


  ‘나’라는 숨결을 버리려 하던 아이를 각시로 맞이한 숲돌이도 매한가지입니다. 각시로 삼은 아이가 하루빨리 “각시 노릇”을 해야 한다고 여기지 않아요. “각시 노릇”이란 따로 없거든요. 이렇게 해야 하지 않습니다. 저렇게 가야 하지 않고요. 그저 오늘 이곳에서 하루를 포근히 마주하면서 즐겁게 웃으면 넉넉합니다. 살림을 잘 해야 하지 않고, 일을 훌륭히 해내야 하지 않습니다. 함께 짓는 보금자리에 사랑이 피어나는 마음을 씨앗 한 톨로 심으면 즐거워요.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도 매한가지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일을 잔뜩 해야 하지 않아요. 돈을 흐드러지게 벌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물려받을 적에 활짝 웃어요. 어버이로서도 아이한테 사랑을 물려줄 적에 함박웃음을 지을 만할 테고요.


#ヤマザキコレ #魔法使いの嫁


ㅅㄴㄹ


“선물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주고받으며, 선물을 통해 자기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이 지금의 크리스마스입니다.” (26쪽)


“밀이나 문자는 영혼이 깃드는 소리의 형태. 누군가에게 가 닿으면 돌이킬 수 없는 법. 농으로 내뱉은 말조차 그 가벼운 마음으로 인해 저주가 되기도 하지. 내뱉은 말이 어떤 존재의 마음에 들게 될지는 알 수 없는 게야. ‘죽어버려’라고 하지 않아서 다행이로구나.” (119쪽)


“동쪽 끝에 있던 너와 서쪽 끝에 있던 그 녀석이 만났을 정도인데, 이렇게 작은 언덕에서 못 만날 리가 없잖아. 너도 누나라면, 너 자신과 동생을 믿어. 한쪽이 울 정도로 상대를 생각한다면, 인연이란 그렇게 간단히 끊어지지 않아.” (128쪽)


“상대와 자신이 다른 건 당연해. 하고 싶은 게 다른 것도 당연하고. 말이란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있는 거야.” (164쪽)


+


선물을 통해 자기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이 지금의 크리스마스입니다

→ 뭘 주면서 내가 아닌 누구를 생각하는 오늘날 거룩날입니다

→ 꽃마음으로 내가 아닌 누구를 생각하는 오늘날 섣달꽃입니다

26쪽


밀이나 문자는 영혼이 깃드는 소리의 형태

→ 말이나 글은 숨결이 깃드는 소릿결

→ 말이나 글씨는 넋이 깃드는 소릿꼴

119쪽


농으로 내뱉은 말조차 그 가벼운 마음으로 인해 저주가 되기도 하지

→ 가볍게 내뱉은 말조차 이 가벼운 마음 탓에 미움이 되기도 하지

→ 그냥 내뱉은 말조차 이 가벼운 마음 때문에 깎아버리기도 하지

119쪽


내뱉은 말이 어떤 존재의 마음에 들게 될지는 알 수 없는 게야

→ 내뱉은 말이 누구 마음에 들는지는 알 수 없어

119쪽


한쪽이 울 정도로 상대를 생각한다면, 인연이란 그렇게 간단히 끊어지지 않아

→ 한쪽이 울 만큼 그쪽을 생각한다면, 끈이란 그렇게 쉬 끊어지지 않아

128쪽


상대와 자신이 다른 건 당연해

→ 너와 나는 마땅히 달라

→ 저쪽과 나는 아주 달라

164쪽


말이란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있는 거야

→ 말이란 서로를 알려고가 아니라 이야기를 하려고 있어

→ 말이란 서로를 받아들이기 아니라 이야기를 열려고 있어

16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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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O 마오 13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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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10.

갚음 앙갚음 값


《마오 13》

 타카하시 루미코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2.12.25.



  《마오 13》(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2)에 흐르는 삶과 사람을 읽습니다. 무엇을 하려고 태어난 삶일까요? 서로 어떻게 맺고 얽으려는 하루일까요? 우리가 낳은 아이는 우리 마음대로 휘저어도 될까요? 우리 스스로도 우리를 낳은 어버이하고 다른 숨결이듯, 우리가 낳은 아이도 우리랑 다른 숨빛입니다.


  아이들은 불굿에서 헤매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아이를 낳든 안 낳든 이 땅에 불굿을 세우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른이 아니니, “저 불굿은 어쩔 길이 없어. 넌 불굿에서 살아남는 재주를 길러야 해!” 하고 닦달하지요.


  오늘날 불굿은 갖가지입니다. 이제는 이 불굿이 지겨워서 숱한 사람들이 어릴 적부터 짝맺기를 손사래쳤어요. 서른 살이 지나고 마흔 살이 지나도 혼살림을 잇는 분이 많아요. 왜 그러겠어요? 불굿은 그동안 홀로 짊어진 채 끝내고 싶거든요. 새로 태어날 아이들이 불굿을 짊어지는 모습을 차마 못 보겠거든요.


  온누리가 아름답다면 누구나 아이를 낳아요.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온누리가 안 아름답기에 아이를 낳기도 합니다. 새가 알을 낳고, 풀벌레가 알을 낳아요. 풀꽃이 씨앗을 맺고, 나무도 열매를 맺습니다. 사람들이 끔찍하게 죽이고 죽는 불바다에서도 풀꽃나무는 씨앗하고 열매를 베풀어요.


  이리하여 싸움불굿인 곳에서조차 ‘깨달은 사람’인 ‘어른’은 논밭을 건사합니다. 총칼이 아닌 호미랑 낫이랑 쟁기를 쥐기에 어른입니다.


  자, 봐요. 우두머리(대통령·국회의원·시도지사·군수)가 되려는 이들 가운데 낫을 누가 쥐지요? 우두머리 자리에 선 뒤로 호미를 누가 쥐었나요? 우두머리에 서서 바쁘게 나랏일을 보더라도, 밥을 짓고 옷을 짓고 집을 짓고 아이들한테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스러운 사람은 누가 있나요?


  《마오》는 빗대어서 들려주기도 하고, 대놓고 밝히기도 합니다. 이 불굿을 일으킨 무리는 바로 ‘어른 아닌 꼰대’입니다. 그러나 꼰대를 아무리 미워한달 안 바뀌어요. 미움은 미움씨앗이거든요. 불굿을 걷어치우려면 미움씨앗으로 다 불질러야 하지 않아요. 불굿을 없애는 길은 오직 하나입니다. 사랑이에요. 사랑으로 녹이고 풀고 달랠 적에, 사랑으로 아이를 낳을 적에, 모든 몹쓸 불굿을 걷어치울 수 있습니다. ‘저출산대책’이나 ‘인구소멸위기대책’은 몽땅 덧없습니다. ‘사랑’이 아닌 ‘대책’을 아무리 세운들, 이 나라는 아름답게 거듭날 수 없고, 아이가 태어날 수 없습니다.


ㅅㄴㄹ


#たかはしるみこ #高橋留美子 #MAO


“메이, 네가 목숨을 걸고 하려는 일은, 복수.” “아뇨, 구원이에요. 이 남자를 살려두면 또 몇 번이고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할 테니까.” (132쪽)


“어떻게 하겠느냐? 이대로 죽겠느냐, 아니면 살아서 원한을 갚겠느냐.” (149쪽)


“돈은 얼마든지 주마. 얼른 저 여자를 죽여!” “싫은데. 한패라고 오해하면 어떡해.” (155쪽)


“시라누이는 분노와 괴로움을 파고들어 힘을 주고 사람을 이용합니다. 하지만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은 …….” ‘이제 복수는 끝났는데.’ (163쪽)


“그래도 그만두지 않겠어요. 폭력으로 남을 괴롭히는 자들이 있는 한, 저는 또 데려올 거예요. 제가 틀린 걸까요?” “틀리진 않았어. 내가 보기에 힘이 없는 정의 같은 건, 개똥만도 못 해.” “그렇군요.” “이제 돌이킬 수 없어.” (17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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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오기쿠보 런스루 2
유키 링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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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10.

목매달기보다는 길목에 서기


《니시오기쿠보 런스루 2》

 유키 링고

 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0.7.15.



  《니시오기쿠보 런스루 2》(유키 링고/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0)을 읽으며 서로 무엇을 맺고 펴면서 길을 여는지 돌아봅니다. 길을 열고 싶다면, 마음부터 열면 됩니다. 길을 트고 싶다면, 눈길부터 트면 되어요.


  스스로 마음을 열지 않으니 길을 못 보거나 안 봐요. 스스로 눈길을 안 트니까, 파랑새가 내려앉은 우리 집 마당을 못 느끼거나 안 느낍니다.


  구름은 온누리 어디나 흐릅니다. 바람은 푸른별 모든 곳에 스밉니다. 아무리 깊디깊은 바다라 하더라도 햇볕이 깃들어요. 모두 하나인 숨빛이고, 다 다르게 살아가는 나날입니다.


  굳이 너를 닮아야 할 내가 아닙니다. 애써 나처럼 따라하거나 뒤따라야 할 네가 아닙니다. 때로는 손을 잡거나 어깨를 겯고서 나아가되, 때로는 다 다른 곳에서 스스로 즐기는 살림을 지을 노릇이에요.


  모두 갖춘 사람이라면 무엇을 할까요? 오롯이 빛나는 사랑이라면 어떻게 말을 할까요? 모두 해내는 사람이라면 일을 어떻게 맡기거나 나눌까요? 오달지게 살림을 꾸린다면, 이 보금자리와 마을과 나라는 어떻게 반짝일까요?


  《니시오기쿠보 런스루》에 나오는 사람들은 크든 작든 눈치를 봅니다. 눈치를 안 보는 척하지만 눈치를 봅니다. 보고 싶다면 눈치가 아닌 눈빛과 눈길을 볼 노릇이에요. 저렇게 해야 하지 않고, 이렇게 가야 하지 않습니다. 잘 보이도록 고치거나 세워야 하지 않아요. 그저 사랑을 담아서 손대고 추스르고 가꿀 일입니다. 언제나 사랑씨앗 한 톨을 심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놀이를 하고 노래를 하고 쉬면 즐거워요.


  달리기를 해요. 달아나려는 달리기일 수 있고, 그냥 바람을 마시려는 달리기일 수 있습니다. 달릴 만한 곳이 없는 서울 한복판이라면, 곧장 서울에서 빠져나가요. 부릉부릉 시끄러운 곳에서 달아나 봐요. 새가 노래하고 흙내음이 그윽한 곳으로 달려가요. 신을 벗고 가벼운 차림새로 훅훅 숨을 고르면서 뛰고 달려요.


  파랗게 일렁이는 바람을 품기에 느긋합니다. 파란바람이 품는 구름이 뿌리를 빗방울을 온몸으로 맞이들이기에 시원합니다. 비랑 바람이랑 해를 곁에 둘 줄 안다면, 어떤 굴레에도 목매달지 않습니다. 해바람비를 품고 풀어내기에 새롭게 길목에 서서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ㅅㄴㄹ


#ゆき林檎 #西荻窪ランスル?


‘분하다. 재능 좀 있다고. 얕보이지 않게 해야겠어.’ (34쪽)


“5명 있으면 다섯 개의 표현이 있을 테고 그걸 모모세가 어떻게 그려낼지 미츠 감독은 보고 싶은 걸 거야.” “그게 부담스러운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래, 모모세는 프라이드가 높아서 부정당하는 게 두려운 거구나.” (61쪽)


“모모세, 콘티는 잘 되고 있고?” “마감일까지는 될 것 같아요.” “좀 전에 하던 얘기 말인데, 난 실력 있는 자만 남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오만하다고 생각해.” (74쪽)


“산죠 씨 바로 위에 지금까지 갖고 싶어했던 게 있어요.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죠. 근데 산죠 씨는 두 손에 이미 뭘 쥐고 있어요. 그럼 어쩌시겠어요? 두 손에 쥔 게 있으니 이번엔 패스할래요? 아니면 손에 쥔 걸 버리고 잡을래요?” (148쪽)


‘재능 있고 일 잘하는 애는 회사에 있어 주길 바란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일하다 보면 부족하게 느껴지는 심정도 이해한다. 더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고 다른 현장을 알고 싶고. 얼마나 됐을까. 사람을 내보내고 다시 맞이하는 내 입장을 받아들이게 된 게.’ (17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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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신장판 1~10 박스세트 - 전10권 (완결)
데즈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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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12.26.

숲이 들려주는 말


《붓다 8 빛의 성지 기원정사》

 데스카 오사무

 장순용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0.12.31.



  《붓다 8 빛의 성지 기원정사》(데스카 오사무/장순용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0)를 되새깁니다. 테즈카 오사무 님이 빚은 《붓다》는 ‘붓다·부처·석가모니’ 한 사람이 걸어온 길과 넋과 숨결만 보여주지 않습니다. 어느 한 사람 발자취를 넘어, 온누리 누구나 스스로 품고서 사랑할 빛이 무엇인지를 짚고 알려줍니다.


  붓다라는 사람이 붓다가 된 까닭은 쉬워요. 스스로 사랑을 품으려고 했어요. 힘이나 돈이나 이름이 아닌, 오직 사랑을 품으려 했기에, 숲짐승이 스스럼없이 다가와서 이야기를 듣고 들려줍니다. 오롯이 사랑으로 살아가려 했기에, 사랑빛을 품은 수수한 사람들은 어떤 바보나라에서 살아가더라도 아이들한테 아름살림을 물려주었습니다.


  우두머리를 잘 뽑기도 해야 하지만, 우두머리에 앞서 우리 스스로 아름답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림을 짓는 보금자리부터 가꾸고 나누어 아이들한테 물려줄 노릇입니다. 우리 보금자리를 뒷전으로 놓고서 우두머리를 쳐다본들 하나도 안 바뀝니다. 우리 보금자리에서 아이들이 아늑하지 않은 판에, 어린이집이나 배움터만 으리으리하게 꾸민들 바뀔 일이 없어요. 사람들 누구나 느긋하면서 즐겁게 보금자리를 누리지 못 하는 판에, 갖은 총칼을 잔뜩 갖춘들, 나라가 아늑하거나 포근하지 않아요.


  모든 삶은 집에서 비롯합니다. 우리 몸은 우리 넋이 깃든 집입니다. 저마다 스스로 몸을 돌보고, 몸이 깃드는 집을 돌보면 됩니다. 우리 몸과 집을 돌보듯 마을을 돌보면 되고, 나라를 돌보는 손길로 나아가면 되어요.


  모든 사람이 모든 보금자리를 “아이가 즐겁게 뛰놀면서 자라는 터전이요, 풀꽃나무가 푸르게 우거지는 삶터요, 새랑 나비가 찾아드는 마당이요, 철마다 새롭게 하늘빛을 누리는 자리”이도록 가꾸면 됩니다. 서울에서 살아야 하지 않고, 시골로 가야 하지 않습니다. 어느 곳을 보금자리로 삼든, 이곳이 사랑자리로 피어나도록 일굴 일이에요.


  오늘날 잿집은 보금자리일 수 없습니다. 잿더미를 높다랗게 쌓은 그곳이 어떻게 집일까요? 그저 돈더미입니다. 집이 아닌 돈더미이기에 값이 오르락내리락합니다. 돈더미 아닌 살림집이라면, 철마다 어떤 멧새노래를 누리고 풀벌레가락을 즐기는지 이야기하겠지요. 집이 아닌 돈더미인 탓에 부릉부릉 매캐한 쇳더미를 끌어안습니다. 돈더미 아닌 집이라면 나무 곁에 서서 하늘빛을 맞아들여요.


  《붓다》는 수월하고 수수하게 숲빛으로 속삭입니다. 귀를 틔워 봐요. 눈을 떠 봐요. 마음을 열어 봐요. 머리를 깨워 봐요. 숲이 들려주는 말을 들어야 비로소 사람입니다. 숲한테 우리 살림살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바야흐로 사람입니다.


ㅅㄴㄹ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상대가 왕이든 바라문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믿지 않으면 따를 필요 없습니다.” (120쪽)


“그대는 그대의 본심에 의지해서 당당하게 혼자 걸어가시오. 그것이 그대의 자식에게는 훌륭한 본이 될 겁니다.” (121쪽)


“나는 그대들에게 사람이 살아가는 길을 가르치려는 것이오. 그러기 위해 나는 세상을 떠돌아다녔소. 그러니까 내게서는 사람 살아가는 길을 배워야지요. 내게 다른 것을 구해서는 안 돼요 ……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선생님을 다시 만나기는 어렵지만, 선생님의 가르침은 남아 있는 법.” (124쪽)


“아난다야, 분노로 자기 자신을 잃어서는 안 된다. 침착해야지!” (250쪽)


“네가 왕으로부터 인정을 받았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신에게, 아니 대자연으로부터는 인정받을 자격이 없다. 그럴 가치가 있는 인간이 못 되는 것이다!” (251쪽)


“인간의 마음, 바로 거기에 신이 있는 것이다. 신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301쪽)


“개나 말이나 소나 호랑이나 물고기나 새나 벌레나, 심지어는 풀이나 나무까지도, 그 생명의 뿌리는 모두 한덩어리로 엉켜 있는 것이오. 따라서 모두 평등한 한 형제이니, 내 말을 명심할 일이오.” (309쪽)


#てづかおさむ #手塚治虫 #ブッダ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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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린네 38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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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11.21.

푸는 실마리는 이야기


《경계의 린네 38》

 타카하시 루미코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1.6.25.



  《경계의 린네 38》(타카하시 루미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1)을 읽으며 생각해 보니, 몸을 입은 사람이건 몸을 벗은 넋이건, 다들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로구나 싶습니다. 앙금을 이야기로 풉니다. 생채기를 이야기로 달랩니다. 멍울을 이야기로 지웁니다. 다치거나 아픈 데를 이야기로 씻어냅니다.


  대단한 꽃물(묘약)을 써야 앙금을 풀지 않아요. 놀라운 힘을 들여야 생채기를 달래지 않습니다. 잔칫밥을 누리기에 배부르지 않거든요. 사랑을 담은 밥 한 그릇이기에 새롭게 기운이 솟으면서 서로서로 즐겁게 하루를 가꿉니다.


  곰곰이 볼 노릇입니다. 우리는 다 이야기로 맺고 풀 수 있습니다. 싸워야 얻거나 이기지 않습니다. 이기거나 지는 사람이 없이 어깨동무하는 길을 찾을 만합니다. 누르거나 괴롭히는 짓을 멈출 수 있다면, 두런두런 모여서 이야기하는 사이에 반짝반짝 빛나는 마음으로 나아갈 만합니다.


  이야기를 하기에 서로 잇습니다. ‘이야기’란 “주고받는 말 = 잇는 말”입니다. 서로 말을 주거니받거니 하기에 마음을 이어요. 말소리 하나는 징검다리가 되어 서로 새록새록 만나는 실마리로 피어납니다.


  바쁘기에 말을 안 합니다. 바쁘니 돈으로 땜을 합니다. 바쁘기에 돈을 더 벌려고 합니다. 바쁜 탓에 마음을 잃다가 어느새 이 삶을 왜 누리는지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ㅅㄴㄹ


“아, 잠깐.” “성불했어.” “원념이 사라졌구나.” ‘더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래도.’ (21쪽)


두 사람은 헤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키다리 아저씨의 정체는 누구일까요. “아무래도 마음이 걸려서, 조사해 봤는데, 내가 돈이 궁해 나쁜 짓을 하지 않도록.” “우리 아빠 엄마라고?” (40쪽)


‘아아, 한 푼도 안 되는 일에, 나도 참 마음이 좋아 탈이야.’ (50쪽)


“즉, 마츠고도 안쥬도 붉은 신부 교회의 저주를 알고 있었단 말이구나.” ‘그래, 나는 떠밀리는 척 이 저주에 편승할 생각이지!’ (87쪽)


“백지 언덕에서 캔 결별의 영철이며, 물거품 샘물이며, 망각의 회로며, 즉 이런저런 걸 다 지우고 끊어서 빚을 떼먹게 해주는 낫이었구나.” “사쿠라 아씬 그걸 다 기억했어요?” (146쪽)


“이야기도 안 듣고 낫부터 휘두르는 사신이 어딨어!” (156쪽)


#高橋留美子 #境界のRINNE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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