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먹고 자고 기다리고 3
미즈나기 토리 지음, 심이슬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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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4.5.

내가 바라보는 곳에


《행복은 먹고자고 기다리고 3》

 미즈나기 토리

 심이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1.30.



  《행복은 먹고자고 기다리고 3》(미즈나기 토리/심이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3)을 펴면, 어느 곳을 어떻게 바라보면서 걸어가거나 달려갈까 하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첫자락에서는 아직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들려주고, 두자락에서는 천천히 다잡는 마음을 들려준다면, 석자락에서는 이제부터 내 나름대로 바라보자는 마음을 들려줍니다. 2024년 1월에 나온 넉자락에서는 스스로 새롭게 바라보며 기지개를 켜는 마음을 들려주고요.


  마음은 한결같을 수 있고, 흔들릴 수 있습니다. 마음은 단단할 수 있고, 여릴 수 있습니다. 한 사람 마음이지만 늘 너울거립니다. 기쁘다가 슬프고, 섭섭하다가 반갑고, 가라앉다가 일어서고, 처지다가 환합니다. 때로는 내내 구슬프고, 내도록 고단하고, 내처 눈물겨울 수 있어요.


  하루씩 이야기를 쌓는 마음입니다. 잘 하건 못 하건 모두 마음에 담습니다. 하루하루 이야기가 흐르는 마음입니다. 이 길을 가건 저 길을 가건 모조리 마음으로 흘러듭니다.


  간이 맞아 느긋이 누릴 국을 끓이는 날이 있습니다. 싱겁거나 짜서 뒷통수를 긁적이는 날이 있습니다. 국도 밥도 안 하고서 멍하거나 바쁜 날이 있고, 밖에서 사먹는 날이 있어요.


  그림꽃 이름처럼 “기쁨은 먹고자고 기다리는” 동안 문득 스며듭니다. 맛밥을 먹어도 기쁘고, 맛밥이 아니어도 기쁩니다. 굶어도 기쁘고, 잔치여도 기쁩니다. 마음 가득 사랑을 길어올리면서 활짝 웃는 날이면 어느 밥차림이어도 기쁘게 마련입니다. 스스로 사랑을 길어올리지 않는 날이라면, 둘레에서 아무리 북돋우거나 기뻐해 주더라도 밍밍하거나 고개를 돌려요.


  첫봄인 3월을 지나 한봄인 4월에 이르면 못이나 둠벙이나 논이나 도랑에 올챙이가 꼬물거립니다. 3월이 저물 즈음에는 이 나라로 돌아온 봄맞이새가 신나게 밤노래에 새벽노래에 낮노래를 베풀고, 4월로 접어들 즈음에는 땅거미가 질 무렵부터 개구리 밤노래가 새롭습니다. 한 해 동안 우리 둘레에서 퍼지는 새노래가 다릅니다. 눈여겨본다면 잎빛을 따라서 새노래가 다른 줄 알아챕니다. 귀여겨듣는다면 철에 따라서 개구리노래에 새노래에 풀벌레노래에 매미노래가 다 다른 가락으로 찰랑찰랑 춤추는 줄 알아차립니다.


  내가 바라보는 곳에 이 하루가 있습니다. 내가 바라보는 곳에서 이 하루를 엽니다. 내가 바라보는 곳으로 이 하루를 짓는 숨결이 싹터서 퍼집니다. 무엇을 바라보든지 대수롭지는 않아요. 대단하거나 놀라운 곳을 바라보기에 대단하거나 놀랍지 않습니다. 사랑으로 바라본다면 어느 하루나 기쁘고, 사랑이 없을 적에는 어디를 바라보더라도 길을 잃습니다.


  비가 가볍게 뿌리던 엊그제 마을 앞에서 시골버스를 기다려서 타는데, 손님이 저 혼자이더군요. 십 분쯤 조용히 달리던 시골버스가 옆 면소재지에 닿자, 그곳 어린배움터를 다니는 아이가 둘 탑니다. 두 아이 가운데 덩치가 거의 어른만 한 아이는 자리에 앉자마자 “빗물과 흙이 묻은 신”을 손잡이에 척 올리고서 손전화에 코를 박습니다. 고작 열 몇 살인 아이가 저희 집에서도 이렇게 엉터리 같은 발짓을 하려나 궁금하더군요. 시골버스에 다른 손님이 하나뿐이니 아무렇게나 굴어도 된다고 여겼을까요. “어린이는 어디에 발을 올려놓나요? 혼자 타는 버스인가요? 모두가 함께 타는 버스인데, 손잡이에 발을 척 올려놓아도 되나요? 학교에서 공중도덕을 안 배우나요?” 하고 말을 거니 얼른 발을 내립니다. 다만 얼굴은 손전화에 박고서 아무 대꾸가 없습니다.


  시골아이뿐 아니라, 서울어른도, 버스에서 엉뚱한 짓을 일삼는 분이 꽤 있습니다. 시외버스에서 뒷자리에 앉은 사람 무릎을 누르도록 등받이를 눕히면서도 “등받이는 끝까지 내리라고 있어요!” 하고 외려 큰소리를 내는 앳된 분을 곧잘 만납니다.


  꿈을 바라보는 사람은 스스로 빛나면서 둘레를 밝히는 몸짓입니다. 사랑을 바라보는 사람은 스스로 피어나면서 둘레에 별빛을 뿌리는 매무새입니다. 꿈을 안 바라보는 사람은 스스로 갉아먹습니다. 사랑을 안 바라보는 사람은 스스로 죽어갑니다.


  기쁘게 웃고 싶은 마음으로 밥 한 그릇을 조촐히 차립니다. 기쁘게 웃으며 차린 밥 한 그릇을 가만히 누리면서 기지개를 켭니다. 먹깨비나 먹보여야 기쁘지 않습니다. 꿈깨비에 꿈보일 적에, 사랑깨비에 사랑보일 적에, 마음밭에서 물씬물씬 오르는 빛줄기가 따사롭게 번지면서 기쁨씨앗으로 뿌리내립니다.


ㅅㄴㄹ


“뭘 그렇게 노려보고 계세요? 곰은 이 주변에 안 살아요.” “츠카사 씨! 아니, 나쁜 귀신이 있으면 어쩌나 싶어서요.” (24쪽)


“하루 자고 가세요?” “네.” “모처럼 왔는데 관광 좀 하다가 가시지.” “아뇨. 이렇게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관광하는 기분이라 괜찮아요.” (25쪽)


“밤엔 숙소 근처에 있는 가게에서 이 고장 음식을 드시고, 온천에 들어갔다가 따뜻한 이불 덮고 주무세요. 지병이 있어도 무리하지 않으면, 여행은 몸에 좋을 거예요. 저는 무기마키 씨가 또 멀리 외출하셨으면 좋겠거든요.” (42쪽)


“청년도 한동안 여기서 햇볕에 몸을 말리다 보면, 딱 적절하게 맛이 들지 않을까?” “곰팡이가 슬지 않게 조심해야겠네요.” (66쪽)


“어른이 되면 알 텐데 말이에요. 실패는 배움이라는걸.” (76쪽)


“츠카사 씨, 산에서 저에게 과거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주셨잖아요. 그래서 저도 속마음을 얘기해 두고 싶었어요.” “네?” “저는 평범한 사람이라 털어놓을 만한 얘기가 없어서, 매일 하고 있는 생각을 얘기하는 것 정도밖에 답례를 해드릴 수 없지만 말이죠.” “무기마키 씨는 맨날 그런 생각을 하고 계세요? 술이라도 한잔 하면서?” “아뇨, 저는 술을 못 마셔서, 매실액을 마셔요.” (110쪽)


“그러게요. 회사에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몸이 튼튼하지 않거나, 무슨 사정을 떠안고 있으면 본인에게 맞는 직장을 좀처럼 찾기 힘들죠.” (142쪽)


#しあわせは食べて寝て待て 

#水凪トリ


흔들림 없는 강인함을 갖고 있잖아

→ 흔들리지 않잖아

→ 단단하잖아

13쪽


이렇게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관광하는 기분이라 괜찮아요

→ 이렇게 걷기만 해도 둘러보는 듯해서 즐거워요

→ 이렇게 걸어도 돌아볼 수 있어 기뻐요

25쪽


제가 할머니를 간병할 수밖에 없었어요

→ 제가 할머니를 돌볼 수밖에 없었어요

37쪽


또 멀리 외출하셨으면 좋겠거든요

→ 또 멀리 마실하시기를 바라요

42쪽


녹음의 향기에 감싸여 기분 전환 확실하게 하고 왔어요

→ 푸른내음에 감싸여 바람을 잘 쐬고 왔어요

→ 숲내음에 감싸여 제대로 숨돌리고 왔어요

45쪽


저희 아빠는 저와 엄마를 두고 증발했거든요

→ 우리 아빠는 저와 엄마를 두고 숨었거든요

→ 우리 아빠는 저와 엄마를 두고 내뺐거든요

63쪽


찜 요리를 하면 방 안에 가습이 되더라고

→ 찜을 하면 집안이 촉촉하더라고

→ 찜을 하면 집안이 시원하더라고

71쪽


붙었으면 좋겠어요

→ 붙기를 바라요

10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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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카나 2
니시모리 히로유키 지음, 장지연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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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3.29.

마음을 읽는 눈이라면


《카나카나 2》

 니시모리 히로유키

 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22.4.25.



  《카나카나 2》(니시모리 히로유키/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22)을 읽은 지 엊그제 같은데, 차곡차곡 한글판으로 이어서 나오더니, 2023년 12월에 다섯걸음이 나왔고, 곧 여섯걸음이 나옵니다. 몇 걸음까지 그릴는지 설레면서 기다립니다. 이 그림꽃은 “마음을 읽는 아이”하고 “마음을 못 읽는 어른”이 얽히는 실타래를 한 가닥씩 풀면서, 아이는 아이답게 자라고 어른은 어른답게 크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아이는 몸과 마음이 나란히 자랍니다. 어른도 몸과 마음이 함께 커요. 다만, 아이는 눈에 뜨이도록 몸이 자란다면, 어른은 예전하고 다른 몸으로 큽니다. 덩치나 몸피를 늘릴 적에만 자라거나 크지 않아요. 살림을 여미는 매무새를 다스리기에 ‘자라다·크다’라는 낱말을 씁니다.


  우리말 ‘자’는 여러 갈래로 뻗는데, ‘잣나무’로도 닿아요. ‘잣 = 잣다 = 자아올리다’를 거치고 돌아서 ‘젖’에 닿습니다. 숲살림에서 대수로운 열매를 낳는 나무가 잣나무이거든요. ‘자라다’라 할 적에는 스스로 잣고 지으면서 숨결을 살리는 길을 익힌다는 뜻에, ‘라’라는 사잇소리는 ‘즐거움(랍다·라온)’을 나타냅니다. ‘크다 = 키우다’요, ‘키 + 우’라는 얼거리예요. 키가 움직이는, 키가 움트는 결로 나아간다는 ‘크다·키우다’입니다. 어른은 아이보다 몸이나 키가 크게 마련인데, 이 큰 몸으로 한결 알뜰하고 살뜰하게 삶과 살림을 여미어 사랑을 빛낸다는 뜻입니다.


  배움터를 오래 다녔기에 똑똑하지 않습니다. 돈을 많이 벌었기에 너그럽지 않습니다. 이름을 드날리기에 홀가분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배우는 하루를 새롭게 익히려고 가다듬고 품기에 똑똑하며, 어느새 어질고 슬기로우며 참한 길로 접어들어요. 주머니에 돈이 얼마가 있든 스스로 즐거이 쓰고 기꺼이 베풀 줄 알기에 넉넉하고 너르며 느긋한 마음이 빛납니다. 이름값이 높으면 으레 콧대가 높고 말아, 사람다움하고 멀더군요. 이름이란 ‘이르다 + ㅁ’입니다. 말로 이르고, 어느 곳에 이르고, 어느 때에 이르되, 아직 안 닿아서 이르기도 합니다. 이 네 갈래 ‘이르다’를 하나로 품어서 날개돋이를 하듯 거듭나려고 하는 꿈을 키울 줄 알아야 비로소 ‘이름’이에요.


  《카나카나》는 책이름처럼 ‘카나’가 한복판을 이룹니다. 아이는 그저 “사람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눈을 고스란히 품은 채 태어났을 뿐”인데, 처음 카나를 맡은 둘레 어른은 이 아이를 부려서 돈과 힘과 이름을 거머쥐거나 가로채는 데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합니다. 아이는 굴레살이에서 달아나려고 용을 쓰고 꿈을 빌었어요. 이러던 어느 날 ‘마사’라는 살짝 철이 없지만 어느 모로는 철이 든 ‘젊은 아저씨’를 만나요. 비록 마음읽기는 못 할 뿐 아니라 매우 곧이곧대로 달려드는 매무새이지만, 카나는 마사하고 만난 뒤로 “내가 다른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눈은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그저 내 삶일 뿐”인 줄 조금씩 느끼고 알아갑니다.


  아기를 낳거나 돌보는 어른이라면, 아기하고는 오직 마음으로만 이야기를 해야 하는 줄 압니다. 아기는 말이 아닌 마음을 바라요. 아기는 마음에 사랑을 실은 노랫소리를 바랍니다. 아기는 돈이나 힘이나 이름을 안 바랍니다. 아기는 언제나 즐겁게 노래하고 웃고 춤추면서 하루를 사랑으로 살림하는 동무를 바라요. 아기한테 동무인 사람은 바로 어버이예요. 낳은 어버이가 있고, 돌본 어버이가 있어요.


  낳거나 돌보며 어버이 노릇을 새삼스레 맞아들여서 배운 사람이라면, ‘말’에 어떤 마음을 담을 적에 스스로 빛나는지 깨닫습니다. 아무 말이나 한다면 아무개요 ‘아무렇게나’입니다. 생각하면서 말을 가리고 고른다면 ‘새’요, ‘사이(새)’라는 숨빛을 품은 ‘사람’입니다. 생각할 때라야 사람입니다. 생각하지 않으면 ‘사람척·사람시늉·사람탈’입니다.


  마음을 읽는 눈이라면, 우리 눈망울에 사랑이라는 꿈을 나란히 얹어 봐요. 마음을 못 읽는 눈이라면, 우리 눈빛에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가벼이 놓아 봐요. 마음을 읽든 못 읽든 다 아름답게 사람으로서 사랑할 수 있습니다. 생각씨앗을 심는 동안, 우리 마음은 ‘마음씨’로 거듭나고, 우리가 쓰는 말은 ‘말씨’로, 우리가 쓰는 글은 ‘글씨’로 피어납니다.


ㅅㄴㄹ


“이 세상은 그림이 다야! 예쁜 그림을 목표로 삼지 않으면 안 돼! 그림이 별로인 인생 따윈 아무 가치도 없어! 그걸 보며 방긋 웃는 건 네 신부여야 된다고!” (9쪽)


“난 아무래도 사회의 쓰레기 같은 놈인가 봐. 다들 열심히 글자도 읽고, 모래사장도 청소하고 있는데, 난 아무 도움도 안 되잖아. 이게 그런 거지, 사회의 기생충이라는 것.” “그, 그렇지 않아. 마사네 가게는 지산지소(地産地消)니까. 사회에 도움이 되고 있어.” (46쪽)


“괜찮아, 마사. 그냥 다들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하면 돼. 마사는 마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고. 마사는 할 수 있어.” (50쪽)


‘왠지 착한 아이처럼 여겨질 때마다 슬퍼진다. 그게 아니야. 나한테는 다 들리기 때문이야. 반칙이지. 절대 착한 아이가 아니야.’ (99쪽)


‘자식이 난생처름 장을 봐왔다. 응! 장하다고 칭찬해 줄 대목이지. 그런 대목이지만, 그래, 과연 울까? 자기 자식을 너무 낮게 평가하는 것 아냐? 보통은 다 할 수 있잖아? 뭐지? 아닌가? 다른 대목인가? 힘내라, 파더!’ (111쪽)


‘내가 스스로 싸워야 해. 마사한테 기대지 말고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해.’ (186쪽)


#カナカナ #西森博之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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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슈퍼 22
토리야마 아키라 지음, 토요타로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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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4.3.10.

별에서 오고 별로 가다


《드래곤볼 슈퍼 22》

 토요타로 그림

 토리야마 아키라 글

 유유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4.2.20.



  《드래곤볼 슈퍼 22》(토요타로·토리야마 아키라/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24)이 한글판으로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24년 3월 1일에, 토리야마 아키라 님이 흙으로 돌아갑니다. 1955년에 태어나 2024년까지 그림꽃에 불꽃을 태운 삶길입니다. 일본판은 스물석걸음까지 밑글을 대고 그림결을 손보았다는데, 그 뒤로 더 나올는지, 아니면 이제 멈출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드래곤볼》 이야기는 손오공이 마지막(이라고 하지만 언제나 새로 잇는) 싸움판을 마치고서 하늘을 날다가, 너무 졸려 하품을 하고는 미르 등을 타고서 잠드는 대목에서 끝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손오공은 스스로 ‘넷째 구슬’이 되어 몸을 벗고서 사라집니다.


  여태 나온 《드래곤볼 슈퍼》는 뒷이야기나 곁이야기라고 할 만합니다. 《드래곤볼》은 푸른별을 바탕으로 이웃별하고 얽힌 실타래를 짚는 얼거리라면, 《드래곤볼 슈퍼》는 ‘푸른별을 품은 누리’하고 ‘온별을 품은 누리’가 만나는 길목을 짚는 얼거리라고 하겠습니다.


  온누리나 온별누리에 푸른별만 있다고 여긴다면, 그야말로 한참 바보이거나 눈감은 삶이겠지요. 생각해 봐요. 푸른별에 깃든 사람은 개미가 걷는 소리를 못 듣고, 코끼리가 쿵쿵 찧는 소리라든지 고래가 헤엄치는 소리를 쉬 알아채지 못 합니다. 푸른별도 언제나 스스로 돌고 해를 빙그르르 도는데, 이 별이 돌면서 내는 소리를 못 듣습니다. 고작 이곳에 있는 빛줄기(가시광선) 테두리만 보거나 느낄 줄 알지만, 막상 이곳 빛줄기조차 두루 못 읽고, 조금만 떨어진 곳에서 나는 소리는 아예 느끼지도 못 하기 일쑤입니다.


  《드래곤볼》에 늘 나옵니다만, 손오공을 비롯한 사람들이 움직이거나 주먹을 날릴 적에 ‘거의 모두’라 할 사람들은 하나도 못 보고 못 느낍니다. 대단히 빠르니까요. 눈을 깜짝 하는 사이에도 주먹을 숱하게 주고받지만, 이를 알아볼 줄 아는 눈은 드물어요. 푸른별 사람은 언뜻 보면 하찮다 싶을 못난이라 할 테지만, 곰곰이 보면 ‘싸우는 재주’는 뒤떨어지더라도, 이 별을 사랑하는 마음은 온누리와 온별누리에서 으뜸이라 여길 만합니다.


  푸른별은 싸움별이 아닌 사랑별입니다. 손오공은 왜 푸른별을 지키고 싶을까요? 바로 이곳에서 사랑을 처음으로 배우고 느끼고 보았고 알았거든요. 아무리 빼어난 솜씨라 하더라도 사랑에 앞설 수 없습니다. 사랑이 없는 채 주먹힘만 내세우거나 돈과 이름을 거머쥐려는 얼뜬 무리를 박살내되, 목숨을 빼앗고 싶지 않은 손오공입니다. 손오공은 꼭두로 몹쓸 마음을 먹은 녀석조차도 ‘살려’서, 이이가 ‘스스로’ 사랑을 보고 깨달아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손오공하고 단짝동무로 어울리는 베지터가 잘 보여줍니다. 손오공이 누구보다도 훌륭히 싸우고 벼릴 수 있던 바탕이라면, 처음 이 별에 떨어지던 날 갓난둥이를 거둔 할아버지가 물려준 사랑을 마음에 씨앗으로 심고서 늘 되새기는 숨결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이러면서 동무를 반가이 맞이하고, 이웃을 따스히 품습니다. 작은 숨붙이하고 푸나무를 아껴요.


  《드래곤볼 슈퍼 22》은 베지터가 ‘마음닦기’를 하면서 거듭나는 줄거리를 살짝 다룹니다. 베지터는 이미 앞서도 ‘마음빛’을 다스리는 길을 배웠습니다. 몸만 다그치듯 갈고닦을 적에는 허물을 못 벗는 줄 몸으로 깨달은 베지터인 터라, ‘마음빛’을 다스리면서 ‘첫째도 둘째도 막째도 아닌’, 오직 ‘나는 누구인가?’를 스스로 묻는 길에 제대로 발을 담근다고 여길 만해요.


  별에서 온 아이가 별로 갑니다. 별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짠 아재가 스르르 눈을 감고서 별로 갑니다. 오래 싸운 손오공이 마침내 넷째 구슬로 녹아든 미르로 나아갔듯, 이제까지 바지런히 그림붓을 놀린 아재도 사르르 몸을 내려놓고서 풀꽃나무가 흐드러진 숲으로 날아갈 때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별에 사랑이 있는 뜻을 곱씹을 일입니다. 사람은 풀꽃나무를 동무하고, 풀꽃나무는 사람을 이웃합니다. 사람은 멧새와 개구리와 풀벌레가 들려주는 노래로 활짝 웃고 춤춥니다. 멧새와 개구리와 풀벌레는 사람들한테 노래를 베풀면서 하늘과 땅 사이에서 빛납니다.


  오롯이 나아가는 빛인 사랑입니다. 온꽃으로 피어나는 사랑이기에 빛입니다. 떠난 분을 기립니다.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ㅅㄴㄹ


“아니, 우리는 이미 육체를 한계까지 단련했다. 우리는 놈들과 별 차이 없는 수준까지 연마했어.” “뭐? 정말?” “하지만 힘을 사용하는 방법이 달라. 우리는 아직 힘을 사용할 때 낭비가 너무 많다.” (14쪽)


“레드리본군을 없애 달라고 빌면!” “…….” “그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나 보네요. 그럼 신룡에게 최고 장로님처럼 피콜로 씨의 잠재 능력을 끌어올려 달라고 하는 건 어떨까요?” (24쪽)


“아무리 적이라지만, 어린이를 유괴하는 건 찬성 못 하겠는데.” “과학자가 쓸데없이 참견하지 말아 주겠나?” (48쪽)


“하지만 우리 아빠는 많이 바쁜데 날 찾으러 와 줄까?” “당연하지! 이런 상황에서 오지 않으면 내가 반쯤 죽여놓을 테다.” (60쪽)


“이봐, 2호. 저 녀석들, 정말로 악의 조직이겠지?” “당연하지, 무슨 소리야. 헤도 박사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잖아.”“그렇지.” (131쪽)


“넌 나쁜 녀석이 아니야. 멍청한 명령을 따르고 있을 뿐이지.” (135쪽)



#とりやまあきら #鳥山明 #とよたろう #ドラゴンボール超

+


베지터 왕에 의해 변경의 땅에 보내져 41년간 아버지와 힘든 삶을 보냈다

→ 베지터 임금이 구석퉁이로 보내 마흔한 해 동안 아버지와 힘들게 살았다

→ 베지터 놈이 끄트머리로 보내 마흔한 해 동안 아버지와 힘들게 보냈다

8쪽


원래 살던 별로 도망쳐 돌아간

→ 처음 살던 별로 돌아간

→ 예전 살던 별로 달아난

11쪽


또 이성을 잃을 뻔했지∼?

→ 또 넋을 잃을 뻔했지?

→ 또 마음을 잃을 뻔했지?

13쪽


변했네. 네가 명상 수련이라니

→ 바꿨네. 네가 마음닦기라니

→ 달라졌네. 네가 고요꽃이라니

13쪽


분노해선 안 되는 시합이 어떤 것인지 견학하도록 하세요

→ 불타선 안 되는 자리가 어떠한지 구경하세요

→ 둘끓어선 안 되는 판이 어떠한지 지켜보세요

16쪽


피콜로 씨의 잠재 능력을 끌어올려 달라고 하는 건 어떨까요

→ 피콜로 씨 속빛을 끌어올려 달라고 하면 어떨까요

→ 피콜로 씨 밑힘을 끌어올려 달라고 하면 어떨까요

→ 피콜로 씨 뒷심을 끌어올려 달라고 하면 어떨까요

24쪽


미미하지만, 베지터의 움직임이 변했구나

→ 옅지만, 베지터 움직임이 바뀌었구나

→ 가볍지만, 베지터가 다르게 움직이는구나

34쪽


비협조적인 녀석이구만

→ 시큰둥한 녀석이구만

→ 딴짓하는 녀석이구만

38쪽


아무리 적이라지만, 어린이를 유괴하는 건 찬성 못 하겠는데

→ 아무리 놈이라지만, 어린이를 꾀는 짓은 못 봐주겠는데

→ 아무리 밉놈이라지만, 어린이를 낚는 짓은 안 되겠는데

48쪽


이건 오반을 각성시킬 좋은 기회일지도 몰라

→ 오반을 깨울 일일지도 몰라

→ 오반이 일어설 틈일지도 몰라

→ 오반을 틔울 수 있을지도 몰라

→ 이 일로 오반이 눈뜰지도 몰라

→ 이 일로 오반이 철들는지도 몰라

→ 이 일로 오반이 느낄는지도 몰라

50쪽


허를 찔렸을 뿐이야

→ 틈을 찔렸을 뿐이야

→ 속을 찔렸을 뿐이야

75쪽


이것이 네 전력인가

→ 네 힘은 이러한가

→ 넌 이렇게 싸우는가

→ 네 주먹은 이러한가

92쪽


비번 중에 미안하군. 긴급사태다

→ 쉬는데 부끄럽군. 바쁘다

→ 말미인데 끼었군. 일이 터졌다

101쪽


저 녀석들, 정말로 악의 조직이겠지?

→ 저 녀석들, 참말로 나쁜 무리이겠지?

→ 저 녀석들, 참으로 몹쓸 무리이겠지?

131쪽


너희 근신은 해제야! 피콜로 쪽에 가세하러 가!

→ 너희 그만 쉬어! 피콜로 쪽에 가서 거들어!

14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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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코토 진료소 1
야마다 다카토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2.24.

그들은 왜 뛰쳐나갈까


《Dr.코토 진료소 1》

 타카토시 야마다

 문희 옮김

 대원씨아이

 2001.5.22.



  《Dr.코토 진료소 1》(타카토시 야마다/문희 옮김, 대원씨아이, 2001)를 가만히 읽습니다. 스물다섯걸음까지 나온 이 그림꽃은 빠른배로도 한참 달려야 닿는 섬에 깃든 작은 돌봄터에서 바라보는 섬살림을 들려줍니다. 줄거리는 ‘시골돌봄터’에서 겪고 부대끼는 일이되, 이야기는 ‘시골이 왜 빠르게 무너지는가’를 짚어요.


  일본에서는 2000년부터 나왔고, 2010년에 스물다섯걸음까지 그리고서 매듭을 아직 못 짓습니다. 한글판은 2001년부터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2001년 무렵에 ‘시골을 살리는 길’을 헤아리는 사람이 아주 드물었어요. 어느 모로 보면 ‘없었다’고도 할 만합니다.


  2020년 언저리에 이르고서야 ‘사라지는 마을(지방인구소멸)’을 둘러싼 고름을 풀려고 큰돈을 쏟아붓습니다만, 큰돈을 쏟아붓기 앞서 시골을 찬찬히 보려는 눈길이나 몸짓부터 드물었어요. 요 여러 해를 돌아보면, 나라에서도 고을에서도 ‘마을이 안 사라지도록’ 엄청나게 돈을 들인 듯하지만,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틀림없이 어마어마하게 돈을 쓰는 나라요 고을이되, 막상 시골이나 작은고장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짓는 작은 보금자리를 안 들여다본다고 느껴요.


  무엇보다도 모든 배움터가 배움불굿입니다. 서울곁뿐 아니라 부산과 광주도, 시골에서도, 온통 ‘서울로!’를 외쳐요. 시골에서 나고자라서 푸른배움터를 마치는 스무 살 즈음에 시골에서 즐거이 일자리를 찾아서 자리잡는 길을 펴는 고을은 아직 한 곳조차 없습니다. 또한 시골에 작은집을 마련해서 조그맣게 밭살림을 일구는 사람들을 돕거나 뒷배하는 고을마저 없어요.


  돈을 쳐다보면서 아기를 낳는 나라라면, 그저 죽어가는 수렁입니다. 돈이 없기에 아기를 안 낳지 않습니다. 사랑을 모르고, 사랑을 안 배우고, 사랑하고 먼 메마른 터전이기 때문에 아기를 안 낳습니다. ‘성교육’이 아닌 ‘사랑길’을 들려주고 보여주고 밝히면서, 어릴 적부터 참살림을 익히도록 북돋울 적에 비로소 순이돌이가 어깨동무를 하는 작은꽃길을 열 만합니다.


  《Dr.코토 진료소》는 돌봄터 한 곳에서 심는 조그마한 씨앗 한 톨이 어떻게 자라나면서 어떻게 마을을 바꾸고, 어떻게 시골이 거듭나고, 어떻게 젊은이가 사랑을 꿈꾸고, 어떻게 아기가 다시 태어날 수 있고, 어떻게 사람과 들숲바다가 어우러지고, 어떻게 꼰대 아닌 어른으로 살림을 짓고, 어떻게 막말 아닌 살림말로 마음을 나누고, 어떻게 돌봄이 없이도 튼튼하게 하루를 살아갈 만한가 하는 길을 넌지시 들려준다고 할 만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 그림꽃은 “외딴 섬마을에 돌봄터가 꼭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아닌, “작은 시골을 비롯해 커다란 서울이 어떻게 키를 틀어야 스스로 서고 빛나는가”를 곰곰이 짚고 묻고 되새기면서 함께 풀어가자고 손을 내미는 몸짓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아이들이 ‘외대’를 가려고 하는지 민낯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아이들은 큰돈 벌고 이름값 날리는 일자리를 거머쥐려고 의대를 노립니다. 아이들을 배움불굿으로 밀어넣는 ‘어른 아닌 꼰대’들이 아이들을 망가뜨리는 판입니다. 똑똑하고 참하고 착한 아이들이 시골에서 조촐히 보금자리를 짓고서 조그맣게 밭살림을 누리는 하루를 그리면서 아기를 낳아 스스로 돌보는 길을 이야기하고 알려주거나 가르치는 길잡이가 이 나라에는 아예 없다시피 합니다.


  아이들을 서울로 안 보내는, 아니 아이들이 시골에서 마음껏 꿈꾸고 사랑하면서 노래하는 터전을 푸르게 가꾸면 됩니다. 이 길을 갈 적에 순이돌이가 아름답게 짝을 맺을 테고, 아름짝 두 사람은 아기를 기쁘게 낳아서 즐겁게 돌볼 테지요. 나라나 고을은 이런 사람들 곁에서 조금만 거들면 돼요. 밑살림돈(기본소득)은 이런 데에 쓸 일입니다.


  치달려야 하는 나라에서는 어느 누구도 아기를 안 낳고 싶어요. 싸울아비가 득시글거리고, 총칼을 자꾸 만들면서 툭탁거리는 나라에서는 참말로 아기를 낳고 싶은 사람이 없을 만합니다. 순이돌이가 서로 다투고 갈라치기를 하는 나라에서 누가 아기를 낳고 싶겠습니까. 우리말 ‘머슴’하고 ‘머스마·머스매’는 말밑이 같습니다. ‘사내 = 머슴 = 일꾼’이라는 뜻입니다. 돈을 버는 바깥일을 하는 사내가 아닌, 집 안팎에서 기꺼이 온일을 맡아서 꾸려 나가는 몫이 사내다움입니다. 힘을 뽐내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바보짓은 사내다움이 아닌, 얼뜬짓입니다.


  그리고 우리말 ‘머슴·머스마’하고 ‘멋’도 말밑이 같아요. 씩씩하고 즐겁게 온갖 일거리를 도맡는 사내란 ‘멋스러운’ 살림길이라는 속뜻입니다. 오늘 우리는 멋을 잊고 삶을 등지고 사랑을 모르는 채 헛발질을 일삼는다고 할 만합니다.


  돌봄터가 없어도 호젓하고 튼튼하게 살림하는 보금자리입니다. 서로서로 돌봄이로 어울리면 넉넉합니다. 집을 돌보면 마을을 저절로 돌보고, 들숲바다도 나란히 돌보게 마련입니다. 한집살림부터 사랑으로 돌보기에, 아이도 어른도 철이 들면서 스스로 삶을 짓는 꿈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하나씩 바꾸어 가기를 바랍니다. 힘들면 힘든 하루를 즐겁게, 즐거우면 즐거운 하루를 그저 즐겁게, 차곡차곡 받아안으면서 모두 너그러이 품는 하루라면 시나브로 사랑이 싹틉니다.


  생각해 볼 일입니다. 그들은 왜 뛰쳐나갈까요? 돌봄이는 왜 돌봄터를 뛰쳐나갈까요? 아이들은 왜 시골을 뛰쳐나갈까요? 부디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라요. 작은 집과 작은 마을과 작은 시골로 걸어서 돌아가요.


ㅅㄴㄹ


#Drコト診療所 #山田貴敏


“선생님, 뭔가 착각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이 섬 주민들은 심하게 아프면 6시간이 걸려도 배를 타고 육지의 병원에 가요. 이런 허름한 진료소에서 치료받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다는 말이죠.” (26쪽)


“호시노 간호사, 그렇게 겁에 질린 얼굴을 하면 안 돼요. 의식이 있는 환자는 간호사의 웃는 얼굴을 보고 마음을 안정시킵니다.” (51쪽)


“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의사가 됐어.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못 본 채 내버려두는 건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아!” (94쪽)


“선생, 난 무식해서 어려운 건 잘 모르오. 하지만, 이것만은 언제나 아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하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친구를 배신해선 안 된다고. 주위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한번 믿은 친구는 끝까지 믿어야 한다고 말하지. 선생님, 당신은 우리 아들을 살려낸 생명의 은인이요. 당신을 믿는 마음은 일생 변하지 않을 거요.” (103쪽)


“남자들은 헌혈 한다니까 무서워서 도망간 모양인데, 여자들은 강하니까 무서울 게 없어요.” (110쪽)


‘힘내라, 아가야! 엄마가 널 얼마나 힘들게 낳았는데!’ (19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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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신부 6
야마자키 코레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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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20.

네가 한 말을 떠올리렴


《마법사의 신부 6》

 야마자키 코레

 이슬 옮김

 학산문화사

 2017.6.25.



  《마법사의 신부 6》(야마자키 코레/이슬 옮김, 학산문화사, 2017)을 읽으며 말이란 무엇인가 하고 돌아봅니다. 이 그림꽃은 처음부터 내내 ‘말·마음’하고 ‘눈·생각’을 나란히 놓고서 줄거리를 엮습니다. 말을 담는 마음이면서, 마음을 짓는 말입니다. 눈빛으로 생각을 낳고, 생각을 펴면서 눈빛이 살아나요.


  말을 제대로 듣고 싶다면, 가만히 귀를 닫아 볼 만합니다. 귀를 닫고서 마음으로 느껴 본달까요. 모습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문득 눈을 감아 볼 만합니다. 눈을 감고서 마음으로 헤아려 봐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 별도 늘 우리한테 속삭이는데, 푸른별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사람이 있고, 푸른별이 소리소리 질러도 영 안 듣는 사람이 있어요. 큰고장 길거리에서 목아지가 잘리는 나무는 아파서 우는데, 우는 나무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고, 나무가 울건 말건 아랑곳않는 사람이 있어요.


  개미가 부르는 노래를 듣기에 훌륭하지는 않습니다. 나비가 베푸는 노래를 못 듣기에 어리석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봐요. 개미하고 동무하지 않는 마음이라면, 이웃사람하고도 어깨동무를 안 할 수 있어요. 나비하고 벗하지 않는 몸짓이라면, 아픈 이웃한테 등돌리기 쉬워요.


  숲돌이(마법사) 곁에서 각시로 살아가는 아이는 하루하루 새롭게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배웁니다. 이제까지 살던 굴레를 조금씩 내려놓습니다. 한꺼번에 내려놓으려 하다가 그만 몸앓이를 하기도 하지만, 둘레에서 느긋이 지켜보면서 달래요. 서두르지 말라고, 얼른 털어내려 하지 말라고, 오래 걸리더라도 천천히 거듭나면 될 노릇이라고 속삭여요.


  ‘나’라는 숨결을 버리려 하던 아이를 각시로 맞이한 숲돌이도 매한가지입니다. 각시로 삼은 아이가 하루빨리 “각시 노릇”을 해야 한다고 여기지 않아요. “각시 노릇”이란 따로 없거든요. 이렇게 해야 하지 않습니다. 저렇게 가야 하지 않고요. 그저 오늘 이곳에서 하루를 포근히 마주하면서 즐겁게 웃으면 넉넉합니다. 살림을 잘 해야 하지 않고, 일을 훌륭히 해내야 하지 않습니다. 함께 짓는 보금자리에 사랑이 피어나는 마음을 씨앗 한 톨로 심으면 즐거워요.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도 매한가지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일을 잔뜩 해야 하지 않아요. 돈을 흐드러지게 벌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물려받을 적에 활짝 웃어요. 어버이로서도 아이한테 사랑을 물려줄 적에 함박웃음을 지을 만할 테고요.


#ヤマザキコレ #魔法使いの嫁


ㅅㄴㄹ


“선물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주고받으며, 선물을 통해 자기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이 지금의 크리스마스입니다.” (26쪽)


“밀이나 문자는 영혼이 깃드는 소리의 형태. 누군가에게 가 닿으면 돌이킬 수 없는 법. 농으로 내뱉은 말조차 그 가벼운 마음으로 인해 저주가 되기도 하지. 내뱉은 말이 어떤 존재의 마음에 들게 될지는 알 수 없는 게야. ‘죽어버려’라고 하지 않아서 다행이로구나.” (119쪽)


“동쪽 끝에 있던 너와 서쪽 끝에 있던 그 녀석이 만났을 정도인데, 이렇게 작은 언덕에서 못 만날 리가 없잖아. 너도 누나라면, 너 자신과 동생을 믿어. 한쪽이 울 정도로 상대를 생각한다면, 인연이란 그렇게 간단히 끊어지지 않아.” (128쪽)


“상대와 자신이 다른 건 당연해. 하고 싶은 게 다른 것도 당연하고. 말이란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있는 거야.” (164쪽)


+


선물을 통해 자기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이 지금의 크리스마스입니다

→ 뭘 주면서 내가 아닌 누구를 생각하는 오늘날 거룩날입니다

→ 꽃마음으로 내가 아닌 누구를 생각하는 오늘날 섣달꽃입니다

26쪽


밀이나 문자는 영혼이 깃드는 소리의 형태

→ 말이나 글은 숨결이 깃드는 소릿결

→ 말이나 글씨는 넋이 깃드는 소릿꼴

119쪽


농으로 내뱉은 말조차 그 가벼운 마음으로 인해 저주가 되기도 하지

→ 가볍게 내뱉은 말조차 이 가벼운 마음 탓에 미움이 되기도 하지

→ 그냥 내뱉은 말조차 이 가벼운 마음 때문에 깎아버리기도 하지

119쪽


내뱉은 말이 어떤 존재의 마음에 들게 될지는 알 수 없는 게야

→ 내뱉은 말이 누구 마음에 들는지는 알 수 없어

119쪽


한쪽이 울 정도로 상대를 생각한다면, 인연이란 그렇게 간단히 끊어지지 않아

→ 한쪽이 울 만큼 그쪽을 생각한다면, 끈이란 그렇게 쉬 끊어지지 않아

128쪽


상대와 자신이 다른 건 당연해

→ 너와 나는 마땅히 달라

→ 저쪽과 나는 아주 달라

164쪽


말이란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있는 거야

→ 말이란 서로를 알려고가 아니라 이야기를 하려고 있어

→ 말이란 서로를 받아들이기 아니라 이야기를 열려고 있어

16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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