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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평화통일 이야기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34
정주진 지음 / 철수와영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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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억누른대서 평화가 되지 않습니다



《10대와 통하는 평화통일 이야기》

 정주진

 철수와영희

 2019.9.4.



남한과 북한이 정치적, 군사적으로 대립하고 싸우다 보니 우리는 항상 전쟁을 생각하고 전쟁을 준비하며 살았습니다. (24쪽)


독재자와 정치인은 오히려 국민의 무관심과 무지에 힘입어 남북 대립과 군사적 대결을 강화했습니다. (54쪽)


그렇지만 증오만 생각하면 상대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파괴하게 됩니다. 우리가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63쪽)


남북관계와 북한에 대해 가짜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남한과 북한의 관계가 좋아지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가짜뉴스를 만드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을 너무 증오해서 북한과 관계가 좋아지는 것도, 대화를 하는 것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한반도 평화와 우리의 평화로운 삶을 방해합니다. 다른 하나는 가짜뉴스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90쪽)


국방부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국민과 함께 평화를 만드는 강한 국방’이라는 구호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무력 강화가 곧 평화를 보장하고, 국민이 원하는 바이며, 국민을 위하는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구호는 7조 4000억 원을 들여서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40대를 도입하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108쪽)


(산불 진화용) 250억 원짜리 대형 소방헬기와 (전쟁용) 1150억 원짜리 스텔스 전투기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잘 말해 줍니다. 거의 쓸 일이 없는 스텔스 전투기에는 막대한 돈을 쓰면서 안전을 위해 정말 필요한 소방헬기에는 돈을 쓰지 못하는 현실을요. (110쪽)


함께 살아가려면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먼저 북한은 우리 이웃이라는 점입니다. 이웃과 좋은 관계를 이루어야 편하게 살 수 있는데 우리는 북한과 서로 위협하고 싸우면서 지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둘 다 자신의 안전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162쪽)



  이제 우리는 스스로 묻고 이웃나라에도 물어보아야 할 때입니다. ‘서로서로 군대를 이렇게 키우고 해마다 어마어마한 돈을 군대에 쏟아부어서 우리가 여태 평화로웠나요, 아니면 더 다투거나 싸우면서 군대에 돈을 더 쏟아부어야 했고, 더 아슬아슬해야 했으며, 더 미워하는 길을 걸었나요?’ 하고요. 군대가 있었기에 참말로 평화를 지켰을까요, 아니면 군대가 있었기에 참으로 평화하고는 동떨어졌을까요?


  흔히 말하기를, 저쪽이 무기를 안 버리는데 우리부터 먼저 버릴 수 없다고 합니다. 저쪽도 우리하고 똑같이 말하겠지요. 우리가 무기를 안 버리니 저쪽도 먼저 무기를 버릴 수 없다지요.


  《10대와 통하는 평화통일 이야기》(정주진, 철수와영희, 2019)는 이 나라 푸름이가 앞으로 이 나라를 새롭게 가꾸는 든든하고 아름다운 어른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평화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평화와 전쟁이라는 이름에 감추어진 민낯을 드러내고, 남북녘 모두 군대에 그토록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느라 정작 무엇을 안 하거나 못 하는가를 낱낱이 비추어서 들려줍니다.


  따지고 보면 남북녘뿐 아니라 미국도 매한가지입니다. 미국도 그토록 군대에 돈을 어마어마하게 쏟아붓느라 정작 여느 미국사람 살림살이는 엉망이라고 하지요. 미국에서는 식구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군인이 되는 길을 가야 비로소 살림을 펼 수 있고, 배울 수 있으며, 의료 도움을 받을 수 있다지요.


  평화를 지킨다고 하는 군대를 제대로 들여다보아야지 싶습니다. 모든 군대는 ‘쳐들어오는 저쪽을 막으’려고 있지 않습니다. ‘먼저 쳐서 끝장을 내’려고 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알 수 있어요. 핵폭탄이든 미사일이든 먼저 퍼부어대면 모든 전쟁은 바로 끝납니다. 그런데 저쪽에서 그렇게 폭탄이며 미사일을 퍼부어대면, 이쪽도 똑같이 ‘나만 못 죽는다. 너도 죽어라’ 하면서 똑같이 폭탄하고 미사일을 퍼붓겠지요. 다시 말해서, 오늘날 ‘평화를 지키는 듯 보이’는 모든 모습은 허울입니다. 어느 한쪽이든 먼저 치면 저쪽을 무너뜨리기 쉬우나, 그렇게 나섰다가는 다같이 죽음수렁으로 갈밖에 없으니, 그렇게 군대하고 무기를 잔뜩 갖추었어도 쳐들어가지 않고, 더 센 군대하고 무기를 거느리려고 치달을 뿐입니다.


  오늘날 어른은 앞으로 어른이 될 어린이하고 푸름이한테 무엇을 물려주어야 할까요? 군대하고 전쟁무기로 가득한 이 나라를 물려주어야 평화로울까요? 군대하고 전쟁무기를 거느리느라 나라살림이 얼마나 휘청이는데, 이런 휘청살림을 물려주어야 평화일까요? 아니면 남북녘이며 일본이며 미국이며 중국이며 러시아이며, 모두 평화로 나아가자고 어깨동무하는 길을 찾아나서면서 ‘새로운 무기 개발을 끝장내’고서, 이런 데에 쏟아부은 돈을 온나라에 푸른 숲을 이루는 아름다운 살림길로 바꾸어내야 평화일까요?


  《10대와 통하는 평화통일 이야기》에서 여러모로 짚기도 하지만, 소방헬기는 갖추지 못하지만 무시무시한 갖가지 전쟁무기는 잔뜩 갖추려는 나라살림입니다. 굳이 건강보험료나 국민연금을 거두지 않고도 의료 도움이나 밑살림을 누구나 느긋이 꾸릴 만한 돈이 어엿이 있습니다. 다만 이 돈은 언제나 새로운 무기(요새는 무인 군사드론 개발)를 뚝딱거리는 데에 다 들어갔을 뿐입니다. 그리고 주한미군을 먹여살리는 데에 다 쓸 뿐이고요.


  ‘전쟁 억제력’은 평화가 아닌 전쟁길입니다. 전쟁이 안 터지게 군사힘을 키워서 억누르는 길은 낡았습니다. 이 낡은 길이 아닌, 사람들 살림살이를 남녘도 북녘도 제대로 바라보면서 돌보는 길을 가야지 싶습니다. 그 길이 바로 평화일 테니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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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HaHa)
오시키리 렌스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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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어머니는 어떻게 웃을 수 있을까



《하하 HaHa》

 오시키리 렌스케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5.31.



“부모의 의견과 가지꽃은 반드시 열매를 맺는다고 하잖니?” “어차피 나 같은 가지는 꽃도 안 피워.” …… “나는 아직 18세 꽃다운 소녀. 마음 내키는 대로 살면서 술판을 벌이지. 그거야말로 나다운 인생이야. 벌써부터 어른이 될 걸 걱정하면서 살면 반대로 손해잖아. 어떤 것도 나를 묶어놓을 수는 없어!” (10쪽)



  오늘 이곳에서 바라보는 살림이 매우 팍팍하다 싶은데 어머니는 어떻게 웃을 수 있을까요? 궁금한 아이는 어머니한테 여쭙니다. 어머니는 새롭게 싱글싱글 웃으면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럼, 웃을 일이 있는데 웃지, 우니?” 멍하니 어머니를 바라보는 아이한테 어머니는 몇 마디를 보탭니다.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즐거운 일은 웃으면서 살아야지. 아무리 힘들더라도 스스로 웃어야 즐겁지. 아무리 어렵더라도 웃음으로 풀어서 넘겨야지.”


  아이는 어머니 말을 알아들었을까요? 아이는 어머니 말을 언제쯤 알아듣고서 찬찬히 철이 들 만할까요? 어머니는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줄 수 있을까요? 어머니는 어릴 적에 어떤 나날을 보냈을까요?



“타에 언니, 그렇게 심하게 혼내도 괜찮은 거야?” “어머, 노부. 야단 좀 맞았다고 그만둘 것 같으면 이 일 못하지.” “그건 그래.” “엄격하면 엄격할수록 한 사람 몫을 해내는 거야. 그걸 생각하면 야단 좀 맞는 건 별것 아니지.” (30쪽)



  만화책 《하하 HaHa》(오시키리 렌스케/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는 어머니하고 아이 사이에 흐르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오늘은 어머니였으나 어제는 아이였던 삶을, 그리고 어제 아이였던 사람한테 어머니나 아버지였던 분이 더 옛날에는 어떤 아이로 살았으려나 하고 어림해 보도록 이끄는 이야기를 짚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이로서 어머니를 바라보는 자리에서 ‘우리 어머니는 왜 저 따위야?’라든지 ‘우리 어머니는 늘 저래서 못 이긴다니까!’ 같은 생각이 왜 불거지고 어떻게 풀리는가를 하나하나 보여줍니다.



엄마의 뇌리에는 지금까지 홀대받은 애견들의 원통한 얼굴이 떠올랐고, 그 원한이 쌓이고 쌓여 할아버지에게 대들기 충분한 용기가 갖춰져 있었다. “그만두렴, 노부. 아버지는 딸의 기분도, 개의 기분도 모르는 사람이니까.” (66쪽)



  ‘하하’라는 말소리는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일본에서나 똑같이 웃음소리를 나타냅니다. 무척 재미난 말이에요. 어쩌면 세 나라뿐 아니라 온누리 모든 나라에서 ‘하하’는 웃음을 가리키는 말소리이지 않을까요? 사람한테뿐 아니라 새한테도 나무한테도 별한테도 ‘하하’는 즐거운 웃음이요 슬픔을 씻는 웃음이며 아픔을 달래는 웃음이지 않을까요?


  일본에서는 ‘하하(はは)’에 다른 뜻도 깃듭니다. 바로 ‘어머니’예요. 웃음소리이자 어머니를 가리키는 ‘하하’입니다.


  재미나지요. 다른 말소리도 아닌 웃음소리를 가리키는 말하고 어머니를 가리키는 말이 같아요. 어머니라고 하는 자리는, 어머니라고 하는 숨결은, 어머니로 나아가는 길은, 몸뚱이만 크고 나이만 먹는 삶이 아닌, 슬기로우면서 따뜻하고 즐거운 살림이겠구나 싶습니다.



“그거야, 그 감정. 남을 탓하는 감정을 억누르질 못하잖니. ‘개똥같다’ 그런 생각을 하니까 새들까지 똥을 날리는 거야. 이상한 사람들이 금방 시비를 거는 것도 네가 비슷해 보이니까, 시비 걸고 싶도록 하고 다니기 때문이지. 정신을 맑게 유지해야 해.” (106쪽)



  말 한 마디로 가르칩니다. 몸짓 하나로 보여줍니다. 웃음 하나로 일깨웁니다. 말 두 마디로 같이 배웁니다. 새로운 몸짓으로 나란히 지켜봅니다. 웃음 두 판째로 깨우칩니다.


  낯을 찡그리고 다닌들 나아질 일이 없습니다. 잔뜩 일그러뜨린 얼굴로는 달라질 길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우는 낯이 되면? 글쎄요. 엇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웃는 낯일 적에는? 글쎄요, 아마 다르지 않을까요?


  누가 우리를 괴롭혔다고 한들, 이를 대수로이 여기지 않으면서 웃음으로 흘려보낼 수 있거나 살짝 튕겨낼 수 있다면 어떨까요? 누가 우리를 못살게 굴거나 들볶거나 힘들게 하더라도, 이를 가볍게 여기면서 웃음으로 휙 넘기거나 사뿐히 즈려밟고 지나갈 수 있으면 어떨까요?



“그렇지 않아. 네가 다가가기만 하면, 분명 그쪽도 그렇게 할 거야.” (191쪽)


“싫은 일도 상관없어. 괴로운 일도 덤비라고 해. 앞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그 전부 통틀어서 즐기는 거야. 살아가면서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다고 생각하면 별것도 아니니까.” (216쪽)



  다시 돌아봅니다. 다시 물어봅니다. 어머니는 어떻게 웃을 수 있을까요? 어머니는 어떻게 웃음으로 하루하루 살아내고서 오늘 이곳에서 아이한테 웃음 띤 낯으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오늘 이곳에서 아이로 자라는 우리는 앞으로 어떤 어버이(어머니나 아버지)가 되어 활짝활짝 웃음꽃으로 웃음어른이 될 만할까요?


  모두 웃음으로 품을 줄 알기에 웃기면서 사랑스럽습니다. 모두 웃음으로 안는 몸짓이기에 우스우면서 즐겁습니다. 남들이 우리를 비웃을 수 있어요. 남들이 우리를 손가락질 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일 뿐, 우리는 그들도 저들도 아니랍니다. 우리는 우리로서 오늘 이곳을 누려요. 우리는 우리답게 오늘 여기에서 웃고 노래하고 춤추고 이야기하고 살림을 사랑으로 가꾸면서 즐겁게 일어섭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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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니스 5
오시미 슈조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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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 잔뜩 두려운데, 어떡해야 할까요



《해피니스 5》

 오시미 슈조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9.8.25.



“나도 죽여 줘. 스스로는 죽을 수 없어, 나. 틀렸어. 난 이제. 아아, 왜지?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53쪽)



  털어놓기 어려운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때에 참으로 어렵겠지요. 힘이 들기도 할 테고요. 제발 빨리 지나가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나, 차라리 죽어서 사라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만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죽으려 해도 도무지 스스로 못 죽겠구나 싶어 더욱 가슴이 조이면서 더더욱 두려웁기까지 합니다.


  뭔가 잘 해내거나 멋진 모습을 보였다면 ‘오늘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랄 일이 없겠지요. 뭔가 안되거나 틀렸거나 일그러지거나 잘못되었다고 느낄 적에 ‘제발, 이 오늘이여 빨리 지나가 주오’ 하고 바라곤 합니다.


  참으로 그 털어놓기 어려운 일이 왜 찾아올까요? 왜 우리는 그런 일을 겪어야 할까요? 꼭 그런 일을 겪어야만 할 까닭이 있을까요?



“난 알아. 네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유우키, 네 잘못이 아니야. 넌 필사적으로 노력했어.” (58쪽)



  곪은 곳은 터지기 마련입니다. 곪은 곳이 터지는 까닭은 이제 고름덩이를 더는 안 품고 싶기 때문입니다. 낫고 싶어서, 곪은 살점이 아닌 말끔한 살점이 되어 싱그럽고 튼튼하게 살아나고 싶어서, 드디어 곪은 곳이 터집니다.


  뭔가 일그러지거나 틀렸구나 싶은 일을 스스로 저지르고 말았다면, 스스로 마음에 맺힌 어떤 응어리나 고름이 이제는 터져서 사라져야 할 때라는 뜻이지 싶어요. 다만 응어리나 고름이 터질 적에는 좀 아픕니다. 아니, 꽤 아플 수 있고, 어쩜 이다지도 아프냐 싶어, 차라리 죽는 쪽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속으로 이렇게 속삭이거나 외쳐 봐요. ‘어디까지 아픈지, 얼마나 아픈지, 앞으로도 내내 아픈지, 다 맞아들여 주겠어’ 하고요. 기쁜 날에 이 기쁨을 한껏 누리듯, 슬프거나 괴로운 날에는 이 슬픔하고 괴로움을 고스란히 맞아들여서 삭여내고는 훌훌 날리자는 쪽으로 생각을 바꿔 봐요.



“지금까지 있었던 일 다 말해 줘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르쳐 줘요. 도망치면 안 돼요. 현실을 직시해야 해요!” “좀 닥치지 그래. 별것도 아닌, 무지몽매한 고깃덩이 주제에.” (79∼80쪽)



  《악의 꽃》이란 만화책이 있습니다. 모두 열한걸음에 이르는 이야기를 펴는데, 이 열한걸음을 읽어내기란 만만하지 않습니다. 만화에 나오는 아이가 왜 그러한 짓을 저질렀는지, 이러면서 왜 그러한 말을 터뜨리는지, 이러고서 왜 그러한 길을 가는지, 모두 어지럽고 어수선합니다. 무엇보다도 왜 스스로 스스럼없이 털어놓거나 밝히지 못할까요? 어느 때에 어떻게 속내를 터뜨려서 털어놓아야 할까요?


  《악의 꽃》을 그린 분은 《해피니스》라는 이름을 붙인 만화도 그립니다. 《해피니스》는 이제 다섯걸음째 나옵니다. 《해피니스 5》(오시미 슈조/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9)까지 읽어내면서 ‘마음앓이·마음생채기(트라우마)’란 무엇이고 어떻게 씻거나 달랠 수 있는가를 고요히 곱씹습니다.


  스스로 뜻하지 않았으나 ‘흡혈 괴물’이 된 아이가 있다고 해요. 그런데 ‘흡혈 괴물’이 참말로 괴물인지, 흡혈 괴물을 괴물로 여기면서 바라보고 실험체로 삼는 어른들이 괴물인지 헷갈릴 노릇입니다.


  오늘날 어른들은 학교 안팎에서 ‘학교 폭력’이나 ‘학교 따돌림’ 같은 말을 꺼내곤 하는데, 학교가 배움터 아닌 입시싸움터인 흐름으로 치닫게 하기 때문에 폭력이나 따돌림이 불거진 셈 아닐까요? 또 어른들은 툭하면 ‘청소년 언어파괴’ 같은 말을 툭툭 내뱉는데, 정작 어른들부터 한국말을 엉터리로 쓰면서 망가뜨릴 뿐 아니라, 이 삶터에 불법이나 무법이 판치도록 하지 않았을까요?



“아, 아뇨. 정말 괜찮아요. 그냥, 10년 전 사고났을 때 상처예요. 자꾸 눈에 띄면 주위 분들도 신경 쓰일 테고, 폐가 되잖아요? 그래서 감췄던 건데, 덕분에 벗는 계기가 됐어요.” (178쪽)



  만화책 하나로 얼마나 마음앓이를 달래거나 마음생채기를 씻을 수 있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다만, 잔뜩 두려울 적에는 그 두려움을 그대로 마주할밖에 없습니다. 참으로 무엇이 얼마나 두려운가를 똑바로 바라볼밖에 없습니다.


  어떤 일에서 누구 잘못인가를 따지는 일은 부질없습니다. 잘못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는 소리가 아니라, 잘못은 언제라도 따질 수 있습니다만, 먼저 살필 대목은 ‘오늘 이곳에서 어떤 마음’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어떤 마음’으로 다잡아야 스스로 두려움을 새로움으로 바꾸어 내면서 ‘사랑이란 마음’으로 거듭날 수 있는가이지 싶습니다.


  두려운 어떤 일이 우리 마음에 있다면, 우리 스스로 아직 사랑을 모르거나 사랑을 등졌다는 뜻이라고 느껴요. 우리가 이웃이나 동무나 한식구를 사랑하려면, 먼저 우리 스스로 사랑할 줄 알아야 해요.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판에, 내가 누구를 사랑할까요?



“누나. 벌써 내가 있는 곳으로 오면 안 돼.” “토모오, 어째서? 이제 겨우 다시 만났는데. 하고 싶은 얘기가 진짜 많은걸.” “안녕. 누나.” (102쪽)



  ‘사람들’이라기보다 ‘어른들’이 보이는 앞뒤 다르거나 겉속 다른 모습에 펄펄 끓는 마음을 그냥 꾹꾹 누르던 ‘아이들’이 어느 날 하나둘 이 불길을 터뜨린다고 해요. 이 불길을 터뜨리면서 그만 이 불길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 몰라 헤맨다고 합니다. 이 불길에 맞아 일찍 삶을 마감한 여러 아이가 있고, 이렇게 삶을 마감한 아이를 동생으로 눈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이른바 모두 ‘기쁨’이나 ‘보람’하고는 멀다고 할 만한 노릇인데요, 이러한 삶길을 담아낸 만화책 이름이 《해피니스》입니다. ‘해피니스’ 아닌 ‘언해피니스’여야 알맞지 싶기도 하지만, 우리는 기쁨이나 보람을 찾으려다가 자꾸 헤매고, 넘어지고, 서로 생채기를 내거나 건드리면서, 끝내 두려움이란 마음을 쌓지 싶습니다. 늘 이 한 마디로 돌아오고야 마는데, ‘스스로 사랑하기’라는 마음으로 그 커다란 두려움을 찬찬히 바라보면 좋겠어요. 그리고 두려움한테 이렇게 속삭여 봐요. ‘두려움아, 넌 내가 아니야. 아니, 넌 또다른 나일 수 있지. 그런데 두려움아, 네 옷을 벗으렴. 넌 두려움이 아닌 사랑이잖아. 네 참모습을 보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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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스포츠 이야기 - 스포츠를 통해 보는 세상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32
탁민혁.김윤진 지음 / 철수와영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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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구경거리 스포츠’는 이제 그만



《10대와 통하는 스포츠 이야기》

 탁민혁·김윤진

 철수와영희

 2019.5.31.



  1982년이라는 해에 프로야구가 생겼어요. 곧이어 프로축구나 프로씨름이나 프로농구나 프로배구가 생겼는데요, ‘프로’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운동경기·스포츠는 이른바 웃돈이 오가면서 돈벌이가 되는 길로 확 달라집니다. 이런 이름이 붙기 앞서까지는 누구나 가볍게 배워서 즐거이 누리는 놀이판이었다고 할 만해요.


  저는 인천이란 고장에서 나고 자라면서 프로야구를 실컷 보았습니다. 그러나 프로야구 때문에 야구를 실컷 보지 않았고, 프로야구가 없었어도 마을야구를 했어요. 그무렵에는 어느 마을이든 아이가 넘실거렸는데요, 조금 살림이 좋은 집 아이라면 방망이를 챙겨 오고, 살림이 덜 좋으면 공을 챙겨요. 살림이 모자라면 맨손으로 오거나 국민학교에서 쓰는 갓, 이른바 학교 모자를 챙깁니다. 방망이 있는 아이가 안 오면 마땅한 나뭇가지를 주워서 공치기를 했어요. 어느 날에는 공 하나로 모여 공차기를 했고요.



한국이 올림픽 메달을 딸 정도로 잘하는 스포츠 종목 중에서도 우리들이 쉽게 배우고 접할 수 있는 건 그다지 많지 않아요. (33쪽)



  텔레비전이 이제 슬슬 집집마다 하나씩 놓이던 이무렵, 아버지 어깨너머로 여러 운동경기를 지켜보았고, 동무들하고 야구장 가까운 언덕을 찾아가서 먼발치로 경기를 바라보곤 했습니다. 요새야 경기장을 판판한 터에 올립니다만, 예전에는 마을 한복판에 경기장이 선 터라, 언덕받이라든지 건물 옥상을 찾아가서 슬쩍슬쩍 넘겨다보곤 했어요.


  이무렵 야구장갑을 사주는 어버이는 드물었습니다. 야구장갑은 만지기도 어려웠는데, 아무튼 푼푼이 돈을 모아 공 하나를 장만하면, 이 공으로 온 아이들이 신나게 하루를 누릴 만했어요.



왜 축구 연맹은 힘이 센 ‘대기업’의 광고는 환영하면서도, 힘이 약한 ‘노동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골 세리머니는 ‘정치적’이라고 금지하는 걸까요? 당연히 돈 때문이에요. (92쪽)



  이제 텔레비전뿐 아니라, 셈틀로, 또 손전화로 운동경기를 볼 수 있습니다. 운동경기를 틀어주는 곳은 광고삯을 받는데, 경기를 틀어주는 틈틈이 광고를 곁들일 뿐 아니라, 운동선수는 옷에 온갖 광고를 덕지덕지 붙입니다. 오로지 돈으로 경기를 뛰고, 돈으로 경기를 이기거나 지며, 돈으로 이 지구별 곳곳에 운동경기 이야기가 퍼집니다.


  문득 돌아보면 그렇습니다. 이름난 사람이나 구단이 경기를 할 적에 이를 지켜보는 기자가 매우 많아요. 경기 이야기를 글로 담는 기자도, 사진으로 찍는 기자도 많지요. 그리고 이런 글하고 사진을 읽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삶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루거나 짚거나 챙기거나 알아보는 기자는 얼마나 될까요? 여느 삶터를 깊이 파고들거나 여느 삶자리를 두루 돌아보면서 글이나 사진으로 담아내는 기자는 몇이나 있을까요?



더 많은 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더 잘하는 운동선수들이 필요하고, 그런 선수들을 키워 내기 위해서 학교는 어린이 때부터 맘껏 놀 틈도, 수업을 들을 기회도 주지 않고 운동만 시켰거든요. (60쪽)



  《10대와 통하는 스포츠 이야기》(탁민혁·김윤진, 철수와영희, 2019)를 읽으면서 ‘스포츠·운동경기’를 생각합니다. 1988년에 태어난 ㅎ신문은 ‘운동경기’라든지 ‘방송편성표’라든지 ‘주식시세표’를 다루지 않겠노라 했으나, 이 당찬 몸짓은 몇 해 가지 못했습니다. 운동경기를 안 다루는 신문이나 방송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오로지 운동경기만 하는 이들이 늘면서 여느 사람들이 쉽게 누릴 수 있는 놀이판은 사라지고, 돈을 들여야 구경할 수 있는 커다란 경기장하고 돈을 들여서 이모저모 갖추어야 할 수 있는 운동경기가 퍼집니다. 그리고 운동경기 이야기만 다루는 신문이나 잡지가 무척 많아요.



‘스포츠는 남자들만의 것’이라고 담을 쳐 놓고 오랫동안 거기에 여성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 아닐까요? (123쪽)



  몸을 튼튼히 다스리면서 마음을 맑게 북돋우려는 뜻으로 운동경기를 한다는 말을 이제는 더 안 하지 싶습니다. 이름을 더 날리고 돈을 더 버는 길로 치우치는 운동경기이지 싶습니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서면 나라사랑이 되고, 더 빼어난 솜씨인 몇몇 사람을 지켜보면서 손에 땀을 쥔다는데, 이러다 보니 메달에 눈이 멀어 주먹다짐이나 뒷돈이 불거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운동경기에 돈을 걸고, 운동선수 스스로 뒷돈을 받아서 경기를 이리저리 꾸미는 일까지 벌어져요. 또, 갖가지 볼썽사나운 일을 터뜨리기도 하고, 어린이나 푸름이를 마치 ‘메달 기계’가 되도록 다그치는 일까지 일어납니다.



어느 누구라도 약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기사도라고 하면 어떨까요? (134쪽)



  《10대와 통하는 스포츠 이야기》는 참으로 드문 책입니다. 푸름이한테 스포츠가 무엇인가 하고 알려주는 책도 드뭅니다만, 어른 사이에서도 ‘사랑받는 운동선수나 기록’이 아닌 ‘스포츠하고 얽힌 숱한 삶과 삶터 이야기’를 짚는 책도 드뭅니다. 생활체육이란 이름이 낡은 말이 되어 버렸구나 싶은 흐름을, 입시지옥 못지않게 또아리를 튼 엘리트체육이라는 흐름을, 앞으로는 같이 어울리고 함께 아끼면서 나아갈 길을 새로 찾자고 하는 목소리를 내는 책이 참으로 드뭅니다.



(뉴질랜드는) 농장에서 일하다 장화를 신고 와서 골프를 치는 현지 사람들도 있었어요. 한국이었으면 격식에 어긋난다며 쫓겨났을 텐데 말이죠. (219쪽)



  어떤 옷이나 연장을 챙겨야 그 운동경기를 할 만한 터전인지, 아니면 언제 어디에서라도 가볍고 즐겁게 몸을 움직이면서 하루를 누릴 만한 터전인지를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돈을 치러서 구경하러 가는 경기장이 더 커져야 하는지, 집 가까이 너른터에서 누구나 마음껏 여러 가지 운동을 누릴 수 있어야 즐거울는지를 헤아려야지 싶어요.


  어느 모로 본다면, 자동차를 줄이고 찻길을 줄여서 마을마다 너른터를 넓히면 좋겠습니다. 나무를 심는 빈터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어른도 가볍게 공을 차거나 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숱한 운동선수가 풋풋한 나이에만 전문 운동선수로 뛰다가 아주 젊은 나이에 그만두는 흐름은 사라지면 좋겠어요. 엄청난 돈을 퍼붓고 아름드리 숲을 짓밟으면서 큰 경기장을 짓는 세계대회나 올림픽은 이제 그만해도 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아늑하면서 즐거운 삶을 지을 터전이 있고 난 뒤에라야 큰 경기장을 짓든 세계대회를 치를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생활체육이 없이 엘리트체육만 넘실댄다면, 아이들이 어떤 놀이라도 신나게 벌일 빈터나 풀밭이 없이 우람한 경기장만 늘리려 한다면, 우리 몸이며 마음도 그리 안 튼튼하고 썩 안 아름답겠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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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평화가 뭐예요?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7
배성호 지음, 김규정 그림 / 철수와영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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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조국 아저씨’, 이 책을 같이 읽어요



《선생님, 평화가 뭐예요?》

 배성호 글

 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19.6.25.



영어 단어 ‘peace’의 어원이기도 한 pax는 힘이나 군사력을 써서 지키는 평화를 뜻하기도 해요. 이런 평화는 위험할 수도 있어요. 힘으로 이룩한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16쪽)



  흔히들 어린이책은 ‘어린이만 읽는 책’으로 잘못 압니다. 그러나 어린이책은 ‘어린이부터 읽는 책’입니다. 저도 어릴 적부터 이렇게 느꼈고, 이처럼 느끼는 이웃님들이 오랫동안 이 뜻을 널리 밝히기도 했으며, 요새는 어린이책이나 그림책을 놓고서 ‘0살부터 100살까지 읽는 책’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기도 합니다.


  자, 그래서 저는 2019년 늦여름을 떠들썩하게 하는 한복판에 선 ‘조국 아저씨’한테 어린이책 한 자락을 같이 읽자고 여쭈려고 합니다.


  저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아닌 ‘조국 아저씨’로 부를 생각입니다. 벼슬자리에서는 ‘법무부장관 후보자’일는지 모르나,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라는 이웃으로 본다면, 그대는 저한테 조국 아저씨일 뿐이거든요.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서 평화로운 삶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에요.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여성이기 때문에 또는 생김새가 달라서 등등 여러 이유로 일상에서 차별을 받는다면 평화를 느낄 수 없을 테니까요. (18쪽)



  같이 읽자고 여쭐 책은 《선생님, 평화가 뭐예요?》(배성호·김규정, 철수와영희, 2019)입니다. 150쪽이니 가볍습니다. 사이에 그림이 꽤 많고 글밥이 적어서, 어른으로서는 매우 쉽고 빠르게 다 읽어낼 만하기도 합니다.


  제가 이 책을 같이 읽자고 여쭈려는 까닭은 아주 쉽고 단출해요.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아닌, 아이 어버이로서, “평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를 묻고 싶거든요.


  총칼이 춤추고 미사일이 오가는 싸움판이 벌어지지 않으면 평화일까요? 그대가 벼슬자리에 서야 비로소 사법 개혁을 이룰 수 있을까요? 어느 분이 말하기도 했습니다만, 사법 개혁을 이룰 참하고 슬기로우며 곧바른 분이 틀림없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비록 예전 정부나 이 정부에서 사랑을 받지 못하더라도, 대쪽같으며 착하고 아름답게 법을 다스리려고 하는 분은 어김없이 있다고 여겨요.



우리나라 최전방 248km에 이르는 군사 분계선에는 무려 100만 개가 넘는 지뢰가 묻혀 있어요. 이로 인해 해마다 지뢰 사고가 끊이지 않는답니다. 피해자 수는 1000명이 넘어요. 우리나라는 단위 면적당 지뢰 수가 가장 많은 불명예 국가예요. (75쪽)



  저는 1995∼1997년에 강원 양구에서 군대살이를 했습니다. 요즘 강원 양구에서 장사하는 분들이 서울까지 찾아가서 어느 군부대를 없애지 말라면서 모임을 하고 목소리를 낸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런데 있지요, 군부대 곁에서 군인 주머니를 날름날름 울궈낸 양구 분들이 참 많았어요. 우리 어버이가 1996년 여름에 꼭 하루 저를 보려고 무척 먼걸음을 하신 적 있는데, 그때 ‘허름한 여인숙’에서 두 어버이하고 저하고 세 사람이 묵는데, 한 사람 앞에 6만 원씩 받았답니다. 2019년이 아닌 1996년에 ‘세 사람 6만 원’이 아닌 ‘세 사람 따로 6만 원, 그러니까 18만 원’을 받더군요. 그무렵 양구에서 군인한테 장사를 하는 가게에서는 새우깡 과자 하나에 1000원을 받았고, 소주는 한 병에 5000원을 받았어요. 참 재미난 셈을 하던 분들이지요. 군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니 우리 아버지가 면회를 놓고서 한숨을 쉬셔요. 고작 하루 면회를 다녀오는 길에 100만 원을 써야 했다더군요.


  조국 아저씨, 같이 생각해 보겠어요? 군대 곁에서 군인한테 장사를 하는 그분들은 왜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바가지를 씌워야 했을까요? 그리고 이렇게 씌운 바가지는 ‘법에는 딱히 어긋나지 않는다는 장사’인지요? 법을 잘 아신다면, 법이 아름답게 흐르도록 다스리려는 길에 서겠다면, 이 대목을 좀 또렷하게 밝혀 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법에는 딱히 어긋나지 않는다는 장사’를 바꾸어 낼 마음이 있는지 묻고 싶기도 해요.


  아무튼 저는 군대에서 해마다 여름이면 아름드리숲에 낫하고 삽을 한 자루씩 챙겨서 오른 뒤에 나무를 마구마구 베어내고 삽질을 마구마구 해서 새 지뢰를 묻고 새 철조망을 까는 일을 했습니다. 참으로 아슬아슬한 일이지만, 그런 일이 바로 군인이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미국은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을 제거했지만 미국인들은 2400조 원을 퍼부은 이 전쟁이 실패했다고 결론 내렸어요. 미군 4500명, 이라크인 18만 명이 숨진 데다 폭격을 퍼부었던 곳에선 기형아 출산 같은 2차 피해가 일어나는 동 전쟁으로 인해 끔찍한 결과를 불러왔기 때문이에요. (86쪽)



  나라를 이끄는 길(법)을 바로세우려 한다면, 나라에 앞서 마을을 먼저, 또 마을에 앞서 집을 먼저, 그리고 집에 앞서 우리 스스로 바르게 나아가는 길에 서야 한다고 느낍니다.


  생각해 보셔요. 조국 아저씨가 그대 아이를 어떤 ‘좋은 대학교나 대학원’에 보내려고 한 일은 틀림없이 ‘법에는 딱히 하나도 어긋나지 않는’ 일이면서 ‘둘레에서 으레 하는’ 일이었다고 느낍니다. 그 일에 ‘법에 어긋났다’면 그런 일을 섣불리 할 사람도 없을 테고, 그런 일을 해서 대학교나 대학원에 들어가는 일도 없겠지요.


  그렇다면 이제 더 깊이 생각해 보기로 해요. 조국 아저씨가 그대 아이한테 시켰던 그 일을 ‘이 나라 모든 수험생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일까요?


  법에 안 어긋났다고 해서 ‘착하거나 옳거나 아름다운’ 일이 되지 않습니다. 법만 안 어겼을 뿐 ‘매우 나쁘거나 그릇되거나 슬픈’ 일이 수두룩합니다. 벼슬자리란, 법을 안 어기기면 하면 되는 자리가 아닙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서 몸하고 마음을 바쳐서 착하고 옳으며 아름답게 나아가는 자리라고 느낍니다. 이름값도 내려놓을 뿐 아니라, 주머니에 든 돈도 다 내려놓아야 할 테고요, 그동안 이름값하고 돈으로 얻은 것도 모조리 내려놓은 뒤에라야 벼슬자리에 설 노릇이라고 느껴요. 이렇게 한 뒤에 비로소 ‘사법 개혁’을 할 만하겠지요.



어린이 친구들도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요. 장난감 총 같은 무기를 가지고 놀지 않는 것이에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장난감 무기를 책으로 바꿔 주는 행사가 있었어요. 어린이들이 총이나 칼을 가지고 놀면서 폭력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생각하면서 놀이 문화를 바꿔 나가는 것이지요. (92쪽)



  미국은 2400조라고 하는, 참으로 터무니없다 싶은 돈을 들여서 이라크하고 싸움을 벌였습니다. 2400조라고 하는 돈을 이렇게 써야 이 지구에 평화가 깃들 수 있는지 아리송한데요, 우리는 어떤 평화로 나아가야 아름다울까요? 우리는 어떤 민주와 평등으로 거듭나야 즐거울까요?


  아무리 장난감이라고 하더라도 총은 총이고 칼은 칼입니다. 장난감 총으로 겨누어도 ‘사람을 죽이는 짓을 흉내내’는 셈입니다. 장난감 칼을 휘둘러도 ‘사람을 짓이는 짓을 따라하’는 꼴입니다.


  법그물에 맞게 어떤 일을 하는 몸짓이라면 사법 개혁을 할 수 없지 싶습니다. 개혁이란, 뜯어고치기인데, 뜯어고치자면 법을 새로 손질하는 일일 텐데요, 법무부장관 후보자란 자리가 아닌, 아이 어버이란 자리에서 사람들 앞에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가를 먼저 돌아보아야지 싶습니다.



하버는 평화로운 시기에는 과학자가 세계에 속하지만 전쟁 중에는 자신의 국가에 속해 충성을 다해야 한다면서 아내의 말을 듣지 않았어요. 하버는 1915년 자신이 개발한 염소 가스를 벨기에에서 사용해 연합군 수천 명을 죽였어요. 임머바르는 하버를 비난했어요. 그로부터 10일 뒤 하버가 독가스로 러시아군을 공격하러 떠나는 날 아침, 임머바르는 과학자는 이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그럼에도 하버는 끝내 독가스를 사용했고, 수많은 병사가 목숨을 잃었어요. (101쪽)



  노벨상을 받았다는 하버란 이는 ‘나라사랑’이 끔찍한 나머지, 그 똑똑한 머리로 독가스란 화학무기를 만들어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을 죽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버란 이이는 ‘과학자는 싸움판에서 더 센 무기를 만들어 내야 나라사랑이다’ 하고 외쳤답니다. 하버란 이를 곁님으로 둔 임머바르란 분은 ‘화학무기 발명가’로 바뀐 이이를 돌려세우려고 무던히 애썼으나 끝내 손쓸 수 없어 슬픔에 잠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해요.


  나라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아름나라가 되도록 사법을 제자리로 돌리는 일은 누가 어떻게 할 노릇일까요. 조국 아저씨는 왜 이녁 아이한테 ‘논문 이름값’에 ‘대학교 이름값’에 ‘대학원 이름값’에 ‘장학금’을 안기려고 했는지요? 굳이 그런 이름값이 있어야 아이가 이 땅에서 즐겁고 아름다운 길을 걸어가는 어른으로 클 수 있다고 여기셨는지요?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아닌, 아이 어버이란 자리로 오시면 좋겠습니다. 아이 어버이란 자리에 서서 어린이책을 새삼스럽게 같이 읽고 아름다운 마음을 차근차근 같이 가꾸면 좋겠습니다. 가을로 접어들려는 풀밭마다 가득한 풀벌레 노랫소리를 같이 듣고서, 아름나라는 어떤 길로 나아갈 적에 다같이 즐겁게 노래할 만한가를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풀밭에서 노래하며 가을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풀벌레는 이름값을 내세우거나 거머쥐지 않습니다. 개혁이란, 사법 개혁이든 교육 개혁이든 문화 개혁이든 정치 개혁이든, 착하고 상냥한 어버이 마음으로 할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사전을 쓰는 사람.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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