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놀이
흙바닥에 작은 돌과
작은 조개 껍데기와
작은 나뭇가지 놓아
소꿉놀이.
너랑 나랑
오래오래
오순도순
삶을 지어 살아갈
마음으로
논다.
바람 한 줄기 불어
머리카락 달라붙은
땀내 나는 이마를
간질인다.
햇볕이 포근하다.
4347.7.12.흙.ㅎㄲㅅㄱ
손빛
한 땀으로 노래를 부르고
두 땀으로 춤을 추고
석 땀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넉 땀으로 사랑을 퍼뜨리고
닷 땀으로 꿈을 이루는
구슬땀 손뜨개.
여섯 땀으로 씨앗을 심고
일곱 땀으로 무지개를 엮고
여덟 땀으로 풀밥을 먹고
아홉 땀으로 삶을 짓고
열 땀으로 아이와 노는
밝은 손빛.
4347.7.10.나무.ㅎㄲㅅㄱ
15분 조용한 시골집 떠나 서울 거쳐 일산으로 치과마실 가는 길 강냉이 먹고 오이 먹고 물 마시고 순천 버스역에서 살짝 쉬는 동안 뛰놀다가 시외버스 걸상에 기대어 고개 폭 떨구며 잠드는 데에 15분. 반소매 웃옷 한 벌 덮는다. 네 살 작은아이 사근사근 고요히 잔다. 4347.7.9.물.ㅎㄲㅅㄱ
한낮
작은아이는 무릎에서 자고
큰아이는 어깨에 기대어 자며
한낮이 흐른다.
눈을 감고
한손으로 작은아이 머리를
살살 쓸어넘기다가
큰아이 무릎과 팔을 주무르다가
작은 공책을 집어
몇 글자 끄적인다.
오늘 하루 가운데
가장 사랑스러우며 아늑한
한때.
4347.6.19.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