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0.3.

오늘말. 밑절미


아프니 나풀거리다가 흔들립니다. 힘겨우니 휘청이다가 자빠집니다. 고단하니 뒤뚱거리다가 수렁에 빠지기까지 합니다. 쉬지 못 하면서 짐스럽게 일만 해야 한다면 아슬판이고 된바람이라고 할 만합니다. 뼈빠지게 구르면 누구라도 버거운 나머지 회오리잎처럼 휩쓸리면서 깎아지른 벼랑에서 떨어질 수 있어요. 조금 쉬는가 했더니 비구름이 몰려들면 아찔하지요. 그러나 오히려 비바람을 반기면서 온몸을 씻을 만합니다. 벼랑끝에서도 끄트머리에서도 더 손을 펴고서 다 내려놓으면 구석구석 털어낼 만합니다. 비구름도 비바람도 지나가게 마련입니다. 큰바람도 높바람도 다 지나가요. 모조리 비운 자리에 새로 밑절미를 마련합니다. 처음부터 하나씩 밑바탕을 다지면서 밑동을 둡니다. 널을 몇 얻어서 자리를 짭니다. 하나씩 덧댑니다. 바닥부터 든든히 여밉니다. 차림새는 조금 어설플 수 있어요. 처음부터 빼어나거나 멋진 차림일 수는 없습니다. 천조각으로도 종잇조각으로도 살림으로 삼습니다. 다친 곳을 달래고 덮습니다. 아픈 곳을 다독이고 쓰다듬습니다. 언제나 새날이고 첫걸음입니다. 끝이란 낭떠러지이면서 첫길이에요. 다시 일어서서 나아갑니다.


ㅅㄴㄹ


아슬판·아찔판·살얼음·살얼음판·큰바람앞·된바람앞·높바람앞·회오리앞·낭떠러지·벼랑끝·끄트머리·끝·끝장·휘청·뒤뚱·흔들리다·흔들잎·흔들불·바람불·나풀거리다·내몰리다·구석·구석빼기·막다르다·가파르다·강파르다·기울다·깎아지르다·어렵다·힘겹다·버겁다·벅차다·뼈빠지다·수렁·진구렁·비구름·가랑잎·가을잎·갈잎 ← 폭풍전야


깔개·바닥·덧대다·덧붙다·덧씌우다·덮개·덮다·쓰다·씌다·씌우다·밑·밑동·밑바탕·밑절미·밑꽃·밑짜임·밑틀·밑판·천·종이·널·널빤지·판·판때기·차림·차림결·차림새·차림빛 ← 시트(sheet)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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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0.3.

오늘말. 맵차다


갑자기 찬바람이 밀려들면 숱한 풀벌레나 개구리는 몸을 옴츠립니다. 설죽은 듯이 꼼짝을 못 합니다. 죽죽 뻗던 들풀도 거의 죽은 듯이 수그립니다. 사람도 오들오들 떨고, 나무도 잠들고 싶습니다. 맵찬 바람에 모두 도사리고 웅크립니다. 그러나 아무리 차갑게 휭휭거리더라도 해가 돋으면 가볍게 풀려요. 잠길로 가려던 숨붙이는 매서운 바람에 얼얼했지만, 조금씩 넋을 차립니다. 꽈당 쓰러질 뻔했으나 새로 기운을 냅니다. 여름하고 겨울 사이에 가을이 있습니다. 밉벌레도 좀벌레도 딱정벌레도 잎벌레도 재우는 바람은 얼핏 사납게 부는 듯하지만, 아주 야멸지지 않습니다. 머잖아 새철이 다가오니 살림을 추스르라면서 조금 매운맛을 보일 뿐입니다. 겨울은 모질지 않아요. 겨울은 누구나 고요히 잠꽃으로 가라앉으면서 봄꽃으로 피어날 때까지 쉬라고 다독이는 철입니다. 겨우내 덮는 추위는 흙도 모래도 돌도 재웁니다. 겨우살이란 무섭지 않아요. 이제 보금자리에 옹기종기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때라고 할 만합니다. 싸늘하게 부는 바람에 얼어붙은 이웃을 불러요. 따뜻하게 녹이면서 두런두런 어울려요. 추울수록 손을 내밀면서 어깨동무를 합니다.


ㅅㄴㄹ


설죽다·살죽다·거의 죽다·죽은 듯하다·잠들다·자다·잠빛·잠길·잠꽃·잠든몸·넋나가다·넋잃다·넋뜨다·넋비다·넋가다·넋없다·얼비다·얼뜨다·얼없다·힘없다·꽈당·쓰러지다·자빠지다 ← 가사(假死)


고약하다·고얀·고얀놈·고얀것·고얀짓·싸늘하다·차갑다·차다·죽음물·죽음가루·죽임물·죽임가루·좀·좀벌레·좀것·좀물·겨울·결·얼얼하다·추위·한겨울·나쁘다·나쁜곳·나쁜빛·나쁜결·나쁜것·나쁜좀·나쁜꽃·매섭다·맵다·매운맛·맵차다·맵바람·모질다·몹쓸·몹쓸것·몹쓸좀·야멸지다·무섭다·발톱·사납다·삼하다·옳지 않다·악·악쓰다 ← 독(毒)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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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전족 纏足


 전족으로 자라지 못한 발 → 동여매서 자라지 못한 발

 전족을 행하던 풍습을 폐지했다 → 발묶이라는 옛틀을 없앴다


  ‘전족(纏足)’은 “중국의 옛 풍습의 하나. 여자의 엄지발가락 이외의 발가락들을 어릴 때부터 발바닥 방향으로 접어 넣듯 힘껏 묶어 헝겊으로 동여매어 자라지 못하게 한 일이나 그런 발을 이른다”처럼 풀이합니다. ‘발묶이’나 ‘발을 묶다’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짓은 ‘발목잡이’로 나타낼 만하고, ‘동이다·동여매다’나 ‘묶다’로 나타낼 수 있어요. ‘얽다·얽어매다’나 ‘옭다·옭아매다’로 나타내어도 어울리고, ‘가두다’로 나타낼 만합니다. ㅅㄴㄹ



일을 해야 하니까 전족을 안 한 거겠지

→ 일을 해야 하니까 발을 안 묶었지

→ 일을 해야 하니까 발묶이를 안 했지

→ 일을 해야 하니까 발을 안 동여맸지

《댐피어의 맛있는 모험 5》(토마토수프/문기업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24) 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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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385 : 가마니 위 나는


가마니 위에 엎드려 나는 겨우 숨죽여 울었다

→ 나는 볏섬에 엎드려 겨우 숨죽여 울었다

《칼의 노래》(김훈, 생각의나무, 2001) 128쪽


‘가마니’는 일본말입니다. 이 보기글은 일제강점기나 해방 언저리가 아닌 임진왜란 한복판을 바탕으로 삼아서 썼다더군요. 그렇다면 그무렵에 우리나라에는 ‘섬’이 있을 뿐, 일본 살림살이인 ‘가마니’가 있을 턱이 없습니다. 더구나 엎드려서 울려면 “볏섬‘에’ 엎드려”야 합니다. “볏섬 위”는 하늘이기 때문에 엎드릴 수 없어요. 그리고 임자말 ‘나는’은 글 사이에 못 넣습니다. 맨앞에 넣습니다. ㅅㄴㄹ


가마니(일본어 kamasu) : 1. 곡식이나 소금 따위를 담기 위하여 짚을 돗자리 치듯이 쳐서 만든 용기. 요즈음에는 비닐이나 종이 따위로 만든 큰 부대를 이르기도 한다 ≒ 가마 2. 곡식이나 소금 따위를 ‘1’에 담아 그 분량을 세는 단위

かます : 가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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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386 : 청년들 공간 것


우리 청년들이 부러워할 만한 공간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 우리 젊은이가 부러워할 만합니다

→ 우리 젊은이가 틀림없이 부러워할 만합니다

《청소년을 위한 인권 수업》(박혜영과 네 사람, 보리, 2023) 4쪽


사람을 나이로 가르면 ‘어린이·젊은이·늙은이’ 얼거리입니다. 요즈음은 ‘늙은이’는 되도록 삼가면서 ‘어르신’으로 쓰곤 합니다. 어린이하고 어르신 사이에는 ‘젊은이’가 있어요. 젊은 사람이 “부러워할 만한 곳이 있다”면, 젊은이가 “틀림없이 부러워할 만하다”는 줄거리일 테지요. ㅅㄴㄹ


청년(靑年) : 1. 신체적·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 2. 성년 남자

공간(空間) : 1. 아무것도 없는 빈 곳 2.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범위 3. 영역이나 세계를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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