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4.13.

오늘말. 하느작


보금자리를 짓는 동안 스스로 푸르게 피어나면서 환하게 일어서는 하루를 누리는구나 싶습니다. 어느 날 심어서 돋아난 꽃에 나비가 팔랑거리며 내려앉습니다. 꽃이 지고서 열매가 맺을 즈음에 새가 나부끼면서 찾아듭니다. 바야흐로 해가 낮은 겨울이면 휭휭 날리는 바람에 뭇나무가 앙상하지만, 늘푸른빛으로 우뚝서는 나무가 펄렁펄렁 춤추는군요. 아기는 첫 걸음이 꼭 하느작하느작 애벌레춤 같습니다. 아기도 애벌레도 어리니까요. 처음으로 나서는 길이니 벌써 콩콩 뛰지는 않습니다. 쉬엄쉬엄 첫발을 딛습니다. 이윽고 다릿심이 늘면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면서 와와 달음박질로 놀 수 있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곧잘 넘어집니다. 갑자기 걸려서 넘어지고, 안 걸렸어도 털썩 넘어져요. 넘어져서 다치면 아프거나 슬플 만하고, 넘어져서 다쳤으나 빙그레 웃고서 일어날 만합니다. 주저앉는 날이 있다면, 뒤앓이가 없는 날이 있어요. 멍울이 맺고 피가 나는 날이 있으면, 누구 탓도 없이 옹이를 뽑아내는 날이 있습니다. 쑤시거나 쓰리면 쉽니다. 뻐근하거나 앓을 적에는 더 쉽니다. 머리를 흩뜨리고 누워요. 하늘하늘 다 풀어놓고서 나풀나풀 나비를 떠올립니다.


ㅅㄴㄹ


나뒹굴다·나부끼다·나풀거리다·나풀나풀·나불나불·날다·날림·날리다·날려가다·팔랑거리다·팔랑·팔랑팔랑·펄렁·펄렁펄렁·어수선하다·어지럽다·추다·춤·헤치다·풀어헤치다·풀다·풀리다·흐트러지다·흩다·흩날리다·흩어지다·흩뜨리다·하늘하늘·하늘거리다·하느작·흐늘흐늘·흐늘거리다·흐느적·텁수룩·헙수룩·쑥대머리·쑥대강이·쑥밭머리 ← 난분분(亂紛紛)


깜짝·화들짝·놀라다·갑작스럽다·갑자기·콩콩·털썩·헉·헉헉·난데없다·뜬금없다·슬프다·아프다·주저앉다·소스라치다·생채기·시리다·쑤시다·쓰리다·뻐근하다·마음앓이·속앓이·옹이·울다·멍·멍울·멍꽃·빨갛다·피나다·피멍·피고름·탓·때문·맺다·뒤끝·뒤앓이·뒷멀미 ← 쇼크, 쇼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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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4.13.

오늘말. 틔우다


네가 나를 가두지 않습니다. 남이 나를 묶지 않아요. 가슴을 펴지 않는 내가 스스로 풀어놓지 못 합니다. 날갯짓을 잊으니 못 놓습니다. 너른뜰에 서면서 다독이는 손길일 적에 굴레를 사르르 벗습니다. 해돋이를 바라보며 아침을 열고, 별맞이로 가볍게 밤을 맞이하면서 꿈을 펼칩니다. 삶이란 바다요 너울입니다. 살림물결이면서 삶꽃바다입니다. 저절로 굴러가는 길이 아닌, 스스로 나아가면서 홀가분한 길입니다. 후련하게 들고일어섭니다. 우리 손으로 헤어나면서, 우리 발로 딛고서고, 우리 눈으로 싹을 틔우는 하루예요. 마음을 적시는 말 한 마디가 호젓합니다. 빗장을 푸는 말 두 마디가 시원합니다. 앓던 이가 빠지면 새로 돋아요. 살살 녹이듯 부드러이 풀어줍니다. 나래를 펴면서 짐을 벗습니다. 아직 잘 모르니 하나씩 알아차리면서 나아가는 삶너울입니다. 꾸준히 알아가면서 온빛으로 떨칠 이야기예요. 봄바람이 들을 일으킵니다. 여름볕이 들을 깨웁니다. 가을바람이 들을 살찌웁니다. 겨울볕이 들을 재워요. 혼자 서려면 처음에는 낯설 텐데, 씨앗 한 톨도 홀로서기를 하면서 방긋 웃더군요. 한뜰에 나무가 자라고, 한마당에 새가 찾아옵니다.


ㅅㄴㄹ


가두지 않다·안 가두다·가슴펴다·묶지 않다·안 묶다·날갯짓·나래짓·날개펴다·나래펴다·어깨펴다·너른마당·너른뜰·너른뜨락·너른터·너른판·넘나들다·녹다·녹이다·놓다·놓아주다·다독이다·다독꽃·다독빛·달래다·달램꽃·마당·한마당·한마루·한잔치·한꽃터·한뜰·한뜨락·해돋이·해뜸·아침맞이·열린터·벗다·벗기다·벗어나다·보내다·헤어나다·빗장열기·빗장풀기·빼내다·적시다·열다·열리다·열어젖히다·트다·트이다·틔우다·풀다·풀리다·풀려내다·풀어내다·풀어놓다·풀어주다·가볍다·호젓하다·홀가분하다·후련하다·혼넋·혼얼·홀넋·홀얼·혼자서다·홀로서다·살림너울·살림물결·살림바다·삶너울·삶물결·삶바다·삶꽃너울·삶꽃바다·스스로·스스로길·스스로가다·스스로서다·저절로길·저절로가다·건지다·꺼내다·끄집어내다·펴다·펼치다·시원하다·앓던 이가 빠지다·어깨가 가볍다·짐을 벗다·알다·알아내다·알아차리다·온빛·초·촛불·촛불물결·촛불너울·촛불모임·촛불바다·일다·일어나다·일어서다·나가다·나오다·들고일어서다·떨치다·들너울·들물결·너울·물결·물결치다·바다·박차다·물리치다·이기다·딛고서다 ← 해방(解放)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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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957 : 독서 번번이 -게 만든다



끓이면서 하는 독서는 나를 번번이 일어나게 만든다

→ 끓이면서 읽으면 자주 일어나야 한다

→ 끓이면서 읽자면 자꾸 일어나야 한다

《읽는 생활》(임진아, 위즈덤하우스, 2022) 17쪽



무엇을 끓이면서 읽을 적에는 글에만 마음을 기울이지 못 합니다. 끓어서 넘칠 수 있으니, 국이건 밥이건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불가에서 밥을 차리면서 틈을 내어 읽으니 자꾸자꾸 일어납니다. 자주 일어나지요. 쪽틈읽기인 만큼 쉬엄쉬엄 읽고, 밥도 글도 나란히 헤아립니다. “-게 만든다”는 잘못 쓰는 옮김말씨이기도 합니다. ㅅㄴㄹ



독서(讀書) : 책을 읽음. ‘책 읽기’로 순화

번번이(番番-) : 매 때마다 ≒ 매매·매번·매양·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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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33 : 그중 인상깊었던 한 수강생분의


그중 인상깊었던 한 수강생분의 말이 생각납니다

→ 배우던 분이 뜻깊게 남긴 말이 생각납니다

《작사의 시대》(조동희, 휴머니스트, 2023) 9쪽



‘그중’하고 ‘한’을 넣은 옮김말씨입니다. 배우는 분을 가리킬 적에는 “배우는 분”이라 할 뿐입니다. “한 배우는 분”이 아닙니다. 이 글월은 임자말이 ‘말이’로군요. 임자말을 잘못 고르는 바람에 얄궂습니다. ‘배우던 분’을 임자말로 삼으면서 통째로 손질합니다. ㅅㄴㄹ



중(中) : [의존명사] 1. 여럿의 가운데 2. 무엇을 하는 동안 3. 어떤 상태에 있는 동안 4. 어떤 시간의 한계를 넘지 않는 동안 5. 안이나 속

인상(印象) : 어떤 대상에 대하여 마음속에 새겨지는 느낌 ≒ 잔기(殘基)

수강(受講) : 강의나 강습을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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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43 : 가장 -된 도시 중 천의 매력 가진 별명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천의 매력을 가진 도시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어요

→ 아주 오래된 고장으로, 즈믄빛이 흐른다고도 여겨요

→ 아주 오래된 고을로, 즈믄 가지로 아름답다고 여겨요

《선생님, 난민은 왜 생기나요?》(김미조, 철수와영희, 2024) 7쪽



‘가장’을 붙일 적에는 ‘하나’만 듭니다. 여럿을 들 적에는 ‘아주·매우·몹시·무척’을 넣어야 알맞습니다. 아주 오래된 어느 고장을 말할 적에는 “도시 중 하나”가 아닌 ‘고장·고을·마을’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쓸 노릇입니다. “천의 매력을 가진”이나 “별명을 가지고 있어요”도 옮김말씨예요. “즈믄 가지로 아름답다”나 “즈믄빛이 흐른다”로 손질합니다. 따로 이름을 붙이려고 한다면, ‘즈믄빛고을’이나 ‘즈믄고장’처럼 써 볼 만합니다. ㅅㄴㄹ



도시(都市) : 일정한 지역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

중(中) : [의존명사] 1. 여럿의 가운데 2. 무엇을 하는 동안 3. 어떤 상태에 있는 동안 4. 어떤 시간의 한계를 넘지 않는 동안 5. 안이나 속

천(千) : 백의 열 배가 되는 수 ≒ 일천

매력(魅力)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끄는 힘

별명(別名) : 1. 사람의 외모나 성격 따위의 특징을 바탕으로 남들이 지어 부르는 이름 ≒ 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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