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5.13.

오늘말. 발버둥


안 될 적에 붙잡으면 더 괴롭습니다. 안 되는구나 싶으면 스스럼없이 내려놓고서 바람과 햇볕을 속으로 붙안을 일이라고 느낍니다. 제멋대로 구는 어느 놈이 보이면 낯부터 찡그리면서 도려내고 싶을 만한데, 막하는 남을 바라볼수록 오히려 억세게 꼬여요. 앙탈을 하는 그이를 안 나무라야 할 까닭은 없지만, 우리가 한결같이 잇고 가꿀 이곳을 보아야 천천히 바꿉니다. 굳이 참지 않고, 애써 버티지 않습니다. 우길 일이란 없고, 떼로 이루는 일조차 없어요. 피나고 땀나도록 힘썼기에 이룰 때가 있지만, 한길을 고이 걷는 발걸음이기에 시나브로 이루지 싶습니다. 조금만 안 되어도 발버둥이라든지 아득바득 억지를 부리는 누가 있을 만한데, 빙그레 웃고서 지나가요. 종알종알 중얼중얼 징징대는 누가 있다면, 방긋방긋 웃고서 우리 일손을 가다듬습니다. 매달리면 힘듭니다. 내세우면 지칩니다. 골내면 곪습니다. 투정이라면 투덜투덜하다가 끝나요. 푸념으로는 풀지도 품지도 못 합니다. 얼핏 갑갑할 수 있고, 아직 딱딱할 수 있으며, 자꾸 밀어대니 싫을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가만히 눈을 감아요. 스스로 걸으려는 꿈씨를 새로 헤아리면서 다시 눈을 뜹니다.


ㅍㄹㄴ


잡다·붙잡다·붙들다·붙안다·그러안다·고지식·마구·마음대로·멋대로·막하다·-만·-뿐·제멋대로·외눈·외곬·외넋·외곬넋·외길·쇠뿔·애꾸·치우치다·기울다·밀다·밀어대다·보채다·견디다·검질기다·끈질기다·끈덕지다·한결같다·바득바득·아득바득·발버둥·뻣뻣하다·악다구니·갑갑하다·딱딱하다·구태여·굳이·그대로·꼬장꼬장·버티다·내버티다·참다·배기다·배짱·우기다·이기다·질기다·억세다·드세다·세차다·세다·거세다·종알·중얼·징징·칭얼·떼·떼쟁이·쟁쟁대다·내세우다·매달리다·바라보다·엇가락·골내다·바보·멍청이·악착·안간힘·앙탈·어거지·억지·억척·속·속힘·악물다·악쓰다·애쓰다·용쓰다·피나다·이어가다·이어받다·잇다·자꾸·지키다·한결같다·한길·한눈·찡그리다·투덜대다·투정·푸념·품다 ← 고집(固執), 고집불통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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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5.13.

오늘말. 저자


뿌리를 내려서 줄기를 올리면서 가지를 뻗기에 나무입니다. 해바람비를 두루 맞아들여서 든든히 자리잡은 나무이기에 비로소 줄기이며 가지를 얻어서 여러모로 나무질을 할 수 있고, 이모저모 짜서 살림으로 누려요. 깎아서 쓸 만한 밑나무란 푸른숲을 이룬 아름드리이게 마련입니다. 먼저 들숲메부터 푸르고 깊어야 나무 한 그루를 고맙게 얻습니다. 큰채를 짓든 낱채를 짓든 마찬가지예요. 한채를 세우건 홑채를 놓건 숲을 이룬 나무가 있어야 집을 올립니다. 오늘날은 어느새 장사판으로 바뀌었기에 돈만 치르면 땔감이건 어린나무이건 손쉽게 산다지만, 스스로 심어서 돌본 나무를 도끼로 넘어뜨려서 톱으로 손질해 볼 때라야 비로소 살림길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때때로 저자에 마실을 가서 살림거리를 장만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은 살림살이를 저잣마당에 내놓고서 이웃하고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습니다. 널리 드나드는 저잣터요 장삿골입니다. 호젓이 흐르는 마을이요 골목입니다. 바람 한 줄기는 숲을 간질이고서 들을 거쳐서 살림집으로 드나듭니다. 햇볕 한 자락은 온누리를 고루 감싸면서 뭇숨결을 북돋웁니다. 가만히 움직이는 하루입니다.


ㅍㄹㄴ


한채·낱집·낱채·혼집·혼잣집·홑집·홑채·혼살림집·혼살이집·홑살림집·홑살이집 ← 사저(私邸)


나무깎기·나무벼림·나무새김·나무손질·나무질·나무일·나무·나무붙이·밑나무·깎다·다루다·짜다 ← 제재(製材)


장사·장사하다·장사판·장사마당·장사밭·장삿길·장삿골·저자·저잣거리·저잣길·저잣골·저잣마을·저잣집·저잣마당·저잣판·저잣터 ← 상권(商圈)


발걸음·발길·발씨·사람·사람들·드나들다·움직이다·흐르다·흐름·흐름길·흐름결·물줄기 ← 유동인구(流動人口)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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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5.13.

오늘말. 다른꽃


이리 보거나 저리 보아도 모든 사람은 달라요. 한배에서 나란히 나온 여러 아이도 서로 도드라진 모습이 있습니다. 매우 닮더라도 딴판이게 마련이라, 서로 똑같이 움직이지 않아요. 들에서 피고 지는 풀꽃 가운데 똑같은 풀꽃이란 없고, 멧숲을 이루는 나무 가운데 똑같은 나무란 없어요. 온누리는 다른별이 모인 터전이요, 이곳은 다른꽃으로 다른결을 이루는 삶터입니다. 재미나지요. 어쩌면 유난스럽다지만, 너랑 내가 같은 빛이라면 굳이 다르게 몸을 입을 까닭이 없어요. 톡톡 튀는 사람이 따로 없어요. 모두 돋보이면서 남다른 매무새에 눈길에 말씨에 삶입니다. 생각도 못 하기에 별쭝스럽지 않습니다. 뜻하지 않은 일이라서 드물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두드러지고, 수수하게 빛깔있어요. 용하게 해내는 일이 아닌, 새롭게 일구는 길입니다. 용케 하는 일이 아니라, 새넋으로 가꾸는 길이에요. 새눈을 뜨니 새롬빛입니다. 새삼스레 피어나니 새롬꽃이고요. 남하고 다르게 드러내거나 나타내려고 애써야 하지 않습니다. 이제껏 살아온 나날을 짚으면서 앞으로 살아갈 날을 헤아리면 넉넉합니다. 늦봄에 이르러 조물조물 오르는 괭이밥과 달개비를 지켜봅니다.


ㅍㄹㄴ


나오다·남다르다·남달리·다르다·다른·다른별·다른꽃·다른결·도드라지다·두드러지다·돋보이다·도두보이다·드물다·드문빛·드문꽃·딴판·또다른·뜻밖·뜻하지 않다·별쭝나다·별쭝맞다·별쭝스럽다·보기 드물다·보기 어렵다·보기 힘들다·부르다·불룩하다·볼록하다·빛깔있다·빛다르다·새롭다·새·새눈·새롬빛·새롬꽃·새뜻하다·새빛·새넋·새얼·새삼·생각밖·생각도 못하다·용하다·용케·유난·유난스럽다·재미·재미나다·재미있다·튀다·톡톡 튀다·튀어오르다 ← 이색(異色), 이색적, 이색분자(異色分子)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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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5.13.

오늘말. 그냥밥


풀짐승은 늘 날로 먹습니다. 미리 풀을 뜯어 놓고서 싱싱칸 같은 데에 두지 않아요. 사람이 풀을 먹을 적어도 날차림이 가장 즐겁습니다. 그냥밥이랄까요, 풀밥살림이란 마당이며 밭에서 훑는 그대로 누리는 풀살림입니다. 해바람비를 누리면서 자라는 풀은 철마다 새롭게 돋아요. 늦겨울과 첫봄 사이에 돋는 풀이 있고, 한봄에 돋는 풀이 있고, 늦봄에 돋는 풀이 있어요. 첫여름과 한여름과 늦여름에 따라 풀꽃살이가 다르니, 푸른밥이란 언제나 새롭게 싱그러이 빛나는 길이기도 합니다. 늦봄이 무르익으며 토끼풀밭을 이루면 토끼풀꽃을 따서 가락지나 띠를 엮을 수 있습니다. 푸른살림을 이은 모든 겨레는 풀꽃놀이를 하면서 푸른바람을 누렸어요. 가만히 보면 밥뿐 아니라 옷도 풀꽃한테서 얻습니다. 모시도 삼도 솜도 풀숨입니다. 꽃이 피고 지면 하얗게 터지는 솜입니다. 온누리 겨레옷이란 제 삶터에서 나고자라는 풀꽃을 돌보고 건사하면서 지은 살림옷입니다. 우리옷도 이웃옷도 푸른옷입니다. 오래 이은 옷살림이고, 푸른빛을 품은 온옷입니다. 내림살림으로 일군 풀꽃옷이란 수수하면서 아름다운 한옷입니다.


날밥·날로 먹다·날먹기·날차림·날차림밥·싱싱밥·그냥밥·그냥먹다 ← 생식(生食)


숲밥·푸른밥·풀밥·풀을 먹다·풀밥살이·풀밥살림·풀밥차림·푸른살림·풀빛살림·풀살림·풀살이·풀꽃살림·풀꽃살이 ← 자연식(自然食)


갓·띠·쓰개·씌우다·쓰다 ← 관(冠)


솜·솜꽃·솜풀·핫- ← 목화(木花)


겨레옷·나라옷·마을옷·내림옷·물림옷·우리옷·한겨레옷·배달옷·옛옷·오래옷·오랜옷·살림옷·온옷·한옷·텃옷 ← 한복(韓服)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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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삶말/사자성어] 결정장애



 매사에 결정장애를 일으킨다 → 언제나 머뭇거린다 / 늘 엉거주춤이다

 항상 결정장애를 보인다 → 늘 망설인다 / 노상 길을 잃는다

 결정장애라도 있는지 → 헤매기라도 하는지


결정장애 : x

결정(決定) : 1. 행동이나 태도를 분명하게 정함. 또는 그렇게 정해진 내용 2. [법률] 법원이 행하는 판결·명령 이외의 재판

장애(障碍) : 1. 어떤 사물의 진행을 가로막아 거치적거리게 하거나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함. 또는 그런 일 2. 신체 기관이 본래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정신 능력에 결함이 있는 상태 3. [정보·통신] 유선 통신이나 무선 통신에서 유효 신호의 전송을 방해하는 잡음이나 혼신 따위의 물리적 현상



  어느 길로 선뜻 가지 못 할 적에는 ‘갈팡질팡·망설이다·뭉개다·길잃다·두루뭉술’로 나타냅니다. 이쪽으로도 못 가고 저쪽으로도 안 가기에 ‘머무적·머뭇머뭇·미적거리다·뭉그적·밍기적’입니다. ‘서성이다·서슴다·싱숭생숭·쭈뼛거리다’라고도 하지요. 이때에는 ‘어물어물·우물우물·엉거주춤·주춤주춤’이라고도 합니다. 그저 ‘이랬다저랬다·오락가락·왔다갔다’이면서 ‘헤매다·헷갈리다·흔들리다’이기도 합니다. ㅍㄹㄴ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리는 결정장애다

→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린다

→ 사이에서 망설인다

→ 사이에서 머뭇거린다

《나는 고딩 아빠다》(정덕재, 창비교육, 2018)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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