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사진 이야기] 9. 인천 마을로가는책집 2007.가을.


 예순 해 동안 헌책을 만지며 여든 나이까지 헌책방을 지키다가 조용히 일을 그만둔 할아버지 한 분 이야기를 다루는 신문글을 읽은 적이 없습니다. 헌책방 할아버지 한 사람이 숨을 거둔들 지역신문 끄트머리 궂긴 이야기에라도 실리는 일이란 없습니다. 두 군데 헌책방 일꾼은 신문기자가 책손으로 드나들었기 때문에 신문에 궂긴 이야기로 몇 줄 실린 적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신문이나 잡지나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헌책방 일꾼 이야기를 굳이 다루지 않아도 됩니다. 헌책방이란 밖으로 널리 이름을 알리거나 팔려는 곳이 아니니까요. 책을 사랑하거나 아끼는 사람들 조그마하면서 어여쁜 손길을 살포시 어루만지는 조용한 곳이 헌책방이니까요. 내 마음밭을 살찌울 책을 내 손으로 고른 다음, 헌책방 할아버지가 찬찬히 둘러보면서 당신 마지막 손길을 묻히며 내미는 책을 받아들어 돈 몇 푼 책값으로 치르고는 내 가방에 담아 집으로 돌아와 펼치면, 헌책방 할배 삶자국도 살짝 읽습니다. (4344.3.29.불.ㅎㄲㅅㄱ)


- 2007.가을. 인천 배다리 마을로가는책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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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사진 이야기] 8. 부산 우리글방 2009.9.27. (2)


 책을 사는 손길이기에 누구나 아름답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책을 애써 사들이지만 잘 읽지 못한다면 그다지 아름다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책을 사서 읽는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짝꿍이나 아이 손을 잡고 함께 책방마실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책을 잘 읽고 못 읽고를 떠나 참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나중에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서 제 어머니나 아버지가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에는,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된 제 어머니나 아버지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면서 책방마실을 할 수 있을까요. 제 어버이가 내 어린 나날 손을 잡고 책방마실을 해 주었듯이, 이제는 내 아이가 왼편에 서고 내가 오른편에 서면서 둘이 같이 내 할머니아 할아버지 손을 잡고 책방마실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헌책방 일꾼은 스무 해 마흔 해를 기다리면서 ‘어버이와 아이’가 함께 마실하는 나날을 맞이합니다. (4344.3.24.나무.ㅎㄲㅅㄱ)


- 2009.9.27. 부산 보수동 우리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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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사진 이야기] 7. 부산 우리글방 2009.9.26. (1)


 새책방 가운데 책방 한켠에서 차를 마시면서 다리쉼을 하도록 마련한 곳은 퍽 드뭅니다. 새책방 가운데 책시렁 한쪽에 걸상을 마련한 곳조차 몹시 드뭅니다. 헌책방이라면 어디에서나 차를 마시면서 책을 살필 수 있고, 바닥이든 작은 걸상에든 앉아서 다리쉼을 하며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나는 ‘새책방 마실을 하던 때에 나한테 자리에 앉아 다리쉼을 하라’고 하는 책방을 딱 두 군데 보았습니다. 하나는 서울 명륜동에 자리한 인문사회과학책방 〈풀무질〉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 혜화동에 자리한 인문책방 〈이음책방〉입니다. 이 두 곳을 뺀 어떠한 새책방에서고 걸상에 앉아 다리쉼을 하면서 책을 살피거나 읽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헌책방에서고 걸상에 앉든 계단에 앉든 바닥에 앉든 하면서 다리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에 자리한 〈우리글방〉은 아예 ‘북카페’까지 열어 책손을 맞이합니다. (4344.3.24.나무.ㅎㄲㅅㄱ)


- 2009.9.26. 부산 보수동 우리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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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3-24 12:20   좋아요 0 | URL
어 부산 보수동 헌책방에 이처럼 지하로 내려가던 헌책방이 있었네요.제가 몇년전에 부산에 가서 보수동 헌책방 거리를 돌았을적에는 못 보았던것 같습니당^^

숲노래 2011-03-24 12:57   좋아요 0 | URL
요사이는 제 머리가 바보가 되어 년도는 제대로 떠올리지 못하는데, 보수동 <우리글방>이 북카페를 열고 지하와 1층이 이어지는 통로를 만든 때는 2008년이 아니었나 싶어요. 잘 찾아서 들어가지 않으면 이곳을 찾을 수 없답니다 ^^

카스피 2011-03-25 08:27   좋아요 0 | URL
그럼 못본게 당연하네요.제가 간 것이 2008년 이전이었으니까요^^

숲노래 2011-03-25 20:31   좋아요 0 | URL
이곳에 있는 책을 보는 데에만도 여러 날이 걸린답니다. 아니, 여러 날 걸리더라도 못 훑어요. 모두 세 층으로 이루어진 <우리글방>인데 하루에 한 층씩 본다 하더라도 조금밖에 못 훑고 말아요. 다른 곳은 다른 곳대로 오래도록 살펴야 하기도 하지만, <우리글방> 한 군데를 여러 날 돌아볼 마음을 품고서 찾아가도 참으로 즐거우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식구는 이곳에 가면 나흘쯤은 책을 돌아보면서 장만하곤 합니다 ^^;;;
 

 

[헌책방 사진 이야기] 6. 서울 정은서점 2009


 사람들은 헌책방 헌책은 어지러이 쌓여서 책 하나 찾아보기 퍽 힘들다고 말합니다. 헌책방 헌책은 틀림없이 쌓입니다. 책꽂이에 꽂을 만큼만 갖추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느 새책방이라면 오래도록 안 팔리는 책을 반품하겠지요. 새책방은 반품을 한대서 책방에 손해가 되는 일이 없으니까요. 헌책방은 모든 책을 헌책방 일꾼 돈을 치러 사들입니다. 헌책방에서 책을 버린다 하면, 당신이 사들인 책을 팔지 못해서 버리기 때문에 당신 돈을 버리는 셈입니다. 그러나, 사들인 책이 아깝기에 책을 못 버리거나 못 치우지 않습니다. 어떠한 책이든, 처음 사들이고 나서 며칠 만이거나 한두 달 만이거나 한두 해 사이에 팔리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다만, 언젠가 좋은 때가 되면 좋은 임자가 나타나 좋은 값을 좋은 마음으로 치러 사들인 다음 좋은 손길로 읽어 좋은 열매를 맺으리라 생각합니다. 헌책방에는 책이 쌓이지 않고, 책이 책손을 기다립니다. (4344.3.24.나무.ㅎㄲㅅㄱ)


- 2009년. 서울 연세대 건너편 정은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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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사진 이야기] 5. 인천 아벨서점 2008

 헌책방은 고마운 곳입니다. 갓 나온 책을 때때로 만나기도 하지만, 잊거나 잃고 지나친 책을 새삼스레 만날 수 있으니 몹시 고마운 헌책방입니다. 웃돈을 얹는대서 사라진 책을 장만할 수 있지 않습니다. 나로서는 사라진 책이지만 누군가한테는 스스럼없이 내놓는 책이 헌책방이라는 데에서 빛이 나며 새로 읽힙니다. 이 나라 헌책방치고 널따랗거나 커다란 곳은 드뭅니다. 으레 조그맣거나 조촐합니다. 그런데 이 조그맣거나 조촐한 책쉼터에 수많은 책이 끊임없이 드나들면서 내 눈과 넋과 삶을 아리땁게 여미는 데에 길동무가 되어 줍니다. (4344.3.20.해.ㅎㄲㅅㄱ)


- 2008년. 인천 배다리 아벨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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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3-22 22:43   좋아요 0 | URL
배다리 헌책방 골목에서 가장 책 정리가 잘된 매장이더군요.책도 많고요^^

숲노래 2011-03-23 07:42   좋아요 0 | URL
책방살림에 마음을 가장 넓고 크게 쓰는 책방이라고 해야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