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10.10. 롱롱롱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모든 말은 재미있고, 모든 말을 이루는 모든 삶은 즐겁습니다. 울 적에는 눈물이 즐겁고, 웃을 적에는 웃음이 즐겁습니다. 하룻밤을 부천에서 보내는 가을에 대롱대롱하다가 떨어지는 가랑잎을 보고, 먹이가 만만하지 않을 텐데도 노래하는 새를 봅니다. 어질게 이끄는 어른 곁에서 초롱초롱 눈빛으로 하루를 누리는 어린이를 만납니다. 먼마실로 이야기밭을 가꾸는 일을 마치고서 고흥으로 돌아오는 몸은 해롱해롱입니다. 가을이 깊으면서 배롱꽃은 모두 떨어지고 나뭇가지가 앙상하게 바뀝니다.


  우리말에 ‘롱’으로 여는 낱말은 없지만, 대롱·초롱·해롱·배롱처럼, 끝을 맺는 ‘-롱’은 여러 낱말입니다. 한글날이 지나가고, 글바치 한강 씨는 노벨상(또는 다이너마이트 문학상)을 받습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숱한 글바치는 예전에 ‘고은·이문열·황석영’이 우리나라 노벨상감이라고 추켜세웠는데, 저는 예전부터 그들이 아닌 ‘신동엽·고정희·최명희·이원수·임길택·권정생·김남주·유미리·김석범’ 같은 이들이 노벨상하고 어울릴 텐데 하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문학상보다는 그저 글을 글로 마주하고 책을 책으로 품을 수 있는 길을 그립니다. 여태까지 신동엽이나 고정희를 영어나 프랑스말이나 독일말이나 스웨덴말로 얼마나 옮겼을까요? 최명희나 이원수를 이웃말로 얼마나 옮겼을까요?


  우리나라에 배구선수 김연경 씨와 배드민턴선수 안세영 씨가 있습니다. 김연경 씨하고 안세영 씨는 배구밭과 배드민턴밭 고인물과 고름이 무엇인지 밝히면서 터뜨리려고 나섰습니다. 비록 노벨상을 받기는 하되, 한강 씨는 우리나라 글밭(문학계) 고인물과 고름을 밝히면서 터뜨리려고 몇 마디를 들려준 적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들은 바 없고, 본 바 없습니다.


  노래하던 고정희 님이 노벨상을 받았다면, 어떤 목소리를 틔웠을까요? 붓에 온넋을 바치다가 이슬로 떠난 최명희 님이 노벨상을 받았으면, 어떤 목소리를 나즈막이 속삭였을까요? 낫 놓고 풀벨 줄 모르는 글바치를 나무라던 김남주 님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으면, 어떤 말씨앗을 새록새록 심었을까요? 대롱대롱, 초롱초롱, 해롱해롱, 배롱배롱, 가을이 깊습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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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10.4. 손질하는 삶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올해에 매듭지어서 선보이고 싶던 《말밑 꾸러미》 글손질을 한동안 쉽니다. 아무래도 이듬해로 넘겨야겠다고 느꼈고, 이동안 다른 글손질을 신나게 합니다. 어느 일 하나를 맡기에 다른 일 하나는 내려놓고, 다른 일 하나가 끝나면 새롭게 어느 일이 찾아옵니다.


  글살림은 흙살림하고 비슷합니다. 날마다 돌아볼 흙이고 언제나 다독입니다. 날마다 돌아볼 글이면서 언제나 추스릅니다. 흙살림은 따로 쉼날이 없습니다. 공휴일이나 국경일이나 한가위나 설날이라고 해서 흙을 안 돌아봐야 하지 않아요. 글살림에도 쉼날이 없어요. 모든 날에 걸쳐서 꾸준하게 차분히 되새깁니다.


  이달 10월에 태어날 새책은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처럼 책이름이 깁니다. 웬 책이름이 이렇게 기냐고, 이런 책이름이 어떻게 태어났느냐며 아리송할 분이 있을 테지요. 그러나 새로 나올 책을 어느 만큼 읽으시다 보면, 이 책이름이 고스란히 깃든 꼭지를 찾아낼 테고, 어느 꼭지가 아니더라도 ‘책숲’이나 ‘마을책집’이나 ‘작은책집’으로 가는 길은 늘 ‘들꽃내음’을 맡으면서 춤추고 노래하는 살림입니다.


  어제오늘은, 또 그제께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두벌손질을 하느라 다른 일은 거의 못 보면서 보냅니다. 드디어 펴냄터로 두벌손질을 넘겼으니, 이제 석벌손질을 기다립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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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9.29. 눈으로 봐도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눈으로 보아도 모른다면 아주 모릅니다. 눈으로 안 보아도 안다면, 눈으로 보면 안팎을 아우르면서 알 테지요. 부산에서 사흘에 걸쳐 쉬잖고 이야기밭을 함께 일구었습니다. 둘레에서는 ‘강의·강좌’나 ‘수업’ 같은 한자말을 쓰는데, ‘강의·강좌’는 한쪽에서 들려주는 말을 가리킵니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수업’이라면 으레 길잡이 혼자 떠들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길잡이와 배움이가 함께 말하고 생각하고 나누기를 바라는 뜻으로 ‘이야기’라는 낱말로 자리를 꾸립니다.


  우리말 ‘이야기 = 잇는 길’을 가리켜요. 말과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새롭게 잇기에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야기꽃을 편다면, 서로 생각을 꽃으로 피울 말씨와 꿈씨를 심는 자리인 셈입니다. 이야기밭을 일군다면, 여태까지 서로 생각하며 살아오고 살림한 하루를 차곡차곡 손수 돌보는 마음을 나누는 셈입니다.


  눈으로 보아도 뻔히 읽고 알았지만, 막상 몸으로 제대로 못 옮기던 일살림을 되짚고 생각합니다. 눈으로 늘 보기는 했지만, 정작 못 알아차리거나 지나치거나 잊던 일거리를 다시 짚으면서 헤아립니다.


  어렵게 말해야 하지 않습니다. 그저 어린이 곁에서 살림하는 어른이라는 마음으로 말하면 넉넉합니다. 일부러 쉽게 고치거나 바꾸려고 하면 더 어렵고 까다롭게 마련이에요. 그런데 어린이 곁에서 말할 적에 “어린이한테 쉽거나 낯익은 말”이란 아예 없는 줄 알아야 합니다. 어린이한테는 모든 말이 낯설고 새롭습니다. 어린이한테는 모든 말이 스스로 맞아들이고 받아들여서 익힐 노래입니다.


  그러니까, 어린이가 처음으로 들으면서 “그냥 외워야 할 말”이 아닌, “처음 들은 날부터 이모저모 엮고 여미고 짜고 묶으면서 생각을 빛낼 씨앗인 말”을 가려서 할 노릇이에요. 우리가 일본말이나 미국말을 배워서 말(회화)을 펴려고 할 적에는 1만 이나 5만이나 10만에 이르는 낱말을 외워야 하지 않습니다. 300∼500 즈음인 밑말(기본어휘)을 익히면 얼마든지 일본말이나 미국말로도 말을 나눌 수 있어요. 이와 마찬가지이거든요. 우리말을 나눌 적에도 ‘밑말’을 자주 쓰면 됩니다.


  언제나 밑말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펴고, 이 밑말을 요모조모 엮어서 새말을 짓는 셈입니다. ‘새말’이라는 낱말은 이제 겨우 국립국어원 낱말책에도 실렸습니다만, ‘새 + 말’인 얼개예요. 국립국어원은 ‘새말’은 겨우 실었으나 ‘새책’은 아직 못 실어요. 새로 나온 책이니 그저 ‘새책’일 뿐이에요. 여러 사람 손을 거쳤으니 ‘손길책’이자 ‘헌책’입니다. 서울에서 사니 ‘서울사람’입니다. 시골에 있으니 ‘시골집’입니다. 숲빛을 담으니 ‘숲말’이고, 스스로 삶과 생각을 살릴 뿐 아니라, 살림하는 이야기를 담기에 ‘살림글’입니다.


  눈으로 보면서 차근차근 가꾸려는 마음이라면, 모든 어른은 어질게 어린이 곁에 섭니다. 눈으로 보면서 차곡차곡 노래하는 마음이라면, 모든 아이는 언제나 어른 곁에서 활짝 웃으면서 소꿉놀이를 즐깁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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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숲하루 2024.9.21. 서른걸음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올가을에 책 한 자락을 새로 선보입니다. 《말밑 꾸러미》나 《우리말과 문해력》이 아닌,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라는 이름을 붙인 꾸러미입니다. 책이름이 조금 깁니다. 여태 이렇게 긴 이름으로 책을 낸 적이 없습니다만, 한 자락쯤 있을 만하리라 봅니다.


  꾸밈빛이 보내신 꾸러미를 들여다보면서 틀린글씨를 바로잡습니다. 빛꽃(사진)을 이모저모 보태자고 여쭙니다. 뒷글을 매듭짓습니다. 새로 선보이는 책은 10월에 태어날 듯싶습니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손질하고, 쉬다가 다시 손질하다가, 우리 책숲에 고인 빗물을 치우러 다녀오고서 더 손질하다가, 또 쉬다가, 새삼스레 손질합니다.


  1994년부터 2024년 사이에 쓴 멧더미 같은 글 사이에서 추렸습니다. 그때그때 남긴 글씨앗은 알맞게 싹을 틔울 날을 기다렸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애벌손질을 펴냄터로 넘겼으니 다시 느긋이 쉬고서 하루일을 새삼스레 붙잡으려고 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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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9.5. 나한테는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나한테는 누가 이웃일까 하고 돌아봅니다. 담벼락을 맞댄 옆집이 이웃일까요? 나고자란 고장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이웃일까요? 책숲이웃으로 지내는 숱한 사람들이 이름 그대로 이웃일까요? 내가 걸어가는 숲길을 지켜보면서 마음을 띄우는 사람이 이웃일까요?


  나한테는 새와 풀꽃나무와 해바람비와 돌흙나무가 이웃이라고 여깁니다. 나한테는 뭇사람 누구나 “이웃 사이”에 있는 숨결이라고 느낍니다. 나한테는 풀벌레하고 벌나비가 이웃이요, 잠자리하고 매미가 이웃이며, 거미와 개구리와 구렁이가 이웃입니다. 나한테는 별과 바람과 바다가 이웃입니다. 나한테는 이 여러 이웃을 이웃으로 느끼는 누구나 이웃입니다.


  낫으로 풀을 쳐야 할 때가 있고, 나무를 땔감으로 삼거나 책걸상을 짜거나 종이로 바꿀 수 있어요. 그런데 나무를 여러 길로 다루거나 쓸 일이 아니라면, 모든 나무는 그곳에서 그대로 아름드리로 우거질 노릇이라고 봅니다. 이웃이거든요.


  이웃이란, 내가 선 이곳에서 잇는 숨결이라는 뜻입니다. 서로 이야기를 하기에 이웃입니다. 별이라는 이웃을 함께 바라보기에 이웃이요, 나비춤을 나란히 지켜볼 줄 알기에 이웃입니다.


  먼먼 옛날부터 모든 사람은 누가 이웃인 줄 어질고 슬기롭고 참하게 알고 나누었다고 느낍니다.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누가 이웃인 줄 쓸쓸히 잊고 안쓰럽게 잃고 어리석게 등돌린다고 느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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