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도서관 이야기책 《삶말》 3호를 만듭니다. 오늘 사이에 얼추 마무리를 짓고 이주에 인쇄소에 넘기면 다음주부터는 책을 부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36쪽으로 내야 종이값을 빠듯하게 맞추는데, 《삶말》 3호는 40쪽이 될 듯합니다. 새로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실 분이 늘어나면 서재도서관 이야기책 엮을 때에 한결 수월할 텐데, 좋은 님들이 즐겁게 지킴이가 되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여름비 쏟아지는 새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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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테이프 꽂기 (도서관일기 2012.7.7.)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노래테이프 두 상자를 끌러서 꽂는다. 노래시디 한 상자도 꽂았다. 마땅한 자리가 생각나지 않기에, 빈 책꽂이 자리에 꽂는다. 두 겹으로 꽂는다. 어쨌든 자리를 적게 차지하도록 두 겹으로 꽂는데, 빈 책꽂이 자리가 아직 널널할 때에는 한 겹으로만 꽂고, 앞에 비는 데에는 다른 자잘한 것을 놓아 꾸며도 좋겠구나 싶기도 하다. 나중에 틈이 나면 더 손보기로 한다. 노래테이프도 한 해 넘게 상자에 갇힌 채 있다가 풀렸는데, 물기를 얼마나 먹었을까 모르겠다. 나중에 늘어지거나 해서 못 들을까 걱정스럽다만, 노래테이프를 들을 수 없다면, 이제는 이 테이프는 유물처럼 덩그러니 놓아야겠지. 참 오랫동안 나한테 고운 노래를 들려주던 테이프이니까, 앞으로는 곱게 쉬어도 좋으리라.


  내 옛 물건 상자를 끌르다 보니, 내 국민학생 적과 중학생 적과 고등학생 적 공책도 나온다. 어느 공책은 스멀스멀 곰팡이가 피려 한다. 눅눅한 공책이든 안 눅눅한 공책이든 해바라기를 시킨다. 둘째 아이가 서재도서관 안밖을 돌아다니다가 쉬를 누는데, 마침 내 공책들 옆에서 눈다. 애써 눅눅한 기운을 말리려 하다가 오줌을 뒤집어쓸 뻔했다.


  책꽂이 자리를 잡고 책을 꽂을 때에는 ‘서재도서관을 치우고 꼴을 갖춘다’는 모습이 환히 드러나는데, 자질구레한 짐을 치우고 바닥을 닦으며 사진을 곳곳에 붙일 때에는 ‘무언가 움직인 티’가 잘 안 난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는 나날이 예쁘게 거듭난다고 느끼니까 이렇게 조금씩 손질하는 맛으로 살자. 큰아이는 사다리를 타고, 작은아이는 누나를 올려다본다. 둘 모두 널따란 서재도서관 골마루를 마음껏 달리거나 기거나 뛰면서 잘 논다. 사람들 살림집도, 사람들 마당도, 사람들 삶터도, 이렇게 아이들이 홀가분하게 뛰거나 기거나 달리며 놀 만한 곳이라면, 따로 책이나 신문이나 영화나 무엇이 없더라도 사랑과 꿈이 새록새록 피어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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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7-09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음악 테이프를 몇 년 전에 모두 정리해버렸어요. 비디오 테이프도 이번에 버릴거 같아요. 저렇게 꽂혀있는 테이프들을 보니, 아련하네요.

그런데 보라가 이제 잘 서는군요! 이뻐라...
(보라가 맞죠? 벼리가 따님이죠? 제가 40이 넘어간 이후로 기억력이 영..)

숲노래 2012-07-10 03:03   좋아요 0 | URL
둘 다 씩씩하게 잘 놀아요.
둘째도 한창 잘 걸어다니며 논답니다~

저는 노래테이프를 틈틈이 더 모으기도 해요~ ^^
 


 도서관 가는 길 (도서관일기 2012.7.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첫째 아이하고 서재도서관으로 간다. 지난해 십일월부터 책꽂이 자리를 잡고, 모자란 책꽂이를 새로 들인 다음, 상자에 담기거나 끈에 묶인 책을 거의 다 풀었다. 책꽂이 놓고 책 꽂는 데에 여덟 달을 들인 듯하다. 이제는 자질구레한 짐이랑 내가 어릴 때부터 쓰던 물건을 갈무리한다. 이 일까지 마치면 제법 도서관 꼴을 낼 만하리라 본다. 2007년 4월에 인천에서 서재도서관을 처음 열던 때에는 한 달 만에 우지끈 뚝딱 하듯 책꽂이와 책을 갈무리하고는 퍽 엉성한 대로 문을 열고는 조금씩 치우고 갈무리해서 이태쯤 지나서야 이런저런 꼴을 갖추었다. 모양새가 나기까지는 아무래도 이태는 걸리리라 생각하면서, 앞으로 언제까지나 이 터에서 예쁘게 책삶을 이루도록 좋은 꿈을 꾸어야겠다고 본다.


  아이는 집에 있어도, 서재도서관에 가도, 마실을 다녀도 좋다. 어버이가 즐거이 놀아 주면 어디에서라도 좋다. 어버이가 즐거이 놀아 주지 못할 때에는 어디에서라도 안 좋다.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나날이란, 아이가 한 사람답게 살아갈 길을 스스로 찾도록 곁에서 이끌거나 가르치거나 보여주는 일이라고 느낀다. 차근차근 좋은 생각을 품으면서 잘 살아 보자. 들길과 숲길 사이를 천천히 헤치면서 책누리에서도 예쁘게 놀 수 있게끔, 또 나부터 들길과 숲길과 책누리에서 예쁘게 노는 어른으로 살아갈 만하게끔, 마음을 곱게 잘 여미자.


  한여름이 되어 서재도서관 가는 길은 풀밭 길이 된다. 낫으로 풀을 치고 싶어도, 이 일까지 할 겨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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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신문과 프랑스 사진책 《뒷모습》 (도서관일기 2012.6.2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아침에 두 아이를 데리고 서재도서관으로 간다. 이제 책갈무리는 다 마쳤다 할 만하기에 자질구레한 짐을 치운다. 어쩌면 자질구레한 짐을 치우는 품이 더 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한쪽에 가지런히 쌓든, 상자에 얌전히 넣든, 이들 짐을 잘 갈무리해야 비로소 서재도서관 꼴이 잘 살아날 테고, 바닥 청소도 하기 수월하겠지.


  오래 묵은 짐 담은 상자를 끌르다가 1994년이 〈인천 시민신문〉과 〈황해시대〉라는 묵은 신문을 본다. 지역에서 아주 작게 나오던 신문들인데, 이 신문들은 몇 호까지 낼 수 있었을까 궁금하다. 스무 해쯤 지난 오늘날 이 신문들을 떠올리거나 되새길 사람이 있을는지 궁금하다. 1994년치 〈인천 시민신문〉에는 ‘인천 현안’이라면서 “방송국, 인천엔 왜 없나” 하는 머릿글이 실린다. 참말 인천은 ‘직할시’와 ‘광역시’를 거치면서도 딱히 방송국이 없었다. 전파 수신기지만 있었다.


  인천 바로 곁에는 서울이 있고, 서울에서는 중앙일간지가 나온다. 어쩌면 마땅하나 하나도 안 마땅하다 여길 수 있는데, 중앙일간지를 내는 ‘서울 신문’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서울에서 내는 중앙일간지는 으레 ‘서울 이야기’만 다루지, 온 나라 이야기를 두루 다루지 않는다. 어느 신문이든 어느 방송이든 이와 같다. 이런 모습이라면 중앙일간지라 하지 말고 ‘서울’일간지라 해야 올바를 텐데, 스스로 ‘서울’일간지라고 밝히는 신문은 없다.


  프랑스 사진책 《VUES DE DOS》을 찾아본다. 엊그제 읽은 어느 책에서 새삼스레 이 사진책 이야기를 다시금 ‘잘못’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책을 말하는 사람들은 왜 책을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서 책을 말하려 할까. 책을 다루는 글을 쓰는 사람들은 왜 책을 찬찬히 헤아리지 않으면서 책을 다루는 글을 쓰려 할까.


  프랑스에서 나온 사진책 《VUES DE DOS》은 발레하는 가시내 모습이 겉에 나온다. 한국에서 옮겨진 《뒷모습》은 웃통 벗어 젖꼭지 보이는 가시내 모습이 겉에 나온다. 프랑스 사진책 《VUES DE DOS》를 죽 살피면, 한국판 겉모습 사진은 아주 뒤쪽에 나온다. 사진책 《뒷모습》은 ‘벗은 몸을 슬그머니 보여주려는 훔쳐보기’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참말, 뒤에서 바라보는 삶자락을 이야기하는 사진책이다. 한국사람은 한국말로 옮겨진 《뒷모습》을 손에 쥐면서 느낌부터 아예 달라지고 만다. 벗은 웃통에 젖꼭지 드러나는 가시내 사진이 꼭 이 한 장뿐이라 하지만, 책겉에 이 사진이 드러날 때와 책 끄트머리에 살짝 스치듯 나오는 사진으로 마주할 때에는 느낌이 다르다. 한국땅에서는 사진을 사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까. 한국땅에서는 사진도 책도 삶도 이야기도 신문도 모두 꾸밈없이 수수하게 살피며 어깨동무할 수 없을까.

 

 

 

 

 

 

 

 

 

 

 

.... 왜 한국판은

이런 겉모습으로

사진책이 나와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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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개실 놓을 자리 (도서관일기 2012.6.19.)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옆지기가 즐거이 장만한 뜨개실이 무척 많다. 이 실을 어떻게 건사해야 좋을까. 서재도서관 교실 넉 칸 가운데 한 칸 벽에 책꽂이를 두른 다음 놓으면 될까. 셋째 칸은 책꽂이를 조금만 두어 무척 널따랗기 때문에 이곳에 큰 책꽂이 둘을 붙여 보기로 한다.


  아버지하고 함께 서재도서관에 와서 책을 보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는 신이 자꾸 벗겨진다며 벗어서 손에 든다. 찻길은 판판해 달리기 좋아 아버지더러 신을 들어 달라고 내민다. 다른 한손에는 종이인형을 들고는 폴딱폴딱 뜀뛰기를 하면서 내처 달린다. 혼자 저 멀리 앞서 달린다. 신나게 달릴 곳, 마음껏 뛸 곳, 흐드러지게 놀 곳 들이 가장 좋은 삶터가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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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6-20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 달려가는 모습은 참 멋지네요.
여유로워보여요
아이 삶에서 여유로워 보이는 것까지 생각하다니
참 당연한 건데 말이에여

숲노래 2012-06-21 00:20   좋아요 0 | URL
아이가 늘 너그럽고 느긋하도록
잘 지내고 싶어요 @.@
에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