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 줄 (사진책도서관 2016.8.4.)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도서관에 찾아온 이웃님이 책 한 권을 사 줍니다. 나는 책 안쪽에 글 한 줄을 적어서 드립니다. 우리 도서관에 찾아와서 책을 사 주는 분들은 도서관 살림을 북돋아 줍니다. 도서관 지킴이가 되어 주는 분들도 도서관 살림을 살찌워 줍니다. 그래서 나는 그때그때 바람을 떠올리고 꿈을 그리면서 글 한 줄을 적어 봅니다. 내 마음에서 피어날 수 있는 사랑을 글로 옮겨 봅니다. 글 한 줄에 바람을, 글 두 줄에 햇볕을, 글 석 줄에 꽃송이를, 글 넉 줄에 풀내음을, 글 닷 줄에 풀벌레 노래를, 글 여섯 줄에 냇물 소리를, 글 일곱 줄에 바다를, 글 여덟 줄에 흙 한 줌을 실어 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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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알아 (사진책도서관 2016.9.28.)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이제 작은아이는 뭔가 압니다. 커다란 상자에 책탑을 쌓다가 자꾸 무너지는 까닭을 알아차렸어요. 커다란 상자 한쪽에 작은 책상자랑 주판으로 기둥을 먼저 세웠고, 이 든든한 바탕에 책탑을 여럿 올려요. 더욱이 처음에는 책탑을 쌓으면서 아래와 위에 비슷한 갯수로 쌓기도 하고 위에 더 쌓으려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면 쉽게 무너지는 줄 알아채요. 맨 밑에 넷, 다음에 셋, 위에 둘, 마지막에 하나, 이렇게 차곡차곡 쌓는군요. 누가 가르쳐 주어도 알 테지만, 스스로 쌓고 무너뜨린 끝에 깨달았으니 오래도록 잘 되새길 수 있겠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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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좋다 (사진책도서관 2016.9.30.)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올 유월 즈음부터 사진책 이야기를 몇 꼭지 못 썼습니다. 새로운 사진책이 안 나왔기 때문에 못 쓰지 않았습니다. 올해에 내놓은 ‘새로운 한국말사전’에 마음을 쏟느라 손목이 버겁기도 했고, 이다음으로 내놓을 또 다른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엮느라 바쁘기도 했습니다. 한 가지 핑계를 더 대자면, 좀 뻔한 사진책만 많이 보여서 요 몇 달 동안 사진책을 거의 안 장만했어요. 한국 사진밭이 어쩐지 자꾸자꾸 틀에 박힌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싶더군요. 스스로 제 삶자리에서 기쁨과 사랑을 찾아내어 조촐히 나누는 숨결로 나오는 사진책보다는 ‘유행·사조·예술’에 치우치기 일쑤이고, 다른 한 갈래에서는 ‘기록·보도’라는 틀에 얽매이기만 한다고 느낍니다. 지난 오월에 《나도 잘 찍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하고 《우물밖 여고생》이라는 사진책 이야기를 쓴 뒤, 거의 넉 달 만에 《꿀젖잠》이라는 사진책 이야기를 써 보았습니다. 넉 달 만에 비로소 마음에 드는 사진과 책과 이야기를 갈무리했어요. 사이가 참 뜸했지만 그저 좋습니다. 더 많은 사진과 책과 이야기를 다루어야 사진비평이 될 만하지 않으니까요. 그저 한 권이 있어도 좋고, 그예 한 권으로 삶을 노래할 수 있어도 넉넉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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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낫이 빠르다 (사진책도서관 2016.9.24.)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풀을 베는 연장을 장만했습니다. 기름이나 전기를 먹이지 않고 손으로 밀어서 풀을 베는 연장입니다. 혼자서 낫질로 풀을 베기보다는 풀깎이를 써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풀깎이를 장만하느라 10만 원이 들었습니다. 어디 한 번 풀깎이로 밀어 보자 하고 미는데 줄기가 야무진 풀은 깎지 못합니다. 풀잎만 밀어낼 수 있다고 할까요. 낫으로 풀을 벨 적에 더 빠르네 하고 느끼지만, 구슬땀을 흘리며 이 풀깎이를 써 보자고 생각합니다. 이 연장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제대로 못 밀 수 있을 테니까요.


  작은아이는 도서관에서 책으로 탑을 쌓으며 놉니다. 멋지네 훌륭하네 예쁘게 하고 말을 해 줍니다. 작은아이는 책탑이 왜 자꾸 쓰러지는지 못 깨닫습니다. 책이 다치니 말을 해 줄까 하다가 작은아이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면서 혼자 놀도록 지켜보기로 합니다. 작은아이는 책탑이 무너지고 또 무너지고 자꾸자꾸 무너지는 일을 겪은 뒤 한 가지를 알아챕니다. 종이상자에 책탑을 쌓으니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서 쓰러지는 줄 알아채요. 책상자하고 주판을 써서 기둥을 받치니 아까처럼 책탑이 쓰러지지는 않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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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 (사진책도서관 2016.9.6.)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봄부터 가을까지 도서관 문간에서 조그마한 풀개구리를 만납니다. 이 아이들은 늘 도서관 문간에서 놉니다. 때로는 유리문에 달라붙고, 때로는 문고리에 달라붙습니다. 때로는 내 어깨에 폴짝 뛰어내렸다가 물똥을 뽀직 싸면서 다시 뛰어오르기도 합니다. 어느 날에는 도서관으로 슬금슬금 들어옵니다. 뭔가 볼 만한 것이 있을까 궁금할 테지요. 너무 깊이 들어오다가 책꽂이 뒤에 숨으면 갇힐 수 있으니, 골마루를 기는 모습을 보면 살그마니 두 손으로 잡아서 바깥으로 내보냅니다. 풀개구리야, 너희는 바깥 풀밭에서 놀렴. 여름이 저물며 가을에는 한결 싱그러우면서 시원한 바람이 붑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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