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러 서울에 간다.
교정지를 들고 서울에 간다.
교정지를 드리고 저녁과 술을 함께 먹은 뒤
여관에서 하룻밤 꼴까닥 자고서
이튿날 다른 출판사에서 가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고는 낮밥을 함께 먹고서
택시를 타고 용산역으로 가서
순천 가는 고속기차를 타고는,
순천 버스역으로 달려가서
고흥으로 들어오는 시외버스를 탄다.
고흥 읍내에서는 하나로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아이들 주전부리를 장만한다.
읍내 분식집에서 김밥 넉 줄과 순대 한 접시를 산다.
(틀림없이 세 식구 쫄쫄 굶으리라 생각하고는)
서울 가는 길에는 시외버스로 네 시간 반.
시골 오는 길에는 고속기차 세 시간 십 분 + 시외버스 한 시간.
그리고 택시삯 이래저래.
이번 나들이를 하면서
교정지를 건네는 한편,
새로운 일감을 여럿 얻었다.
모두 '아이들'이 베풀어 준 선물이다.
적잖은 이웃에다가, 아이들 할머니 할아버지 네 분 모두,
또 친척들까지,
'그 깊은 두멧시골에서 뭘 먹고 사느냐'고 '안 굶느냐'고 걱정해 주는데,
참말 이 시골에서 '할 일이 엄청나게 많'아서
'가랑잎 긁어서 거름으로 삼'듯이
'억수로 돈을 벌어 긁어모을'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생각하기로 한다, 꿈을 꾼다, 꿈을 꾸기로 한다).
아무튼, 오늘 지갑에 돈이 없어도
모레나 글피나 다음해에 들어와도 다 좋지~
하룻밤만 자고 기나긴 시간 버스와 기차에서 시달릴 뿐 아니라,
매캐한 서울바람을 쐬었더니
온몸이 욱씬거리고 속도 부글부글 끓어서
아직 아이들 사이에 못 눕는다.
아이들은 다 재웠다.
한 시간이나 두 시간쯤 서거나 앉아서 쉬면
속이 가라앉아 아이들 사이에 누울 수 있겠지.
시골집이 포근하다.
..
그나저나 서울로 돈 벌러 가서는
서울에서 책 장만하느라 20만 원 가까이 썼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