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잡지


 지난주에 살짝 서울마실을 하며 헌책방에 들렀을 때에 《PHOTO 291》이라는 사진잡지를 두 권 장만했다. 살 때에는 몰랐는데, 사고 나서 집에 와서 들여다보니 이날 장만한 두 권은 창간 2호와 3호였다. 1988년에 처음 나온 잡지라고 하는데, 좀더 눈여겨보며 들여다보고 살폈다면 창간호라든지 이 뒤에 나온 다른 잡지도 알아보지 않았으랴 싶다.

 그러나 《PHOTO 291》이라는 사진잡지에서 읽을거리는 몇 가지 찾아내기 어렵다. 나로서는 이 사진잡지가 ‘사진을 말하고 사진을 다루는 잡지’로서만 뜻이 있을 뿐, 이 잡지가 오늘까지 나오든 나오지 않든 그리 마음이 쓰이지 않는다. 사진을 즐기는 사람을 더욱 넓히면서 사진 즐김이 스스로 사진이라고 하는 아름다움 하나를 붙잡도록 이끌지 못한다고 느끼는 《PHOTO 291》였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아름다움을 골고루 알아채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만큼, 사진하는 아름다움을 말하지 못하더라도 이런 사진잡지 또한 즐겁게 우리 누리에 나오며 사랑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달 2010년 7월을 끝으로 사진잡지 《PHOTONET》이 더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한동안 숨을 죽이고 있다가 다시 나올는지 모를 노릇이지만, 사진잡지를 받아보는 사람이 늘지 않으며 잡지사 살림이 어렵기 때문에 더는 못 낸다고 한다. 이 사진잡지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뽑는 훌륭한 잡지이기도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그럴싸한 훈장은 붙일지언정, 이러한 훈장이 붙는 잡지가 튼튼하고 즐거이 꾸준하게 나오도록 뒷배를 하지는 못하는 셈이라고도 하겠다.

 그런데 《PHOTONET》이라는 사진잡지가 나오지 못하는 대목 또한 아쉽지만, 이 사진잡지에 글을 쓰기도 하고, 이 사진잡지를 아끼기도 하는 내 눈길로 들여다볼 때에는 이 사진잡지가 못하거나 모자란 대목이 많이 보인 만큼, 이와 같이 숨을 거두는 일을 그리 슬프다고 느끼지 않는다. 잡지를 받아보는 사람이 늘지 못한 일은 틀림없이 안타까운 노릇이요, 제아무리 이 사진잡지가 깊이와 너비를 고루 갖추지 못했다 할지라도 사랑받지 못할 까닭이란 없다.

 다만, 살림이 참 힘들어 더는 내기 어려워진 오늘 모습이라 한다면, 살림이 참 힘들었던 까닭을 스스로 더 캐고 뉘우치며 슬퍼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잡지 《PHOTONET》에서 다루는 사진은 어떤 사진이었으며, 잡지 《PHOTONET》이 일구려는 사진밭이란 어떤 모습이었고, 잡지 《PHOTONET》이 사랑하고 껴안으려는 사진삶이란 무엇이었는가를 가만히 되씹으면 좋겠다. 꽤나 비싼 사진기를 선뜻 장만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사진잡지까지 선뜻 정기구독하지 못한 오늘 우리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며 어떻게 이끌고 어떻게 다스려야 좋을는지를 잡지 《PHOTONET》은 어느 만큼 헤아렸는지 깨달으면 좋겠다. 왜 사진잡지여야 하며, 사진잡지에는 어떤 이야기가 실려야 하고, 사진이란 무엇이며, 사진이 걷는 길과 사진으로 이루는 일과 놀이란 또 무엇인지를 낱낱이 살필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잡지라 하더라도 살아남기 어려운 판인데, 생각하는 잡지가 되지 못한다면 어떻게 살아남겠는가. 한동안 돈을 벌는지 몰라도 생각하는 잡지가 아니라면 오래 가지 못할 뿐 아니라, 빛이 바래고 만다. 돈은 잔뜩 벌었으나 엉뚱하고 멍청한 길을 걷는 잡지사와 출판사가 한둘인가? 돈은 못 벌지만 아름답고 빛나는 길을 걷는 잡지사와 출판사가 아예 없는가? 돈은 돈대로 알맞게 벌면서 잡지는 잡지대로 아름다울 수 있도록, 《PHOTONET》이라는 사진잡지가 참답고 착하며 고운 길을 슬기롭게 새삼 찾아내거나 느낄 수 있기를 빌어 마지 않는다. 사진이란 삶이고 책 또한 삶이며 사람은 살아야 사람이다. (4343.7.13.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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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는 <윤미네 집>이 안 들어오나? 

이 사진책을 소개하는 글을 띄우려 했건만 

알라딘에는 이 책이 뜨지 않는다. 

 

<윤미네 집>을 다루지 못하는 알라딘이라 한다면, 

무슨 '인터넷책방'이라는 이름을 내걸 수 있을까? 

하는 수 없이, 블로그에 붙인 글을  

주소붙이기를 할밖에. 

http://blog.naver.com/hbooklove/60098998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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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8 19: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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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으며 다니기


 자전거로 달려도 울퉁불퉁.
 두 다리로 걸어도 울퉁불퉁.
 버스 타고 움직여도 울퉁불퉁.
 울퉁불퉁이 싫어
 구석진 한 자리에 서서 책을 읽을라치면
 툭툭 치고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우리 나라 길은
 책 읽으며 다니지 말라 하는 길. (4341.9.9.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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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나라 그림책


 한국땅에 옮겨지는 나라밖 그림책이 80%가 넘는다느니 90%가 된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아무런 뜻이 없다. 70%라고 해도 너무나 많으며, 50%도 아니고 40%라고 해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나라밖 어린이책’이 우리 줏대가 하나도 담기지 않은 채 돈만 바라보면서 나오는 셈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아이들이 보라고 엮는다는 그림책 한 권 값이 무척 비싸다. 고작 열여섯 쪽 하는 그림책은 8000원쯤 하고, 서른두 쪽쯤 되면 1만 원 안팎이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책값은 책값이라고 치고, 오늘날 한국땅에 옮겨져 나오는 나라밖 그림책은 참말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옮겨서 펴낼 만한 뜻이나 값이 있을까?

 돈 적은 집에서는 사서 볼 수도 없을 뿐더러, 도서관도 아주 적어서, 도서관에서는 사 주지도 않지만, 어쩌다가 도서관에서 사 준다고 해도, 이 책을 보려고 도서관 나들이를 하자면 몹시 힘든 우리 형편을 살펴본다. 우리 나라 도서관 가운데 어느 곳이, 느즈막하게 일을 마치는 여느 노동자들이 책 보러 갈 틈을 돌아본 적이 있던가.

 부자집은 부자집대로 한국 사회와 삶을 있는 그대로 살피지 못하도록 어릴 적부터, 나라밖 그림책, 알고 보면 서양 그림책에 길들어 버린다. 이와 마찬가지로 가난한 집은 가난한 집대로 한국 사회와 삶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그림책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애써서 한두 권 그림책을 사 준다 한들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그림책을 펴내는 출판사에서 가난한 어버이들을 헤아리는 일이란 아직까지 한 번도 없는 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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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권이라는 책

 
 문단에 어떤 힘이 있다고 할 수 있으나, 그렇게까지 큰힘을 낸다고 할 수 없는 어떤 분이 여태까지 51권에 이르는 책을 냈고, 앞으로 한 해 사이에 열 권을 더 낼 준비가 되었고, 오래지 않아 101권까지 책을 내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분을 훌륭하다고 보면 훌륭할 터이나, 나로서는 이분 책을 여러 권 읽고 살피는 동안, 그다지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에 참으로 뜻밖이라고 여겼는데, 쉰한 권이라는 숫자도 숫자이지만, 앞으로 백한 권을 넘어설 그분 책 숫자를 헤아리면서, 앞으로 쉰 해나 백 해쯤 지난 뒤, 이분 책이 몇 권이나 살아남아서 우리들한테 읽힐 수 있을까를 곱씹으면서 슬펐다. 눈물이 났다. 우리 나라에서는 자라지 않는, 아니 자라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나무가 베어지면서 이분 책에 들어갈 종이로 쓰여야 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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