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문학상 책읽기



  문학상을 주고받아야 책이 더 잘 팔리고 돈도 잘 번다고 해요. 그래서 웬만한 문학상을 주고받을 적에, 받는 쪽에서 이를 손사래치는 일은 매우 드물구나 싶어요. 가만히 보면 상을 한 번 손사래친 분은 좀처럼 다른 상도 거의 못 받는 삶이 되지 싶더군요. 책을 좋아하고 가까이하는 한 사람로서, 어딘가 아리송한 상을 손사래치지 않는 분이라 한다면 우리는 자그마한 한 사람으로서 그분 글이나 책은 끊을 수도 있어야지 싶어요. 비록 우리 자그마한 한 사람은 아주 자그맣다고 하더라도 말이지요.


  생각해 보면 거의 아무도 ‘아리송한 상을 손사래친 이’가 쓴 글이나 책을 안 끊고서 그냥 읽지는 않는가요? 아리송한 상을 받은 이가 쓴 글이나 책을 매체에서도 외려 더 키워 주지 않는가요? 이러다 보니 이런 아리송한 상이 끝없이 이어지리라 느껴요. 친일문학상이든 다른 아리송한 상이든 씩씩하게 안 받으면서 아름답고 알차게 이야기를 짓는 분이 무척 많습니다. 어떠한 상을 받은 적이 없어도 사랑스럽고 알뜰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분도 참 많아요. 우리 작은 손길이 가면 좋을 곳을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2017.11.2.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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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들으며 책읽기



  예전에는 서울마실을 하면서 전철이나 버스를 타면 그냥 책만 읽었어요. 요새는 노래를 들으면서 책을 읽습니다. 귀로는 제가 사랑하는 노래를 즐겁게 듣고, 눈으로는 제가 아끼는 책을 기쁘게 읽어요. 두 가지를 한꺼번에 누린다니 얼마나 멋진가 하고 생각하면서 혼자 전철이나 버스에서 하하 웃습니다. 그런데 귀로 눈으로 오직 제가 좋아하는 데만 쳐다보노라니, 전철이나 버스에서 내릴 곳을 놓치기 일쑤입니다. 엉뚱한 데까지 가고서야 비로소 알아차려요. 한 가지만 해야 하나 하고 뉘우치지만 그렇다고 멀뚱멀뚱 창밖만 쳐다보면서 ‘이제는 내릴 곳을 안 놓쳐야지’ 하고 있고 싶지는 않아요. 아아, 책하고 노래를 사랑하는 바보여. 2017.10.3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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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디》를 읽는 큰아이는



  큰아이가 어제부터 《하이디》를 읽습니다. 그동안 만화영화로만 보던 작품인데, 드디어 큰아이한테도 만화영화가 나온 바탕인 글로 빚은 문학을 읽도록 내어줍니다. 한참 망설였어요. 완역판이라는 《하이디》는 틀림없이 ‘완역’이기는 하되, 번역은 다 했어도 글씨나 말씨는 제대로 가누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법 두툼한 이 《하이디》를 아이에 앞서 먼저 읽으면서 이렇게 생각했어요. 이 책은 첫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몽땅 뜯어고치지 않고서야 도무지 말이 될 수 없구나 하고요. 이렇게 하자면 번역보다 오히려 더 힘든 일이 될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우리한테 ‘고전’이 될 만한 문학이라고 한다면, 더 빨리 완역을 한다는 데에 마음을 쓰기만 하는 데에서 그치지 말고, 이 문학이 참다이 고전이 될 수 있도록 ‘직역 말씨’나 ‘번역 말씨’를 ‘한국 말씨’가 되도록 숱하게 고치고 가다듬고 손질해야지 싶습니다. 이래저래 망설이다가 아버지가 살짝 글손질을 한 책을 큰아이한테 읽히기보다는 글손질을 안 한 책을 읽히기로 합니다. 일부러 한 권 더 장만했습니다. 아이가 책에서 어설피 받아들인 말씨는 나중에 아버지가 찬찬히 짚어 주면 될 테고, 아이로서는 어떤 책에서나 줄거리를 제대로 살펴서 읽도록 해야겠다고 느낍니다. 다만 엉성하거나 어설픈 번역은 제발 끝나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2017.10.4.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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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은 손길



  고흥에서 순천으로 이웃님을 뵈러 마실을 갑니다. 책을 몇 권 들고 갔는데, 제 책을 받은 이웃님 투박한 손을 문득 담고 싶어서 사진을 찍어 봅니다. 얼결에 이웃님 집까지 살며시 찾아갔고, 이웃집 책꽂이에 놓은 책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사진을 찍어 봅니다. 손길을 받는 책은 이렇게 이쁘네 하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2017.8.18.쇠.ㅅㄴㄹ


* 손길을 탄 책 :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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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사서평 금지법이 있어야 하지 않나?



  어느 만화책을 놓고서 오늘 느낌글을 쓰려고 하다가 깜짝 놀랍니다. 같은 날짜에 수없이 많은 주례사서평이 달렸거든요. 숫자를 세어 보니 한 날짜에 열세 꼭지가 올랐군요. 누리그물 찾기창에서 이 책을 얼핏 살피니 이 책을 펴낸 출판사에서 벌써 꽤 많은 책을 서평단을 모으면서 뿌렸고, 다음주에 또 뿌린다고 해요. 공식으로 뿌리는 책이 대단히 많구나 싶은데 비공식으로 돌리는 책도 참으로 많으리라 느껴요. 이 만화책을 낸 출판사에서 얼마 앞서 낸 어린이책을 놓고도 공식으로 뿌린 서평단 책이 참으로 많았는데, 다섯 권 열 권을 뿌리는 서평단이 아닌, 쉰 권을 한꺼번에 뿌리는 서평단 책으로 누리책방 서평을 가득가득 채우는 몸짓이란 무엇일까요? 이는 오늘날 큰 출판사가 벌이는 새로운 사재기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공식·비공식으로 온갖 모임에 뿌리고 수많은 사람들한테 돌려서 며칠 만에 수십 꼭지에 이르는 별 다섯 주례사서평이 오르고, 어느새 백이나 이백이 넘는 별 다섯 주례사서평이 넘실거리게 하면서까지 책장사를 해야 책이 살아날 만한지 아리송합니다. 주례사서평을 쏟아내는 몸짓도 사재기로 여겨서 이를 막도록 하는 제도가 있어야 하겠네 싶습니다. 이런 주례사서평 물결에 제가 얹을 느낌글은 아주 파묻힐 수 있겠네 싶기도 합니다만, 저는 이 주례사서평하고는 다르게 어느 만화책에서 드러나는 얄궂거나 어설픈 대목을 짚을 생각인데, 제 느낌글이 파묻힌다고 하더라도 눈이 밝은 분들은 슬기롭게 캐내어 참거짓을 알아보시리라 생각합니다. 2017.6.20.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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